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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18화 (718/1,826)

§ 나는 될놈이다 718화

학카리아스의 말이 위협하듯이 진동했다.

넓은 레어였지만 옆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렸다.

[학카리아스의 기분이 안 좋아집니다.]

[주의하십시오!]

“저… 저희는 적이 많습니다. 새로운 왕국을 세운 저희를 질투하는 적들이요.”

-그래. 그렇겠지.

“그런 적들이 올 경우 학카리아스 님께서 따끔한 교훈을 내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오스턴 왕국의 주인인 학카리아스 님을 못 알아보고 하는 그런 건방진 짓은….”

-이걸로는 부족하다.

“!”

-이것의 두 배. 두 배는 더 갖고 와야 한다. 그러면 생각해 보도록 하지.

* * *

“허억, 허억. 안 죽었다.”

“와, 드래곤 새끼. 진짜 욕심 많네.”

“쉿. 들릴라.”

밖으로 나온 길드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추가 비용을 더럽게 요구하기는 했지만, 블랙 드래곤 학카리아스는 결국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오스턴 왕국 북동쪽 검은 묘비 산맥의 지배자, 블랙 드래곤 학카리아스를 만나고 살아나왔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공포 스탯이…]

[위대한 마법의 지배자를 만난 것으로 흑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태현이 아탈리 왕국의 국왕이 되고 여러 권한이 생긴 것처럼, 쑤닝도 오스턴 왕국의 국왕 자리에 즉위하고 나서 여러 권한이 생겼다.

그중 하나는 <블랙 드래곤 학카리아스에게 조공 바치기>였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왕국의 책과 정보를 뒤져서 확인할 수 있었다.

탐욕스러운 폭군 학카리아스!

한 번 부릴 때마다 기둥이 뽑혀나갈 비용이 들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근데 오스턴 국왕은 왜 저 드래곤을 안 부린 거지?”

“글쎄? 내전이라?”

“그런가?”

* * *

-주인님. 왠지 모르게 귀가 간지럽습니다.

-더럽다. 블랙 드래곤.

-아니, 더러워서 그런 건 아닌데…!

-역시 사디크의 드래곤이군.

용용이와 골골이가 합심해서 흑흑이를 공격했다.

-흑흑… 진짜 아닌데….

“모두 조용히 해라.”

지금 일행은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일행들이 전부 부자라 그런지 탈것 하나는 다 비싼 걸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페가수스부터 시작해서 황금 불사조까지!

물론 그 와중에서도 태현의 탈것이 가장 눈에 띄었다.

골드 드래곤, 블랙 드래곤, 거기에 오토바이까지!

‘목적지는 에랑스 왕국과 에스파 왕국의 국경지대인데… 여기 뭐가 있더라?’

목적지 근처에 도착하자 멀리서 움직이는 거대한 덩치들이 보였다.

거인들이었다.

“?!”

“어? 원래 여기 거인들이 있었나?”

-여기 우리 땅이다, 우리 땅이다!

-꺼져라, 꺼져라!

쾅! 쾅!

“으아악!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플레이어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게 보였다. 모습을 보아하니 원래 이 주변은 거인이 나오는 곳이 아닌 모양이었다.

“김태현 씨! 저걸 잡는 건가요?!”

“엥? 아뇨.”

PD가 뭔가 기대하는 눈빛이 날아왔지만 태현은 단칼에 거절했다.

보인다고 바로 잡으면 쓰나!

상대가 누군지 파악하고 어떻게 써먹을지 면밀히 조사한 다음 잡아야 했다.

“근데 거인이잖아요! 몬스터 아닌가요?”

“몬스터하고도 친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

“케인. 내려가서 말 좀 걸어봐라.”

위에서 밑을 보니 거인들이 한 곳을 빙글빙글 돌며 지키고 있었다.

“왜 내가?”

“멋있는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냐?”

“!”

케인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갔다 올게!”

케인이 나타나자 거인들은 다시 반응했다.

-인간! 오지 마라! 오지 마라!

-여긴 우리 땅이다! 우리 땅이다!

“잠깐 이야기 좀 하자.”

케인은 멋있게 착지하며 말했다. 뒤의 누군가를 신경 쓰는 게 확실하게 느껴지는 대사였다.

퍽!

[막대한 힘이 실린 공격을 받았습니다. 날아갑니다!]

슁-

케인은 야구 방망이로 때려낸 공처럼 멀리 날아갔다.

“…….”

“…….”

-가라고 했다, 가라고 했다!

-인간! 꺼져라!

케인은 얼굴이 붉어져서 일어섰다. HP는 10%도 안 깎였지만, 자존심이 깎였다.

“죽… 죽일 거야! 죽일 거야!”

“저놈 거인들 말투가 옮았나….”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이! 거인들!”

-?

“갈 때 가더라도 이유 정도는 말해줄 수 있지 않나? 왜 가라는 거지?”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

거인족은 지능이 낮은 종족.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가진 태현에게 거인들을 속이는 건 너무 쉬운 일이었다.

-말해주기 싫다! 말해주기 싫다!

-오크 주술사가 우리한테 말했다!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라고 말했다!

말 안 한다면서 다 말하는 거인들!

이래서 거인들이 좋았다.

뒤에서 보고 있던 일행들이 수군거렸다.

“김태현 씨 말은 듣네?”

“케인 씨는 그냥 때리던데….”

“관록의 차이 아닐까?”

‘화술 스킬 차이거든?!’

밑에 있던 케인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사이 태현은 다시 말했다.

“오크 주술사가 시킨 건 나도 알아. 나도 오크 주술사가 시켜서 왔거든.”

-앗. 그런가? 그런가?

“물론. 너희들이 힘들까 봐 도와주러 왔지.”

-오크 주술사 착하다! 인간도 착하다! 때려서 미안하다!

-쪼그만 놈! 미안하다!

“…….”

태현은 은근슬쩍 거인들 사이에 착지했다.

“내가 너희들 주려고 음식도 갖고 왔다. 자.”

-이건 뭐… 오오옷! 이건 뭐냐!

“아아. 이건 괴식 요리라는 거다.”

생전 처음 먹는 강렬한 요리에 감동한 거인들!

-너무너무 맛있다!

[<황야 녹 거인> 부족의 친밀도가 오릅니다.]

[<황야 녹 거인> 사이에서 명성이 오릅니다!]

“그런데 오크 주술사가 뭐라고 했나?”

-쩝쩝. 저 입구 지키라고 했다. 쩝쩝.

-아무도 오지 못하게 하라고 했다.

태현은 <신의 예지> 스킬을 사용했다. 거인들이 지키고 있는 던전 입구로 바로 길이 만들어졌다.

‘저기 맞군. 그런데 왜 오크 주술사가?’

김태산과 오크 아저씨들은 에스파 왕국을 떠나 우르크로 간 지 오래였다.

아마 저 오크 주술사는 NPC일 것!

‘카르바노그. 뭐 짐작 가는 거 있니?’

[카르바노그는 아키서스를 싫어하는 오크 주술사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추측은 나도 하겠다.’

[카르바노그는 화냅니다!]

“음. 그러면 나도 잠깐 들어가 볼까.”

-잘 갔다 와라! 갔다 와라!

-우리가 문 열어준다!

친절하게 문까지 열어주는 거인들!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감탄했다. 이게 바로 김태현식 퀘스트 해결법!

“무조건 싸우는 게 아니라 이렇게 설득을 하는 거구나!”

“교양있어!”

‘수틀리면 다 죽이거든??’

케인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저 사람들은 아직 태현의 본성을 몰라서 저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거였다.

* * *

“여러분. 그런데 던전 밖에 계시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태현은 마지막으로 친절하게 말해줬다.

“던전 안에 들어가면 제가 책임지기 힘들어요.”

“괜찮습니다!”

“자기 목숨은 자기가 챙겨야죠!”

“죽어도 원망 안 할게요!”

“진짜죠?”

“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각오라면 같이 가도 괜찮겠지!

[잊혀진 신의 유적지에 입장합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내가 꼭 지켜줄게.”

“앗. 정말?”

“응!”

“…….”

태현은 정수혁과 유지수를 쳐다보았다. 둘 다 케인과 하연의 대화에 질린 표정이었다.

“수혁아.”

“저 둘을 앞으로 보내는 겁니까, 선배님?”

“아니. 그런 말은 안 했는데. 그냥 마법 준비하라고.”

“앗. 네.”

순간 본심을 들킨 정수혁은 얼굴을 붉히며 앞으로 나섰다. 통로 앞에서 몬스터가 걸어오고 있었다.

[<특수 제작된 슬라임>이 나타났습니다.]

-카흘라단의….

콰지지직!

바로 공격을 퍼붓는 정수혁! 화려한 효과에 뒤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특수 제작된 슬라임>이 마법 공격을 흡수합니다.]

[데미지가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

“뒤로 물러서!”

태현은 정수혁을 붙잡고 뒤로 당겼다. 방금까지 정수혁이 있던 곳에 슬라임의 채찍 공격이 작렬했다.

쿵!

‘생각보다 위험한 놈이잖아?’

던전 처음에 나와서 방심했는데, 신의 예지를 켜고 보니 보통 놈이 아니었다.

준 보스 몬스터!

태현은 대만불강검을 뽑고 나서려 했다. 그때 김 PD가 손을 들고 자원했다.

“같이 싸웁시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김태현 선수!”

“…….”

태현은 물끄러미 김 PD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물었다.

“혹시 제가 버프 좀 걸어드릴까요?”

“앗. 물론입니다!”

“근데 이게 좀 위험한 버프라 죽을 수도 있는데 괜찮습니까?”

“헉. 효과가 엄청 좋은가 봐요?”

“네.”

태현은 김 PD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했다.

-살아 움직이는 폭탄!

“?”

“어때요.”

“어? 이거….”

“자. 갑시다!”

“어? 어?”

김 PD는 영문도 모른 채 태현에게 등을 떠밀려 슬라임을 향해 돌격했다.

그리고 폭발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특수 제작된 슬라임>이 쓰러졌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던전의 주인이 자신의 소환물이 파괴된 것에 분노합니다.]

태현은 만족했다.

일석이조!

귀찮은 사람도 한 명 보내버리고, 몬스터도 잡아버리고!

‘이렇게 하면 다들 질려서 안 쫓아오겠지.’

태현은 기대하며 돌아섰다. 그러나 돌아온 건 예상 밖의 반응이었다.

“우… 우와아아아아!”

“저도! 저도 하고 싶어요!”

“저도 폭탄으로 해주세요!”

“?!??!”

생각지도 못한 대인기!

태현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케인도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아니, 저게 좋아요??”

“당연히 좋죠! 케인 씨! 저게 얼마나 인기인데!”

“방송에서만 봤었는데,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이 자식들 미친 거 아냐?’

케인은 기겁했다. 이 인간들 약간 이상해!

그러나 옆에 있는 하연도 작게 말했다.

“나도 사실 저건 좀 해보고 싶은데….”

“…….”

케인은 아찔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누군가에게는 케인의 고생이 일종의 관광상품이었던 것!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 * *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태현과 유지수, 정수혁과 케인이 앞으로 나아가는 사이 일행들은 뒤에서 가위바위보를 했다.

다음에 폭탄이 될 사람이 누군지!

“아아아! 졌어! 졌어!”

“아싸! 나다! 다음 폭탄은 나다!”

여기 이다비가 있었다면 이 희한한 상황에 깊은 감명을 받았을 것이다.

-앞으로 이걸 상품으로 만들어보죠!

발상의 전환!

누군가를 억지로 폭탄을 만드는 건데도, 왠지 모르게 유행인 것 같고 한정되어 있으니 몰리는 것이 사람 마음!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같이 다시 할지 몰라!’

‘꼭 폭탄 체험을 해보고 말겠어!’

그때 통로에서 다음 슬라임이 나타났다.

“슬라임이다! 슬라임이 나타났어!”

터져 나오는 환호성! 그러나 정수혁이 먼저 움직였다.

-카흘라단의 번개!

[<특수 제작된 슬라임>이 마법 공격에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습니다!]

[추가 데미지가 들어갑니다!]

이번에 나타난 슬라임은 마법 내성이 거의 없는 슬라임 같았다.

덕분에 추가 데미지가 들어가고, 정수혁이 계속 난타하자 비틀거리며 두들겨 맞기만 했다.

[<특수 제작된 슬라임>이 쓰러집니다.]

“아아아아아….”

“아니… 정수혁 씨…!”

“우리는… 어떡하라고….”

“?!”

정수혁은 당황했다. 아니, 폭탄으로 자폭할 거 구해줬는데 왜 반응이?!

“안, 안 터지면 좋은 거 아닙니까?”

“아. 터지고 싶다고요! 터지게 해줘요!”

태현은 슬슬 이 현상을 보고 감을 잡고 있었다.

‘앞으로는 억지로 시키지 말고, 선착순으로 사람을 잡아볼까?’

오히려 더 그게 반응이 좋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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