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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00화 (700/1,826)

§ 나는 될놈이다 700화

“내 캐릭은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아….”

케인이 혼자 중얼거렸다. 그걸 본 정수혁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걸 지금에 와서야 눈치챘단 말입니까?!’

이미 한참 전부터 케인의 캐릭 콘셉트는 이상해져 있었는데?!

그래도 정수혁은 그걸 지적하지 않았다. 정수혁은 착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강하면 된 거 아닙니까!”

“그런가…?”

케인은 또 좋다고 솔깃해했다. 정수혁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다른 사람들은 고리타분하게 정석만 따라가고 있는데! 케인 씨는 파격적인 방법으로 캐릭터를 키우고 계신 겁니다!”

“어, 정석이 좋은 거 아니야? 그래서 정석이잖아.”

“아닙니다! 정석만 밟아서는 결코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난… 딱히 최고가 되고 싶었던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케인의 꿈은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었다.

그냥 다들 판온으로 인기 얻고 유명해지고 돈 버는 거 같으니까 나도 좀… 정도!

“한 번 시작하신 이상 최고를 노리셔야죠!”

“그… 그런가?”

“그렇습니다. 케인 씨 지금 스스로를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어떻습니까?”

“뭐가 어떠냐는 거야?”

“유명하고 인기가 있지 않습니까.”

“그… 그러네?”

태현을 따라다니다 보면 잊기 쉬웠지만, 객관적으로 케인은 유명하고 인기가 있었다.

“그러면 된 겁니다!”

케인은 홀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를 하다 보니 이렇게 캐릭 종족이 반쯤 악마가 된 것도, 앞으로 악마 관련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도 엄청나게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태현은 둘의 대화를 듣고서 중얼거렸다.

“수혁이가 원래 안 저랬던 것 같은데, 어쩌다 저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

“…??”

* * *

“요하스. 정말 고생이 많았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쉬도록.”

“아니, 전 괜찮습니다만. 별로 한 것도 없습니다. 폐하.”

“아니야! 보아하니 표정이 어둡고 눈 밑이 검은 게 아주 피로가 짙게 쌓였어!”

‘폐하 때문인데요….’

요하스는 속으로 말을 삼켰다. 이상하게 태현을 따라다니면서 마음고생이 심해진 기분이었다.

분명 파이토스 님이 시킨 대로 하고 있는 건데, 왜 이렇게 찜찜하고 불안한 걸까?

“자! 어서 들어가서 쉬라고!”

수도에 도착한 태현이 요하스를 어떻게든 쉬게 하려는 이유는 하나였다.

‘데르벤 만나서 보상 받아야지!’

처음에는 ‘그래도 그렇지, 악마와 천사가 서로 적대 관계로 찾아왔는데 모두 뜯어내는 게 가능한가? 너무 욕심부리는 거 아닌가?’ 하며 살짝 고민했던 태현이었지만, 이제 아니었다.

-해보니까 되네?

잘만 풀리면 태현은 악마는 악마대로, 천사는 천사대로 지원을 받고 마지막에는 요하스까지 영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펠마스! 목욕물 받아줘라! 요하스 목욕한댄다!”

“아니, 폐하. 제가 시종도 아니고….”

펠마스는 투덜거리며 달려왔다. 그도 이제 나름 이 수도에서 대접받는 사람인데!

“폐하. 제가 이 수도에서 아키서스의 이름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아십니까?”

“시끄럽고 요하스나 데리고 가라.”

펠마스는 결국 요하스를 데리고 밖으로 걸어나갔다. 순간 태현은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잠깐. 내가 펠마스한테 아키서스의 이름을 위해 뭘 하라고 시켰었나?’

그런 기억은 딱히 없었는데?

‘설마 이 자식 또…?’

펠마스가 이제까지 교단 내에서 저지른 업적은 화려했다.

물론 태현이 펠마스의 공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펠마스의 방식은 너무 막 나가는 방식!

만약 태현이 펠마스를 막지 않았다면 아키서스 교단은 벌써 사람들을 홀리고 다니는 사악한 교단으로 몰렸을 수도 있었다.

‘에이, 골드 권한도 묶어놨고 부릴 수 있는 NPC들도 없을 텐데 뭘 하겠냐.’

태현은 신경을 끄고 발걸음을 옮겼다.

* * *

“오오, 폐하…! 못 본 사이 더욱더 강력해지신 것 같습니다. 이 느껴지는 기운은…? 설마, 처치하고 오신 겁니까?”

“물론이지. 내가 약속한 걸 어길 리가 있나?”

“물론 폐하께서는 명예로운 분이시지요.”

데르벤은 음흉하게 웃었다. 태현도 마주 보고 음흉하게 웃었다.

서로 마주 보고 사악하게 웃는 두 악마!

아니, 정확히는 하나만 악마였다.

“그러면… 증거를 보여주시겠습니까?”

“물론이지.”

태현은 바로 뿔을 꺼냈다. 훌륭한 악마의 뿔을 본 데르벤은 감탄했다.

[데르벤이 맡긴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데르벤이 약속을 지킵니다. 수도 모라 시에 악마의 지원이 시작됩니다.]

[지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

[……]

우르르 뜨는 메시지창. 그걸 본 태현은 다시 한번 ‘악마가 교단보다 나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말 아낌없이 퍼주는 종족!

그에 비해 교단은 하나부터 열까지 태현이 직접 처리해야 했으니….

“그런데 폐하, 그 악마를 처치할 때 뭔가 보물 같은 걸 찾으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뭔가 보물 창고 같은 걸 지키려고는 하던데, 내가 불을 지르는 바람에 못 챙겼어.”

“불… 불을 지르셨다고요?”

“그래. 못 믿겠으면 가서 확인해 봐. 그 주변이 완전히 불타버렸어.”

[데르벤이 식겁합니다!]

[악마들 사이에서 당신의 악명이 더욱더 퍼져나갑니다.]

[악마 중 몇몇은 당신을 상대하기 두려워 피할 수 있습니다.]

데르벤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프이드가 훔쳐 갖고 나온 모스락의 보물들은 보통 보물들이 아니었다.

그런 게 전부 불타버렸다니.

보물을 돌려보내 모스락의 칭찬을 들으려던 데르벤은 아쉬워했다.

‘확인만 하면 알 수 있는데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겠지.’

숲이 불타버렸다는 건 숨길 수 있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가서 보기만 하면 알 수 있었다.

“어쨌든 고생 많으셨습니다. 폐하. 모스락 님께 보고하고 다음 의뢰가 생기면 찾아오겠습니다.”

“잠깐.”

“?”

“모스락 님을 직접 뵙고 이번 일에 대해 참 감사하다고 하고 싶은데, 혹시 가능한가?”

흑심 가득한 질문!

태현이 이런 노골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제 모스락만 잡으면 된다!

천사와 악마 사이를 줄 타면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으니, 이제 모스락을 잡고 징표만 뜯어내면 되는 것이다.

솔직히 이제 그거 말고 더 뜯어낼 것도 없었다.

“모스락 님을… 직접 뵙고 싶으시다고요?”

“그래! 한 번 뵙게 해줘! 내가 언제나 존경하고 있었거든.”

“?”

데르벤은 의아해했다. 아키서스의 화신인데 모스락을 존경하고 있었다니.

그게 말이 되나?

“아, 예. 말씀 전하겠습니다….”

“꼭 부탁하지.”

* * *

콰콰쾅! 콰쾅!

“…….”

태현과 관련된 동영상은 언제나 게시판을 뜨겁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숲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린 태현!

-아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지금 화염 마법으로 랭커 찍은 마법사도 이렇게는 못 하지 않나?

-도중에 꺼져야 정상 아니야? 게다가 이건 일반 숲도 아니고 오염된 숲이잖아. 내성 있을 텐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위력!

한 가지 스킬만으로는 절대 낼 수 없는 위력이었고, 내막을 알지 못하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믿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제 막 사디크의 화신을 쓰러뜨리고 상황을 수습하고 있던 길드 동맹 입장에서도 등골이 서늘한 영상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폭탄 위력이 대단하네요. 가서 좀 더 사볼까요?

-…저 새끼 끌고 나가.

-잠, 잠깐만요! 쑤닝 님! 잘못했습니다!

말 한마디 잘못한 길드원은 회의장 밖으로 끌려 나갔다. 쑤닝은 짜증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이런 놈들을 데리고… 됐다. 됐어.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지금 국경 지대에 박살 난 영지들은 빠르게 수습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을 총동원했으니 반년 안에 수습할 수 있을 겁니다.

-좋아. 즉위식 열기 전에 문제는 다 해결되어야 해.

이제 사디크의 화신도 해결되었겠다, 쑤닝은 길드 동맹 길마의 이름으로 오스턴 왕국의 왕관을 쓸 생각이었다.

원래라면 온갖 사람들의 관심을 살, 판온에서 첫 번째로 플레이어가 진행하는 명예로운 즉위식 이벤트가 될 터였지만….

그건 태현이 날름 가져갔다.

‘개자식!’

생각만 해도 분통이 터지는 쑤닝!

‘두고 보자…!’

쑤닝은 이를 갈았다. 오스턴 왕국의 즉위식 이벤트를 위해 많은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최초를 뺏긴 이상 더 화려하고 더 압도적인 즉위식을 꾸며야 한다!

수십 명의 랭커와 그 밑의 길드원들이 질서정연하게 모여 길드 동맹의 이름을 외치는, 압도적인 분위기의 즉위식.

자유분방한 시장바닥 같았던 태현의 즉위식과는 차원이 다른 위엄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걸 보게 된다면 판온 플레이어들은 깨닫게 되리라.

현재 누가 판온에서 가장 강한 세력인지를!

태현이 명성이 높고 온갖 변칙 플레이에 강하다지만, 결국 가장 강력한 건 이런 단순한 힘이었다.

숫자와 레벨. 그게 답이었다.

-기계공학 대장장이는 아직도 안 되나?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성장이 잘….

기계공학 대장장이가 판온 초기에 엄청나게 욕을 먹었지만, 그래도 태현 같은 사람이 이렇게 활약을 하는 이상 욕심을 내는 사람들은 꾸준히 나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 기계공학을 계속 파는 사람은 드물었다.

기계공학 스킬을 익힌다는 건, 태현처럼 압도적인 행운이 없는 이상 기본적으로 레벨과 장비를 포기한다는 것!

시도 때도 없이 오작동과 폭발이 일어나 죽는 일이 허다한 것이다.

이런 시행착오를 참고 참아 스킬 레벨을 올리다 보면, 아주 조금 나아졌다.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니고….

그러니 길드 차원에서 밀어주려고 해도 제대로 육성이 될 리 없었다.

게다가 기계공학 스킬은 판온에서 정보 공유가 안 되는 스킬 분야 중 하나였다.

기계공학 좀 한다는 놈들은 다 태현이 데리고 있었으니까!

솔직히 그냥 일반적인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익히는 게 훨씬 더 안정적이었다.

-크윽… 어쩔 수 없지. 김태현 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모조리 동원해. 아, 길드원들을 그놈 수도로 보냈었지? 잘 들어갔나?

-네. 잘 들어갔다고 보고도 올라왔습니다.

-아주 잘 됐어. 놈의 약점을 새로 찾아서 올려보라고 해.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 * *

“???”

갑자기 길드 동맹의 다른 길드원한테 귓속말이 날아오자 장샨은 당황했다.

‘나 아직도 안 들켰나?’

이놈의 상관은 뭘 하는 건지, 장샨이 배신한 걸 아직도 숨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장샨, 듣고 있나?

-아, 예. 듣고 있습니다.

-김태현을 좀 더 조사해 보고 밝혀지지 않은 약점이 있으면 찾아내서 밝혀라.

‘미친… 내가 그걸 할 수 있으면 여기서 이러고 있겠냐? 프로게임단에 코치로 취직했겠지.’

장샨은 속으로 길드원을 욕했다. 길드원이라고 주는 것도 없는데 뭘 시키는 거야?

‘그걸 내가 어떻게 하냐고.’

지금도 게시판을 보면 ‘김태현의 약점은 과연 무엇인가’, ‘김태현 약점 완전 분석’ 같은 글들이 있었다.

물론 그런 자극적인 제목에 혹해서 클릭해 보면?

-안녕하세요~ 오늘은 김태현 선수의 약점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김태현 약점’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김태현 약점’은 김태현 선수가 취약한 부분이라는 뜻인데요~ 저도 참 궁금하네요. 그럼 지금까지 김태현 선수 약점 완전 분석이었습니다~

└님아비다이: 와! 정말 좋은 정보네요! 추천!

└닝쑤: 너 어디 사냐?

이런 개나 소나 쓸 수 있는 영양가 없는 글들이 튀어나왔다.

프로게임단의 코치나 전력분석원들은 김태현의 약점을 진지하게 분석하고 있겠지만, 그걸 장샨이 어떻게 알겠는가.

‘에이, 걍 대충 모르겠다고 하면 되겠지.’

-참고로 쑤닝 님께서 이번 일을 맡은 사람들한테 포상을 약속하셨다. 김태현의 약점을 제대로 보고할 때마다 골드가 지급될 거다.

-!!!

장샨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이지. 그러니까 열심히 해라.

-알, 알겠습니다!

일단 덜컥 수락하긴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전히 약점은 막막했다.

끙끙 앓으며 고민하던 장샨은 기똥찬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래! 가짜로 대충 써내면 되잖아!’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보면 감탄을 할 인재가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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