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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94화 (694/1,826)

§ 나는 될놈이다 694화

이세연이 괴로워하는 사이, 태현과 일행은 캡슐에서 나와 승리를 축하하고 있었다.

“우리 나온다! 우리!”

“태현이가 대답 안 하는 건 편집했나본데?”

케인은 핸드폰으로 연락이 쏟아지는 걸 보며 신나 했다.

프로게이머 선수로 뛰고 나서부터 달라진 건, 평소에는 연락도 없던 친구들에게서 ‘요즘 잘 지내지? 나도 판온 하는데~’로 시작하는 연락이 온다는 것!

“어라?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왔는데?”

“광고겠지. 나도 광고 전화 자주 와.”

“저도 김미영 팀장님에게 대출 받으라고 전화 자주 옵니다.”

최상윤과 정수혁이 말하자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광고인가 보네. 차단해야겠다.”

“그런 건 미리미리 차단해놔야 나중에 안 귀찮아. 맨날 보낸다니까.”

“…?”

이다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번호는 광고 번호가 아니었던 것 같았는데…?

‘저런 번호는 광고가 아니지 않나?’

한편 그사이, 파이브 걸즈의 하연은 당황해하고 있었다.

“축하하려고 전화를 걸었는데… 왜 안 받지?”

첫 던전 경기를 축하하려고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는 케인!

다시 걸어도 안 받는 걸 보니 뭔가 이상했다.

“번호를 새로 바꿔서 아닌가요?”

“아니야! 뭔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 내, 내가 뭐 잘못했어?”

“번호 바꿔서 같은데….”

“바꿔도 아예 안 받을 리 없잖아!”

“…세연 언니한테 물어보면 어때요?”

“언니한테는 왜?”

“김태현 선수하고 친하잖아요. 김태현 선수는 케인 선수하고 친하니까… 앗, 언니. 세연 언니한테 물어볼 때 김태현 선수한테 제 이야기도 좀….”

그러나 하연은 듣지 않고 있었다. 바로 이세연한테 연락!

-무슨 일이니!

-그러니까 언니….

하연한테 자초지종을 들은 이세연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금 진지하게 전략 고민하고 있었는데 얘네들이…!

그래도 어쩌겠는가. 동생들인데 잘 챙겨줘야지.

-그래… 김태현한테 물어볼게….

이세연은 바로 태현한테 연락했다. 그러나 태현은 받지 않았다.

이세연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삼촌한테 찾아가서 핸드폰을 빌렸다.

-야!!!

-어? 이거 대표님 번호 아닙니까?

-너 일부러 안 받았지!!

-대회 관련해서 심리전 걸려고 전화 건 거 다 안다. 후. 이세연. 실망이군. 그런 얕은 수작을 부리려고 하다니….

-내, 내가 무슨…! 대회 봤어! 그런 방법으로 올라오다니. 실망이야. 그사이 뭐라도 좀 더 했을 줄 알았는데. 이대로라면 승부는 보나 마나이겠는걸?

이세연의 말에 태현은 움찔했다.

‘젠장. 역시 숨겨진 무언가가 있었군.’

물론 그런다고 태현이 순순히 물러서진 않았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였는데? 설마 내가 보여준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으아아. 역시 숨겨진 뭔가가 있었구나!’

-흐, 흐흥. 나도 숨겨진 거 있거든?

-난 더 많거든?

-난 더 더….

둘의 유치한 싸움은 옆에 있던 이동팔 대표가 ‘둘이 뭐 하니?’라고 물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서로에게 남는 거 하나 없는 의미없는 대결!

-그런데 진짜 왜 전화한 거냐? 심리전도 아니면….

-아. 그게….

사정을 들은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케인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너 때문에 몇 사람이 고생하는 거냐!”

“?!?!?!”

* * *

“몇 분 째지?”

“한 시간 넘었어요.”

-물론이죠! 네! 너무 좋아요! 네!

케인은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서 한 시간 째 통화 중이었다.

전달해 준 태현은 슬슬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저 자식 인생 말고 게임을 저렇게 열심히 하면 얼마나 좋아.”

“…….”

이다비는 뭔가 느낌이 이상했지만 굳이 지적하진 않았다.

지적하기에는 그녀도 인생보다 게임을 열심히 하는 사람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뚝-

그제야 케인이 통화를 마쳤다. 세상을 모두 가진 것 같은 얼굴에 태현은 물었다.

“좋냐?”

“데, 데이트하기로 했어!”

“오….”

비꼬듯 던진 질문이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네가?”

“어!”

‘이 자식 비꼬는 것도 눈치 못 채는 거 봐.’

만약 판온 안이었다면 케인 주변에서 핑크빛 이펙트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행복한 케인!

“근데 어디서 하게?”

“판온 안에서 하는데.”

“…?”

“…???”

태현과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은… 건가?

“판온에서 한다고?”

“어! 다른 연예인들도 올 수 있대.”

“그건 데이트가 아니라….”

무언가 눈치챈 이다비가 말하려 들었다.

-그건 데이트가 아니라, 판온에 관심 있는 연예인들 버스 태워주는 거 아닌가요?

“쉿. 그냥 내버려 두자.”

태현은 그런 이다비를 말렸다. 그래도 저게 어디냐!

케인한테는 저 정도만 해도 충분히 데이트일 수 있는 것이다.

‘너무 좋아하는 거 보니 놀리기도 뭐하군.’

“맞다. 너도 오냐고 해서 너도 온다고 했어.”

“…….”

“어? 왜 그래?”

퍽퍽퍽퍽!

“으아아악! 으아아악!”

태현이 이제까지 연락을 어떻게 피했는데, 한사코 피하던 초보자들을 왕창 데리고 온 케인!

* * *

“아주 원수야, 원수.”

“미안하다니까….”

판온에 접속한 태현은 케인을 구박했다.

‘생각해 보니 대표님이 연습생 훈련도 부탁하지 않았었나? 그것도 슬슬 연락 올 것 같은데….’

태현이 생각하기에 아이돌 게임단은 미친 짓 같았지만, 이동팔 대표가 그렇게 확신이 있는 걸 보니 약간 흔들렸다.

연예계에서 그렇게 오래 구른 남자가 확신을 가진다면 뭔가 있지 않겠는가.

“됐어. 오면 전부 다 폭탄으로 써버린다.”

“야! 그러다가 안 좋은 소문 돌면 어쩌려고! 방송 관계자들도 올 수 있는데!”

“안 좋은 소문 돌면? 방송 안 나가면 되겠네. 퀘스트 이야기로 돌아오자.”

악마 데르벤이 제안한 악마 사냥 퀘스트.

아키서스 교단 권능 퀘스트.

고민하던 태현은 결국 결론을 내렸다.

“악마 사냥부터 먼저 하자. 일단 찜찜한 놈들부터 먼저 처리해야지.”

수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악마 데르벤. 그리고 태현을 쫓아다니면서 물들고 있는 천사 요하스.

이 둘을 먼저 처리하고 가야 했다.

‘요하스는 영입할 거고, 데르벤은 어쩐담? 나중에 레이드할 수 있을까? 안 들키면 지원이 끊기진 않겠지?’

벌써부터 데르벤을 걸어 다니는 경험치로 보는 태현이었다.

접속한 태현에게 요하스가 다가와서 물었다.

“폐하. 여기에서는 아키서스 신앙만 허락하셨는데….”

“데메르도 허락은 해줬어.”

허락은 해줬다.

데메르 교단 신전 근처를 아키서스 교단 신전(새로 뺏은)으로 전부 도배를 해서 그렇지!

“왜 파이토스 님한테 선택받으셨는데 파이토스 신전은…?”

예리한 질문!

태현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대답했다.

“파이토스 님께서 파이토스 교단은 시련이 필요하다고 하시던데?”

“…정, 정말입니까?”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야? 명예로운 아탈리의 국왕이자 아키서스의 화신이며 파이토스에게 선택받은 내가??”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요하스가 잘못된 사실을…]

[요하스가 이 사실을 알게 될 경우 타락할 수 있습니다.]

* * *

“이 훈련장은 아키서스 님을 위한 훈련장이 될 것이다.”

“꼭… 꼭 만들어야 하나? 골, 골드 아까운데….”

“저놈의 입을 다물게 해라!”

“읍! 읍읍읍!”

갈락파드는 부하들을 시켜 펠마스의 입을 닥치게 만들었다.

지금 그들은 다른 교단들의 훈련장 건물들 앞에 와 있었다.

교단의 힘과 축복이 없다면, 훈련장 건물은 그냥 겉껍데기만 있는 건물일 뿐!

실제로 지금은 입장할 수 없는 상태였다.

갈락파드는 이것들을 모조리 치워서 아키서스 교단의 훈련장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분명 교단에 가입하는 새로운 신도들을 위한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그런데 남의 교단이 쓰던 훈련장인데 그걸 뺏어 써도 됩니까?”

“세상 모든 건 아키서스 님의 것. 그러니 다른 신들의 것도 아키서스 님의 것 아니겠느냐. 치우고 짓기 시작해라!”

모인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갈락파드가 미친놈이든 아니든, 그들에게 중요한 건 공적치 포인트였다.

이 수도에서의 신분 상승!

그들은 모두 수도 공성전에서 활약한 플레이어들이 어떤 보상을 받았는지 본 사람들이었다.

“예!!”

* * *

“에랑스 왕국인가….”

“오스턴 왕국보다는 낫네요.”

악마의 위치는 에랑스 왕국의 북동쪽 삼림지대였다.

여기서 더 북동쪽으로 가면 타이럼 사냥꾼들이 있는 잘츠 왕국이 나오고, 동쪽으로 가면 오스턴 왕국이 나오는 곳.

“오스턴 왕국이 편하지. 무슨 짓을 해도 내가 뒷수습 안 해도 되니까.”

“그런… 그런 발상이! 감탄했어요.”

“하하. 뭘 쑥스럽게 그러고 그래.”

“…….”

“…….”

태현과 이다비의 정신 나간 대화를 들으며, 일행들은 뒤를 따랐다.

“확실히 에랑스 왕국이라 그런지 플레이어들이 많이 보이네요. 그것도 다양하게.”

“그렇지.”

아탈리 왕국이나 오스턴 왕국, 기타 몇몇 왕국들이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었지만, 판온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건 역시 에랑스 왕국이었다.

가장 안정적이고, 가장 탄탄한 왕국!

이 근처 던전이나 필드 사냥을 위해 지나가는 몇몇 파티들이 보였다.

“사디크의 불완전한 화신이 잡혀서 진짜 다행이라니까. 그거 때문에 퀘스트가 한동안 막혔었어.”

“앨콧이 잡았다면서?”

“!”

지나가던 사람들의 말을 들은 태현은 움찔했다. 결국 잡혔나?

‘아쉽군. 사디크….’

좀 더 싸워줬으면 했는데.

길드 동맹처럼 어마어마한 인원의 길드의 힘이 하나로 합쳐지면, 태현 같은 플레이어는 버티기 힘들었다.

‘그보다 앨콧이 잡았다고?’

기대하지 않았던 성과! 태현은 앨콧이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도했다.

웅성웅성-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숲 입구까지 도착하자, 무언가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우리 길드가 먼저 선점했다. 못 들어간다!”

“아니 여기가 던전도 아니고 이렇게 넓은데 선점하는 게 말이 됩니까! 들어가게 해주세요!”

“맞아!”

보아하니 파티 하나가 입구를 막고 있었고, 다른 파티들이 항의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먼저 쓴 다음 쓰게 해주겠다. 기다려라.”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인기 많은 왕국에서는 이런 다툼이 흔했다. 태현은 그걸 보고 말했다.

“쯔쯔. 내 영지 주변이었다면 저런 일이 없었을 텐데.”

“…….”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뭘 어떻게 해. 길 막으면 치우고 들어가야지.”

판온 1때부터, 남이 먼저 자리 잡았을 때 그걸 따라준 적이 없는 태현이었다.

‘자리요’라는 말에 대답해 줄 말은 ‘네 묏자리다’밖에 없는 것!

“그런데 좀 이상하네요.”

“뭐가? 곧 로그아웃 당할 놈들이 떠들고 있는 게?”

무기를 꺼낸 태현이 이다비의 말에 의아해했다.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저 말대로 여기가 던전도 아닌데 저렇게 통제를 한다는 게 좀 이상해서요.”

“그렇긴 하네.”

던전이야 여러 파티가 부딪히면 먹을 게 확 줄어드니 통제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렇지만 여긴 던전이 아니라 넓은 지역이었다. 부딪힐 일도 없을뿐더러 통제를 할 이유가 없었다.

태현은 눈빛을 빛냈다. 뭔가 냄새가 났다.

판온 1에서부터 맡아왔던, 남들이 대박을 숨기고 있는 냄새!

‘어떻게 캐볼까?’

그냥 가서 PVP 신청하는 건 쉬웠지만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정보를 얻으려면 약간의 솜씨가 필요했다.

“흠….”

고민하던 태현은 일행을 뒤로 물리고 혼자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외쳤다.

“자. 제가 왔습니다!”

“???”

갑작스러운 등장에 다들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누구야? 누가 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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