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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01화 (701/1,826)

§ 나는 될놈이다 701화

장샨은 결심하고서 가짜 보고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알 게 뭐람!

어차피 김태현의 약점이 뭔지 제대로 확인할 수도 없을 텐데!

혹시라도 나중에 약점이 틀렸다고 확인이 되면?

‘그건 그때 가서 잡아떼면 그만이지!’

미리 준 골드를 어떻게 다시 받겠는가. 장샨은 기쁜 마음으로 보고서를 써내려갔다.

처음에는 좀 조심스러웠는데 쓰다 보니 점점 자신이 붙었다.

“음… 김태현은… 뭐에 취약하다고 할까. 그래! 화염 마법에 취약하다고 하자. 근데 그러면 이유가 필요한데… 앗. 사디크와 싸워서 저주를 받았다고 하자. 그럴듯한데?”

스스로도 놀란, 이야기를 만드는 재능!

“김태현이 화염 관련 스킬을 쓰는 건 이 저주를 받았다는 것을 숨기기 위함이며, 김태현과 주변 사람들은 이 저주를 받았다는 걸 극히 조심해서 숨기고 있다… 이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나는 엄청나게 노력했다… 좋아, 좋아.”

장샨은 차례차례 보고서의 항목을 채웠다.

“약점은 일단 이 정도만 해야지. 떠오르지도 않고, 나중에 써먹을 수도 있으니까. 다음 항목은 뭐지? 인간관계? 아, 이놈들은 뭘 이런 걸 물어봐? 스토커냐?”

장샨은 머리를 싸맸다. 김태현의 인간관계라….

“아, 뭘 알아야 쓰지. 이것도 그냥 대충 꾸며야겠다. 파워 워리어 길마였나? 그 여자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 같은데, 둘이 사귄다고 써야지.”

점점 살이 붙어가는 보고서!

“좀 심심한가? 하긴. 너무 단조롭군. 김태현 정도의 선수라면 엄청 인기 많을 테니까 엄청 문란하겠지?”

왜곡된 망상을 하는 장샨!

“그래, 그냥 대충 다 사귄다고 해야겠다.”

길드 동맹과 태현이 알게 되면 쌍으로 멱살을 잡힐 보고서를 거침없이 써내려가는 장샨이었다.

* * *

“수도에 못 보던 NPC들이 생긴 거 같다?”

“그러게?”

-지금 바로 입대하십시오! 수도 근위대가 당신을 원합니다!

<희귀 직업-아탈리 왕국 근위대 퀘스트>

왕국의 위대한 이름을 지키는 그 이름….

모라 시에 몰려온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못 보던 NPC들에, 못 보던 퀘스트들까지.

“뭐 좋은 거잖아?”

“그렇지.”

뭔가 NPC들이 사악하고 인간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긴 했지만, 플레이어들한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좋은 퀘스트를 주고, 어떤 걸 해주느냐!

그런 면에서 새로 나타난 NPC들은 아주 훌륭했다.

-후후, 지나가시는 모험자 분들. 이 물약을 드셔보십시오….

-크흐흐… 모험자 분들… 이 장비도 한 번 써보시지요….

이상한 말투와 달리 내미는 장비들과 아이템들은 확실히 다 좋은 아이템!

태현의 즉위식으로 인해 수도로 몰려온 플레이어들이 엄청나게 많은 지금, 이런 지원은 확실하게 도움이 되었다.

고렙 플레이어만 있는 게 아닌 그 밑의 플레이어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이다.

“맞다, 아키서스 교단 이야기 들었냐?”

“아. 그거. 나도 해볼까 고민 중인데….”

* * *

“수도에 활기가 차는 게, 아주 보기가 좋습니다. 후후후.”

“그래. 데르벤. 만족스러운 제안은 들고 왔나?”

돌아온 데르벤을 보며, 태현은 기대 가득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게… 폐하께서 마음에 들지 않으실 것 같은 제안이라….”

“?”

데르벤이 망설이는 걸 보고 태현은 의아해했다. 무슨 제안을 들고 왔길래?

“제 주인님께서는 폐하가 직접 마계에 오실 수는 없지만, 만약 폐하께서 준비를 마치시면 그 정성을 갸륵하게 여겨서 대륙에 현현하실 수도 있다고 하십니다.”

“…!”

데르벤은 말과 함께 긴장했다.

태현도 나름 한 나라의 왕. 물론 완벽한 왕은 아니었지만 이런 제안은 모욕적인 제안이었다.

그렇지만 모스락은 완강했다.

-아키서스의 화신 놈이 감히 내 왕국에 발을 디디려고?!

-하오나 주인님. 이 아키서스의 화신은 주인님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이건 이미 타락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주인님께서는 놈의 심장을 움켜잡으신 겁니다.

-그래도 안 된다.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

-주인님…! 놈은 절대로 주인님을 거역할 수 없을 겁니다. 주인님의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만 해도 놈의 명성은 곤두박질칠 테니까요!

데르벤은 계속해서 모스락을 설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스락은 끝까지 태현이 마계에 발을 디디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뼛속 깊숙이 각인된 두려움!

-그러면 이렇게 전해라.

-예?

-수도에 나를 소환할 대규모 의식을 준비하라고. 그렇게 한다면 내가 친히 나서서 놈을 봐줄 수도 있음이니라.

-아, 아니. 주인님….

데르벤은 기겁했다. 태현이 미치지 않고서야 저런 제안을 받을 리 없었다.

왕이 된 지 얼마나 됐다고 수도 한복판에서 저런 대규모 악마 소환 의식을 펼친단 말인가.

잘못 걸리면 각 지방 귀족들이 ‘왕이 미쳤구나!’ 하고 반란을 펼칠 것이고, 대륙에 있는 다른 교단들은 ‘저 왕이 미쳐서 악마를 믿는다!’ 하고 토벌대를 보낼 것이다.

한마디로 뒈지란 뜻!

그리고 이 제안을 들고 가는 건 데르벤이었다. 데르벤은 공격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모스락의 소환-대규모 악마 소환 의식 퀘스트>

마계의 강력한 존재, 악마를 소환하는 건 그만큼 강력한 흑마법사만이 가능한 비술이다.

그러나 마계의 층 하나를 지배하고 있는 악마 공작을 소환하는 건 어떤 흑마법사라도 대가 없이 소환할 수 없다.

피의 제물을 바쳐 악마 공작 모스락을 소환하라! 그렇게 한다면 모스락은 하찮은 미물인 당신을 어여삐 여겨 축복을 내려 주리라.

-수도 모라 시에서 피의 제물 바치기 (0/1,000)

보상: 수도 모라 시에 모스락 소환.

“흐으음….”

퀘스트창을 본 태현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한마디로 쓰레기 같은 퀘스트였다.

보상도 기껏 모스락 얼굴 보는 정도고, 깨려면 수도에서 미친 짓을 벌여야 했으니까.

모스락이 축복을 내려 준다지만, 악마 공작이 말로만 한 축복을 어떻게 믿겠는가!

마치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처럼 애매하고 믿기 힘든 말이었다.

그렇지만 태현이 딱 잘라 거절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번 기회에 모스락을 잡지 않으면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모스락은 계속 나한테 이것저것 시킬 테고, 매번 프이드처럼 날로 먹고 넘어갈 수는 없겠지….’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프이드 건처럼 계속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

들켰다가는 제대로 역효과가 날 상황.

보상을 챙겼으니 모스락까지 처치해서 이번 일을 어둠 속에 묻어버리는 게 최상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소환한다?’

아무리 태현이라도 이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하는 태현을 본 데르벤이 공포에 떨었다.

상대는 아키서스의 화신. 열 받으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게다가 저번에 프이드를 사냥한답시고 숲에 불을 지른 사건은 데르벤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확인해 보니 정말 불타버린 숲!

“폐, 폐하.”

“뭐냐?”

“제가… 폐하를 위해 선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

[악마들 사이에 퍼진 당신의 악명이 너무 높습니다. 데르벤이 공포에 떱니다.]

“??”

태현은 이해가 안 갔지만 일단 선물을 준다니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서 나쁠 것 없었으니까.

“여기 있습니다. 부디 제 주인님의 제안을 너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마시길….”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다섯 명의 악마 숭배자가 조각한 모스락의 오리하르콘 조각상:

정체불명의 악마 숭배자들이 영혼을 바쳐 조각한 사악한 우상이다. 오리하르콘을 조각했다는 것만으로도 조각사들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악마 숭배자 조각사를 찾아라-악마 숭배자 토벌 퀘스트>

대륙에 숨어 있는 조각사들 중 악마 숭배자가 있는 것 같….

[<다섯 명의 악마 숭배자가 조각한 모스락의 오리하르콘 조각상>를 보았습니다!]

[영구적으로 스탯이 크게 상승합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칭호 <공포를 모르는 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포 상태에 빠지지 않습니다.]

[흑마법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

[……]

‘이세연이 보면 좋아하겠군.’

이세연뿐만 아니라, 흑마법 좀 하는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보면 환장할 아이템!

뛰어난 예술 아이템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영구적인 보너스와 스탯 버프를 준다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악마 숭배자 찾으라는 퀘스트도 떴지만 태현은 일단 그건 무시했다.

지금 그거까지 할 시간은 없었으니까.

“어떻습니까. 아름답지 않습니까?”

“아름답군! 역시 모스락 님은 대단해!”

태현은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녹일 수 있겠지?’

장엄한 예술품의 가치고 뭐고, 중요한 건 이게 오리하르콘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크기를 보니 잘 자르면 화살 하나는 나오겠다!

[카르바노그가 경악합니다!]

“데르벤. 이런 선물까지 받았는데 내가 그냥 넘어갈 수 있나.”

“?”

“의식을 준비해 보지.”

“?!?!?!?”

[데르벤이 깜짝 놀랍니다!]

“정… 정말이십니까?”

“물론이지!”

* * *

“으음… 이렇게 자르고, 저렇게 자르면… 되나? 안 되려나?”

태현은 지금 조각상의 견적을 내고 있었다.

워낙 비싸고 걸작인 아이템이니 그냥 녹여 버리긴 아깝고, 어떻게든 부위별로 잘 잘라서 화살 하나 만들어보려는 속셈!

불려온 펠마스나 에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런 걸작을 부수려고 하다니.

“부수려는 게 아니라 조금만 잘라내서 쓰겠다는 거잖아.”

“아니, 폐하는 예술품의 가치를…!”

“너희 아키서스 교단 소속 맞냐? 악마 숭배한 작품을 뭘 그리 아껴?”

태현의 말에 펠마스와 에드안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자기는 악마 지원도 받았으면서 치사하게…!’

“좋아.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를 잘라내자.”

태현은 우람하게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모스락의 어깻죽지부터 옆구리까지를 선으로 그었다.

여기를 잘라내면 대충 견적이 나올 것 같았다.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리하르콘 조각상의 분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약간 부족하군. 여기 뿔도 잘라내야겠다.”

“흠. 폐하. 그러면 여기 날개도 잘라내는 건 어떻습니까?”

“그래도 좀 부족한 거 같은데.”

“발목도 잘라 내봅시다.”

어느새 태현의 견적에 참가해서 의견을 신나게 덧붙이는 둘!

“다 됐군.”

[<다섯 명의 악마 숭배자가 조각한 모스락의 오리하르콘 조각상>을 새로 조각합니다.]

[<처참하게 토벌당한 모스락의 오리하르콘 조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원래 목적과는 많이 달라진 조각상!

[카르바노그가 이걸 모스락이 보게 되면 매우 분노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물론 태현은 그딴 건 신경 쓰지 않고 잘라냈다.

카카칵, 카칵, 꽝, 꽝!

거침없이 고대의 망치를 휘두르는 태현!

[힘이 부족합니다. 오리하르콘 조각상을 부수는데 페널티를 받습니다.]

-행운 전환!

[일시적으로 행운 스탯이 힘 스탯으로 전환됩니다!]

[엄청난 괴력으로 오리하르콘 조각상을 쪼개는 데 성공합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일석이조!

태현은 신이 나서 망치를 휘둘렀다. 화살도 만들고 대장장이 기술 스킬도 올리고.

이 얼마나 좋은 결과인가?

벌컥-

“폐하.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한 게 없는데 계속 쉬기만 하는 건….”

문이 열리고 요하스가 들어왔다. 그걸 본 셋의 눈이 크게 떠졌다.

“?!!?”

“!!!”

‘펠마스 이 자식…! 제대로 쉬게 하라니까! 뭐하는 거냐!’

‘아, 아니. 저는 분명히 쉬게 했는데…! 천사 놈들은 모두 다 미친 거 아닙니까? 왜 쉬게 해줘도 일을 하려고 하는 거지??’

천사 앞에서 셋이 악마 조각상을 둘러싸고 있는 최악의 상황!

이걸 본 요하스가 무슨 생각을 할 지 뻔했다.

“폐, 폐하…!”

“요하스! 이건 네 생각과 달….”

“감동적입니다…! 악마의 조각상을 손수 부수시다니…!”

“…그, 그렇지.”

[요하스의 친밀도가 올라갑니다!]

[요하스가 품고 있던 의심과 고민이 해결됩니다. 요하스가 안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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