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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80화 (680/1,826)

§ 나는 될놈이다 680화

케인은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아니 태워야 하지 않아? 잠깐…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다!”

케인이 정말로 태현의 생각을 알아차린 것일까? 태현은 놀랐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던데, 케인도 정말 성장을 하는구나!

“사디크의 마수면 불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을 테니까 태우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없애야 한다는 거구나!”

“…아니야, 인마.”

태현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 그렇지.

“말은 맞는 말인데… 지금 얘네를 없앨 필요는 없지. 얘네가 깨어나서 일어나면 누구를 먼저 공격할까?”

“나하고 너?”

“빼고.”

“밖으로 나가서 주변 공격하지 않나?”

“그래. 그러면 뒤처리를 길드 동맹이 할 거 아니야.”

“…!”

케인은 깨달았다. 그렇구나!

“그러면 조용히 나가야겠네.”

“아니지.”

“?”

“더 보살펴줘야지.”

“…….”

케인의 입이 벌어졌다. 언제나 남들보다 한 발짝 더 앞서가는 태현!

“그런데 이거 언제 깨어나는지 모르잖아.”

“걱정 마. 스킬로 보고 있고, 또 깨어나기 전에는 알 수 있을 거야.”

<신의 예지> 스킬도 쓰고 있는 데다가 카르바노그까지 보고 있었다.

알이 부화하기 전에는 미리 눈치챌 수 있었다.

태현은 재빨리 솥을 꺼내서 바닥에 설치했다. 미리 알 수 있긴 해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최대한 빠르게!

부글부글-

물을 붓고 들고 있던 재료 중 몸에 좋아 보이고 사디크에게 좋아 보이는 건 대충 다 쓸어 넣었다.

“화염석도 넣어? …요리 맞아?”

“어허. 마수들은 식성도 다를 거 아냐.”

[화염석을 넣었습니다.]

[괴식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괴식 요리 스킬을 가진 태현만이 할 수 있는, 마수들을 위한 알짜배기 스테미너 요리!

‘무럭무럭 자라거라.’

[악명이 오릅니다.]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칭호: 마수를 위한 요리사를 얻습니다.]

“…….”

태현은 찜찜한 메시지창을 무시하며 요리에 집중했다.

[<활활 불타는 스테미너 수프>가 완성되었습니다!]

[플레이어가 먹을 경우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먹을 경우 HP가 깎일 수 있습니다.]

“자. 케인. 저기 가서 먹이 주고 와.”

“어… 어떻게?”

“알 위에 부어.”

“…….”

케인은 뜨겁게 타오르는 수프 그릇을 들고 찜찜한 표정으로 걸어갔다.

이거 붓는 순간 알이 빡쳐서 공격하는 건 아니겠지?

촤아악-

[사디크의 마수 알이 <활활 불타는 스테미너 수프>를 흡수합니다.]

[사디크의 마수 알이 한층 더 강력해집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멀쩡하냐?”

“멀쩡한… 잠깐, 너 확신 없는데 시킨 거였냐?!”

“하하. 이미 지나간 일은 잊고. 멀쩡하다니 잘됐군. 있는 쓰레기… 아니, 재료 다 털어야겠어.”

괴식 요리의 장점은, 남들은 요리에 쓸 수 없어서 버리는 아이템들로도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태현은 갖고 있는 잡템들 중 팔기 애매하고 쓰기도 애매한 잡템들을 모조리 꺼내서 수프에 넣었다.

어차피 맛으로 먹는 것도 아니니까!

‘그나저나 사디크의 마수 산란장도 이런 지하에 있는 걸 보면, 사디크의 화신도 지하로 숨어 들어간 걸지도 모르겠군.’

지하로 들어갔다면 길드 동맹과 다른 길드들이 수색을 해도 찾기 힘든 게 이해가 갔다.

제대로 된 입구를 모르면 찾기 힘든 게 지하 던전이었으니까.

‘버포드는 제대로 쫓고 있으려나….’

사디크의 화신이 영지를 떠날 때 버포드를 시켜 쫓게 했지만, 아직 버포드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 * *

“망했다!”

버포드는 탄식하며 주저앉았다.

“흑흑. 어떻게 된 거지.”

사디크의 화신을 뒤를 쫓아간 버포드. 처음에는 괜찮았다. 사디크의 화신은 워낙 덩치가 커서 멀리서도 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골짜기를 돌고 나니 사디크의 화신이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기겁한 버포드는 근처를 돌면서 NPC한테 묻고, 이곳저곳 다 뒤져봤지만 딱히 나오는 게 없었다.

“이봐!”

“?!”

“너 뭐하는 놈이야!”

“아… 아무것도 안 하는데요?”

“수상한데?”

“아니야. 혼자잖아. 그리고 산적 같아 보이지는 않아.”

길드 동맹에서 나온 추적대 플레이어들은 버포드를 보고 수군거렸다. 성기사 같아 보였지 산적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수상한 짓 하지 말고 조심해. 우리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네, 네….”

‘개소리 하고 있네.’

버포드는 속으로 욕을 하면서 뒷걸음질쳤다. 재수 없는 놈들! 아탈리 왕국에서 만나기만 해봐라!

* * *

“…….”

“…….”

한편, 에반젤린이 끌고 온 살라비안 추적 파티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배를… 타고 갔네.”

추적 끝에 도착한 곳은 해안가.

배가 있었다는 흔적만 남아 있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파티원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사람 정말 김태현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한 사람 맞아? 사칭 아니야?”

“누가 김태현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했더라? 잘못 들은 거 아닐까?”

“…….”

에반젤린은 이마에서 진땀이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수습해야 해!

“걱정 마! 쫓아가면 되니까!”

“아니….”

“바다 건너서 쫓아가는 건 좀… 어디까지 갔을지도 모르는데….”

“자기들이 도망쳐봤자 얼마나 갔겠어! 게다가 살라비안 교단은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어! 뱀파이어들이라 사람 많은 왕국만 가거든. 해봤자 에랑스 왕국이나 에스파 왕국, 오스턴 왕국 정도야!”

“그렇군요….”

“에반젤린 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대답은 긍정이지만 점점 벌어지는 거리!

파티원들이 은근슬쩍 뒷걸음질 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잠깐! 어디 가!”

“급한 일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후다닥!

거리가 벌어지자 파티원들은 급하게 돌아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휴. 속아서 배 탈 뻔했네.”

“이게 그 게시판에서 종종 보이는 납치 사기지? 배에 타면 내리게 될 때까지 노가다만 시킨다는.”

“아, 그거! 나도 봤어. 파워 워리어 길드원이 배 태워준다는 말 절대 믿지 말라던데. 할당량 안 채우면 안 내려준다고….”

도망치는 파티원들의 말이 에반젤린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아니야…! 아니야! 난 양심적인 사람이라고!”

“후회는 나중에 하고 쫓기나 하자.”

남은 건 최상윤뿐이었다. 최상윤은 지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너… 너는 날 믿는구나!”

“아니, 믿는 건 아니고. 살라비안 교단 놓치면 태현이가 날 엄청 귀찮게 할 테니까.”

“…….”

“뭘 그렇게 봐? 남았으면 된 거 아냐?”

“…그래….”

* * *

[사디크의 마수를 품은 알이 요동칩니다!]

[곧 마수가 깨어납니다!]

[카르바노그가 경고합니다!]

“튀자!”

태현은 솥을 치우고 재빨리 움직였다. 기다리던 케인도 호다닥 뒤를 쫓았다.

밖으로 나오자 저 멀리서 달려오는 파티가 보였다.

“길드 동맹이지?”

“길드 동맹이군.”

“이 자식들! 너희가 그 느구, 느가란 놈들이구나! 나, 에이젠이 너희들을 박살을….”

푹찍푹찍푹찍!

케인은 무식하게 달려가서 에이젠을 몸으로 붙잡았다. 에이젠이 검을 휘두르는 것 정도는 그냥 몸으로 막아내는 방어력!

그사이 태현은 같이 무식하게 에이젠을 찔러댔다. 폭발적으로 올라간 데미지가 에이젠을 박살 냈다.

환장, 아니 환상의 듀오!

“으헉! 으허억! 야! 안 도와주고 뭐해!”

“저… 저기….”

콰직! 콰지직!

땅 속에서, 머리 셋 달린 거대한 개를 닮은 사디크의 마수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사디크의 정예 상급 마수, <머리 세 개 달린 사디크의 화염 사냥개>가 나타났습니다!]

“정… 정예 상급 마수라니!”

“이름도 길어!”

이제까지 그냥 이름도 딱히 없고 그냥 마수들만 나왔는데, 갑자기 저런 추가 칭호들을 덕지덕지 달고 나온 마수라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사디크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건가?! 아니, 교단도 없는 놈이 대체 뭘 해서 저렇게 강해지는 거야?!’

그사이 태현은 케인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야. 놀라는 척 해야지.

“헉! 허어어억! 마, 마수다!”

“으아악! 마수다! 너무 무섭다!”

퍽! 퍼퍼퍽! 퍼퍽!

입은 무섭다고 하지만 손은 붙잡은 에이젠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컥, 컥! 무서우면 좀 놔 개자식들… 으헉!”

로그아웃되는 에이젠!

에이젠이 데리고 온 파티원들은 마수를 보고 도망쳐야 할지 두 산적 놈들을 막아야 할지 망설였다.

그 틈에 태현과 케인은 에이젠의 장비를 알뜰하게 챙기고 튀었다.

“도망치자!”

* * *

“에이젠 파티까지 깨졌다고?!”

“그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는 추적대까지….”

“걔네들까지?!”

“아니, 근처에 있는 추적대는 마수한테 털렸답니다.”

길드 동맹의 간부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젠 파티까지 털렸다면 이건 확실히 평범한 놈이 아니었다.

‘최소 랭커 급이 분명해!’

길드 동맹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놈들은 판온에 많고 많았다.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김태현이었다.

“김태현은… 영지에 있나?”

“네. 영지에 있다는데요.”

“후. 나도 참… 무슨 일만 생기면 김태현 놈이 한 짓 같아서… 하긴, 김태현 말고도 할 놈들은 많지. 마수는? 갑자기 정예 마수가 나타났다던데?”

“이놈들이 마수를 보고 놀라는 걸 보니 관련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긴 그렇겠지. 그걸 누가… 어쨌든 더 두고 볼 수는 없겠어. 현상금 걸어.”

“예.”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랭커들은 길드 동맹의 추적대로만 상대하기 힘들었다.

현상금을 걸면 일반 플레이어들도 신나서 덤벼들 것이다. 악명 높은 산적 직업이니 얻는 보상은 덤!

“그리고 지금… 앨콧이 딱이겠군. 앨콧 불러서 이 자식들 좀 잡아 달라 그래.”

암살자 앨콧.

길드 동맹이 이런 상황에서 가장 쓰기 좋은 패였다.

암살자 직업이 빛나는 순간은 1:1이 아닌, 남들을 추적해서 등 뒤를 찌를 때!

“앨콧이 나선다면 놈들은 파리 목숨이나 마찬가지겠군요. 크헬헬.”

“그래. 불쌍하게 됐어. 그러게 적당히 까불었어야지!”

* * *

“케인.”

“왜?”

“넌 정말….”

“아, 알겠으니까 그만 좀 해!”

둘은 지금 또 지하에 있었다.

케인이 삽질을 하다가 새롭게 사디크의 마수 산란장을 발견한 것이다.

미친 듯한 재능!

태현은 케인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 자식 진짜 광부로 전직시켜야 했었나? 교단 직업 목록에 <아키서스의 광부>는 없나?’

어떻게 삽질을 할 때마다 뭘 이런 걸 다 찾아내지?

[카르바노그가 감탄합니다. 카르바노그는 아키서스의 노예가 광부의 신 프워드의 화신 같다고 생각합니다.]

태현은 일단 하던 대로 마수들을 잔뜩 먹이고 일어섰다. 그리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마수 키워주는 건 좋은데 정작 창고로 쓸 구덩이를 못 만드네. 뭐, 다시 파면 되니까….’

그러나 태현의 생각은 너무 안일한 것이었다.

팍팍팍-

[사디크의 마수 산란장을…]

“너 혹시 사디크의 노예냐?”

“우연이라니까!!”

마침내 세 번째로 발견한 케인!

‘여기에 산란장이 많나? 잠깐만. 거리를 계산해 보면….’

첫 번째 산란장, 두 번째 산란장, 세 번째 산란장의 위치를 지도에서 그리며 태현은 대략적인 거리를 가늠해 보았다.

다들 같은 간격으로 흩어져 있었다.

물론 그건 그거고, 이 넓은 산에서 마수 산란장 위로 들어갈 입구를 찾아낸 케인은 기막힌 감각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파파파팍-

“?”

산란장 안쪽 벽에서 뭔가 파헤치는 소리가 들렸다. 태현과 케인은 서로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이 있는 거 같은데…?”

촤악!

벽이 뚫리더니 안쪽에서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나왔다.

앨콧이었다. 앨콧은 둘을 쳐다보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김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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