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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99화 (699/1,826)

§ 나는 될놈이다 699화

그렇게 일행이 같이 나오는데, 멀리서 태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니콜라였다.

“오우, 김태현 선수! 찾고 있었습니다!”

니콜라 뒤에는 못 보던 얼굴들이 몇 명 보였다.

아까 좋다고 달려 들어가던 플레이어들이었다.

“구한 겁니까?”

“당연하죠. 여기 너무 위험합니다. 다들 못 들어오게 해야 하는데 자꾸 들어옵니다.”

“흠….”

원래 이 숲을 원래대로 돌리려면 프이드를 처치해야 했다. 프이드가 펼친 각종 결계가 이 숲을 오염시키고 있는 거였으니까.

그렇지만 프이드를 죽일 수는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 동맹이었으니까.

“하지만 걱정 안 해도 됩니다. 김태현 선수. 우리는 계속 방법을 찾을 겁니다.”

니콜라는 사람 좋게 웃었다. 그걸 본 태현이 말했다.

“도와드릴까요?”

“오우. 도와주시면 감사합니다. 그러면 같이 안으로….”

“아니, 그럴 필요 없습니다.”

“?”

“더 좋은 방법이 있거든요.”

* * *

땅, 땅, 땅-

니콜라의 길드원들이 가져다주는 재료로, 태현은 폭탄을 만들고 있었다.

폭탄 종류는 화염!

[사디크의 권능 스킬, <사디크의 화염>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하는 화염 관련 스킬에 사디크의 화염이 추가됩니다.]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폭탄의 위력이 더욱더 강해집니다.]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원하는 대로 폭탄의 성능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제 태현의 경지는 장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반 등급의 구리, 초석, 강철, 화염석 등 구하려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 아이템으로 무시무시한 폭탄을 만드는 장인!

손 하나 놀릴 때마다 <무시무시한 화염 분출 폭탄> 같은 게 나오자 길드원들은 경악과 존경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진짜 판온 1 때 혼자서 길드를 잡아먹었다는 게 소문이 아니었어!

태현이 솔선수범해서 도와주려고 하자 니콜라는 감동으로 눈시울을 적셨다.

“김태현 선수. 너무 착합니다. 흑흑.”

“제가 좀 착합니다.”

“…??”

“???”

“뭐 인마.”

“아, 아무것도 아니야.”

케인은 시선을 피했다. 여기 길드원들을 보니 자기도 이상해지는 기분이었다.

진심으로 태현의 선량함을 믿는 사람들이라니!

‘미디어가 너무 무섭다!’

파워 워리어 길드가 시작한 미디어 조작이 방송을 타고 전 세계로 펼쳐나가자, 니콜라와 길드원 같은 혼종이 나타나게 되었다.

판온 2부터 시작한, 태현이 착한 사람이라고 믿는 플레이어들!

‘하긴 판온 하는 놈들 숫자가 몇 명인데, 김태현한테 당한 놈들보다는 안 당한 놈들이 더 많겠지….’

생각해 보니 이상한 건 없는데, 뭔가 너무 받아들이기 힘든 현상!

“김태현 선수,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세요. 도와줍니다.”

“길드 동맹하고 싸우는 거라도?”

“오우, 물론입니다. 우리 길드, 길드 동맹 싫어합니다.”

현재 판온 단일 길드로서는 최강 세력인 길드 동맹하고도 싸우겠다고 단언하는 니콜라!

태현은 그걸 보고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대충 다 됐다.”

“이 폭탄을 갖고 레이드를 하는 거군요! 대회처럼!”

“응? 아닌데?”

“?”

길드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폭탄을 만든 게 숲 어딘가에 있을 보스 몬스터를 레이드하려고 한 게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이유로 만든 거지?

착착착-

태현은 폭탄을 솜씨 좋게 배치하기 시작했다.

[폭탄을 배치하기 시작합니다.]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대의 효율로 연쇄 폭발이 일어납니다.]

[무시무시한 폭발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후후… 아주 좋아. 아주 좋아.”

“???”

길드원들은 아직도 태현이 뭐하려는지 이해를 못 한 모양이었다.

태현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잘 생각해 보라고. 여기 지역을 봤을 때, 보스 몬스터는 절대 만만치 않아. 그런 놈이 대기하고 있는 곳에 들어간다? 지금 수준으로는 위험할 수 있다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그냥 밖에 불을 지르자.”

“…?”

“???”

거기서 어떻게 그런 결론이??

“아니, 그건 좀 너무 과격한 거 아닌가요?”

“뭐 어때? 지금 내버려 둬봤자 애꿎은 사람들만 들어갔다가 맨날 죽어 나간다니까. 그냥 아예 싹 태워버리고 여길 접수하는 게 속 편하지 않겠어?”

길드원들의 거부감을 없애주기 위해 돌아가는 태현의 혓바닥!

물론 숲이 통째로 날아가면 사라지는 게 많긴 했다.

안에 나오는 몬스터들이나, 각종 재료 아이템들.

그렇지만 숲을 태우면 이것보다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다!

그들이 고민하는 초보자들이 죽어 나가는 문제도 한 번에 해결되고, 이 드넓은 공간이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다.

“오우, 말 됩니다.”

“그렇죠? 거봐. 길마님이 뭘 아시네.”

태현은 마지막으로 <사디크의 화염 룬> 스킬을 사용했다.

[사디크의 화염 룬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글자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룬 글자에서 계속해서 사디크의 화염이 배출됩니다.]

화르륵!

“자, 이걸 놓고… 모두 튀자!!”

“!”

태현이 말하고 달리기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은 멍하니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같, 같이 가요!”

* * *

프이드는 아직도 꿍얼거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파이토스 교단 놈들, 뭐 저런 미친 놈을 길러낸 건지….”

하필이면 가져간 보물도 알짜배기만 골라 가져갔다.

그럴듯해 보이는 잡템들이 수백 개가 넘었는데도!

미친놈은 미친놈인데 보는 눈이 있는 미친놈!

게다가 그 토끼 요리는….

“대체 인간 주제에 그런 토끼 요리는 어떻게 만든 거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실력!

“크흐흐. 그래도 놈이 이걸 눈치 채지 못해서 다행이야.”

프이드는 품속에서 상자를 꺼내 소중하게 쓰다듬었다. 이건 절대 줄 수 없었다.

“그래… 나도 놈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모스락을 상대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이용해 주마. 크하하. 나는 숲에 있고 놈은 밖에 있으니….”

모스락 같은 악마 공작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태현 같은 놈이라도 필요했다.

프이드가 이 숲 속에 숨어 있는 건 단점도 있었지만 장점도 있었다.

일단 악마 공작이 쉽게 그를 찾아오지는 못하리라는 것과….

숲 밖에 있는 태현이 먼저 싸워야 한다는 점!

동맹을 맺은 이상 프이드는 태현을 철저하게 부려먹어서 화살받이로 써먹을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너는 모스락과 싸우게 죽게 될….”

퍼퍼펑!

“?”

프이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멀리 숲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퍼퍼펑! 퍼퍼펑! 콰쾅! 콰콰콰쾅!

프이드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저 멀리서 거대한 화염 기둥이 연신 솟구치고 있었다.

“이, 이, 이게 무슨….”

콰콰쾅! 콰콰쾅! 콰쾅!

“안 돼!”

이 숲이 불타버리면 프이드가 준비한 결계부터 함정까지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설마 이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공격해 들어올 줄이야.

“모스락…! 이 비열한 개자식아!”

마계에서 대륙으로 나온 악마가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이면 온갖 교단이 추적할 텐데, 뒷감당은 생각지도 않는단 말인가!

프이드는 모스락을 저주하며 움직였다.

-빙결의 폭풍우! 노래하는 악마 소환!

각종 마법과 갖고 있는 아이템들을 사용해 숲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발과 화염을 막으려고 하는 프이드!

그러나 이건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화염이 다른 화염과 만나 더욱더 크게 불타오릅니다.]

[사디크의 힘이 깃든 신성한 화염이 악마의 힘을 밀어냅니다!]

“모스라아아악! 이 개자식아-! 사디크의 힘까지 빌리다니! 네가 그러고도 악마 공작이냐!”

[연쇄 폭발이 일어납니다.]

콰콰쾅!

이제 프이드가 있는 곳까지 덮쳐오는 폭발!

대체 뭘로 공격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프이드는 이를 악물고 창고로 들어가 아이템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건 챙겨나가야 했다.

‘모스락! 설마 이건 폭탄인가! 잠깐만… 폭탄을 잘 다루는 건 에슬라일 텐데…? 모스락은 폭탄을 다룰지 모르잖아! 설마 에슬라가 풀려났나? 그건 말도 안 되고….’

[정체불명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화염이 미친듯이 타오릅니다!]

[폭발이 더욱더 강력해집니다!]

“히, 히이익!”

* * *

-행운의 바람 소환!

[지역에 무작위 속성을 가진 바람을 소환합니다. 행운 스탯에 따라 바람의 세기가 달라집니다. 소환된 바람은 통제할 수 없으며, 아군에게도 피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바람은 태현이 소환해 낸 행운의 바람이었다.

최고급 기계공학+사디크의 화염 권능+거기에 행운의 바람까지.

하나만 있어도 지역 하나를 뒤집을 수 있는 흉악한 스킬인데, 이 세 가지가 조합되니 정말 무시무시한 위력이 나왔다.

강력한 어둠의 숲을 통째로 정화시켜버리는 산불!

‘음. 행운의 바람은 괜히 썼나?’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먹고 들어가는데, 프이드도 자기 영역이니 혹시 폭발을 막고 불을 끌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나름대로 고위 악마잖은가!

그래서 행운의 바람까지 사용해서 위력을 극대화시켰는데….

생각보다 너무 심했다.

누가 보면 사디크의 화신이 다시 나타난 줄 알 것 같았다.

[저주받은 어둠의 숲이 타들어갑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에랑스 국왕에게 이 사실을 보고할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오….’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까지!

[일그러진 악몽의 괴물을 해치웠습니다.]

[어둠의 힘을 받아들인 타락한 늑대인간, 카헬을 해치웠습니다.]

[늑대인간 종족의 우두머리를 해치웠습니다.]

[저주받은 어둠의 숲의 골칫거리를 해치웠습니다!]

[……]

[……]

[레벨 업 하셨습니다.]

숲에 있는 고렙 몬스터들을 깡그리 쓸어버린 덕분에 오른 추가 레벨까지!

태현은 이번 악마 토벌 퀘스트(물론 토벌은 안 했지만)를 진행하면서 레벨만 무려 2를 올린 셈이 됐다.

무려 2라고 하면 좀 웃기지만, 태현한테는 어마어마한 숫자!

‘아무리 생각해도 교단 퀘스트보다는 악마 퀘스트가 더 짭짤한 것 같단 말이지.’

[카르바노그가 그러면 안 된다고 훈계합니다.]

‘알겠어, 알겠어.’

숲이 활활 타오르면서 박살 나는 걸 확인한 태현은 니콜라와 악수를 나눴다.

“오우, 감사합니다. 김태현 선수. 오늘 일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하하. 또 이렇게 불태워야 할 곳이 있으면 불러만 주시지요.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겠습니다.”

흉흉한 대화를 나누며 인사하는 둘!

그렇게 태현 일행은 기쁜 마음으로 에랑스 왕국을 떠나 수도로 출발했다.

* * *

“맞다, 이다비. 이거.”

“네? 뭔가요?”

“네 공격력이 좀 부족한 것 같아서. 자. 받아.”

태현은 챙겨놓은 머스킷을 이다비에게 건넸다. 이다비는 그걸 보고 깊숙한 곳에서 감동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눈물을 글썽거리려던 이다비는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지금 다른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녀 혼자만 받으면 조금 그랬다.

다행히 다들 다른 걸 하느라 신경이 팔려 있는 모양이었다. 빨리 집어 넣으면….

“헉! 뭐 받았냐?! 내 건? 내 건?!”

“…….”

이다비는 새로 받은 머스킷을 케인한테 시험해 볼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인간이….

“뭐 받았어요?”

유지수까지 듣고 오지 않았는가!

“아, 이거. 이다비가 공격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 챙겨놨지.”

“재밌는 장비네요?”

“상인 직업이니까 이런 걸 써야 하는 건가?”

“멋있게 생긴 것 같습니다.”

‘어라?’

생각했던 것보다 일행들의 반응이 괜찮았다. 심지어 유지수까지!

“언니, 써보세요.”

“네? 아무리 그래도 케인 씨한테 쏘는 건….”

“…저 사람한테 쏘라고 하지는 않았는데요…?”

유지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다비는 얼굴을 붉혔다. 본심이 나온 것이다.

“야….”

“물론 케인, 네 것도 챙겨놨다.”

“헉. 진짜?!”

케인은 고개를 홱 돌렸다. 기대도 안 했는데 정말로?

“자. 이거 봐라.”

태현은 프이드의 뿔을 꺼내 흔들었다. 그걸 본 케인의 얼굴이 기묘하게 변했다.

“어… 이게 뭔데…?”

“뿔이잖아.”

“…이게 왜 내 건데?”

“잘 달여서 몬스터 정수로 만들어주마. 악마 특성 가진 너랑 잘 어울릴 거야.”

“…….”

케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걸 본 유지수가 중얼거렸다.

“부럽다….”

“저, 저게요?!”

“직접 요리를 해주시잖아요.”

“그,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저건 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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