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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96화 (696/1,826)

§ 나는 될놈이다 696화

‘약간 부담도 되고….’

저 눈빛들을 보라.

-김태현이라면 다 해내 줄 거야!

여기 와서 악마를 찾아보고, 일이 잘 안 풀릴 것 같으면 최대한 깽판을 치고 갈 생각이었던 태현 입장에서는 찜찜한 일이었다.

‘숲에 불이라도 지르고 가면 원수 하나 더 생기겠군….’

아무리 태현이라도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었다.

[카르바노그가 약한 마음 가지지 말라고 격려합니다.]

‘됐거든?’

여기서 약한 마음을 안 가지면 사디크의 화염이라도 숲에 지르란 소리였다.

“그러면 지금 바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우. 저도 돕겠습니다.”

“어, 뭐… 그러시고 싶으면 그러시죠.”

태현은 망설였다. 그 모습을 본 케인이 깜짝 놀랐다.

-아니, 왜! 호구짓을 해준다는데!

-저렇게 착하면 좀 속여먹기 미안하잖아.

-나는 안 미안하냐?!

-넌 인마, 만났을 때 레드존 길마였잖아. 이마에 ‘절 털어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고.

이상한 부분에서 발동되는 태현의 양심!

어쨌든 태현이 거절하지 않자, 니콜라는 길드원 몇 명을 더 불렀다.

그렇게 두 파티의 공략이 시작되었다.

* * *

“이 펫, 정말 예쁩니다. 저도 갖고 싶습니다.”

-크헤헤헤.

흑흑이는 간사한 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칭찬을 들어본 게 얼마 만이냐.

“이 찬란한 황금빛!”

-…….

흑흑이의 웃음이 멈췄다. 용용이를 말한 거였어?

‘기운 내라. 너는 음… 날갯짓을 잘하잖아.’

격려에는 소질이 없는 태현!

평소에는 온갖 화술로 남을 속이고 다니던 태현이 저런 어설픈 칭찬을 하자 흑흑이는 어이가 없었다.

-주인님… 칭찬을 해도 그딴 칭찬을….

‘죽을래?’

“앗. 적입니다.”

크르르릉!

[오염된 검은발톱늑대가 나타납니다!]

[놈이 울음을 터뜨립니다!]

“모두 조심하세요! 놈의 울음은 많이 위험합니다!”

듣는 순간 각종 상태 이상을 거는 매우 성가신 스킬!

[최고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파티원이 상태 이상에 빠지지 않습니다.]

“?”

“??”

“????”

비틀거리면서 회복 스킬을 거는 니콜라 파티와 달리, 태현 파티는 멀쩡했다.

“쓸어버려!”

한 발짝 먼저 움직이는 태현 일행!

케인이 앞에 나서고, 이다비와 유지수가 중간에서, 그리고 정수혁이 뒤에서 공격을 퍼부었다.

“오우! 대단합니다!”

니콜라는 그중 특히 정수혁의 마법에 감탄했다.

대회에서 한때 주목을 끌었던 그 마법사!

전체적인 레벨이나 장비는 랭커들에게 밀려도, 화려한 컨트롤로 그걸 보완한다고 들었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그랬다.

‘정말 빠른 속도!’

정수혁의 전법은 단순했다. 상대 몬스터가 몰려 있는 곳을 향해 계속해서 벼락 난사!

온갖 마법을 익히는 다른 마법사들과 달리, <카흘라단의 번개> 하나만 파온 정수혁이었다.

이미 스킬 만렙을 찍은 <카흘라단의 번개>! 당연히 시전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마법 하나만 쓰는 것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은 패시브 스킬 <아키서스의 마법>이 해결해 주었다.

상대가 번개 마법을 막는 방어막을 친다?

계속 갈기다 보면 언젠간 방어막 해제 마법이 나왔다.

상대를 잡기에는 번개 마법으로는 데미지가 부족하다?

계속 갈기다 보면 잘 먹히는 마법이 나왔다.

‘어? 방금 상대한테 버프 걸어주지 않았나? 잘못 본 건가?’

물론 이런 부작용이 있을 때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정도는 사소한 문제점에 불과했다.

“역시 김태현 선수! 대단합니다! 길드 동맹 X까! 김태현 만세!”

“…??”

방금 말들 사이에 뭔가 이상한 말이 있었는데?

태현 일행은 서로 쳐다보며 당황해했다. 니콜라의 인상과는 안 어울리는 험한 말!

어쨌든 두 파티는 빠르게 숲을 공략해 나갔다.

전원 랭커에서 준랭커급인 파티인 만큼 그 실력은 무시무시!

깨갱! 깨개갱!

[오염된 검은발톱늑대를 처치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에랑스 왕국에 이 사실을 보고하면…]

[오염된 사악한 토끼를 처치했습니다.]

[카르바노그가 가슴 아파합니다.]

쭉쭉 오르는 경험치에 케인은 감탄했다.

“이야, 여기 경험치 올리기에 좋겠는데?”

사실 태현처럼 매번 굵직굵직한 퀘스트를 깨는 사람은 적었고, 보통 어느 정도는 이런 사냥으로 레벨을 올렸다.

왜냐하면 대형 퀘스트는 그 보상이 커다란 만큼, 실패할 확률도 높았으니까!

게다가 구하려고 해도 매번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태현이 대형 퀘스트로 레벨 업을 하는 건, 그럴 수밖에 없어서였다.

그러지 않고서는 올리기 힘들 정도의 레벨 업 경험치!

“우리 여기서 계속 사냥하는 게 좋지 않냐?”

신난 케인이 말했다. 태현은 한 대 때리려다 말았다.

[숲이 변화를 일으킵니다.]

[<악마의 안개>가 길을 방해합니다.]

[신성 스탯이 높습니다. <악마의 안개>가 길을 방해하지 못합니다.]

태현의 직업과 스킬들은 이런 지역, 던전을 깨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원래라면 시간 꽤 잡아먹을 디버프도 바로 해결됐다.

<신의 예지>까지 쓰지 않더라도 각종 패시브 스킬과 받은 지도까지!

덕분에 일행은 수월하게 숲을 돌파할 수 있었다.

“으아아! 살려줘요! 으아아아아!”

“!”

저 멀리서 파티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게 보였다. 그걸 본 니콜라가 외쳤다.

“이런! 도우러 갑니다!”

다다다다-

니콜라는 뒤도 안 돌아보고 길드원들과 함께 앞으로 달려갔다.

태현 일행이 반응하기도 전에 움직이는 빠른 속도!

남은 태현 일행은 당황했다. 말도 안 하고 움직이다니.

“뭐… 뭐야?”

“따라갈까요?”

“아니. 저쪽은 가면 안 되는 곳인데.”

태현은 지도를 보고 방향을 확인했다. 방금 니콜라가 달려간 곳은 지도에서 X자가 그려져 있었다.

“…….”

“…….”

“도우러 갈까?”

모두 고개를 저었다. 태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사실 도울 생각 없었어.”

“괜, 괜찮겠지?”

“니콜라는 알아서 잘할 거야. 아까 보니까 잘 싸우더라.”

* * *

“으아아, 으아아아!”

비명을 지르던 플레이어들을 도와준 건 니콜라와 길드원들이었다.

화려한 마법과 함께 쫓아오던 늑대들이 쓸려나갔다.

퍼퍼펑! 퍼퍼퍼펑!

“도우러 왔습니다!”

“감… 감사합니다!”

니콜라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김태현 선수! 플레이어들을 도와주는 건 기분 좋은… 어? 김태현 선수, 어디 있습니까?”

“글쎄요?”

“뒤에서 따라오는 거 아니었나?”

“놓친 것 같은데요??”

니콜라를 따라왔던 길드원들은 그제야 태현 일행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이런 걸 놓치다니. 김태현 선수, 매우 아쉬울 겁니다.”

“다음에 같이 하시면 되죠. 길마님.”

“맞아요. 김태현 선수도 좋아할 겁니다.”

태현이 듣는다면 진저리 칠 소리를 하는 길드원들!

그들은 정말로 태현이 방송에서 나오는 것처럼 선량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 * *

“다 왔군. 여기다.”

[악마의 오두막에 진입합니다.]

[강력한 악마의 기운이 침입자를 공격합니다.]

[스킬 <신성 권능>을 갖고 있습니다.]

[매우 높은 신성 스탯을 갖고 있습니다.]

[악마의 기운이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최고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일행이 악마의 기운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최고급 전술 스킬을 찍고 나서부터는 파티 플레이가 훨씬 더 수월해졌다.

지휘하는 태현의 효과까지 공유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으으윽! 이런 사악한 악마의 기운이라니!”

어두컴컴한 안개가 밀려오자 요하스는 진저리를 쳤다. 천사인 요하스에게 이런 안개만큼 불쾌한 것도 없었다.

스르릉-

요하스는 바로 검을 뽑아 들었다. 그걸 본 태현은 눈썹을 찌푸렸다.

‘일단 쟤는 두고 가야겠다.’

태현의 목적은 상대 악마를 만나서 자세한 정보를 얻고 최대한 많이 뜯어내는 것이었다.

거래를 할 수 있다면 또 이 악마와 거래를 할 생각이었다.

뭐든지 다다익선!

데르벤에게 지원을 받고 악마 사냥을 맡았지만, 꼭 잡으란 법은 없었으니까.

데르벤이 ‘태현이 악마를 잡았다’고만 믿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카르바노그는 기막혀합니다.]

[아키서스는 역시 아키서스라고 카르바노그가 생각합니다.]

악마한테 사기 칠 생각부터 하는 태현을 보며 카르바노그는 기막혀했다.

물론 이 모든 걸 위해서는 요하스를 잠시 치워야 했다. 악마와 협상하는 걸 요하스가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을 테니까.

일단 칼부터 찌르고 볼 게 분명!

-주인이여. 어떻게 두고 가려고? 저 천사는 호구지만 끈질기다.

-주인님. 저 천사는 멍청하지만 끈질깁니다.

두 드래곤의 생각도 일치했다.

‘뭐, 보고 있으라고. 다 방법이 있지.’

“아앗! 요하스. 갑자기 파이토스 님이 계시를 내리는군!”

-…….

-…….

[……]

“파이토스 님이 혼자 가라고 하신다!”

“…정, 정말입니까? 어째서?”

“파이토스 님은 위대한 전사를 좋아하시지. 천사의 도움을 받는 것보단 우리만의 힘으로 싸우는 걸 원하시는 게 분명해!”

요하스는 못 미더워했지만 이미 승부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파이토스의 천사가 파이토스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으니까!

[요하스가 타락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생각보다 쉬운데? 그냥 별거 안 해도 계속 거짓말만 하면 되는 거 아냐?’

속일 때마다 조금씩 타락하는 요하스를 보며, 태현은 의외로 쉬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 *

-누구냐, 누구냐!? 이 신성력은… 어떤 신의 찌꺼기가 감히….

“!”

요하스를 두고 앞으로 걸어가자,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현은 긴장했다.

-신의 예지!

[악마의 힘이 매우 강합니다. 신의 예지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카르바노그가 주의합니다. 악마의 힘이 매우 강력합니다!]

‘이런. 요하스를 데리고 올 거 그랬나?’

적어도 대화 몇 마디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시작부터 적대하다니.

태현이 가진 신성 스탯을 너무 우습게 본 것 같았다. 상대가 악마라면 보자마자 덤벼도 이상할 게 없었다.

-아니… 잠깐. 악마도 있군. 너는 누구냐?

“?”

어둠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가리키자, 케인은 당황했다.

“아니 누가 악마래? 난 인간….”

-크하하. 농담도 잘하는구나.

“아니 이 자식아! 안 그래도 오염된 거 때문에 기분 나쁜데! 내가 이래 뵈도 아키서스….”

태현은 케인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키서스 이름 팔아서 좋을 상황이 별로 없었다.

-아키서스…?

악마의 목소리가 갑자기 심하게 일그러진 느낌이었다.

-넌 아키서스랑 무슨 상관이지? 응?

“아키서스도 울고 갈 만큼 사악한 악마라는 거지.”

-뭐? 자신감이 넘치는군. 그런 자신감은 보여주기 쉽지 않을 텐데. 정말 엄청나게 사악한가 보군.

“…….”

-하지만 애송이. 넌 아직 멀었어. 자신감은 좋지만 아키서스의 사악함은 너 같은 애송이 악마가 쉽게 담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앞으로는 입조심 하도록. 나는 관대하지만… 다른 악마들은 건방지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태현은 둘러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의 반응을 보니….

-악마와 같이 돌아다니는 너는 왜… 신성력이 느껴지지?

“나는 그… 뭐시냐… 교단 소속이긴 한데 배신을 때리려고 하는 중이지.”

-호오…?

[악마가 당신의 말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어느 교단이지?

“어… 파이토스 교단.”

-크하하. 그 무식한 망치 놈들의 교단인가… 배신할 만도 하지. 거기는 답답한 곳이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파이토스의 욕까지! 정말로 배신하려는 게 맞나 보군.

[악마가 당신의 말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합니다.]

[악마 프이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윤곽이 드러나더니, 귀족처럼 잘 차려입은 악마가 나타났다.

악마 프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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