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697화
“그래서. 애송이 악마하고, 자기 신을 배신하려는 교단 놈하고… 여기는 무슨 일이지? 여기는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닌데.”
프이드는 경고하듯이 손가락을 겨누고 있었다.
뭔지는 몰라도 까딱하면 스킬이 나올 거라는 건 알 수 있었다.
태현은 바로 불었다.
“데르벤이란 악마 놈이 당신을 죽이라고 했거든.”
“뭐라고…?!”
[악마 프이드가 경악합니다!]
“그 데르벤이란 놈은 악마 공작 모스락의 수하인데,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을 죽이라고 하더라고. 당신이 매우 싫은가 봐.”
빠르게 사실을 늘어놓는 태현.
들으면 들을수록 프이드의 얼굴에는 분노가 떠올랐다.
“모스락! 그놈이 감히! 잠깐… 넌 그걸 왜 나한테 알려주는 거지?”
“나 참. 알려줘도 이러는 건가? 음흉하기로 소문난 악마 공작 모스락보다는 당신이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지.”
“크하하. 듣기 좋은 소리군.”
[악마 프이드가 당신의 말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카르바노그가 신의 화신이 무슨 악마하고 이렇게 빨리 친해지냐고 투덜댑니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무슨 절친한 친구라도 된 것 같은 둘이었다.
“그래서 손을 잡자는 건가?”
“물론이지.”
말하던 태현은 문득 궁금해졌다.
이 악마 프이드란 놈은 힘이 어느 정도 되는 걸까?
“그런데 왜 모스락이 당신을 죽이려고 하는 거지? 당신이 그만큼 위협적이어서인가?”
“놈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서지. 악마 공작에게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부하 악마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거든. 존재 자체가 수치니까.”
“모스락 밑에 있었나?”
“왜, 놀랐나? 너는 파이토스 밑인데 배신하고 나오려고 하잖나?”
“하긴 그건 그렇군. 모스락 밑에 있다가 나왔으면… 모스락을 상대할 자신은 있나?”
“물론이지. 그럴 자신도 없이 나왔을까? 놈은 마계에 있고 나는 여기 대륙에 있는데. 게다가 나는 도망치면서 모스락의 보물들을 갖고 나왔단 말씀이야. 크하하.”
대화를 나누면서 태현은 빠르게 프이드의 견적을 냈다.
힘 자체는 모스락보다는 딸리지만, 확실히 마계보다는 대륙에 나와 있는 악마란 점이 장점이었다.
악마는 마계에서 대륙으로 한 번 나올 때마다 온갖 쇼를 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힘이 약해지는 건 물론이고!
악마가 이렇게 대륙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이점이었다.
거기에 훔쳐서 갖고 나온 모스락의 보물들까지!
“그러면 같이 싸울 수도 있겠군?”
“아. 나는 이 숲 밖으로 나가기 힘들어. 힘이 확 약해지거든.”
순간 프이드의 평가가 확 내려갔다.
‘뭔 수로 나와 있었나 했더니 이 숲이 특별한 거였나….’
그래도 태현은 어떻게든 프이드를 끌고 나가고 싶었다.
같이 싸우는 건 당연하고, 만약의 경우 프이드를 잡게 되더라도 밖에서 잡는 게 더 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당신 같은 악마라면 밖에 나가도 충분하다고.”
“모스락이 날 노리는 것 같은데 조심해야지. 내가 한 신중 하는 악마라고.”
“밖은 좋은 곳이야! 밖으로 좀 나가보자!”
“난 내 집이 더 좋은데.”
설득하다 보니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대화!
‘일단은 무리인가.’
태현은 일단 포기하고 다른 것부터 먼저 하려고 했다.
“좋아. 어쨌든 손을 잡는 것에는 동의한 건가? 데르벤이란 놈을 속여야 하는데 죽였다는 증거가 될 만한 걸 좀 주겠어?”
“잠깐, 잠깐… 아직 동의한 게 아니지.”
“?”
“나도 네가 어느 정도 되는 놈인지 알아야 할 거 아닌가? 물론 같이 다니는 저 애송이 악마 놈은 패기가 있어서 좋긴 하지만, 그게 실력과는 상관이 없으니까 말이지. 네가 파이토스를 믿는 놈이라는 게 찜찜하기도 하고.”
“지금 모스락에 관한 정보를 준 날 의심하는 건가?”
“이봐. 너무 기분 상해하지 말라고. 확인을 하려고 하는 거니까.”
‘그냥 죽일까?’
태현은 살짝 고민했다.
요하스 부르고 태현의 밑천을 털어내면 잡을 수 있을 것 같긴 했다.
변수가 있다면 이 숲!
프이드는 꽤 이 숲을 믿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무언가가 있다는 것.
‘아… 그냥 숲을 태워버려? 사디크의 화염이면 잘 탈 것 같은데.’
[카르바노그가 경악합니다.]
태현이 프이드와 교섭하려는 건 변수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대로 데르벤의 명령을 따르면 데르벤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날 수밖에 없었으니까.
뒤통수를 치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준비를 해놔야 하는 법.
프이드도 자기 목숨이 아쉬우면 협조를 할 줄 알았는데 저렇게 나오면….
“나와 한 가지 대결을 해서 이긴다면 너와 손을 잡지.”
“됐어, 그냥 안 하고 말지.”
“?!”
[악마 프이드가 당황합니다!]
“목숨 구해주러 왔는데 시험이나 하고 말이야. 에이. 모스락은 의뢰를 맡길 때 지원 팍팍 해주는데….”
들릴 듯 말듯 중얼거리는 테크닉.
물론 들으라고 중얼거리는 거였다.
“누구는 쪼잔하게….”
“아… 아니. 서로의 힘은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나!”
“필요 없다니까. 난 간다.”
“동맹이 필요할 텐데?! 모스락이 널 가만히 두지 않을 텐데!”
“에이 뭐… 너랑 나, 둘 중에서 누굴 먼저 처리하겠어. 너 먼저 처리하겠지. 네가 모스락한테 당하면 그때 고민해 보겠어.”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프이드가 모스락에 대한 공포를 다시 떠올립니다!]
“!”
태현의 말에 프이드의 얼굴이 점점 비틀어졌다.
“잠깐!”
“?”
“나와 대결을 해서 이긴다면… 모스락에게서 훔친 보물 중 하… 하나를 주지!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다!”
말을 더듬으면서 하는 걸 보니 정말 더럽게 아까운 모양이었다.
‘거짓말은 아니겠지?’
-주인님. 악마는 자기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 건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악마 주제에 성실하군. 난 신의 화신인데 거짓말 엄청 하고 다니잖아.’
-그건 주인님이… 읍읍.
프이드가 흔들리자 태현은 이제야 좀 구미가 당기기 시작했다.
“에이… 뭔지도 모르는 보물 하나 준다고 내가 왜….”
“이… 이 보물이 뭔지도 모르는 놈 같으니. 모스락의 보물이 뭔지도 모르느냐!”
“아. 모른다고.”
“두… 두 개!”
“야. 모두 가자.”
태현 일행은 각자 발걸음을 맞춰 한 걸음씩 걷기 시작했다.
“세 개! 더 이상은 절대 못 준다! 이 보물이 어떤 보물인지 알고!”
우뚝-
“좋아. 한 번 해볼까?”
‘이 탐욕스러운 인간 같으니…! 파이토스 교단 놈들은 뭐 저런 놈을 데리고 있었단 말이냐! 놈들은 눈깔도 없냐!’
애꿎은 파이토스 교단만 욕을 먹게 되었다.
프이드는 얼굴을 씰룩거렸지만 곧 진정했다. 왜냐하면….
‘흥. 대결에서 이기면 그만이지.’
대결에서 이기면 보물을 줄 필요가 없었다.
적당히 태현의 능력을 본 다음, ‘넌 날 이기지 못했지만 네 능력은 높게 평가한다’고 말하고 부려먹으면 그만이었다.
프이드가 태현을 당장 공격하거나 쫓아내지 않는 건 모스락이 두렵기 때문이었다.
모스락은 멀리 있고, 그는 이 숲의 보호를 받고 있었지만 그래도 두려운 건 사실!
모스락을 상대하기 위한 동맹이 필요했다.
“그래서 무슨 대결이지?”
“흐으으음….”
프이드는 고민했다. 무슨 대결을 해야 저 탐욕스러운 인간 놈을 이길 수 있을까?
“대결은… 요리 대결이다.”
“…요리 대결이 악마하고 싸울 능력을 어떻게 알 수 있는데?”
태현은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아무리 봐도 자기가 자신 있는 분야가 요리라서 저런 수를 쓰는 것 같았던 것이다.
“미각이야말로 가장 예민한 감각! 그 감각이 둔한 놈이 어떻게 강한 놈이겠나!”
‘미친놈이 별 억지를 다 쓰네.’
태현은 살짝 고민했지만, 역시 요리 대결은 미친 짓이었다.
태현이 고급 요리 스킬을 찍긴 했지만 전문 요리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상대방은 요리에 자신이 있는 악마. 분명 요리 스킬이 어마어마하게 높을 게 분명했다.
태현의 화술 스킬로 어떻게든 거부해서 다른 대결로 끌고 가야….
“물론 너 같은 인간한테 불리한 대결이란 건 나도 안다. 그래서 한 가지 양보해 주지.”
“?”
“재료는 아주 흔한 것 하나만 쓰기로 하자. 귀한 재료를 여럿 복잡하게 쓰면 나한테 너무 유리하니까.”
“…잠깐. 혹시 요리 재료는 내가 정해도 되나?”
“여기서 구할 수 있는 거라면 정해도 된다.”
프이드는 자신만만했다. 정말로 특기가 요리인 모양이었다.
‘요리가 특기인 놈은 별로 안 강할 것 같지만… 일단 이기고 나서 생각해야지.’
태현은 씩 웃었다.
왜냐하면….
<기적의 토끼 요리>
토끼 신 카르바노그의 축복을 받아,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토끼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딴 스킬이 이런 곳에서 쓰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카르바노그가 뿌듯해합니다.]
* * *
“토끼! 토끼라니! 크하하! 그래. 뭐 토끼 요리로 승부를 보고 싶다면 그렇게 하지.”
프이드는 비웃으려다가 태현이 빤히 쳐다보자 멈췄다.
태현이 빈정 상해서 다시 떠날까 봐 멈춘 것이었다.
“흠흠. 그러면 시작할까?”
1시간 후.
프이드는 벌벌 떨며 외쳤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
[요리 대결에서 미식가로 유명한 악마, 프이드를 이겼습니다!!]
[인간의 몸으로 매우 커다란 업적을 세웠습니다. 요리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이 사실을 말할 경우 모든 요리사가 당신을 존경할 것입니다.]
[프이드의 비전 요리 스킬, <악마 요리>를 얻었습니다.]
[칭호: 악마를 이긴 요리사를 얻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까지?!’
이건 태현도 놀랐다.
이게 그렇게 대단한 거였나?!
* * *
레스토랑 길드의 길마, 차오는 요리사 랭커 파즈를 노려보고 있었다.
“끈질기군. 차오. 또 저번처럼 저열한 수작을 부릴 생각은 아니겠지.”
“흥. 파즈. 너 따위에게는 그런 짓을 할 필요도 없다.”
불꽃 튀는 두 요리사 사이의 신경전!
길드 동맹을 업고 각종 지원을 받는 요리사 길드인 레스토랑의 길마 차오.
본업도 요리사고, 게임에서도 요리사 랭커로 이름 높은 파즈.
지금 둘은 퀘스트에서 경쟁이 붙은 상태였다.
<악마의 혀를 만족시켜라-비전 요리 스킬 퀘스트>
당신은 이제까지 수많은 종족의 혀를 만족시켜 왔다.
인간, 엘프, 드워프… 다음 차례는 악마다.
마계에서 힘이 있는 악마들은 수많은 진미를 맛보고 미식을 즐긴다. 그들의 공허한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는 그런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악마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건 당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일.
악마의 혀를 만족시켜라!
-일정 지위 이상의 악마 상대로 요리 대결에서 승리: (0/1)
보상: ?
“자! 드셔주십시오! <보석상어의 알과 공작거위의 간을 써서 쪄낸 에랑스 왕정의 귀족 요리>입니다!”
“흥. 그걸로 될 것 같으냐! 저는 <천사의 날개, 드래곤의 힘줄, 와이번의 심장… 등을 사용한 수프>입니다.”
“뭐… 뭐? 그런 재료를 썼다고?! 미친 거냐, 파즈! 그런 걸 여기에 쓰다니! 만약 실패라도 하면 그냥 날리는 거다!”
“난 너와 다르다. 너는 요리를 계산으로 보지만 나는 요리를 가슴으로 한다! 반드시 이 악마를 만족시키고 말겠다!!!”
-둘 다… 싸우는 건 좋은데 먹여주고 싸우지 않겠나?
“앗, 네.”
“아. 예! 에슬라 님!”
봉인된 에슬라는 지루한 표정으로 말했다.
갑자기 ‘악마가 여기 있다는데?’ 하면서 찾아온 요리사들. 맛있는 걸 먹여준다니 먹고는 있는데,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았다.
‘아키서스의 화신이 언제쯤 봉인을 풀 열쇠 3개를 다 모을지 모르겠군….’
고위 악마가 갖고 있는 무기 하나를 뺏는 것도 인간에게는 어마어마한 업적이었다.
그런데 봉인을 풀기 위해서 필요한 건 3개. 거의 불가능하다는 건 에슬라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슬라는 태현을 믿었다.
다른 놈이면 불가능하겠지만, 아키서스의 화신에게 불가능한 건 없었으니까!
놈이 하려고 한다면 대륙을 불태우고서라도 가지고 올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