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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02화 (702/1,826)

§ 나는 될놈이다 702화

“내가 이 사악한 조각상을 보고 분노와 통탄을 금치 못했지. 흠흠.”

“…….”

“…….”

펠마스와 에드안은 조용히 닥치고 있었다. 그렇지만 눈빛은 숨길 수 없었다.

“그렇군요! 이 사악한 조각상을 완전히 부수는 것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 요하스. 그게 아니야!”

“?”

“이 사악한 조각상을 그냥 부수는 게 아니라, 신성하게 정화하는 것. 그게 더 옳은 것 아니겠나?”

“!”

“그래! 이 악마의 조각상을 처참하게 당한 악마로 만드는 거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천사의 가호, 천사의 왼쪽 날개, 파이토스의 망치 가호, 파이토스의 신성한 힘….

요하스는 기쁜 얼굴로 태현에게 온갖 버프를 걸어주었다.

파이토스의 권능 스킬은 물론이고!

[카르바노그가 요하스를 걱정합니다.]

[파이토스가 이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요하스가 분노를 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하스가 얼마나 불쌍했는지, 카르바노그마저 요하스를 걱정해 주고 있었다.

물론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각상을 쪼개는 데에 집중했다.

[파이토스의 힘이 망치에 깃듭니다. 조각상을 부수는 데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다섯 명의 악마 숭배자가 조각한 모스락의 오리하르콘 조각상>의 어깨가 부서집니다!]

[모스락이 이 사실을 알 경우 매우 분노할 것입니다!]

콰직, 콰지직, 콰직….

태현은 오랜만에 전신이 긴장되는 걸 느꼈다.

단단함도 단단함이지만 조금이라도 잘못 부술 경우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컸다.

한 치의 오차도 있으면 안 된다!

태현은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망치를 두드려 나갔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

[<다섯 명의 악마 숭배자가 조각한 모스락의 오리하르콘 조각상>을 새로 조각하는 데 성공합니다!]

[<처참하게 토벌당한 모스락의 오리하르콘 조각상>을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조각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

‘됐다!’

얼마나 지났을까. 태현은 마침내 조각상을 새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사악한 힘이 철철 넘치는 조각상이, 악마를 때려잡은 신성한 조각상으로 새롭게 완성!

처참하게 토벌당한 모스락의 오리하르콘 조각상:

온갖 악마를 토벌한 신성한 영웅이 신념을 바쳐 새로 정화시킨 조각상이다.

원래는 사악한 힘이 담긴 조각상이었지만 영웅의 신성한 힘으로 사악한 힘은 사라진 상태이다.

이 조각상을 볼 경우 모스락과 악마 숭배자들이 극도로 분노할 수 있다.

(이 조각상을 최초로 볼 경우 지혜 스탯 영구적으로 상승)

(이 조각상을 최초로 볼 경우…)

(……)

(이 조각상 근처에서 모스락 관련 악마들은 모든 능력치 크게 페널티)

[조각 스킬을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우연히 매우 뛰어난 예술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칭호: 행운의 예술가를 얻었습니다.]

“후.”

태현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

조각품은 조각품대로 재활용할 수 있었고, 게다가 모스락한테 페널티를 주는 생각지도 못한 효과까지 생겨났다.

거기에 이 부서진 조각들은 녹여서 화살로 재활용!

‘그러면 이제 모스락만 여기로 부르면 되는데….’

* * *

“좀 바칠 만한 놈들 없을까?”

태현은 일행을 모으고 회의에 들어갔다.

회의 주제는 <모스락 소환 의식에 쓸 만한 제물 찾기>!

“역시 길드 동맹이죠?”

“길드 동맹이….”

“저도 길드 동맹이 좋다고 생각해요!”

압도적인 인기의 길드 동맹!

“역시 길드 동맹이 다수결로 뽑혔군. 쑤닝이 기뻐하겠어.”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 게, 일단은 길드 동맹과 내가 휴전한 상태란 거지.”

서로가 서로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일단은 그래도 휴전 상태!

먼저 깨는 순간 상대방이 ‘저놈은 도의도 없는 놈이다!’라고 할 게 분명했다.

“일단 아쉬운 건 나니까 괜히 선공을 가하고 싶진 않거든.”

길드 동맹의 전력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매번 길드 동맹이 태현한테 깨지고, 내분이 일어나고, 안팎으로 문제가 생겨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거지, 단순히 길드원들과 전력만 합쳐보면 어마어마한 전력이 나왔다.

“그러면 태현 님이 선공을 가하지 않고 길드 동맹을 끌어들이는 식이 좋겠네요.”

“그렇지. 그리고 사실 걔네들은 맨날 내 빈틈만 노리잖아? 잘하면 될 것 같단 말이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 동맹이 태현의 약점을 찾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오죽하면 게시판에 <단기간에 급전 당길 수 있는 방법-길드 동맹에게 가짜 정보 팔기 실전편> 같은 글들이 돌아다니겠는가.

물론 그런 글들을 써서 올리는 건 대부분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었지만, 길드 동맹은 그 사실을 몰랐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 원정 퀘스트 때문에 수도에 플레이어들 숫자가 엄청 많아졌잖아요. 자리도 많이 받았고.”

“그렇지?”

원래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의 플레이어들은 대다수가 태현을 좋아하거나 팬인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도시를 두고 거기까지 가서 플레이할 이유가 없는 것!

그렇지만 이번 원정 퀘스트를 거치고 수도까지 얻게 되자, 일반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당연히 태현 일행도 이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수상쩍은 사람들도 늘어났거든요. 길드 동맹 길드원들도 몇몇 보이고.”

“없으면 더 이상하겠지.”

“거기 있는 사람들을 이용해서 가짜 정보를 흘리는 건 어떨까요?”

“흠… 좋은 생각이긴 한데. 잘 먹힐지 모르겠네.”

가짜 정보를 흘리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기껏 준비해서 뿌려도 상대방한테 제대로 들어갈지 알 수 없었고, 상대방이 그걸 믿고 행동할지도 알 수 없었다.

“사실, 저희 길드원이 봐놓은 사람이 한 명 있어요.”

“?”

* * *

태현과 이다비는 밖으로 나와 수도 성문 쪽으로 향했다.

“수비대! 창 들어! 그래! 좋아! 허수아비 찍기 열 번!”

모라 시 4 수비대장이라는 자리를 받은 장샨은 퀘스트를 깨고 있었다.

수비대 훈련 퀘스트!

수비대원 NPC들을 훈련시키고 보상을 받는 일일 퀘스트였다.

사실 태현같이 대형 퀘스트들만 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였고 대부분은 이렇게 작고 효율 좋은 퀘스트들을 깨가며 레벨 업을 했다.

그런 면에서 이 일일 퀘스트는 매우 가성비가 좋은 퀘스트였다.

길드 동맹에서 받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퀘스트!

장샨이 열심히 하는 이유가 있었다.

“창 들고 돌격! 그래! 좋았어!”

태현은 이다비와 같이 뒤에 숨은 채로 말했다.

“그런데 쟤가 왜 수상하다는 거야?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아탈리 왕국에서 돌아다니는 길드 동맹 길드원은 두 가지 종류였다.

하나는 ‘나 길드 동맹 소속이야!’라고 으쓱거리며 길드 마크 달고 다니는 놈들.

이놈들은 별로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냥 길드 동맹 소속인 걸 자랑하고 싶어 하는 놈들이었다.

다른 하나는 자기가 길드 동맹 소속인 걸 철저하게 숨기는 놈들이었다.

이놈들은 딱 봐도 수상한 의도를 갖고 온 놈들!

찾으려면 후자를 찾아야 했다.

그렇지만 이걸 찾는 건 만만치 않은 일.

이다비와 파워 워리어 길드는 과연 어떤 방법으로 찾아낸 것일까?

“뇌물을 안 받고 열심히 일을 해서요.”

“…….”

태현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농담이지?”

“네? 아니요. 농담 아닌데요?”

사람들은 왜 감투를 원하는 것인가?

그 이유는 권력 때문이었다.

감투를 쓰는 순간 생기는 권력!

당장 판온에서 <아탈리 왕국 수도 마구간지기> 같은 자리만 해도 다들 갖고 싶어서 줄을 섰다.

이름은 좀 허접해 보여도, 일단 가지는 순간 여러 권한이 생기는 것이다.

-자, 자, 말을 빌리고 싶은 사람들은 줄을 서!

<아탈리 왕국 수도 마구간지기>의 권한은 수도 마구간의 말들을 빌려줄 수 있는 권한!

판온에는 탈것이 있는 플레이어보다 없는 플레이어들이 훨씬 더 많았고, 그런 플레이어들은 도시에서 탈것을 빌리곤 했다.

물론 마구간에 있는 말들은 숫자가 정해져 있었고 또 성능 차이가 있었다.

좋은 말을 남들이 가져가기 전에 먼저 빌리려면?

-헤헤. 마구간지기님. 여기 이거…

-저는 골드 대신 드시라고 갖고 왔습니다. 수도에서 유명한 요리사가 만든 요립니다. 진짜 맛있습니다.

-나는 무기를 갖고 왔지. 이걸 받고….

-험험. 뭘 이런 걸 다.

원정대에 참가해서 공적치 포인트를 쌓은 보상을 톡톡히 챙기는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런데 장샨은 이런 뇌물이 통하지 않았다.

-여기 이걸 받고 수비대원 한 명만 저희 퀘스트에 빌려주시면….

-안 돼! 만약 빌려줬다가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 정도는 괜찮지 않습니까? 그거 갖고는 안 잘려요.

-안 돼! 잘릴 수도 있어! 그리고 난 잘리면 이런 자리는 다시 못 얻는다고! 헉, 너 내 자리를 노리고 온 놈이군!

-네? 아니, 무슨 소리를….

-저리 꺼져! 쉭쉭!

처음 얻은 감투에 대한 강한 집착!

거기에 길드 동맹의 첩자였다는 사실 때문에 편집증적인 두려움까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첩자라고?”

“네. 그거 때문에 의심 가서 조사해 봤는데 길드 동맹에서 활동했던 거 맞더라고요. 얼굴 본 사람도 나왔어요.”

찾아내긴 했는데 뭔가 찜찜한 기분!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잘됐네….”

* * *

“장샨?”

“누가… 헉!”

뒤를 돌아본 장샨은 기겁했다. 태현이 서 있었던 것이다.

“히이익! 잘못했습니다!”

장샨은 바로 엎드렸다.

길드 동맹에서 들었던 태현의 소문이 떠올랐던 것이다.

-김태현은 한 번 찍히면 죽인 다음 리스폰 지역에 기다렸다가 또 죽인다더라.

-그건 약과고 게임에서 삼족을 쫓아다니면서 죽인다더라.

-접고 다른 게임 해도 찾아가서 죽인다던데?

-그게 말이 돼?

-몰라.

원래 소문이란 게 한 번 퍼지면 더 부풀지 줄어들지는 않는 법!

쑤닝이나 랭커들 정도쯤 되어야 태현을 노리지(그것도 겁을 안 먹는 건 아니었다), 일반 길드원들에게 태현은 저승사자나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지금 장샨은 찔리는 게 매우 많은 상황이었다!

‘망했다! 으흑흑! 내가 스파이짓을 하러 왔다는 게 들켰나 보구나! 이 자리 어떻게 얻은 자리인데! 너무 아깝다. 흑흑… 내가 길드 동맹에 왜 들어갔을까! 들어가서 뭐 하나 제대로 받은 것도 없는데!’

장샨은 속으로 울면서 후회했다.

‘그래도 진짜로 약점을 올린 게 아니라 가짜로 올렸으니까 좀 정상 참작해 주지 않을까? 잠깐, 내가 뭐라고 썼더라?’

생각해 보니 가짜로 썼다고 안심할 게 아니었다.

태현의 관계가 문란하다고 가짜 보고서를 써서 올린 장샨!

오히려 진짜 보고서보다 더 두들겨 맞을 보고서 같았다.

‘아오. 내가 왜 그렇게 썼지? 그냥 칭찬을 쓸걸…!’

물론 약점 보고서니까 당연히 약점을 만들어내야 해서 그런 거지만, 그걸 못 깨달을 정도로 장샨은 후회하고 있었다.

“장샨, 진정해라. 너 같은 사람이 한둘도 아니고 새삼스럽게 뭐라고 할 생각 없다.”

태현은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이건 사실이었다.

태현이 이제까지 상대해 온 적들이 몇인데, 장샨 같은 플레이어 때문에 새삼스레 흥분할 리 없었다.

“네? 정말입니까?”

“그래. 내가 이런 걸 가지고 화를 낼 줄 알았나?”

장샨은 힐끗 태현을 쳐다보았다. 정말로 화를 내는 표정이 아니었다.

‘세상에! 그런 보고서를 써서 올렸는데도 화를 안 내다니! 정말로 그릇이 큰 사람이야! 크흑!’

물론 태현은 장샨이 그런 보고서를 써서 올렸는지 몰랐다.

알았으면 태현보다 이다비가 먼저 선빵을 갈겼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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