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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21화 (721/1,826)

§ 나는 될놈이다 721화

고르수크는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외쳤다.

그가 아키서스와 시이바를 착각하는 멍청한 짓을 저지르긴 했지만 이런 인간 놈한테 무시당하다니!

“그래…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최고급 화술 스킬로 상대를 은근하게 무시하는 것을 더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상대가 매우 억울해합니다!]

“그래서 부족장의 창고가 어디 있는데? 네가 시간을 끄는 사이 내가 갖고 나오마.”

말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도둑질할 계획을 짜는 태현!

‘저놈 정말 아키서스의 화신 맞나?’

고르수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알기로 아키서스는 일단 선한 신에 들어갔다.

악한 신인 사디크나 살라비안의 화신이면 모를까, 선신 아키서스의 화신인데 왜 저렇게 사악해 보이는 걸까?

“좀… 고민하거나 망설여야 하지 않나?”

“넌 오크면서 뭘 주저하는 거야? 시끄럽고 안내나 해라.”

“그래….”

* * *

“이건 이야기했던 것과 다르잖아!”

“아, 아니. 난 거짓말한 적 없다.”

고르수크는 억울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정말이었다. 그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현재 에스파 왕국의 황야 오크 부족들과 덩글랜드 왕국의 붉은 엘프 부족들이 공성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역에 진입할 경우 양쪽 세력에게 공격받을 수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에스파 왕국의 오크 부족들은 우르크 지역과 달리, 떠돌아다니는 유랑 부족이었다.

당연히 보물도, 짐도 다 챙겨서 돌아다녔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쫓아가서 훔치면 됐으니까.

문제는 그들이 지금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

“덩글랜드 엘프 놈들! 아주 건방진 놈들이다. 자기 섬에서 지낼 것이지 자꾸 여기로 온다!”

고르수크는 오크답게 엘프를 혐오하는 표정을 지었다.

덩글랜드 왕국은 중앙 대륙의 북쪽에 있는 섬나라로, 엘프 플레이어들이 주로 선택하는 곳이었다.

중앙 대륙만큼 굵직굵직한 이벤트가 없는 대신, 비교적 평화롭고 조용한 왕국!

랭커를 노리는 플레이어보다는 그냥 가상현실 자체를 즐기는 플레이어들이 주로 고르는 곳이 덩글랜드 왕국이었다.

아름다운 산과 숲이 가득했으니 그것만으로도 고를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에 비해 태현이 고른, 타이럼 시가 있는 잘츠 왕국은 산과 숲이 가득했지만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다.

못생긴 산과 숲으로 차 있는 데다가 주변에는 온갖 험악한 몬스터들이 우글거리고 심지어 NPC마저 험악한 곳!

‘갑자기 생각하니 슬퍼지는데….’

똑같이 산과 숲에, 궁수들이 많은 나라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나온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판온 제작진들이 잘츠 왕국을 좀 싫어하는 것 같았다.

“엘프들이 왜 여기까지 배 타고 건너오지?”

“모른다! 자기네 땅이 좁은 모양이지.”

태현은 용용이를 타고 높이 올라가 주변을 확인했다.

해안가에는 벌써 꽤 튼튼한 엘프식 요새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건너온 엘프들이 만든 요새였다.

그러나 그들이 상대하는 건 오크였다.

지평선을 꽉꽉 채운 오크 부족들!

여러 부족이 연합해서 몰려왔는지 숫자가 어마어마했다.

‘오크들 숫자는 볼 때마다 놀랍군.’

양쪽 사이를 보니 플레이어들도 꽤 있었다. 보상을 노리고 이 영지전에 참가한 모양이었다.

덩글랜드 왕국 쪽 엘프 플레이어는 엘프 측에, 에스파 왕국 쪽 오크 플레이어들은 오크 측에!

“취익! 취익! 전투 준비! 전투 준비다! 저 귀쟁이 놈들을 전부 바다에 쓸어 넣자!”

“더러운 냄새 나는 오크 놈들이 밀려온다! 활을 들어라!”

<오크 부족에 참전해라-에스파 왕국 영지전 퀘스트>

오크 부족들에….

<엘프 부족에 참전해라-에스파 왕국 영지전 퀘스트>

엘프 부족들에….

지역에 들어서니 뜨는 퀘스트창!

태현은 그걸 무시하고 오크 부족들을 찾아보았다.

‘저 사이를 뚫고, 보물 찾아서, 들고 나오면… 음. 아무리 봐도 무리 같은데.’

숫자가 너무 많았다.

저렇게 많으면 은신이고 뭐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길 만들다가 부딪히겠다!

고르수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평화롭게 해결하는 게 어떻겠나?”

“뭐? 들어가서 훔치는 것보다 평화로운 방법이 어디 있어?”

“…….”

고르수크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다시 말했다.

“그, 그런 방법 말고… 지금 오크 부족들은 싸우느라 눈이 벌게져 있다. 뛰어난 모험가들이 도와준다면 냉큼 받아줄 거다. 보아하니 너희들은 내 던전을 다 박살 낼 정도로 뛰어난 모험가잖나.”

“하하. 뭘 그런 걸 칭찬하고 그래. 쑥스럽게.”

“칭찬한 거 아니다!!”

“들어가서 도둑질하는 것보단 그게 훨씬 더 나은 방법 같다. 부족장의 지팡이는 부족장이 언제나 들고 있으니까 훔치기도 힘들고.”

“흠….”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고르수크의 말은 결국 퀘스트에 참가해서 공적치 포인트를 쌓은 다음 그걸로 지팡이를 챙기라는 것이었다.

무난한 방법이긴 했지만 언제나 날로 먹어왔던 태현에게는 조금 아쉬운 방법!

‘지금 상황은 어쩔 수 없으려나?’

태현은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 들어가서 본 다음 결정해도 됐으니까!

일단 공적치 포인트를 쌓아서 부족 내에서 신뢰를 받는다면, 뭐가 있는지 찾아보고 훔치기 더 좋아질 것이다.

“좋아. 그렇게 할까?”

“오. 역시 받아들일 줄 알았다. 아키서스는 선신이니 평화로운 방법을 더 선호하겠지.”

“음… 음? 그래. 뭐.”

* * *

“취익! 고르수크! 꺼져라!”

“췩! 고르수크! 네가 여기는 왜 왔냐!”

“취익! 이 슬라임이나 좋아하는 놈!”

“취이익! 이 슬라임처럼 물렁한 놈!”

“…….”

들어오자마자 쏟아지는 화끈한 환영! 태현은 고르수크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냥 나 혼자 오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고르수크가 잘 소개시켜주면 공적치 포인트에 보너스가 들어갈 테니, 그걸 믿고 같이 온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고르수크는 별로 환영받는 존재는 아닌 것 같았다.

“족장님. 뛰어난 모험가를 데리고 왔습니다.”

“췩, 네가? 또 이상한 슬라임이나 쓰는 놈을 데리고 온 거라면 용서하지 않겠다. 고르수크!”

족장은 그렇게 말하고 태현을 쳐다보았다.

[칭호: 오크의 입맛을 아는 요리사를 갖고 있습니다.]

[명성이 매우 높습니다.]

[악명이 매우 높습니다.]

[……]

눈이 마주친 순간 우르르 뜨는 메시지창들!

오크 부족장은 아주 흡족하다는 듯이 웃었다.

“취익… 아주 대단한 모험가를 데리고 왔군! 오랜만에 쓸 만한 짓을 했구나! 고르수크!”

이제까지 해온 게 너무 많아서, 눈만 마주쳐도 태현을 고평가하는 오크 부족장이었다.

[오크 부족장이 당신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합니다.]

[고르수크가 소개시킨 페널티가 사라집니다.]

‘…….’

설마하니 진짜로 페널티가 들어갔다니.

[공적치 포인트에 추가 보너스가 들어갑니다.]

“췩! 대단한 모험가. 넌 뭐가 자신이 있나? 검? 마법?”

“음….”

태현은 잠깐 고민했다. 뭐가 공적치 포인트 벌기에 좋을까?

“저 요새 때문에 고민이 많으실 것 같은데, 공성 병기는 어떻습니까?”

“췩. 공성 병기? 그건 고블린들이나 다룰 줄 아는 건데?”

“취익. 고블린들의 공성 병기는 불안하다. 너무 조잡하고 잘 부서진다!”

“제가 만든 건 다를 겁니다.”

태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 한마디에 오크들은 껌뻑 넘어갔다.

“취익! 믿어봅시다! 족장!”

“취이익!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간다!”

“췩! 저 인간, 오크답다!”

마지막 말은 뭔가 좀 이상했지만 태현은 넘어갔다. 그 순간 부족장이 들고 있는 지팡이가 눈에 들어왔다.

[카르바노그가 시이바의 성물이 맞다고 말합니다.]

‘쯧.’

태현은 살짝 아쉬워했다. 아키서스의 성물이면 좋았을 텐데….

[카르바노그가 그건 너무 요행을 바라는 거라고 말합니다.]

‘알아. 알아.’

“그래. 뭐부터 만들어볼까?”

* * *

“하하. 저 오크 놈들이 도망친다!”

“엘프식 요새를 하찮은 오크 놈들이 뚫을 수 있을 리가 있나!”

엘프들은 요새 성벽 위에서 신이 나 외쳤다.

처음에는 오크들의 숫자가 많아서 겁을 먹었지만, 그것도 이제 사라진 상태였다.

대부분의 오크들은 여기 오기도 전에 화살 세례에 반쯤 쓰러졌고, 나머지는 성벽을 기어오르다가 쓰러졌으니까.

오크 주술사들이 성벽을 마법으로 때려보려고 했지만, 엘프 측도 마법사가 있었고 무엇보다 궁수들이 주술사를 족족 저격했다.

엘프 궁수들의 사거리는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건 뭐지?”

“…?”

궁수 엘프들은 대부분 스킬 덕분에 시야가 넓었다.

그래서 멀리서 다가오는 거대한 공성 병기들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

쉬이익-

[<장인이 만든 거대한 급조 대형 투석기>가 돌을 발사합니다!]

[<장인이 만든 거대한 급조 대형 투석기>가 즉석 시한폭탄을 발사합니다!]

[……]

슈슈슝- 쾅! 콰쾅!

묵직한 소리와 함께 요새 벽을 두들기는 공격!

엘프들은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기겁해서 엎드렸다.

콰직! 콰지직!

[요새 벽이 16% 파괴되었습니다!]

[요새 벽이 23% 파괴되었습니다!]

“뭐야?!”

엘프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라 밖을 쳐다보았다. 오크들이 어마어마한 공성 병기들을 끌고 와서 요새를 때려 부수고 있었다.

벽에 의지하고 있던 그들로서 요새 벽이 무너지면 치명타!

“저걸 부숴야 해!”

“가자!”

공성 병기를 부수라는 퀘스트가 뜨자 플레이어들은 다급히 모여서 출발 준비를 했다.

‘근데 오크 놈들 저거 어디서 난 거지? 고블린들이 도와줬나?’

‘고블린들이 만든 건 저렇게 좋아 보이지 않던데? 엄청 대단한 고블린인가?’

* * *

“음. 문제군.”

“뭐가?”

태현이 중얼거리자 케인이 의아해했다.

지금 일은 너무 잘 풀려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오크 쪽이 일방적으로 밀리던 상황에 태현이 합류하자 순식간에 상황이 뒤집힌 것이다.

한 명이 전장 상황을 바꿀 수 있다니!

잘 키운 제작 직업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 가면 너무 빨리 끝날 것 같아서 말이지….”

[공적치 포인트가 오릅니다.]

[공적치 포인트가 오릅니다.]

공성 병기를 만들어주고, 그게 활약한 덕분에 공적치 포인트가 쌓이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된 이상 태현은 더 욕심이 생겼다.

‘기왕이면 이 영지전을 더 끌어서 공적치 포인트를 많이 쌓아야겠다.’

영지전이 길어지면 태현이 만들 공성 병기도 늘어나고 그사이에 챙길 보상도 많아질 것 아닌가.

“네가 잘 만든 걸 어떡해? 부술 수도 없고.”

“맞아요. 선배가 너무 잘 만들어서 그래요!”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해. 다른 방식으로 개입해야겠다.”

“?”

“엘프들 좀 도와주고 와야겠어.”

“…….”

“…….”

케인과 정수혁, 그리고 몇 명 남은 연예인 일행까지 뜨뜻미지근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유지수만 선망의 눈길로 쳐다볼 뿐!

“선배는 천재예요!”

“하하. 뭘 그렇게까지.”

* * *

[퀘스트가 실패했습니다.]

[요새 내 사기가 하락합니다.]

[사기 하락에 따라 요새 내 스킬 실패율이 높아집니다.]

요새의 플레이어들은 초조해하고 있었다.

공성 병기를 부수러 나간 엘프 플레이어들이 역으로 당해 후퇴한 것이다.

요새 벽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평지에서 오크 대부대와 붙는 건 장난이 아니었다.

수십 마리 잡는 거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맹렬한 공격!

“마법으로 부수면 안 되나?”

“사거리가 안 돼. 주술사부터 시작해서 오크 정예 전사들이 빽빽하게 지키고 있더라.”

“공성 병기를 사면?”

“여기 어디서 사? 엘프 대장장이 NPC들은 공성 병기 만들 줄 몰라.”

“후후. 공성 병기를 원하십니까?”

“?!”

엘프들은 깜짝 놀랐다. 처음 보는 상인 플레이어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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