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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77화 (677/1,826)

§ 나는 될놈이다 677화

태현이 즉위식 이벤트를 펼친다면 판온에서 두 번째로 왕위에 오른 플레이어가 되는 것!

사실 길드 동맹은 오스턴 왕국의 수도를 점령하자마자 사디크 화신 때문에 비상이 걸려서 제대로 즉위식 이벤트도 펼치지 못했으니, 엄밀히 따지자면 첫 번째로 즉위식 이벤트를 펼친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다.

길드 동맹을 싫어하거나 길드 동맹에게 당한 게 많은 플레이어들은 모두 다 태현을 응원했다.

-길드 동맹보다는 김태현이 낫지!

-길드 동맹 놈들 잘난 척은 엄청 하더니 쌤통이다! 여기서 김태현이 즉위식까지 먼저 해버리면 진짜 웃기겠네!

-난 김태현한테도 당했고 길드 동맹한테도 당했는데… 으윽… 그래도 김태현이… 낫나?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원했다.

즉위식 이벤트를 하라고(길드 동맹보다 먼저)!

물론 태현의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즉위식 이벤트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즉위식 이벤트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너무 검소할 경우 명성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너무 사치스러울 경우 악명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고급 원목 탁자 100개…]

[……]

[……]

[……]

‘미친.’

너무 사치스러우면 어떡하지란 걱정은 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기본 구색만 갖추려고 해도 어마어마한 골드가 필요했던 것이다.

창고는 살라비안 교단이 알뜰하게 골드 한 푼까지 싹 털어먹고 사라져버린 상황.

무에서 유를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세금을 올리던가 해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당신이 즉위식을 할 수도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아푸 백작이 심기가 불편해집니다.]

[당신이 즉위식을 할 수도 있다는 소문을 듣고 케브렌 백작이 심기가 불편해집니다.]

[……]

은근히 싫어하는 아탈리 왕국 지방의 귀족들!

도미닉이 반란을 일으킬 때는 입 싹 닫고 가만히 있다가, 반란이 끝나자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게 매우 얄미웠다.

거기에 다른 영지 문제도 있었다.

[오송 백작의 영지에서 백작의 기사단과 유해를 찾기 위해 사람을 보냈습니다.]

[부카드 백작의 영지에서…]

[피브레 백작의 영지에서…]

태현이 슥삭 해버린 귀족들의 영지에서 찾아온 사신들!

“펠마스. 싸움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유해 못 찾았다고 전해.”

이미 관련된 아이템은 태현이 모조리 꿀꺽한 상황. 그냥 돌려줄 수는 없었다.

“기사단을 돌려달라고 하면요?”

“기사단도 없다고 해야지.”

“…….”

“아. 그건 안 되겠군. 기사들이 날 너무 좋아해서 못 돌아간다고 전해.”

“그대로 전합지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태현은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죽은 백작들의 영지에서 온 사신은 펠마스한테 맡기고….

“백작님,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즉위식에 필요한 음식은 제가 준비해도 되겠습니까?”

“!”

[귀족 전속 요리사, 데브엘이 즉위식 이벤트를 진두지휘하길 원합니다.]

오송 백작을 슥삭 해버리고 얻은 새 요리사.

“흠흠. 데브엘. 다 좋긴 한데 지금 즉위식을 할지 안 할지 정하지 않은 상태라서….”

“그렇습니까. 아쉽군요. 재료가 상하기 전에 다 쓰고 싶었습니다만….”

“그래. 어쩔 수 없… 재료? 무슨 재료?”

“오송 백작님이 갖고 다니던 식재료 말씀이십니까?”

“그… 그런 게 있었나? 양이 얼마나 되는데?”

“영지에 보관하던 것과 비교하면 얼마 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안 쓰면 아까우니까요. 오송 백작님께서는 미식가였기 때문에 영지에 온갖 식재료를 다 보관하셨죠.”

“그렇군. 에드안! 에드안!”

“후후. 부르셨….”

“데브엘과 같이 오송 백작의 영지에 가서 식재료를 빌려오도록.”

“?”

“??”

에드안과 데브엘은 둘 다 의아해했다. 데브엘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백작님. 오송 백작가의 영지에서 식재료를 빌려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거기 분들이 욕심이 좀 많은 분들이라….”

“데브엘. 내 눈을 보게.”

태현은 데브엘의 어깨를 붙잡고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진심은 통하게 마련이야.”

“그… 그렇습니까?”

“그래. 난 이제까지 진심 하나로 모든 위기를 헤쳐 나오고 고난을 극복해 왔지. 내 진심에 저 귀족의 기사들도 내 밑으로 오지 않았나?”

[데브엘이 당신의 말에 완전히 설득됩니다.]

“확실히… 욕심 많은 그들이라도 영웅인 백작님께서 말씀하신 거라면… 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웅인 태현에 대한 알 수 없는 신뢰!

그 사이 에드안은 뒤에서 입을 벙긋거리며 물었다.

-훔칩니까?

-훔쳐와.

* * *

즉위식과 관련해 요리는 어떻게든 되더라도 여전히 남은 건 산더미였다.

연회를 여는 데 필요한 각종 재료와 수많은 아이템.

태현을 따르는 플레이어들은 ‘즉위식 열면 무상으로 일하겠습니다! 열어만 주세요!’라고 떠들고 다녔지만 이런 건 재료 아이템이 필요했다.

고급 꽃 장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급 꽃 아이템이 필요하지, 아무것도 없이 만들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네가 말하니까 좀 불안한데. 뭐지?”

갈락파드가 찾아와서 의견을 내려고 하자 태현은 불길함을 느꼈다.

“위대한 아키서스의 지도자이신 태현 님께서는 마침내 아탈리 왕국을 손에 넣으셨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수도하고 그 근처만이지. 지방 쪽 귀족들은 내 말 안 들을걸.”

“아키서스 님의 인도 앞에서 그런 것은 헛된 저항에 불과합니다. 그들이 저항한다면 아키서스 님의 분노를 맛볼 뿐…!”

“우리 하던 이야기나 하면 안 될까?”

“그렇게 하지요. 태현 님. 이제 태현 님께서는 아탈리 왕국을 손에 넣으셨으니… 국교를 아키서스 교로 하시고, 나머지 교단을 모조리 이단으로 선포하십시오.”

“…왜?”

“그러면 수도 내에 있는 나머지 교단의 재산을 모조리 얻을 수 있습니다.”

“…!!”

실로 악마의 유혹!

[아키서스 교단을 국교로 선포하시겠습니까?]

[아키서스 교단을 국교로 선포할 경우 다른 교단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른 교단을 이단으로 선포할 경우, 이단으로 선포된 교단은 매우 극심한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매우 극심한 불만을 가진 교단은 성전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재산을 몰수할 경우 악명이 크게 증가합니다.]

“너무… 막나가는 거 아닌가?”

“태현 님.”

“?”

“어차피 다른 교단들은 아키서스 교단을 싫어합니다. 태현 님께서 친절하게 구셔도 싫어할 겁니다.”

반박할 수가 없는 맞는 말!

“확실히 그건 그렇지.”

“태현 님이 관대하게 살려주고 있는데도 은혜를 모르는 저들에게 따끔한 맛을 한번 보여주셔야 합니다!”

“으음… 너무 맞는 말인데?”

“오오. 태현 님! 믿고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즉위식에 필요한 의례 준비는 제가 해도 되겠습니까? 교단에서는 저만큼 이런 것에 능숙한 자들이 없을 겁니다.”

“그래. 부탁하지. …잠깐만. 다시 생각해 볼….”

“감사합니다. 태현 님!”

* * *

[아키서스 교단을 아탈리 왕국의 국교로 선포했습니다.]

[타 교단의 적대도가 크게 증가합니다.]

[파이토스 교단을 이단으로 선포합니다.]

[모라 시 내의 파이토스 교단 재산을 몰수하시겠습니까?]

-예.

[현재 모라 시는 자유도시인 상태입니다. 모라 시 내의 파이토스 교단 재산을 몰수하기 위해서는 회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태현은 생각지 못한 메시지를 보고 당황했다.

‘뭐 상관없지.’

왜냐하면….

12명 중에 태현 편만 과반수를 넘기는 상황이었으니까!

* * *

그걸 모르는 파이토스 교단에 가입한 플레이어는 회의장에서 뜨겁게 외쳤다.

“파이토스 교단 재산을 몰수한다는 게 말이 돼!? 아니, 그러면 파이토스 교단 믿는 플레이어들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웬 <파이토스 교단 재산 몰수>로 긴급회의가 떴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거 어떤 놈이 장난친 거 아냐?’

“너희 중 누가 장난친 거지? 이런 것도 회의가 되나 확인해 보려고?”

“아닌데?”

“우린 진지한데?”

“?!??!”

플레이어의 입이 벌어졌다.

“파이토스 교단 믿는 플레이어들은?!”

“다른 곳에 가면 되지 않나?”

“아니면 아키서스 교단으로 갈아타도 되고. 요즘 많이들 그러던데.”

“말, 말, 말도 안 되는… 교단 신전도 없는 도시가 어디 있어!”

“아키서스 신전이 있잖아.”

“교단 하나만 있는 도시가 어디 있어! 다들 싫어할 거라고!”

“미안한데 투표는 우리 12명이서 하는 거야. 자. 투표하자!”

“?!”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 * *

[파이토스 교단 재산이 몰수되었습니다.]

[파이토스 교단이 당신을 교단의 적으로 선포합니다.]

[야타 교단 재산이…]

“흠.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이해해 준다.”

졸지에 수도에 있던 재산들이 모조리 뺏기게 되었으니 교단들이 분노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나마 데메르 교단은 넘어가준 게 태현의 마지막 남은 양심!

사실 데메르 교단을 좀 더 이용해 먹으려는 속셈이었지만….

하나밖에 없는 유니크한 아티팩트들은 아쉽게도 뺏지 못했지만, 교단이 미처 챙기지 못한 일반 장비나 희귀 장비들은 굴러다닐 정도로 챙겼다.

각종 포션과 스크롤, 축복용 재료 아이템들은 덤이었다.

[현재 교단 내 의식 아이템 숫자가 충분합니다. 교단 사제들의 사기가…]

다른 교단들의 아이템을 뺏어서 그걸로 교단 의식을 지낸다는 게 좀 그렇긴 했지만, 태현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런 것에 신경 쓰기에는 이미 아키서스 교단은 너무 멀리 걸어온 것이다.

“요리… 됐고, 나머지 준비는… 갈락파드가 할 거고. 골드만 좀 준비하면 되겠는데… 골드를 만들어야겠군.”

몇십, 몇백 골드로는 턱도 없었다.

최소 몇만 골드 이상!

태현은 새삼스레 골드를 모으는 일에 대한 어려움을 느꼈다. 태현은 이제까지 골드가 부족할 일이 없었다.

판온 1 때는 대부분 솔플이었고, 필요한 아이템이 있으면 자급자족을 했다.

경매장에서 아이템을 사는 정도였기에 골드는 남고 남았다.

판온 2에서는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를 얻어 운영해야 했지만, 거기까지도 어떻게든 됐다.

태현이 퀘스트를 하며 탈탈 털어먹은 장비들이 많아서 그걸 경매장에만 올려도 자금이 꽤 되었던 것이다.

사실 태현도 다른 길드들과 비교해 보면 영지 운영에 꽤 골드를 많이 쏟아부은 편에 속했다. 자기 골드가 아니어서 그렇지.

그렇지만 지금 태현이 구해온 골드들은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를 운영하는 걸로도 아슬아슬했다.

골드를 벌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할까?

판온에서는 정말 골드를 벌기 위한 수많은 방법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중 크고 빠르게 한탕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제작? 아니야.’

태현이 작정하고 대장장이 기술을 동원하면 경매장에서도 꽤 화제가 되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었다.

최고급 대장장이 기술 스킬은 아니었지만, 고급 대장장이 기술 스킬과 고급 기계공학 스킬을 다 갖고 있는 건 태현뿐이었으니까.

거기에 강력한 행운까지!

판온 초기에 태현이 만든 단검을 사기 위해 이리저리 사람들이 모였던 걸 생각하면….

‘그렇지만 수지타산이 안 맞겠군. 한두 개로는 모자라고… 많이 풀었다가는 가격이 내려갈 거고… 무엇보다 길드 동맹 쪽이 사갈 거 같단 말이지.’

최고급으로, 온갖 희귀 재료들을 사용해서 만들면 많이 만들 수 없었다.

솔직히 그런 재료가 있으면 태현이나 태현 일행 장비를 만들었지!

그러면 어디까지나 일반 재료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한계가 있어서 상위권 랭커들은 쓰지 않고 그 밑의 사람들이 사려고 할 것이다.

당연히 한두 개 팔아서는 무리였고 많이 만들어서 많이 풀어야 했는데, 그러면 가격이 떨어질 테니….

천천히 하나씩 파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태현은 그렇게 느긋하게 플레이하는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게다가 가장 꺼려지는 건 그렇게 많이 팔았을 때 그걸 적들이 구입하는 경우였다.

걱정이 과한 것 같았지만, 태현은 판온 1 때 실제로 자기가 판 장비들로 무장하고 덤빈 길드를 상대한 적이 있었다.

쓸데없이 튼튼하게 만들어서 더 개고생!

‘음… 역시 빠르고, 깔끔하고, 크게 골드 벌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나.’

전통적으로 밑천 하나 없어도 크게 한탕을 벌 수 있는 기적의 방법!

태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케인!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앗! 즉위식 준비야?!”

“그래. 오스턴 왕국으로 가자! 복면 써라!”

“…즉, 즉위식 준비하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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