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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26화 (726/1,826)

§ 나는 될놈이다 726화

아저씨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귓속말로는 계속 물어보았다.

-그 괴수가 되게 쓸 만한데 하나 타고 다녀도 괜찮냐?

-저번에 길드 동맹 놈들 영역에 가서 강도질할 때 아이템 좀 챙겨왔는데 이거 더 비싸게 팔 방법 없냐? 그냥 파니까 길드 동맹 놈들이 방해하는 것 같던데.

“너희들 지금 귓속말로 말하고 있지?”

김태산은 예리하게 말했다. 아저씨들은 흠칫 떨었다.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냐 이 자식들아! 귓속말로 이야기하고 있었구만!”

“아버지. 이걸 보시면 화가 풀리실 겁니다.”

“이… 이건!”

태현은 <오크 선조들의 해골 목걸이>를 꺼냈다.

오크 선조들의 해골 목걸이:

대대로 대족장에게 전해져 내려온, 대족장의 권위를 상징하는 해골 목걸이다.

김태산이 진행하고 있는 전설 직업, 우르크 대족장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아이템!

“역시 네가 먹었구나! 이 자식!”

‘사실 그 전부터 갖고 있었는데….’

김태산은 끙 소리를 내며 다시 앉았다.

“뭘 원하는데? 골드냐? 골드지? 골드로 해결 보자.”

“에이, 그러면 아버지한테 너무 유리하잖습니까.”

“돈으로 준다는 게 뭐가 나한테 유리한 거냐?! 이놈이 돈을 우습게 보네?!”

그 모습에 아저씨들이 수군거렸다.

“태현이가 요즘 잘나간다고 아주….”

“광고에 방송에 대회까지 하면 그게 얼마야? 저러다가 나중에 형님 뺨 때리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

작게 말했지만 김태산의 귀에는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김태산은 부들부들 떨었다.

“조건이 뭔데?”

“저기 오스턴 왕국 북쪽 항구도시에 엘프 원정대가 도착했거든요.”

“음. 그놈들을 쓸어버리면 되는 거군.”

김태산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렵지만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대족장 되는 퀘스트 중에는 엘프들과 싸우는 것도 있었으니까.

“엘프들과 싸우는 겁니까?”

“오오… 그런…!”

“싸움이야? 나도 끼어야지!”

옆에 있던 아저씨들도 그 말을 듣고 솔깃해했다.

이제 슬슬 은퇴할 나이에, 집구석에서는 밥만 먹고 할 게 없으니 판온에서는 싸우는 걸 가장 좋아하는 아저씨들!

“아뇨. 싸우면 안 되고 그냥 멀리 나타났다가 사라지시면 되는데요.”

“…….”

대번에 시무룩해지는 아저씨들이었다.

“왜…? 그냥 싸우면 안 돼?”

“길드 동맹 애들이 올 거라서 안 됩니다.”

“크윽….”

“잠깐만!”

아저씨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말했다.

“길드 동맹을 치면 되잖아! 그건 되지 않나?”

“그건….”

태현은 생각해 봤다. 항구 도시를 공격하러 온 길드 동맹을 친다?

“괜찮은데요?”

“와! 길드 동맹을 치면 되겠네!”

“엘프 못 치는 게 아쉽지만 그게 어디야!”

“근데 태현아. 여기서 벡텔 시까지 가려면 이 산맥을 넘어가야 하잖아. 플레이어들끼리 가는 거면 모를까 싸우러 가는 거면 오크 전사들도 잔뜩 데리고 가야 하는데….”

벡텔 시와 우르크 지역 사이에는 높고 가파른 산맥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날아가면 편했지만 저 많은 인원들이 다 날아갈 수는 없었다.

“산맥 넘어가야죠 뭐.”

“?!”

* * *

거인들과 오크 전사들을 총동원해서 가파른 산맥을 기어오르는 원정!

태현은 가장 앞에서 앞장섰다.

“저기다. 부숴!”

-알겠다. 알겠다.

우르크 지역에 자리 잡은 거인 부족들은 태현의 명령에 충실히 따랐다.

이렇게 힘을 쓸 때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그들!

꽝, 꽝, 꽝-

“폭탄 던진다. 비켜!”

거인들의 완력으로 부수고, 그것도 안 되면 폭탄으로 부수고, 그래도 길이 안 부서지면….

“비켜라. 내가 할 테니까.”

이런 작업에 특화된, 고대의 망치!

태현은 거기에 <행운 전환>까지 썼다.

‘다행히 한 번에 힘으로 됐군.’

막대한 행운 스탯이 힘으로 전환되고, 거기에 고대의 망치 데미지까지 들어가면….

꽈르릉!

천둥 치는 소리보다 몇 배는 더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거인들이 당신의 힘에 감탄합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세웠습니다. 힘 스탯이 크게 오릅니다.]

태현 일행은 계속 움직였다. 그러던 도중 몇 명 안 남은 방송계 사람들이 말했다.

“아, 저는 슬슬 출근 준비해야 해서….”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불….”

탁-

태현은 그들의 손을 붙잡았다.

“???”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같이 갑시다!”

원래라면 감동적이었을 말이, 태현이 말하니 매우 무섭게 들렸다.

‘못 도망친다’로 바뀌어서 들리는 말!

“아, 아니. 준비해야 하는데….”

“연차 내세요!”

“저, 저는 촬영 준비….”

“나중에 하세요!”

인간 폭탄×3을 그냥 보내줄 태현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붙잡겠다!

“그, 그러면 조금만 더….”

“바로 그겁니다!”

‘게임을 저렇게 목숨 걸고 해야 하나??!’

세 명은 질린 얼굴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이미 충분히 재밌게 놀았으니 그냥 나가고 싶었는데….

“여러분, 재밌죠?”

“아. 네.”

“대답 없으신데 갑자기 로그아웃하려고 하시는 거 아니죠?”

뜨끔!

플레이어 중 한 명이 움찔했다. 사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로그아웃하시면 제가 걱정되어 찾아갈 수도 있습니다.”

“…….”

이 자리에 최상윤이 있다면 ‘저 자식 시동 걸렸네’라고 했을 것이다.

한 번 퀘스트 시작하면 같이 시작한 사람을 데리고 끝장을 보려는 저 성격!

“여러분. 즐겁지 않습니까?”

“즐… 즐거운데요.”

“즐거우면 더 웃으면서 하죠.”

“하하, 하하하….”

억지로 웃던 PD는 무언가 깨달았다.

-애들아. 왜 이렇게 안 웃냐? 회의는 웃으면서 해야 잘 되는 거야!

‘크흑… 애들아. 미안하다!’

부하 직원들한테 갑자기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 PD!

* * *

“아! 오크 머리통 부수고 싶다!”

겔렌델은 지어지는 요새를 보며 문득 말했다. 주변에 플레이어들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있었다면 겔렌델의 이미지가 확 달라졌을 테니까.

아직도 겔렌델의 이미지는 냉정하고 올곧은 엘프 공작이었다. 신비주의란 게 이렇게 무서웠다.

“정말 오크들이 오는 거 맞… 앗! 오크들이다! 오크들이야!”

“헉헉. 공작님.”

저 멀리 산맥에 오크 전사들이 나타난 것과 동시에, 태현이 헉헉대며 돌아왔다.

“자네 왔군! 저기 오크들이 나타났어! 머리통을 부수러 가세!”

“진정하십시오. 공작님. 저 오크 놈들은 매우 영악하고 비열하고 치사한 놈들이라….”

멀리서 오크들을 이끌고 있던 김태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형님?”

“아니. 갑자기 귀가 간지러워서.”

그러는 사이 태현은 공작을 계속 설득했다.

“저기서 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먼저 가면 위험해요!”

“상관없다! 함정이 있다 하더라도 오크 놈들의 함정 따위는 내 힘으로 부술 수 있어. 오크 놈들의 머리통을 부수게 해줘! 머리통을 부수고 싶단 말이야!”

쿵! 쿵!

겔렌델은 도끼를 휘둘러 앞에 있던 탁자를 쪼개버렸다. 태현은 그걸 보고 다시 한번 겔렌델이 미친놈이란 걸 느꼈다.

“걱정 마십시오. 공작님께서 함정에 걸리지 않으시면 오크 놈들이 알아서 내려올 겁니다. 그런 놈들이니까요!”

“그래? 자네 말을 한 번 더 믿어보도록 하지. 이제까지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 자네는 내가 오크 머리통을 더 많이 부수기 위해 신이 보내준 천사 같구만!”

[카르바노그가 기겁합니다.]

“하하. 별말씀을.”

그러나 김태산이 이끌고 온 오크들이 내려가기도 전에, 저 멀리서 한 무리의 원정대가 나타났다.

길드 동맹의 원정대였다.

* * *

랭커, 야만전사 맥필은 길드원들과 용병들, 영지 병사들을 이끌고 재빨리 벡텔로 올라왔다.

게시판을 보니 엘프 원정대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은 벡텔을 점령하고 재빨리 요새를 짓고 있다고 들었다.

요새를 지으면 공성하는 데 몇 배는 힘들었다. 다 지어지기 전에 공격해야 했다.

“위안 이놈! 지키지도 못하고 도망이냐! 영주 자리는 뭐로 받았냐! 쑤닝하고 친해서 받았냐!”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야만전사 맥필은 직업과 플레이어가 정말 잘 맞는 사람이었다. 덩치 큰 텁석부리에 야만전사라니.

“다시 점령하면 이 도시는 나한테 준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겠지?”

“물론입니다.”

따라 나온 간부 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위안이 이 도시를 받은 건 능력보다는 연줄 때문이었다.

지금 길드 동맹은 랭커를 더 챙겨주고 있는 상황.

맥필이 다시 점령한다면 영주 자리를 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끌고 나와라.”

맥필이 명령하자, 뒤에서 공성 병기 몇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에 고렙 마법사들까지!

공성 병기는 길드 동맹이 키우는 대장장이들이 만든 아이템이었다. 비싼 돈을 냈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만드는 데 비용이 들고, 탄환도 비용이 들지만 마법사들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공격이 가능!

맥필은 야만전사였지만 영지전은 처음이 아니었다. 기본은 잘 알고 있었다.

먼저 압도적인 화력을 퍼부어서 적들을 약하게 만든 다음 붙어서 끝장을 낸다!

정석적인 전략이었다.

쉬이이익-

“?”

쾅!

“커어어억!”

[우르크 지역 특제 화강암에 맞았습니다!]

[막대한 힘이 실린 공격에 맞아 튕겨나갑니다!]

[<야만적인 힘의 건틀렛>이 충격으로 파괴됩니다!]

[……]

“안 돼에에에에!”

맥필은 절규했다. 야만전사는 HP가 높은 탱커 계열의 직업이라 공성 병기에 직격해도 즉사하진 않았다.

그러나 재수 없게도 장비 하나가 데미지로 인해 파괴되어버렸다.

자기 팔이 날아간 것 같은 슬픔!

“이… 이 자식들이 감히…!”

맥필은 분노했다. 저쪽에서 먼저 쏠 줄이야!

“너희도 쏴라!”

“앗, 네!”

맥필 쪽 대장장이들도 맞서서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압도적인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그 차이에 맥필은 경악했다.

“뭐… 뭐냐! 이런 말도 안 되는!”

발사되는 속도도, 명중률도 차이가 났다. 계속 맞붙자 맥필 쪽 공성 병기들은 하나둘씩 박살 나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돌격 준비!”

“돌격 준비!”

이대로 맞사격만 해봤자 달라질 게 없다는 걸 깨달은 맥필은 명령을 내렸다.

맥필을 필두로 한 길드 동맹의 고렙 플레이어들은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냈다.

[<야만의 돌격>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전사의 대지> 스킬을…]

[<핏줄의 가호> 스킬을…]

“와, 미친. 저거 맥필 아냐?”

“어디? 어디?”

반쯤 지어진 요새 벽 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플레이어들도 와서 놀랄 정도!

맥필은 꽤 유명한 랭커였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슬금슬금-

플레이어들이 뒤로 조금씩 물러서는 게 보였다.

이런 싸움에서 가장 위험한 건, 가장 앞에 있는 사람!

물론 공적치 포인트는 훨씬 더 많이 쌓이겠지만 지금 그걸 챙기겠다고 앞에 서있을 사람은 없었다.

“유지수. 케인. 너희 둘이 나서야겠다.”

유지수는 배에 같이 데리고 온 타이럼 사냥꾼들을 앞에 세우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에라도 쏠 것 같은 기세!

케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왜?”

“저놈 막아.”

“…….”

같은 탱커긴 했지만, 케인은 맥필을 보자 갑자기 자신감이 사라졌다.

“아, 아니. 나랑 덩치 차이가 너무 나잖아.”

“그건 현실 이야기고 판온에서는 별로 차이 안 나잖아.”

“그렇긴 한데….”

“멋진 모습 안 보여줄 거야?”

“지금 간다!”

“쯔쯔….”

태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수혁이 그걸 보며 안타깝게 말했다.

“케인 씨가 너무 안타깝습니다.”

“냅둬라. 자기 행복한데. 여러분! 이제 슬슬 출근 준비하셔야 하죠?”

태현은 세 명을 쳐다보며 물었다. 집에 가겠다고 하는 그들을 붙잡은 보람이 있었다.

“네! 가도 되나요?!”

“하하. 마지막으로 정말 정말 재밌는 거 한 번 하고 가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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