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719화
-침입자다, 침입자!
[융합 슬라임 골렘을 발견했습니다!]
[매우 뛰어난 소환수 강화 마법의 걸작을 보았습니다.]
[현재 소환수 강화 마법 스킬이 낮습니다. 배우지 못합니다.]
-꾸르륵 꾸륵!
[슬라임 전사를….]
‘여기 던전에 자리 잡은 오크 주술사 놈은 슬라임 취향인가?’
흔히들 초보자는 자기들이 만난 슬라임 몬스터 때문에 슬라임을 약하다고 생각하기 쉬웠지만….
사실 아니었다.
토끼도 약한 토끼, 강한 토끼가 있듯이 슬라임도 약한 슬라임, 강한 슬라임이 있는 것!
여기 던전의 슬라임은 강한 편이었다.
게다가 까다로운 점은 슬라임마다 특성이 제각각 다르다는 점이었다.
소환 마법이 거의 없는 정수혁한테는 마법 공격 내성이 있는 슬라임이 쥐약이었고, 케인한테는 물리 공격 내성, 탄성이 있는 슬라임이 상대하기 힘들었다.
-하연 씨! 보고 계십니까! 제가 갑니다!
케인은 우렁차게 외치며 슬라임에게 덤벼들었다. 그리고 튕겨 나갔다.
[적 몬스터가 <물리 탄성>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일정 확률로 튕겨 나갑니다!]
“용용아. 흑흑아. 쟤 좀 도와주고… 골골이는 가서 수혁이나 도와줘라.”
자기가 활약할 차례가 온 것 같자 유지수가 기대 가득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쏠까요?”
“아냐, 화살 아끼자.”
태현은 자애로운 눈길로 뒤의 방송계 일행들을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뭐 이런 놈들을 데리고 왔냐, 케인 죽인다’ 이렇게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음. 생각해보니 팬들과의 만남도 좋은 거 같아. 이래서 스타들이 팬들과 만나는 자리를 열고 그러나?’
약간 이유가 달랐지만 아무도 지적할 사람이 없었다.
“3번 손님!”
“저요!!! 저요오오오!!!”
어느새 번호표까지 뽑은 이들!
태현은 악수를 해주고 살아 움직이는 폭탄 스킬을 사용했다.
“가세요!”
“야호! 신난다!”
“…….”
“…….”
정수혁과 케인은 세상에서 가장 못 볼 꼴을 본 눈빛으로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 * *
오크 주술사, 고르수크는 위풍당당하게 로브를 휘날리며 돌아왔다.
-오크 주술사 왔다! 우리 일 잘하고 있었다!
“잘했다.”
고르수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거인족의 육체 능력은 정말 쓸 만했다.
다른 침입자들이 얼씬도 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황야 녹 거인 부족들을 섭외한 건 정말 탁월한 생각이었다.
‘난 정말 머리가 좋아. 암. 암. 다른 오크 놈들은 비교할 수도 없지.’
-오크 주술사 착하다! 우리 위해서 요리사도 보내줬다!
-그 요리사 요리 정말 잘한다! 정말 잘한다!
“?”
고르수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
“!!”
고르수크는 기겁해서 던전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 * *
[던전의 최심부에 도착했습니다.]
[<오크 주술사가 만든 추출의 방>을 목격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태현 일행의 던전 돌파 속도는 무시무시했다.
말 그대로 막힐 때마다 사람을 갈아 넣어 뚫어버리는 속도!
광기 그 자체였다.
‘이래도 될까? 이래도 되는 걸까?!’
케인은 빠르게 달려가면서 혼자 고민했다. 상식이 붕괴되는 기분!
그 결과가 이 던전의 최심부였다.
“오…?”
거대한 방 가운데에 놓여 있는 양피지.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을 가진 태현은 바로 알 수 있었다.
[강력한 신성력이 느껴집니다!]
[아키서스의 성물을 발견했습니다.]
[아키서스의 성물을 무언가가 방해하고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저건 뭐지?’
양피지 근처로 투명한 막 같은 게 펼쳐져 있었고, 그 근처에는 거대한 수정 기둥들이 솟구쳐 있었다.
‘매우 불길한데….’
태현은 케인에게 가보라고 말하려고 했다. 언제나 이럴 때 가장 든든한 건 케인!
그러나 다른 사람이 손을 들었다.
이제 한 다섯 명 남은 방송계 일행!
“혹시 저거 만져 봐도 되나요?”
“하하. 물론이죠.”
싱긋 웃는 태현!
그걸 본 케인이 당황해서 말리려 들었다.
“아니, 저거 위험한….”
“네가 할래?”
“…….”
판온 골수 플레이어들과는 전혀 다른 상식을 가진 해맑은 일행들!
뭔가 특이하고 위험해 보이는 게 나오면 일단 다가가서 만져본다!
‘정말 보면 볼수록….’
태현은 이 편함에 중독되어가는 것 같은 스스로를 자제하기 위해 애썼다.
이런 것에 익숙해지면 안 돼!
띵-
[수정 기둥의 마나 결계가 작동합니다!]
[마력의 폭포가 침입자를 불태웁니다!]
[정교한 마법 함정을 발견했습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으아아아아아!?”
[HP가 0이 되어….]
“이제 네 명… 아껴야겠군.”
“너 혹시 하연 씨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
“하하. 알겠어. 세 명이네.”
“야!”
귀중한 카운트!
태현은 숫자를 세고서 주변을 확인했다. 보아하니 저런 식의 함정인 것 같았다.
[함정이 발동된 것으로 슬라임 골렘들이 나타납니다.]
꾸르륵!
꾸륵대는 소리와 함께 벽에 난 구멍에서 슬라임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슬라임을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일행분들은 다들 가운데로! 수혁아. 넌 일단 쓰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나머지는 전투 준비! 용용이, 흑흑이 너희가 광역기를 써줘야겠다.”
지금 가운데에 아키서스의 성물이 있는데 정수혁에게 마법 난사를 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다 재수 없이 지진이라도 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알겠다. 주인이여.
-알겠습니다!
용용이나 흑흑이도 레벨이 300을 넘긴 신수들이었다.
물론 플레이어와 NPC를 같은 선에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둘 다 뛰어난 마법사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원래 용은 종족 특성상 마법의 달인!
콰르르르릉!
용용이는 번개 마법으로, 흑흑이는 화염과 독성 마법으로 주변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사디크의 화염이 슬라임 골렘에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줍니다!]
[사디크의 화염이….]
‘사디크의 화염이 약점이었나?’
태현은 의아해하며 사디크의 화염을 준비했다.
“지수야. 화살에 걸어줄 테니까 쏴라.”
“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활약할 기회가 온 것에 유지수는 반색했다.
화살을 쏘게 해줘!
‘대활약을 하겠어! 대활약을 하고 말 거야!’
‘얘 눈빛이 약간 좀 무서운데?’
태현은 유지수의 눈빛에서, 영지에 있던 플레이어들의 눈빛을 떠올렸다.
-한 번만 돌리게 해줘! 이번에는 뜰 거야!
쉬익!
퍽! 퍽! 퍼퍽!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사! 유지수는 미친 듯이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죽어! 죽어! 죽어!”
“…요즘 지수가 안 좋은 일이 있었나?”
용용이와 흑흑이가 골렘들을 밀어붙이고, 태현, 케인, 유지수가 하나씩 쓰러뜨리는 사이, 오크 주술사 고르수크가 돌아왔다.
[이 던전의 설계자, 오크 주술사 고르수크가 돌아왔습니다!]
[오크 주술사 고르수크는 이 상황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왔나?!’
태현은 몸을 돌렸다. 이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 이 나쁜 놈들! 이 침입자 놈들! 인간 놈들이란 이래서! 으흑흑!”
“?!”
“어떻게… 어떻게 내 연구를 이렇게…!”
어쩐지 그들이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케인은 태현을 쳐다보았다.
‘공, 공격해야 하나?’
“저주한다! 인간! 너희를 저주한다!”
엉엉 울면서 노려보는 오크 주술사 고르수크!
그 모습에 태현은 당황해서 변명이 먼저 나왔다.
“아니, 잠깐만. 저기 있는 물건은 내 물건이라고. 난 내 물건을 찾으러 왔을 뿐이야.”
“남의 던전에 들어와서 소환수들을 닥치는 대로 잡고 부수다니!”
“그건 네가 입구를 막아서잖아. 주변 사람들을 아예 접근 못 하게 해놓고 뭘.”
“흥! 너희 같은 침입자를 막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네 물건이라니! 어디서 뻔뻔한 거짓말을!”
오크 주술사는 콧방귀를 크게 뀌더니 말했다.
“변명도 인간답게 비겁하게 하는구나! 어디 어떤 물건인지 말해봐라. 만약 그게 네 물건이면 내가 사과하고 돌려주마!”
“저 양피지인데.”
“…?”
오크 주술사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분노했다.
“이 인간 놈이 진짜 끝까지 비열하구나! 저게 왜 네 물건이냐?”
“내가 아키서스의 화신이니까 내 물건이지. 그러면 저게 네 물건이냐?”
태현은 무기에 손을 뻗었다. 보아하니 대화로 안 될 것 같았다.
“뭔 개소리냐! 네가 아키서스의 화신인 게 이 시이바 교단 성물의 주인이라는 것과 무슨 상관이냐!”
“?”
“?”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시이바는 슬라임과 느림의 신입니다.]
[시이바는 믿는 사람이 거의 없는 잊혀진 신이라고 카르바노그가 설명해줍니다.]
‘고맙다. 카르바노그.’
[뭘 이런 걸 가지고!]
“그게 시이바 교단의 성물이라고?”
“그래!”
“…아키서스 교단의 성물인데?”
“????”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상대가 바로 부정하지 못합니다.]
최고급 화술 스킬은 믿지 못할 말도 한 번은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거짓말하지 마라!”
“아니. 진짜 아키서스 교단 성물이라고. 역으로 물어보자. 넌 저게 왜 시이바 교단의 성물이라고 생각한 건데?”
“그게… 어… ‘이 신은 천사와 악마를 묶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그야말로 위대하다’라고 쓰여 있었으니까…?”
“…….”
“…….”
“…그거 아키서스야.”
“웃기지 마라!”
“이렇게 하자. 넌 저 시이바 교단 성물의 힘을 제대로 쓰고 있냐?”
“아, 아니… 하지만….”
고르수크는 말을 더듬었다.
그가 시이바를 믿고 있긴 했지만, 저 성물은 힘을 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오크 주술의 힘으로 힘을 강제로라도 추출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저게 아키서스의 성물이라면 내게 힘을 주겠지. 아니라면 가만히 있을 거고.”
“하지만… 하지만….”
“왜. 설마 자신 없냐?”
“오냐! 어디 한번 해봐라!”
[최고급 화술을….]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발끈하는 고르수크!
‘흥! 그 문구의 어딜 봐서 아키서스라는 거냐! 그건 시이바 님의 힘이다!’
남을 묶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 그야말로 슬라임의 신 시이바의 힘 아닌가!
[함정이 해제되었습니다.]
태현은 가운데로 다가갔다. 그리고 양피지에 손을 뻗었다.
[아키서스의 성물을 손에 얻었습니다.]
[아키서스의 권능을 새로 얻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교단의 영향력과 명성이 크게 퍼집니다.]
[퍼져나가는 영향력으로 인해 에랑스 왕국, 잘츠 왕국, 오스턴 왕국에서 당신을 초청할 수 있습니다.]
‘오스턴 왕국에서 날 초대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길드 동맹이 점령하고 쑤닝이 국왕 자리에 올랐는데 초대할 리는 없었다.
만약 초대한다면 ‘죽여줄 테니까 어서 와라!’라는 뜻!
그보다는 에랑스 왕국과 잘츠 왕국에 교단 영향력이 퍼졌다는 게 긍정적이었다.
잘하면 국왕을 직접 대면하고 부탁을 할 수도 있을 테니까!
‘국왕을 만나면 뭘 해야 좋나… 음. 괴식 요리는 안 되겠지?’
<괴식 요리>는 국왕 암살죄로 체포당할 수도 있었다.
<아키서스의 선물>
아키서스의 사악한 의도가 담긴 선물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이 선물의 숨겨진 스탯은 아키서스의 화신만이 볼 수 있습니다.
*결과물의 속성은 랜덤으로 정해집니다.
‘역시 이거군.’
모스락이 차고 있던, 저주받은 목걸이!
그 목걸이를 만든 스킬이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높습니다. <아키서스의 선물> 사용 시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높습니다. <아키서스의 선물> 사용 시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게다가 이 스킬은 대장장이 기술 스킬과 연동이 됐다.
태현은 눈을 감았다.
이걸 어떻게 써먹어야 잘 써먹었다고 소문이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