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706화
“공작님! 어떻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태현은 원통하고 비통한 목소리로 크게 소리 질렀다. 그러고는 은근슬쩍 움직였다.
데르벤에게!
데르벤은 그것도 모르고 모스락에게 외쳤다.
-주인님! 아키서스의 화신은 주인님을 거역하지 못할 것입니다.
-데르벤. 데르벤! 순진하기가 마치 천사 같구나. 아키서스의 화신이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주인님께서 아키서스란 이름만 듣고 너무 걱정하고 계십니다!
-닥쳐라! 감히 네가 날 가르칠 셈이냐?
-그런 게 아니오라….
-어디 겪어보지도 못한 놈이 감히… 잠깐, 데르벤!
-?
은근슬쩍 데르벤 뒤로 접근한 태현이, 데르벤의 등을 향해 사정없이 공격을 날린 것이다.
푹찍푹찍!
-크허억?!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완전히 방심한 상대방의 뒤를 공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데미지가 추가로 들어갑니다!]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
[행운 스탯을 소모합니다. 강력한 연속 공격을 펼칩니다!]
한 번 시작한 태현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끝장을 본다!
-폐, 폐하 잠시만! 잠시만!
“그래! 알겠어!”
-잠시만!! 잠시만!!! 오해가! 오해가!!
“알겠다니까!”
알겠다고 말을 하면서도 공격은 멈추지 않는 태현!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이놈! 데르벤을 놓지 못할까!
모스락의 손끝에서 채찍이 파도처럼 출렁이며 태현을 향해 날아 들어왔다.
태현은 재빨리 데르벤을 붙잡고 앞에 세웠다.
콰지직!
-크아악! 주인님!
-이… 이 아키서스의 화신 놈.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먼저 배신 때린 놈이 누군데 뭐라는 거냐?”
태현은 당당했다. 물론 태현도 따지고 보면 함정을 파고 기다리긴 했지만, 지금 겉으로 보면 배신을 때린 건 모스락!
태현은 갖고 있던 전술 스킬들을 사용했다.
이제 이 근처에 있는 플레이어들과 힘을 합쳐 모스락을 사냥할 시간이었다.
-화신의 함성! 폭군의 지휘!
[화신의 함성을 사용했습니다! 근처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의 상태 이상 효과가 사라집니다!]
[폭군의 지휘를 사용했습니다. 최고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근처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의 전체 능력치가 향상됩니다!]
버프 범위만 보면 전투 주술사 카와하라보다 더 넓은 효과를 자랑했다.
최고급 전술 스킬은 그냥 딴 게 아닌 것!
태현은 이제까지의 대화와 달리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말했다.
“모두 전투 준비! 길드 동맹이 모스락을 불러냈다. 그렇지만 우리는 길드 동맹의 추잡한 수작에 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우리가 언제….”
카와하라가 황당하다는 듯이 따졌지만 태현은 무시했다.
“길드 동맹! 남의 도시에 악마를 풀어놓다니. 너희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여기 초보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정말 너무하다!”
판온뿐만 아니라 모든 온라인 게임이 그랬다.
도시 안에서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은 욕을 먹게 마련.
메X플스X리에서 검은 보따리를 풀던 놈부터 시작해서, 판온 1에서 도시에 독을 풀던 놈까지. 그건 달라지지 않았다.
“우우! 길드 동맹!”
“시끄럽다, 닥쳐!”
카와하라는 일갈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갑자기 고위 악마가 왜 나타난 건지 모르겠지만 이건 기회였다.
‘악마가 나타난 이상 김태현의 화신 소환 의식도 실패한 게 분명하다. 이건 쑤닝이 준비한 건가? 설마 준비해놓고 우리한테 말 안 한 건 아니겠지. 그러면 진짜 개…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중요한 건 도망칠 기회가 생겼다는 것!
악마 공작의 압도적인 분위기에 다들 신경이 거기 쓰여 있었다.
지금 도망치면 여기 남은 플레이어들은 전부….
“지금이다! 카와하라! 뒤에서 찔러라!”
태현은 <아키서스의 권능: 저주>을 데르벤한테 걸고 온갖 스킬을 퍼부어가며 외쳤다.
궁극의 멀티태스킹!
데르벤도 잡고 동시에 카와하라와 모스락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었다.
“뭐? 뭔 개소리야?”
[최고급 화술 스킬을…]
[모스락이 카와하라 파티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어디서 하찮은 인간 놈들이 내 뒤를 노리느냐! 이 음모의 달인인 날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 이런 미친!”
갑자기 쏟아지는 채찍질에 카와하라와 길드 동맹은 황당해했다.
“야, 이 악마 새끼야! 넌 대가리가 없냐! 우리가 저놈하고 같은 편으로 보이냐!”
길드원들은 필사적으로 피하고 방어하며 항의했다.
지금 모스락과 싸울 수는 없었다. 모스락과 같이 손을 잡고 태현과 싸운다면 모를까.
-크하하하. 크하하하!
‘통한 건가?’
‘우리 말이?’
-아키서스의 화신이여. 정말 형편없구나. 이런 속임수를 쓰다니.
“??”
-커헉, 커헉. 주인님.
데르벤을 두들겨 패던 태현은 고개를 돌렸다. 설마 화술이 깨졌나?
-아키서스의 화신과 적이라고 해서 내가 속을 줄 알았더냐! 죽어라, 이 하찮은 벌레들아!
모스락은 코웃음을 치더니 다시 길드원들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모스락이 보기에 인간은 그놈이 그놈!
“악마! 지금이라도 멈춰라! 우리는 같이 손을 잡고 저 악마 같은 놈을 상대할 수 있다!”
-어디서 내 앞에서 악마 같다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냐!
“이익… 전부 공격해!”
대화가 통하지 않고 화술 실패 메시지만 뜨자, 카와하라는 결국 싸움을 선택했다.
그걸 보며 태현은 말했다.
“하하. 훈훈하네.”
-커헉… 커허억….
“잘 가라. 데르벤.”
-이… 이 아키서스의 화신 놈. 주인님께서 널 벌하실 거다! 당장 나를 놓지 않으면….
죽기 직전이 되자 데르벤도 본성이 나왔다. 그러나 이미 늦어 있었다.
태현한테 기습을 받고 시작한 데다가 모스락도 발이 묶인 상태!
푹!
[모스락의 충실한 오른손, 데르벤이 쓰러졌습니다!]
[마계에 당신에 업적이 다시 한번 울려 퍼집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칭호: 악마도 피해 가는 놈을 얻습니다!]
[대륙 교단이 당신의 업적을 인정합니다. 심지어 당신을 싫어하고 질투하는 교단들도 이 업적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대륙의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태현처럼 고위 악마를 이렇게 많이 사냥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됐다. 1단계 통과!’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스락을 상대할 때 가장 위험한 건 데르벤!
데르벤 정도 되는 악마가 따로 있으면 보통 위험한 게 아니었다. 게다가 태현의 스킬들은 단일 상대한테 먹히는 게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무리를 감수하고서라도 데르벤을 공격했다.
다행히도 모스락은 무방비 상태인 태현을 공격하는 대신, 수상쩍은 길드 동맹을 상대했다.
“길드 동매앵!!! 앞으로! 앞으로!”
카와하라는 처절하게 빛나고 있었다.
함정에 빠져 길드원들 대부분을 잃고 남은 건 소수밖에 없었지만, 그래서 더욱 빛나는 분투!
카와하라는 사용하던 스킬들과 함께 숨겨놨던 스킬들을 다 같이 사용했다.
-고대 정령의 강림! 울부짖는 대지의 외침! 퇴마의 바위기둥!!
“카와하라!”
“너 이 자식…! 정말 대단하잖아…!”
남은 길드원들은 그 분투를 보고 감동했다. 저런 화려한 컨트롤이라니.
-크윽. 인간 놈들. 제법 대단하군.
모스락도 그 매서운 공격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과연 아키서스의 화신이 숨겨놓은 함정답다.
“…….”
“…….”
서로에 대한 우정과 단결로 타오르고 있던 길드원들의 표정이 짜게 식었다.
“파이팅! 파이팅!”
“닥쳐 이 개자식아!”
멀리서 들려오는 김태현의 외침에 카와하라는 성질을 냈다.
길드 동맹한테는 판온 1 때부터 태현과 원수를 진 랭커들이 몇몇 있었다.
그들의 특징은 김태현의 이름만 나오면 누워 있다가도 이불을 뻥뻥 차며 ‘김태현 개X끼!’를 외친다는 점이었다.
그때는 참 한심해 보였는데….
지금은 이해가 간다!
-내가 진심으로 상대해 주마. 인간들이여.
“아니, 그냥 보내주기만 하면….”
-그 하찮은 음모는 그만 시도해라! 나에 대한 모욕이다!
“…….”
-나오거라, 나의 군세여!
[음모의 모스락은 혼자 다니는 법이 없습니다.]
[수많은 피의 제물을 바친 덕분에 모스락은 그의 군대를 불러낼 수 있습니다. 마계의 군대가 나타납니다!]
태현이 함정을 판 것처럼 모스락도 속셈이 있었다.
마계의 문이 연속적으로 열리더니 최소 중급 이상의 악마들이 우르르 솟구쳐 나오기 시작했다.
[카르바노그가 경고합니다!]
[모스락의 군세는 마계에서도 사악하고 질서 잡힌 것으로 유명하다고 말합니다.]
“알고 있어. 걱정 마라.”
모스락의 군세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긴 했지만 태현도 준비해놓은 게 많았다.
게다가 더 좋은 점은, 길드 동맹이 시간을 끌어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쏟아져 나오는 악마들과 처절하게 싸우며 시간을 끌어주는 길드 동맹!
태현은 코밑을 쓱 훔쳤다. 평소에는 징글징글하던 놈들이 저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나 왔다!”
케인이 병사들을 이끌고 허겁지겁 달려왔다. 마이크를 상대하느라 가장 늦게 도착한 케인이었다.
‘나왔구나!’
중앙 광장에 쏟아져 나오는 악마들을 보고 케인은 긴장했다. 태현이 경고한 대로 일이 진행된 것이다.
“응? 쟤네는 왜 악마랑 싸워?”
“몰라. 자원봉사하나 보지. 케인, 내가 준 약 먹어라.”
“…진짜?”
“진짜.”
“으으….”
케인은 싫다는 듯이 주섬주섬 아이템을 꺼냈다.
악마 프이드의 뿔로 만든 정수:
악마 프이드의 뿔로 만든….
보기만 해도 끔찍한 비주얼이었다. 역겨운 냄새가 확 올라왔다.
마치 어렸을 때 먹었던 한약 같은 냄새!
‘먹어야 하느니라….’
꿀꺽꿀꺽-
“맞다, 케인.”
“?”
“그거 하나로 부족할 거 같으니까 내가 챙겨둔 거 다 먹어라.”
“????”
마시느라 입이 막혀 있던 케인은 반박하지 못했다. 간신히 다 마신 케인은 기침을 하며 저항했다.
“아, 아니. 하나면 되잖아. 하나면!”
“아니야. 하나로는 부족할 거 같다. 양팔 잡아라!”
탁-
“야! 야!!”
케인은 기겁했다. 양팔이 잡히자 저항할 수가 없었다.
“마셔라, 케인! 운명을 손에 넣어라!”
“읍 읍읍 읍읍읍읍읍!(그 대사 불길하다고!)”
케인은 저항했지만 태현은 있는 정수들을 꺼내 닥치는 대로 먹이기 시작했다.
모스락을 상대하려면 태현 혼자서는 부족했다. 길드 동맹이 박살 나고 나면 태현과 같이 모스락의 시선을 끌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즉 지금 케인보다 훨씬 더 튼튼하고 HP가 높은 탱커가 필요!
[블랙 드래곤의 힘이 희미하게 담겨 있는 정수를…]
흑흑이를 이용해 만들었던 정수.
[살라비안 교단 마수의 힘이 응축되어 있는 정수를…]
살라비안 교단 마수를 잡고 만들었던 정수.
[망령의…]
[사디크 마수의…]
[……]
기타 등등의 정수까지. 태현은 가차 없이 꺼내 부었다.
[현재 배가 많이 부른 상태입니다. 더 먹을 경우 체할 수 있습니다.]
[과식으로 인해 상태가 저하됩니다.]
“괜찮아, 과식 디버프는 별거 아니야.”
배부르게 먹는다고 죽는 건 아니었다. 기껏해야 이동 속도, 공격 속도가 아주 조금 내려가는 정도?
“어허! 저항하지 마! 약 아깝게시리! 약이 들어간다! 쭉쭉쭉쭉쭉!”
“컥. 커억….”
[너무 많은 몬스터의 정수를 마셨습니다.]
[너무 많은 몬스터의 정수를 마신 결과 정체불명의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무작위 부작용이 시작됩니다.]
[아키서스의 노예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악마의 피가 몬스터의 정수들과 반응합니다.]
[종족: 인간에서 완전히 변화합니다. 종족: 키메라로 변합니다.]
[일시적으로 융합체 거인으로 변합니다!!]
“어? 케인. 너 좀 커지는 것 같….”
쿠르르르릉-
점점 덩치가 커지기 시작한 케인!
[융합체 거인으로 변합니다. 현재 착용하고 있던 장비 중 대부분을 착용할 수 없습니다.]
[마신 정수에 담겨 있는 몬스터들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
“이게 뭐야 김태현 이 자식아!!”
시끄러운 중앙 광장 사이에서도 케인의 절규는 선명하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