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708화
“들어라! 악마들아! 너희들의 주인, 모스락은 너희를 속였다! 이긴다고 약속하고 데리고 왔겠지만 지금 상황을 봐라!”
-!
“이 주변은 완전히 포위되었다! 또한 나한테는 이 많은 군대와 천사 요하스까지 있다!”
웅성웅성-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위협이 더욱 생생하게 받아들여집니다.]
[포위된 악마들의 사기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게 뭔지 아냐! 내가 사냥하고 잡은 악마 공작들의 무기다!”
[악마들의 사기가 더 떨어집니다!]
“아까 함정을 봤겠지! 그거 하나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런 함정이 수십 개도 넘게 준비되어 있다!”
[악마들의…]
태현이 말 한마디 할 때마다 뚝뚝 떨어지는 악마들의 사기! 그러나 악마들은 의외로 항복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악마들은 그들의 주인인 모스락의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망설이는 그들은 쉽게 항복하지 않습니다! 더 설득하십시오!]
‘아니, 이쯤 되면 항복해야 하지 않나? 악마 주제에….’
태현은 속으로 불평했다. 사기가 더 이상 떨어질 수 없을 때까지 떨어졌는데도 아직 망설이고 있었다.
[카르바노그는 더 강한 충격을 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여기서 어떻게 더 강한 충격을 줘?’
[아키서스의 화신 이름을 팔라고 카르바노그가 조언합니다.]
‘그게 먹힐 것 같지는 않은데….’
방금 온갖 걸로 화려하게 협박했는데도 안 먹힌 지금, 아키서스의 화신 이름으로 협박한다고 뭐 크게 달라지겠는가.
그래도 태현은 카르바노그의 조언을 따랐다.
“이놈들! 내가 아키서스의 화신이다! 항복하지 않으면 아키서스 해버린다!”
-으아악! 으아악! 으아아아악!
-끄아악! 아키서스 해버린대!
-난 죽고 싶지 않아!
[악마들이 공포로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모스락의 지휘력이 사라집니다.]
[악마들이 도주하기 시작합니다.]
[악마들이 항복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멍청한 놈들! 아키서스 놈한테 속지 마라!
모스락은 분통을 터뜨렸다.
태현한테 준 악마 전사들을 설득해서 뒤의 혼란을 일으키려고 했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데리고 온 부하들까지 돌아서다니!
-시끄러워, 모스락! 넌 예전에도 아키서스한테 속은 적 있었잖아! 그런 주제에 아키서스의 화신을 상대하겠다고 우리를 데리고 오다니!
-우리를 속였어, 모스락! 우리를 속였다고!
악마들 사이에는 충성이고 뭐고 없었다. 불리하다 싶으면 아까까지는 주인으로 모셨던 악마도 가차 없이 내치는 게 그들!
-멍청한 놈들 같으니… 저놈들이 오래갈 거 같으냐? 힘을 모으고 버티면 저놈들은 너희들을 이길 수 없다! 내 말을 믿어라! 내 이름이 뭐냐. 음모의 주인 아니냐!
‘자식. 예리하네.’
태현은 뜨끔했다.
모스락은 확실히 보는 눈이 있었다. 지금 여기 있는 준비들은 오래가면 불리해졌다.
계속 악마들을 불러낼 수 있는 모스락에 비해, 미리 준비해 놓은 폭탄과 공성 병기 등은 쓰다 보면 바닥이 나게 마련!
게다가 지금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며 모스락을 제압하고 있는 케인도 일시적인 변신이었다.
-헛소리하지 마! 음모의 주인은 아키서스겠지! 아키서스한테 속은 놈이!
-닥쳐라! 한 번만 내가 더 아키서스한테 속은 이야기를 하면 혀를 뽑아버리겠다.
-넌 이제 우리의 주인 자격이 없어!
-우리는 아키서스에게 붙겠다!
개판이 벌어지고 내분이 일어나는 걸 본 태현은 흐뭇하게 웃었다.
[상급 악마 웰하우론이 모라 시 군대에 합류합니다.]
[상급 악마…]
[중급 악마…]
순식간에 흩어지고, 남은 건 모스락과 직속 악마 괴수 몇 마리 정도였다.
모스락도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태현은 직감했다.
이제 슬슬 끝낼 때다!
“케인. 달려들어라! 용용이! 흑흑이! 골골이! 요하스! 있는 건 다 쏟아부어! 여기서 끝낸다!”
모스락 정도 보스 몬스터라면 숨겨진 스킬들이 몇 개는 더 있을 것이다.
그런 걸 쓰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끝낸다!
케인이 모스락의 발을 묶고 그사이 나머지 인원들이 전부 딜을 넣는다면…!
푸슈우우우욱-
[융합체 거인의 변신 시간이 끝납니다.]
[원래 상태로 돌아옵니다.]
[너무 많은 정수를 받아들였습니다! 일시적으로 <융합체의 저주> 상태에 빠집니다.]
“!!!”
케인은 기겁해서 상태창을 확인했다.
융합체의 저주는 모든 스탯이 엄청나게 하락한 상태로 한동안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페널티였다.
시간이 지나면 풀린다지만 지금 모스락이 앞에 있는데…!
“…….”
-…….
태현을 포함한 일행들의 얼굴과, 방금 모스락을 배신 때리고 태현에게 붙은 악마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 노오오옴드으으을….
모스락의 말을 끄는 소리가 매우 불길하게 들렸다.
“공격!”
-공격! 공격! 모스락이 살아나면 우리는 정말 큰일 난다!
악마들이 더 적극적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모스락을 정말 죽여야 한다!
모스락 레이드의 마지막 총공세가 시작되었다.
-이, 배신자 놈들, 아키서스의 화신 놈들, 전부, 죽여주마!
[모스락이 주변에 <영혼 제물의 결계>를 치기 시작합니다!]
수십 겹의 방패와도 같은 단단한 결계들이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태현 일행은 그 결계를 뚫기 위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모스락이 펼친 결계는 강력했다.
숨겨진 한 수!
[<영혼 제물의 결계>가 물리 공격을 흡수합니다.]
[<영혼 제물의 결계>가 마법 공격을 흡수합니다.]
[<영혼 제물의 결계>가 모스락의 힘을 받고 회복합니다.]
-아키서스의 화신! 뭐 좀 해봐!
-맞아! 아키서스의 화신! 넌 아키서스의 화신이잖아!
언제 봤다고 태현한테 무한 신뢰를 보내는 변절 악마들!
태현은 황당했지만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확실히 무슨 수를 쓰긴 써야 했다.
‘결계 안으로 파고들어서 화살을 써야 하나? 화살 좀 안 쓰고 끝낼 줄 알았더니….’
그 순간 태현은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직 태현에게는 남은 수단이 더 있었다.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오! 뭐냐!
“이리 와라!”
-?
태현은 가까이 있던 상급 악마 하나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스킬을 사용했다.
-살아 움직이는 폭탄!
-????
악마가 당황하자 태현은 못을 박았다.
“움직이지 마라!”
-아, 아니. 잠깐만. 이건… 날… 폭발시키려는 건… 설마… 아니지?
악마가 기겁해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자 태현이 다른 악마들에게 외쳤다.
“이놈이 희생하면 너희들은 다 무사할 수 있어! 하지만 이놈이 도망치면 너희들이 대신 죽게 될 거다!”
-!
-!!!
호다닥 달려와서 악마를 붙잡는 다른 악마들!
-이… 이 자식들이?!
-미안하다.
-아키서스의 화신을 믿어보자!
-개자식들아! 너희들은 안 죽잖아!
그러는 사이 태현은 스킬을 완료했다.
“집어 던져!”
쉭-
콰콰콰콰콰콰쾅!
확실히 방금까지 공격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
[<영혼 제물의 결계>가 크게 타격을 받고 흔들립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모스락이 부상을 입습니다.]
“저걸로는 부족하군. 다음 타자!”
-…….
-…….
“네가 좋겠군. 잘 날아가게 생겼어.”
-안 돼! 안 돼! 모스락 님! 배신해서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으아아악!
* * *
악마 10마리를 사용해서 던지고, [악마들이 슬슬 위협을 느낍니다!]란 메시지창까지 뜨고 나서야 결계는 완전히 부서졌다.
[<영혼 제물의 결계>가 깨집니다!]
-크하하하하하!
-모스락! 죽어라!
-이 배신자 찌꺼기들이 감히!
악마들은 환호하며 덤비기 시작했다. 태현은 그사이에 끼지 않고 한 번 더 스킬을 준비했다.
-잠… 잠시만요. 결계는 깨지지 않았습니까?
“모스락한테도 데미지를 줘야 할 거 아냐. 가라!”
-살아 움직이는 폭탄!
모스락을 사이에 두고 거칠게 덤비던 악마들은 뒤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날아오는 걸 보고 기겁했다.
-잠… 잠깐! 아키서스의 화신! 여기 우리도 있….
콰콰콰콰콰쾅!
[악마들을 사냥한 거로 명성이…]
[악마들을 사냥한 것으로 신성이…]
태현은 깊은 감동을 느꼈다.
악마들은 정말, 판온에서 가장 완벽한 종족이었다.
온갖 곳에 쓸 수 있는 종족!
부려먹을 수도 있고, 배신시키게 할 수도 있고, 싸우다가 그냥 팀킬을 해도 오히려 명성과 신성 스탯 등이 올랐다.
존재 자체가 태현을 위한 종족 같았다.
‘악마가 답이었나? 정말 악마가 답인 거 아닐까?’
도시 주민을 인간이나 드워프, 엘프로 할 것 없이 그냥 악마로 채워도 될 것 같다!
푹!
-두고 보자… 아키서스의 화신. 이 원한은 절대 잊지 않겠다!
“그래. 그래. 다들 그러더라.”
엉망진창이 된 모스락.
뒤로는 수십, 수백 개의 공격이 쏟아지고 있었다.
태현은 그 사이를 뚫고 들어가 모스락의 몸통에 검을 박아 넣었다.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
아키서스 검법이 펼쳐지고 추가 효과가 퍼부어지며 모스락의 몸에 점점 데미지가 쌓여 들어갔다.
그 위로 용용이와 흑흑이, 요하스의 지원까지 겹쳐졌다.
[악마 공작 모스락이 쓰러졌습니다!]
[마계의 지배자 중 하나를 쓰러뜨린 위대한 업적을 세웠습니다. 대륙에 당신의 이름이 다시 한번 퍼집니다.]
[아탈리 왕국의 치안이 크게 오릅니다!]
[아탈리 왕국의 귀족들이 당신을 더 존경하게 됩니다.]
[국왕의 권위가…]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
[마계의 지배자를 쓰러뜨린 것으로 검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위대한 업적으로 아키서스 검법의 다음 스킬을 얻습니다.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을 얻습니다.]
‘이제 고급 검술 7인가.’
레벨 120을 넘긴 것도 좋았지만, 검술 스킬이 7을 찍은 게 더 만족스러웠다.
각종 검술 스킬 보너스를 엄청나게 받는 전투 직업과 달리, 아키서스의 화신인 태현은 한계가 있었다.
그걸 대체하기 위해서는 더 강하고 더 위험한 적을 상대해야 했다.
[<악마의 봉인을 풀어라>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에슬라를 찾아가 그를 풀어주십시오. 에슬라는 약속한 대로 당신에게 엄청난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정말 오랫동안 진행해 온 퀘스트.
그 퀘스트가 지금 완료되었다. 태현은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과연 에슬라는 어떻게 힘을 빌려줄 것인가?
“폐하?”
“?”
기대하고 있던 태현의 뒤에서 요하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하스는 악마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지금 당장 공격해도 되겠습니까? 이제 모스락도 죽였으니….”
‘아차.’
요하스는 당연히 ‘아키서스의 화신이자 파이토스한테도 선택받은 위대한 영웅이 악마와 계속 손을 잡을 리 없겠지? 그냥 모스락을 잡기 위해 계략을 펼친 거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태현은 아니었다.
모스락을 배신하고 태현한테 항복한 이상, 저들은 어디 갈 곳도 없었다.
다 공짜 인력!
왕국 관리에 아주 잘 써먹을 수 있는데 왜 다 쫓아내겠는가.
“요하스. 그러면 안 되지.”
“예? 어째서입니까?”
“사람이란 무릇 말한 걸 지켜야 해. 파이토스 님께서도 그러셨지.”
-파이토스! 더러운 이름! 퉷퉷!
퍽!
“넌 닥치고 있어.”
뒤에서 악마가 파이토스의 이름을 듣고 반응하자 태현은 재빨리 제압했다.
지금은 요하스를 달래야 할 때!
“저들은 비록 악마지만, 저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내가 뭐가 되겠어?”
“폐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최고급 화술을…]
[요하스가 완전히 넘어갑니다!]
“그래. 나도 악마들을 데리고 있는 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지만….”
-크르륵. 그런가? 그렇다면 내 부하들을 부르는 건 참겠다. 아키서스의 화신. 난 널 존중한다.
뒤에서 들려오는 악마의 말!
악마는 아까 태현이 동료들로 폭탄쇼를 벌인 것 때문에 매우 공포가 높은 상태였다.
악마에게 공포는 즉 충성!
‘이런 눈치 없는 놈….’
물론 태현에게는 점수를 깎아 먹는 말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