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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23화 (723/1,826)

§ 나는 될놈이다 723화

“알겠어. 말해볼게.”

“길마님 만세! 파워 워리어 만세!”

“다들 시끄러우니 좀 그만해….”

남들이 들으면 부끄러울 구호를 거침없이 외치는 그들!

‘일단 일 마무리됐으니까 바로 출발해야지.’

이다비는 그렇게 생각하며 에스파 왕국으로 향했다.

* * *

상황은 태현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아니… 이런 미친.”

태현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간 모험가! 너밖에 없다. 네가 우리 부족을 이끌어야 한다!”

한 시간 전.

태현은 가만히 있어도 굴러들어오는 보상을 착착 챙기고 느긋하게 있었다.

-공적치 포인트를 뭐로 소비할까?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 이런 보상 고르는 시간 아닌가. 태현은 느긋하게 보상을 고르고 있었는데….

[황야 무쇠 부족의 부족장이 쓰러졌습니다!]

[엘프 부족의 공성 병기가 그를 저격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

갑자기 떠버린 뜬금없는 메시지창!

“아니 뭔 미친?!”

방금까지 이야기 나눴던 부족장이 한 방에 갔다는 메시지창에 태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태현만 놀란 게 아니었다. 쏜 엘프 플레이어들도 놀랐다.

-야. 너 저걸 맞춘 거야!? 저 거리에서!?

-아, 아니. 나는 그냥 대충 위협하려고 쐈거든? 근데 이게 그냥 맞춰버리네….

-너 진짜 운 대단하다!

-아니야. 이건… 실력이야! 내 실력이야!

-뭐라는 거야 미친놈이.

태현은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했다.

너무 공성 병기를 잘 만든 탓에 일어난 상황!

‘아니… 침착하자. 일단 공적치 포인트는 받았고, 지팡이도 받은 상태잖아. 계획에 차질은 없어.’

태현은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다행히 부족장한테서 미리 지팡이를 받아놓은 상태였다. 안 그랬으면 일이 대번에 꼬일 뻔했다.

‘남은 공적치 포인트 한 번에 쓰고 그냥 빠져야겠다. 부족장 죽었으니 오크들이 뭘 할지 모르니까.’

태현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오크들은 정말 뭘 할지 모른다!

우르르-

갑자기 황야 무쇠 부족의 오크들이 태현을 향해 오더니 빙 둘러쌌다. 태현은 움찔했다.

‘들켰나?’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인생!

[카르바노그가 좀 착하게 살라고 합니다.]

“취익. 인간 모험가. 부족장님이 쓰러지셨다.”

“취익. 너무 슬프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싸워야 한다.”

“그래. 맞는 말이야. 열심히 해.”

태현은 일어섰다. 슬슬 빠져나가야겠다!

“췩. 우리를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

응?

“취익. 우리끼리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러자 한 가지 결론이 나왔다.”

“잠깐….”

이건 설마….

“너밖에 없다! 인간 모험가! 새로운 족장이 되어 우리를 이끌어다오!”

“아니… 이런 미친.”

[황야 무쇠 부족 내 평판이 매우 높습니다!]

[황야 무쇠 부족과 친밀도가 매우 높습니다!]

[명성이 매우…]

[악명이 매우…]

[……]

이제까지 했던 것들이 모조리 압도적인 보너스로 바뀌는 상황!

태현이 해왔던 게 너무 대단해서, 오크 부족 사이 모든 경쟁자를 제치고 바로 부족장 자리로 추대가 되었다.

오크 전사 하나가 나와 말했다.

“췩. 원래 내가 부족장이 되고 싶었지만….”

“네가 해도 괜찮아! 널 보니 아주 훌륭한 부족장이 될 것 같은데?”

“췩. 아니다. 널 보면서 깨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부족장은 너 같은 사람이 해야 한다. 췩.”

코밑을 쓱 훔치며 엄지를 치켜드는 오크 전사!

“아니, 난 인간인데….”

“취익! 인간인 게 뭐 어떠냐! 넌 누구보다도 오크 같은 인간이다!”

“췩! 맞다! 종족으로 차별하는 건 옳지 않다!”

“…….”

태현은 슬슬 상황이 꼬였다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거절을….”

[평판이 너무 높…]

[명성이…]

[……]

[거절할 수 없습니다!]

[황야 무쇠 부족의 부족장이 되었습니다!]

“취익! 취익!”

“새 부족장이다! 새 부족장!”

* * *

[황야 무쇠 부족의 새 부족장이 되었습니다.]

[황야 무쇠 부족에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황야 오크 부족들이 현재 연합해서 공성전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부족장 회의가 열리면 참석해야 합니다.]

[……]

[현재 공성전 중입니다. 공성전 지역을 벗어날 경우 페널티가 붙습니다.]

[공성전에서 너무 심한 실수로 패배할 경우 다른 부족들이 당신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 이것도 노린 거야?”

케인은 얼이 빠진 얼굴로 물었다. 갑자기 부족장 천막으로 이동되더니 주변에 오크들이 쫙 깔려서 ‘와! 새 부족장! 만세!’이러기 시작한 것이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급전개!

“후… 미친.”

“아닌 것 같은데요?”

“아닌 것 같지?”

“아니에요! 선배는 다 계획한 게 분명해요!”

유지수는 단호하게 외쳤다.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응.”

“네….”

태현은 한숨을 한 번 쉬고서 말했다.

“원래 공적치 포인트 쓰고 빠져나갈 생각이었는데 큰일인데.”

“왜? 그냥 튀면 안 돼?”

“응. 저놈들이 부족장이라고 쫓아온대.”

오싹!

케인은 순간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공성전 도중에 탈주하면 그거 관련으로 왜 탈주했냐고 쫓아와서 따질 것이고… 납득이 안 가면 내 영지를 공격하겠군.”

한 번 원한을 만들면 절대 잊지 않고 찾아오는 오크들!

태현은 이미 한 번 대족장과 관련된 악연이 있었다. 새로운 악연까지 추가하고 싶지는 않았다.

“설, 설마 그렇게까지 갈까?”

“얘네만 있는 거면 모를까 다른 부족들과 연합된 상태인데, 괜히 목표를 만들어주지 말자. 적당히 마무리 짓고 가야겠어.”

“어떻게 하려고?”

“일단 이 공성전을 성공적으로 끝낸 다음, ‘이제 내가 할 일은 다 했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고 하면 되겠지. 그 정도면 공성전 탈주했다고 난리 치지도 않을 거고.”

태현은 깔끔하게 정리 내렸다. 태현의 능력이라면 저런 요새 하나 공략하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저 왔어요.”

“이다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게 이야기하면 긴데….”

태현은 연예인 일행들을 사용해서 던전을 돌파했던 것부터 시작했다. 예상대로 이다비는 깜짝 놀랐다.

“그런 좋은 방법이!”

“그치? 그치?”

“파워 워리어 게시판에 지원자를 모아볼까요?”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아 참. 태현 님. 길드 내에서 이런 의견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태현이 깜짝 놀랐다.

“그런 좋은 방법이!”

“앗. 그런가요?”

“아주 좋은 방법 같아! 재고 처리하기 딱 좋겠는데?”

둘의 대화를 다른 사람들은 짜게 식은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일단 상품으로 쓸 건 나중에 만들고… 지금은 저기 요새부터 공략할 거야.”

“저기 요새요? 지금 랭커들 오고 있는데 괜찮나요?”

“응?”

태현은 의아해했다. 뭔 랭커?

이다비는 게시판의 영상을 켜서 보여주었다. 덩글랜드 왕국의 랭커 플레이어들이 요새에 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왜 갑자기?”

“여기 공작이 엄청나게 보상을 걸었나 봐요. 그래서 참가 안 하던 플레이어들도 다들 오고 있다고.”

“끙….”

태현은 혀를 찼다. 계획의 변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

‘다 처리할 수 있으려나?’

-주인님.

-…?

골골이한테서 연락이 왔다. 태현은 골골이를 엘프 요새에 남겨두고 왔던 것이다.

언제나 만약을 대비하는 치밀한 준비!

-여기 엘프 지휘관이 주인님을 보고 싶다고 합니다.

-뭐? 분위기가 어떤데. 죽이려고 부르는 거 같냐, 살리려고 부르는 거 같냐?

-…일, 일단 죽이려고 부르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혹시 거기도 지휘관 죽어서 나한테 지휘관을 시키려는 건 아니겠지….

-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이십니까?

-알아. 인마. 나도 알아.

태현은 투덜거렸다. 오크 부족이 이상한 거였지….

“일단 요새 가서 정탐 좀 하고 와야겠다.”

“어? 부족장인데 가도 돼?”

“물론 안 되지. 너한테 대리를 맡긴다.”

태현은 케인에게 <황야 무쇠 부족장의 망치>를 건넸다.

[임시로 부족장의 지휘권을 넘깁니다.]

[자격이 압도적으로 부족합니다. 오크들이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실수할 경우 오크들이 들고일어날 수 있습니다.]

“잠, 잠깐. 이거 내가 해도 되는 거 맞아?!”

“잠시만 하고 있어. 별다른 짓 안 해도 돼. 쟤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잖아.”

케인은 태현을 보고, 하연을 본 다음, 다시 태현을 보았다.

그리고 각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할게!”

“…너 정말….”

“뭐?”

“아냐. 아무것도.”

* * *

엘프 요새로 들어온 태현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철저하게 기계공학적인 시선으로!

‘어디에 폭탄을 몰래 설치하고 가야 할까?’

랭커들이 늘어났다고 해서 태현의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다.

어차피 정면 승부할 생각도 없었으니까!

‘요새만 박살 내면 숫자 때문에 오래 버티진 못할 거야.’

랭커들이라고 해서 무적은 아니었다. 평지에서 계속 덤비는 오크들을 잡을 순 없었다.

“여기로 오십시오.”

[엘프 공작, 겔렌델이 당신의 업적을 듣고 당신을 직접 만나려고 합니다.]

[고귀한 엘프 공작을 직접 만나는 건 명예로운 일입니다!]

‘내가 뭘 했더라? 아… 오크 부족장 저격했지….’

태현은 그제야 왜 엘프 지휘관이 직접 만나려고 했는지 깨달았다.

태현이 만든 공성 병기가 너무 활약을 한 것!

-이다비. 덩글랜드 왕국의 엘프 공작 겔렌델에 대해 나온 정보 좀 있어?

-별로 없어요. 오크를 매우 싫어하나 봐요.

-오크 안 싫어하는 엘프가 어디 있어?

확실히 오크를 안 싫어하는 엘프는 드물었다. 기본적으로 종족 특성인 것!

-좀 많이 싫어하는 것 같던데요.

-으음….

태현은 머리를 굴렸다. 겔렌델에게 뭘 해야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이용해먹기 위해서는 먼저 친해져야지.’

[카르바노그가 아키서스 교단의 신조냐며 감탄합니다.]

‘<오크 선조들의 해골 목걸이>는… 아니다. 이건 좀 그렇지.’

김태산이 들었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소리!

‘이건 좀 아까우니까. 음, 뭘 바쳐야 하나.’

태현만큼 오크 관련 희귀 아이템들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도 드물었다.

대족장부터 시작해서 오크를 지겨울 정도로 많이 털어온 태현!

하도 많으니 뭘 줘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너무 적당한 걸 주면 효과가 별로 없을 것 같고, 너무 좋은 걸 주기도 그랬고….

‘아. 이걸 꺼낼까?’

태현은 <오크 두개골 분쇄기>를 꺼냈다.

잘츠 왕국에서 토끼를 쓸어버리고 백작에게 직접 받은 보상!

오크 상대로 각종 버프가 들어가는 무기인 데다가, 무기 자체가 백작이 직접 오크를 쓰러뜨릴 때 썼던 무기니만큼 선물로는 충분했다.

태현은 그보다 더 강한 장비들을 얻었거나, 만들 수 있어서 한동안 쓰지 않았으니….

“그, 그 무기는 뭡니까?”

태현이 갑자기 커다란 무기를 꺼내자 엘프 시종이 기겁했다.

“아. 공작님께 바칠 선물입니다.”

“그런 걸… 좋아하실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들어오십시오. 공작님 앞에서는 예의를 지켜주셔야 합니다. 이번 수성전에서 공을 세우긴 했지만 공작님은 무례한 사람을 싫어하시니 말입니다.”

‘엘프들은 까다로워서 귀찮아….’

유난히 깐깐하고 성격 꼬인 놈들이 많은 게 엘프 NPC들!

오크들만 상대하다가 엘프들을 상대하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공작님. 공을 세운 모험가를 데려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해라. 이건 뭐냐?”

“모험가가 바치려고 한 무기인데… 보기 흉하면 치우겠습니다.”

“아니. 잠깐… 이건 오크 피잖아! 오크 피로 물든 무기라니!”

“치, 치우겠….”

“이런 귀한 걸!”

[엘프 공작 겔렌델이 당신의 선물에 매우 감동합니다!]

[친밀도가 크게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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