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690화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악마에게 오염된 오크를 해치운 것으로 인해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 스탯이 15,000에 도달했습니다. 권능 스킬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권능의 힘을 찾아라-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대륙을 돌아다니며 사악한 악들을 물리친 당신.
그 위대한 업적에 아키서스가 당신에게 힘의 조각을 알려주려고 한다.
정해진 위치로 찾아가 던전을 공략해라. 권능의 힘은 거기에 있을 테니.
보상: ?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
악마의 피에 오염된 대족장의 정체불명 금속 갑옷:
내구력 320/850, 물리 방어력 350, 마법 방어력 120.
스킬 ‘오크식 방어’ 사용 가능, 스킬 ‘대족장의 축복’ 사용 가능, 스킬 ‘정령의 분노’ 사용 가능, 스킬 ‘정령의 파괴’ 사용 가능, 스킬 ‘악마의 혼령’ 사용 가능, 스킬 ‘악마의 속삭임’ 사용 가능. 악마의 피가 없을 시 착용하면 지속적으로 HP 감소.
악마가 주변에 있을 때 능력치 대폭 상승. 신성 공격에 매우 취약.
오크 대족장 대대로 물려 내려오던 축복받은 정령의 갑옷이었지만, 악마의 힘에 오염되어 정령의 힘은 많이 약해진 상태이다.
새롭게 깃든 악마의 힘은 자격이 없는 이에게는 피해를 준다.
‘아니… 이건 못 쓰잖아.’
악마의 피가 없을 시 착용하면 지속적으로 HP 감소. 이 옵션이 뼈아팠다.
총 HP가 적은 편인 태현은 이 아이템을 착용할 수 없었다. 다른 HP 많은 플레이어라도 이런 옵션은 부담되어서 쓰지 못할 것이다.
기껏 얻은 아이템을 갈아버려야 한다니.
“뭔 아이템 나왔어?”
“!”
태현은 케인을 보고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너 이것 좀 착용해 봐라.”
“?!”
케인은 신이 나서 갑옷을 착용했다. 김태현이 보스한테서 나온 장비를 나한테 준다니!
‘내가 공을 제일 많이 세웠다고 생각하나 보군!’
케인은 신이 나서 유지수를 쳐다보았다. 새로 생긴 경쟁자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지수는 측은하다는 듯이 케인을 쳐다볼 뿐이었다.
‘뭐, 뭐야?’
“HP 감소 있냐?”
“없는데?”
“…역시. 케인. 넌 그대로 살아야겠다.”
“??”
우연히 오염된 악마의 피지만 내버려 뒀더니 이렇게 쓸 만한 구석이 있는 것!
태현은 다른 아이템들도 확인해 보았다. 다른 아이템들은 지금 착용하고 있는 장비에 비해 쓰기 애매한 아이템들이었다.
무엇보다 오크 전용 장비들이라 오크 아닌 종족들이 착용하면 페널티가 있는 점이 컸다.
‘투구나 부츠, 팔목 보호대 같은 건 다 갈아버려야겠군.’
수도 공방전에서 얻은 살라비안 교단이나 귀족들 아이템을 포함해서 전부 다 재료를 추출할 생각이었다.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는 악마의 대장간이 있으니, 수도에는 천사의 대장간을 지어야겠군.’
기왕 할 거면 최대 화력으로 화끈하게 추출해야 손해가 적었다.
하도 잡다한 장비들이 많으니, 전부 다 정리해 뭔가 새로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천사의 대장간을 짓기에는 이해도가 부족합니다. 천사의 대장간을 잘 아는 NPC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하. 요하스. 고생 많았어. 악마를 사냥하니 기분 좋군. 이게 다 위대하신 파이토스 님의 덕분….”
“아니, 폐하! 어떻게 파이토스의 힘을 쓰신 겁니까!”
“?”
요하스가 ‘왜 날 구덩이로 빠뜨려서 같이 죽이려고 했냐 이 개자식아!’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다른 걸 묻자 태현은 놀랐다.
그리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잘하면 구덩이 건은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구나!
“파이토스의 힘을 내가 쓸 수 있는 이유가 뭐겠나?”
“?”
“내가 파이토스 님에게 선택받았기 때문이지.”
파이토스 교단의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들으면 뒷목 잡고 쓰러질 소리!
요하스도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파이토스 교단에서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태현은 파이토스 교단을 몇 번이고 엿 먹이고 심지어는 왕국에서 추방까지 했다고 들었던 것이다.
“말… 말도 안 됩니다.”
“왜? 왜 말도 안 되지? 파이토스 님과 직접 대화를 나눠봤나?”
[카르바노그가 낄낄거립니다.]
대륙을 떠나버린 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리 없었다. 카르바노그 같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그걸 믿고 배짱부리는 태현!
“그건 아니지만….”
“파이토스 님이 날 좋게 보시고 힘을 주신 거야! 파이토스 교단은 그걸 보고 질투해서 날 음해하는 거지.”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요하스가 혼란에 빠집니다.]
“말, 말도 안 되는….”
“그런데 왜 그렇게 묻지? 혹시 파이토스를 모시는 천사였나?”
“아, 아닙니다 무슨!”
“아니면 말고. 그보다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니야. 대륙에 악마는 많고 우리는 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앗. 다음 악마 사냥입니까?”
그렇게 당하고서도 요하스는 순진하게 물었다. 천사인 이상 악마 사냥은 의무와도 같았던 것이다.
“그래. 근데 악마 사냥 가기 전에 잠깐 재정비 좀 하고 가자.”
“…정말 잠깐 맞습니까?”
“그럼, 물론이지~”
* * *
[아탈리 왕궁 뒤뜰에 <천사의 대장간> 건설을 시작합니다.]
[카르바노그가 경악합니다.]
미학적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그러나 태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가장 안전하고 가까이에 둘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였으니까.
요하스는 마지막 저항을 시도했다.
“이걸 지으려면 인원이 많이 필요합니다만….”
“저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부려서 써도 돼.”
태현이 왕궁에서 뭘 짓는다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호다닥 달려온 플레이어들!
그들은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공적치 포인트 주세요!
“…알겠습니다….”
결국 요하스는 포기하고 건설을 시작했다. 태현도 옆에서 천사의 대장간 건설을 도왔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 * *
“김태현 이놈 어딨어! 막아야 해!”
김태산은 짐을 챙겨서 황급히 달려왔다. 그러나 오크들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설마… 설마?”
“취익, 아탈리 국왕 카라그 잡았다. 대단한 용사다.”
“취익 취익. 대단하다.”
“크아아아아!”
김태산은 괴성을 질렀다. 그걸 본 오크들은 움찔했다.
“췩. 새 족장도 악마가 들린 거 같다.”
“취익,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안타깝다.”
“시끄럽다 이놈들아!”
김태산은 오크들을 밀쳐 버렸다. 대족장 퀘스트를 위해 꼭 필요했는데 태현이 날름 먹어버린 것이다.
‘설마 오스턴 왕국에서 산적질하기 좋다고 추천한 것도 이걸 노리고 한 건가?!’
만약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소름이 돋는 계획이었다.
* * *
“린야오가 죽었습니다!”
“절대 물러서지 마라! 오늘 끝장을 봐야 해!”
랭커 중 한 명이 로그아웃되는 상황.
길드 동맹은 사디크의 화신을 잡기 위해 전력을 퍼붓고 있었다.
태현처럼 길가에서 천사를 주워다가 싸움 붙일 수도 없는 길드 동맹은, 플레이어들을 총동원해 전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길드 동맹의 랭커들도 전부 다 끌려와서 전투 중!
그 와중에 고대 무술가 직업을 가진 랭커 린야오가 쓰러진 것이다.
“놈은 지쳤습니다! 계속 공격을 퍼부으면 될 겁니다.”
“1조 뒤로! 2조 앞으로! 다시 얼음 마법을 퍼붓는다!”
오랜 싸움으로 단련된 길드 동맹의 파티들은 톱니바퀴처럼 움직였다.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고.
한 파티가 거덜 나면 다음 파티가 바로 달라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디크의 화신은 무시무시했다. 광역기나 공격에 잘못 맞으면 파티 하나가 그냥 절단났다.
-크… 어어… 내가… 이렇게 쓰러질 수는….
“놈… 놈이 도망친다!”
“절대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 여기서 끝장을 봐야 해!”
순간 자리에 있던 모두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번득였다.
-내가 잡아야 해!
보스 몬스터의 막타를 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명예.
그뿐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보상도 포함이었다.
경험치는 워낙 많은 사람이 참가했기에 크게 못 먹더라도, 사디크의 화신에는 다른 게 걸려 있었다.
에랑스 왕국 국왕 대면!
오스턴 왕국 국왕 대면(아직 즉위식도 안 했지만)!
뒤에 건 별로 기대가 안 갔지만 앞에 건 매우 기대되는 보상이었다.
“내가 간다!”
“아니야, 맥필! 아까 린야오를 봐! 너도 당할 수 있어! 내가 갈게!”
아까 랭커인 린야오가 당한 것도 막타 욕심을 내다가 사디크의 화신에게 일격을 맞은 탓이었다.
그러나 랭커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지금 욕심을 내지 않으면 랭커 자격이 없다!
다다다다-
랭커들이 다투는 사이, 검투사 마이크는 동굴 천장에 솟아난 암석들을 붙잡고 점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걸 본 랭커들은 경악해서 외쳤다.
“마이크, 멈춰라!”
“마이크! 매너하자! 너 그거 잡으면 죽는다!”
물론 마이크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같은 랭커끼리 무슨!
그 순간, 사디크의 화신 앞에 구멍이 하나 뚫리더니 사람이 튀어나왔다.
앨콧이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남들 싸우는 사이 데리고 있던 광부 NPC들을 동원해 구멍을 파고 잠복하고 있던 앨콧!
그걸 본 랭커들의 눈빛이 휘둥그레졌다.
‘저 새끼 저, 저거! 안 보이더니 저러고 있었냐?!’
‘저런 비겁한 새끼…!’
“으아아아아!”
앨콧은 고함과 함께 사디크의 화신에게 덤벼들었다.
이번 기회에 목숨을 건다!
암살자인 만큼 사디크의 화신에게 한 대만 잘못 맞아도 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앨콧은 피할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덤벼들었다.
그만큼 끝장을 보려고 각오한 것이다.
푸우욱-!
[대륙을 불태운 사디크의 불완전한 화신이 쓰러집니다!]
그 도박은 성공했다. 앨콧은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아아아아….”
“안 돼…!”
뒤에서 랭커들의 탄식이 들렸다. 앨콧은 못 들은 척했다.
“야 이 비겁한 새끼야!”
“맞아! 우리 싸우는 동안 숨어서 대기하고 있었지!”
“뭐래. 암살자 직업은 원래 이렇게 싸우는 거 모르냐?”
“그만! 그만 싸우고 수습부터 해!”
길드 간부들이 달려와 랭커들끼리의 다툼을 말렸다. 랭커들은 이를 갈며 물러섰다.
‘젠장. 저런 방법을 쓸 줄이야.’
‘생각보다… 좋은 방법인데?’
앨콧은 실실거리며 웃었다. 랭커들이 뒤에서 욕해도 아무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욕하면 어떠냐, 그가 막타를 쳤는데!
이제 에랑스 왕국에만 가면 됐다.
그러나 앨콧은 알지 못했다. 그가 사디크의 화신을 공격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 어떤 유행을 불러올지를.
* * *
“광부 플레이어가 왜 이렇게 많지?”
앨콧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디크의 화신이 있던 곳은 길드 동맹이 뒤처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온갖 전리품부터 시작해서 남은 괴수들까지.
그런데 웬 새로운 광부 플레이어들?
투박한 복장에 곡괭이를 들고 있는 광부 플레이어들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위에서 새로 고용했잖아요. 쓸모가 많다고. 이번에 앨콧 님께서 하신 걸 보고 감명받은 플레이어들이 많습니다. 암살자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삽질 스킬 배우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꽤 있다고 하더라고요.”
암살과 땅굴.
폼은 안 났지만 궁합은 매우 좋은 둘이었다.
“…그… 그래?”
사디크의 화신 잡으려고 짜낸 잔머리가 유행이 되다니. 앨콧은 얼떨떨했다.
‘뭐 좋은 건가?’
“그래서 말인데….”
“?”
“저번에 그 마오쩌둥 님 좀 불러주실 수 있겠습니까? 길드에 가입을 진행하고 싶은데요.”
“야, 안 된다니까!”
“왜 안 됩니까? 나쁜 이야기는 아닐 텐데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게 해주시면….”
“걔네 이미 길드 있어!”
“무슨 길드죠?”
“어… 그… 어… 그러니까 그게….”
앨콧은 자기의 머리를 저주했다. 저번에도 이렇게 물어봤을 때 안 떠올라서 마오쩌둥 같은 가명을 댄 것 아닌가.
그냥 평범하게 외국인 이름 댔으면 이렇게까지 안 할 텐데!
괜한 가명 때문에 길드 동맹 간부들이 감동을 받고 더 신경을 써주는 것 같았다.
‘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