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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95화 (695/1,826)

§ 나는 될놈이다 695화

“김… 김태현!!!”

태현을 가장 먼저 알아본 플레이어가 깜짝 놀라서 외쳤다.

태현은 아무런 변장도 하지 않은 상태였고, 그만큼 알아보기도 쉬웠다.

특징적인 날카로운 인상에 장비까지!

“뭐? 김태현이 왜 여기에… 헉. 진짜잖아?!”

“여, 여기에 김태현이 왜?”

얼마 전까지 던전 대회에 참가한 데다가, 태현의 주요 활동 지역은 에랑스 왕국이 아니었다.

그런 태현을 여기서 보게 되다니.

플레이어들은 더더욱 놀랄 뿐!

“김태현 씨! 팬입니다!”

“하하. 그러십니까.”

“태현이 형! 같이 플레이해도 괜찮나요?”

태현은 슬쩍 무시했다. 같이 플레이하겠다고 귀찮게 하는 놈들은 이미 충분했다.

“정… 정말 김태현 선수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태현이 다가오자 주변에 몰려 있던 플레이어들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 모습에 통제하고 있던 길드원이 움찔했다.

‘좋아, 좋아.’

태현의 계획은 간단했다.

이렇게 당당하게 나타나서 길드원한테 ‘왜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막느냐! 너무하지 않느냐!’라고 따지면, 사람들은 태현을 믿고 같이 따져줄 게 분명했다.

분위기라는 건 무서운 법!

평소라면 찍힐까 봐 피하더라도 믿을 구석이 있으면 사람은 달라지게 되어 있었다.

‘분위기에 휩쓸리면 뭐든 토해내게 되어 있지.’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몰려가서 ‘맞아! 왜 막냐!’라고 항의하기 시작하면 길드원은 당황할 것이고….

그러면 횡설수설 정보를 토해낼 것이다.

‘그걸 듣고 판단한다.’

여기서 PVP를 할지, 아니면 좀 더 기다릴지….

어차피 일행은 지금 뒤에 있었다. 소란을 피우면 다른 길로 몰래 숲에 들어가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여기 있는 파티들은 위험 때문에 숲 가운데에 나 있는 길로 다니려고 하지만, 태현 일행 정도면 그냥 숲 바깥부터 뚫고 들어가도 됐다.

이제까지 온갖 역경을 뚫고 나온 그들! 저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있는 분들을 왜 막는 겁니까?”

“맞아요! 맞아!”

“김태현 선수도 이렇게 말하는데!”

태현이 노린 대로 사람들의 기세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당황해라, 당황해….’

“김태현 선수가 그렇게 말하시면 어쩔 수 없겠군요. 다들 들어가도 좋다!”

“?????”

태현은 기겁했다. 뭐 인마?

“와아아아아!”

“역시 김태현 선수야!”

“감사합니다, 김태현 선수! 덕분에 들어갈 수 있게 됐어요!”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우르르 안으로 들어가는 플레이어들!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길드원이란 놈이 맡은 임무를 저렇게 내팽개쳐도 되는 거야?

무슨 파워 워리어 길드원도 아니고!

“이래도 되는 겁니까?”

“예? 아, 괜찮습니다. 위에서도 김태현 선수 만났다고 하면 이해해 줄 겁니다.”

“…….”

“저까지 걱정해 주시다니,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역시 김태현 선수는 인성도 최고군요. 게시판에서 김태현 선수한테 당한 사람들이 험담할 때도 저는 하나도 안 믿었죠. 응원합니다. 파이팅!”

“…….”

태현의 얼굴은 점점 굳어 들어갔다.

멀리서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태현 일행은 상황을 모르고 감탄했다.

“이야, 진짜 대단하네. 몇 마디도 안 했는데 다 그냥 들어갔어.”

“태현 님은 화술의 신이라니까요.”

“뭘 어떻게 하신 걸까요?”

“잘 모르겠지만 그 순간 완벽하게 계산하고 들어간 거겠지. 정말 대단하다니까.”

케인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몇 초 만에 저렇게 계획을 세우고 해낸다는 게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물론 태현 본인의 기분은 달랐다.

‘아니 뭐 이런….’

계획이 틀어져서 어이가 없긴 했지만 아직 상황이 망가진 건 아니었다. 태현은 그냥 묻기로 했다.

“뭐 좀 물어봐도 됩니까?”

“예. 뭐든 물어보시죠.”

원래 엄청나게 고오급 테크닉을 써서 상대를 회유하려고 했는데, 상대가 너무 허술해서 식는 기분이었다.

“…여기서 뭐 하고 있는데 숲을 통제하고 있었던 겁니까? 뭐 좋은 던전이라도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원래 이 <저주받은 어둠의 숲> 지역은 저희 길드가 가장 처음으로 발견한 곳입니다.”

에랑스 왕국은 넓었고, 그만큼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곳들도 많았다.

그래서 그런 지역들을 위주로 탐사하는 길드들도 많았다.

괜찮은 던전 같은 걸 발견하면 길드 하나로서는 평생 놀고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딱히 던전 같은 건 아직 못 찾았습니다만, 지역 안이 워낙 위험하고 그래서 길마님께서 다른 플레이어들 못 들어오게 말리라고 하셨습니다. 괜히 초보자들 들어왔다가 죽어 나간다고요.”

“…?”

태현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라…?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 죽을까 봐 못 들어가게 지키고 있었던 겁니까?”

“네.”

“아니, 아까는 선점했으니까 못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 그거 들으셨습니까? 그야 위험하니까 못 들어간다고 해봤자 사람들은 말을 안 듣잖습니까. 믿지도 않았을 겁니다.”

길드원은 순수한 표정으로 말했다. 태현은 반박할 수 없었다.

판온에서 ‘여긴 위험하니까 들어오지 마세요’ 해봤자 들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 ‘아 내 몸은 내가 챙겨!’ 하면서 들어갈 것이 분명!

차라리 ‘우리가 선점했으니까 들어오지 마라!’라고 말하는 게 더 편할 만도 했다.

“저희 길드는 지금 이 숲을 공략하기 위해 파티를 보내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10%도 못 깬 것 같습니다. 하하하. 하도 넓고 복잡한 곳이라… 몬스터도 만만치 않고 말입니다.”

“…….”

말하면 말할수록 태현의 죄책감이 상승!

그사이 귓속말이 날아왔다.

-어떻게 할까? 우리 우회해서 들어가 볼까?

-아니… 그냥 나와도 된다….

-???

태현의 말에 뒤에서 일행이 우르르 나타났다. 그걸 본 길드원이 깜짝 놀랐다.

“아니! 케인 선수! 이다비 선수! 정수혁 선수까지! 최상윤 선수는 어디 있습니까?”

“걔는 지금 다른 거 하고 있고… 어쨌든 그보다, 그러면 들어가도 상관없습니까?”

“예, 물론이죠. 김태현 선수가 못 들어가면 누가 들어가겠습니까? 하하하. 먼저 들어간 플레이어들도 참 운이 좋습니다. 김태현 선수 덕분에 이렇게 같이 숲을 공략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길드원은 태현이 뭔가 생각이 있어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들여보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김태현이라면 저 사람들을 데리고 숲을 공략할 자신이 있겠지? 그러니까 들여보내라고 한 걸 거야.’

그걸 눈치챈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별생각 없었는데….

-으아아아아악!

그 순간 안쪽에서 비명이 튀어나오더니, 파티 하나가 그대로 달려 나왔다.

아까 신나서 들어간 파티였다.

들어갈 때는 8명이었는데, 나온 건 달랑 3명!

“으아아아! 으아아아아!”

“미친 숲이야! 튀어!”

호다닥-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튀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어… 참, 참을성이 없는 사람들이군요. 김태현 선수랑 같이 갔으면 됐을 텐데.”

이 와중에도 아직 태현을 믿는 길드원!

상황을 가장 먼저 눈치챈 이다비는 감탄했다. 역시 콩깍지라는 게 한번 씌면 오래 가는구나!

“왜 절 쳐다보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유지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자기를 쳐다보지?

“어… 길마님한테 연락이….”

그러는 사이 길드원은 귓속말을 받았다.

“아, 네. 길마님. 예. 아. 왜 사람들을 들여보냈냐고요… 듣고 놀라지 마십시오. 여기 누가 와 있는지 아십니까? 바로 그 김태현 선수가 와있습니다. 네. 진짜요. 가짜 아니냐고요? 어….”

말하던 길드원은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태현은 그 유명세만큼 가짜도 많았던 것이다.

“진, 진짜… 맞으시죠? 진짜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여기 케인을 보시면 알겠지만, 가짜 중에 이런 놈까지 데리고 다니는 가짜가 있습니까?”

“아! 그렇군요!”

바로 납득하는 길드원!

사실 겉모습만 보면 태현보다는 케인이 훨씬 더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태현을 흉내 내는 가짜는 있어도 케인까지 흉내 내는 가짜는 드물었다.

그만큼 흉내 내기 어려운 겉모습!

“저희 길마님이 한번 뵙고 싶다고 하시는데, 혹시 괜찮으십니까?”

“아, 예….”

이제 와서 뭘 거절하겠는가. 태현은 그냥 길마를 만나서 최대한 정보를 얻기로 결정했다.

-으아악! 으아아악!

그러는 사이에서도 숲 안쪽에서는 먼저 들어간 플레이어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뭐 자기가 알아서 잘하겠죠.”

“!?”

* * *

모베송 길드 길마, 니콜라는 꽤 유명한 마법사 플레이어였다.

전문 분야는 전격 마법.

영웅 직업 <휘몰아치는 번개 마법사>로 전직했고, 랭커 스미스와 라이벌 사이로 알려진 그 유명한 마법사 랭커 도미닉과도 친한 사이였다.

그리고 에랑스 왕국에서 마법사 길드를 이끌고 있는 도미닉은 대표적인 반-길드 동맹파 플레이어!

“저 니콜라라는 사람도 길드 동맹을 싫어하니, 태현 님한테 호감을 보이는 게 아닐까요?”

“아주 그럴듯해.”

사람은 원래 같은 걸 싫어할 때 친해지게 마련!

태현도 얼굴도 못 본 니콜라라는 플레이어한테 벌써 호감이 생기고 있었다.

다그닥다그닥-

멀리서 유니콘처럼 생긴 무언가를 타고, 곱슬한 금발을 가진 남자가 나타났다.

-저… 저 복장 뭐냐? 왕자님인가? 왕자님인가??

혼란에 빠진 케인은 귓속말로 일행에게 물었다. 그러나 다들 대답이 없었다.

“오우, 안녕하세요!”

“?”

번역 시스템이 고장 났나?

태현은 당황했지만 번역 시스템은 고장 나지 않았다. 그냥 니콜라의 말투가 저런 것!

“김태현 선수, 아주 팬입니다. 보고 싶었습니다.”

“아, 예.”

“중국 플레이어들, 나쁩니다. 진짜 대륙의 왕은 프랑스입니다. 김태현 선수, 중국 많이 혼내줍니다. 혼내줘서 아주 좋습니다.”

“…….”

만나자마자 우르르 쏟아지는 말들! 태현은 당황했지만 정신을 붙잡았다.

“아, 예. 알겠고요… 이 숲을 공략하려고 왔는데 혹시 뭐 정보 가진 거 있으십니까?”

“오우, 정보 바로 드리겠습니다. 김태현 선수한테라면 당연히 드립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느끼한 사람은 이동팔 대표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아니, 이동팔은 니콜라와 비교하면 가짜에 불과했다.

저게 진짜구나!

“먼저 들어간 플레이어들 도우러 가는 김태현 선수, 멋집니다.”

“?”

“??”

케인과 정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다비가 둘의 옆구리를 찔렀다.

괜히 여기서 산통 깰 필요는 없는 것!

* * *

<저주받은 어둠의 숲>은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지역이었다.

모베송 길드도 공략할 때는 최소 랭커 한 명을 포함한 고렙 파티로 공략하고 있을 정도!

니콜라는 현재 탐험한 지역의 지도를 건네주고 나오는 몬스터들을 설명했다.

“여기 지도입니다. 여기 잘 통하는 성수입니다. 파이토스 교단 겁니다.”

“!”

뒤에서 요하스가 움찔했다. 여기서 파이토스 님이 나오다니!

[요하스가 기뻐합니다.]

‘니콜라는 고위 악마가 있는 걸 모르나 보군.’

숲에는 오염되거나 타락한 야수들이 주로 나타났지만, 정보가 없는 길드 입장에서는 보스 몬스터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여기 늑대인간 상대로 잘 먹히는 은화살입니다. 여기 박쥐 떼 상대로 잘 먹히는 마법 주문 스크롤….”

미친 듯이 퍼주는 니콜라!

마치 할머니가 계시는 시골집에 찾아간 손주가 된 기분이었다.

“이렇게 주셔도 됩니까?”

“김태현 선수, 이 숲 공략합니다. 우리도 좋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좋습니다.”

한마디로 태현이 이 숲을 공략해 주면 모두가 편해진다는 것!

물론 그렇게 따져도 충분히 대단한 친절이었다.

길드 입장에서는 시간이 걸려도 자기들이 깨는 게 이득인데, 이렇게 해준다는 것 자체가 태현을 엄청나게 신뢰한다는 뜻이었다.

‘거 참. 처음 보는 사람들이 친절하게 구니 기분이 묘하군.’

판온 1 때와는 너무 다른 반응들에, 태현은 기분이 묘해졌다.

이게 바로 인기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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