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673화
‘스탯 확인.’
이름: 김태현
레벨: 113
직업: 아키서스의 화신
HP: 72,520
MP: 63,045
힘: 740 (+35)
민첩: 746 (+35)
체력: 880 (+35)
지혜: 836 (+35)
행운: 6,030 (+35)
보너스 스탯: 0
아름답고 균형 잡힌 스탯!
사실 이렇게 스탯을 균형 있게 키우는 사람은 드물었다.
보통 랭커들은 주력 스탯 하나와 보조 스탯 하나를 골라 거기에 올인을 하니….
지금 최상위권 랭커들은 주력 스탯이나 보조 스탯 모두 1,000 정도는 가뿐하게 넘겼을 것이다. 어쩌면 주력 스탯은 2,000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레벨이 깡패니 당연했다.
‘뭐… 상관없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태현은 레벨로 승부할 생각은 없었다.
다양한 스킬들의 조합과 균형 잡힌 스탯(이걸 어떻게 써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압도적 행운 스탯!
행운 스탯은 아무리 쓰고 써도 줄지 않는 샘물 같았다.
아키서스의 저주로 행운을 쭉쭉 소모해서 쓰는데도 레벨 업 한 번만 하면 행운이 팍팍 올랐다.
오른다고 좋아할 게 아니었다.
행운이 오르면 오를수록 태현은 레벨 업이 빡세지는 것이다.
패시브 스킬 <아키서스의 변덕>은 보상으로 받는 스탯 양을 올려주는 대신, 랜덤으로 배분시키는 스킬.
‘그런데 행운만 많이 올리는 거 같단 말이지….’
왠지 모를 수상함!
태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레벨 업의 쾌감 때문에 정신을 놓고 있었지만, 지금은 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확인은 나중에 해도 된다.
일단 뒷정리부터!
* * *
“봐라! 뭐가 위험하다고!”
“김태현이 혼자 먹으려고 한 거 맞다니까?”
-김태현이 이미지 포장 엄청 해서 그렇지 그 새끼 아주 나쁜 새끼야!
-판온 1 때 당해 본 사람이라면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없지!
부서진 성벽과 성문을 넘어가는 플레이어들.
그리고 그들의 개인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신나서 태현의 뒷말을 했다.
물론 모든 시청자가 태현의 원수는 아니었다.
-태현 님 그런 분 아니거든요?
-판온 1 때 태현 님한테 당했던 사람들은 먼저 선공 날려서 그런 거거든요? 던전 잡고서 다른 사람들한테 안 줘서 그런 거거든요?
-아니 뭔 개소리야! 내가 직접 맞아봤는데!
-헛소리하지 마세요. 님 길드 동맹이죠!
-맞아요! 태현 님을 모함하는 사람은 길드 동맹밖에 없어!
순수하게 태현한테 당했던 사람은 정말로 억울했다.
난 길드 동맹하고 상관 하나도 없는데!
그냥 김태현한테 맞은 건데!!!
“자! 시청자 여러분. 보세요! 여기가 한 번도 제대로 공개된 적 없는 아탈리 왕가의 왕궁 입….”
슈우욱-
신이 난 플레이어들이 떠드는 사이, 무언가 날아왔다.
거대하고, 너덜너덜하고, 양손에는 비명을 지르는 백작들을 쥐고 있는 도미닉이었다.
“?”
그리고 터져나갔다.
“으아아아아아악!”
[HP가 0이 되어…]
[HP가 0이 되어…]
꼴사나운 비명과 함께 플레이어들은 바로 로그아웃 당했다.
개인 방송 화면은 시꺼멓게 변했고 남은 시청자들은 황당해했다.
-뭐임??
-그러니까 태현 님이 말하셨잖아요! 위험하다고!
덕분에 기세등등해진 건 태현의 팬들!
태현이 말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 * *
-키에에엑! 키에엑!
“도, 도망쳐야 한다! 도망쳐야 해!”
도미닉이 쓰러지고 교단 간부들이 쓰러지자, 내성 곳곳에서 저항하고 있던 살라비안 교단의 전사들과 괴수들은 단체로 패닉에 빠졌다.
[사기가 0으로 떨어집니다.]
[절망에 빠진 살라비안 교단의 전사들이 도망칩니다!]
아탈리 왕국 수도 곳곳에서 도망치는 살라비안 교단원들을 털어대는 플레이어들을 볼 수 있었다.
[수도의 상점가를 점령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
마지막 공적치 포인트를 더 얻기 위한 레이스!
도미닉이 처치되고 태현의 퀘스트가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받은 플레이어들은 눈빛을 반짝였다.
원정 퀘스트가 정말로 성공한 지금, 공적치 포인트 1이 승패를 갈랐다.
반드시 더 얻고 말리라!
“파워 워리어 길드 집합! 다른 뉴비들한테 밀리면 우리의 수치다!”
“성기사 이즈 킹 길드 집합! 야! 모이라고! 못 들은 척하지 마!”
“저, 저는 길드원 아닌데요. 성기사도 아닌데요?”
“길드 마크나 떼고 말해 이 자식아!”
곳곳에서 길드와 파티들이 집합!
지금부터는 목숨을 건 싸움이 아니라 누가 더 빨리 많이 먹냐의 사냥이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눈빛을 불태우며 아이템을 줍고 잔해를 뒤졌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부서진 건물 사이에서 나온 아이템들을 줍는 건 악명이 올랐지만, 길드원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김태현도 악명은 높다더라!
-김태현이 그러는데 악명은 훈장 같은 거래!
-뭐? 악명이 높을수록 좋다고?
이상하게 퍼진 태현의 소문!
“저기 괴수 도망친다!”
“우리가 가장 가깝다. 가자!”
괴수가 발견되고,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가장 가까웠기에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걸 본 다른 플레이어들은 안타까워했다.
“아! 늦었어!”
“아니야! 저거 봐! 저기 파워 워리어 길드잖아! 쟤네는 별거 없어! 우리가 늦게 가도 쟤네보다 더 많이 잡을 수 있다고!”
“그러네?!”
쫑긋-
앞서서 달려가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의 귀가 꿈틀거렸다.
이 자식들이!
물론 그들이 실력으로는 별 볼 일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렇게 대놓고 말하는 건 경우가 달랐다.
“흥! 어디 한번 해봐라. 길막 팀!”
“?!”
파워 워리어 길드 사이에서 한 무리의 파티가 튀어나왔다.
그냥 나온 파티가 아니라, 묵직하게 생긴 골렘을 타고 있었다.
“저, 저거….”
“야! 저거 김태현이 만든 거잖아!!”
“그걸 여기에 쓰냐?!”
플레이어들이 항의를 했지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하하.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저희는 그냥 여기 서 있는 겁니다만?”
“골렘이 이게 조종하기가 은근히 힘들어요.”
좁은 길목을 골렘으로 막고 비키질 않는 길드원들!
“너희끼리 잡지도 못해! 비켜!”
“우리끼리 잡을 수 있거든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의 말에 다들 코웃음쳤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러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다 자신 있는 표정이었다.
“단검 팀! 발사!”
“발사? 뭔 발사?”
파아앗!
대장장이들처럼 복잡한 기계공학 아이템을 쓰지는 못했지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잔머리의 대가였다.
일단 힘 스탯이 높은 플레이어들이 여럿 모여서 카르바노그의 단검을 맡은 길드원을 들었다.
그리고 집어 던졌다.
날아가는 길드원은 등에 망토 대신 글라이더를 달고 있는 상황!
쉬이이익!
[<단단하게 만들어진 글라이더>가 바람을 가르고 날아갑니다!]
[비행 스킬이 오릅니다!]
곳곳에서 양손에 단검을 든 길드원들이 날아갔다.
그리고 괴수에 그대로 돌격했다.
콰콰콰쾅!
-크어어어어….
수십 명이 넘는 길드원들이 날아가서 꽂히자 괴수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말, 말도 안 돼!”
“그냥 충격 때문에 쓰러진 거야! 분명히 곧 다시 일어날….”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놀라 외쳤다.
저놈들끼리 괴수를 잡는 건 말도 안 돼!
그러나 길드원들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푹찍푹찍푹찍푹찍!
단검은 가장 공격 속도가 빠른 무기. 한 번 제대로 기회를 잡고 공격을 넣으니 무시무시한 속도로 공격이 들어갔다.
-피의 폭발!
“광역기다!”
그러자 괴수가 광역기를 써서 몸에 달라붙은 길드원들을 떨쳐내려고 했다.
그걸 본 플레이어들은 움찔했다.
저건 피할 수 없었다.
‘제대로 당했다!’
‘보아하니 방어구도 별로인데 멀쩡할 리가….’
“!!”
그러나 길드원들은 대부분 멀쩡했다.
“뭐… 뭐야?”
“포션이다! 아키서스 교단의 포션이야!”
지속 시간이 짧지만 공격 한 번 정도는 회피할 수 있다!
결국 길드원들은 괴수를 쓰러뜨렸다.
“와아아아!”
“말… 말도 안 돼!”
* * *
“흑흑. 두 백작님을 구하지 못하다니.”
“아닙니다! 백작님!”
“백작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아니다! 다 내 잘못이다!”
태현은 기사단 앞에서 악어의 눈물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슬퍼할 때가 아니지. 아직 살라비안 교단이 남긴 상처가 크다. 끝까지 날 도와주겠는가?”
“물론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카드 백작 기사단을 지휘할 수 있습니다.]
[피브레 백작 기사단을 지휘할 수 있습니다.]
“일단 왕궁부터 확인하고 점령하고 내성에 있는 살라비안 교단들을 전부 처리한다! 오늘 안에 수도를 확실하게 재정비하자!”
태현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수도를 90% 점령한 상태입니다.]
[살라비안 교단이 도망치고 있습니다.]
“김태현, 김태현!”
“?”
“대주교가 도망쳤어!”
“뭐? 안 죽었다고?”
에반젤린이 와서 외치는 말에 태현은 깜짝 놀랐다.
골골이가 와서 그렇게 찔렀는데 안 죽었다니!
“대주교 추적 퀘스트가 떴으니까 살아서 도망친 게 분명해!”
“그래. 파이팅!”
“같이 쫓… 어?”
“응?”
“아, 아니. 같이 쫓는 거 아니었어?”
에반젤린은 어색하고 민망한 얼굴로 손을 내렸다.
“지금 수습하느라 바빠서 못 쫓아가. 대신 애들은 좀 빌려주지. 누가 좋을까….”
“케인 말고 다른 사람!”
바로 튀어나오는 대답!
“…….”
“…나 여기 있거든?”
“아, 아차.”
에반젤린은 아차 싶었지만 이미 케인의 눈빛에는 원한이 가득했다.
오늘 일은 기억해두겠다!
“아… 아니. 탱커는 내가 있으니까 필요 없다는 거야. 진짜야. 진짜라고.”
케인은 대답 대신 가버렸다. 에반젤린은 안절부절못했다.
“어, 어떡하지?”
“뭘 어떡해. 쟤 삐지는 게 하루 이틀 일이냐. 됐고 상윤이가 도와줄 거야. 상태 많이 안 좋으니 잡을 수 있으면 잡고 안 된다 싶으면 튀고.”
“우리만으로? 좀 부족하지 않나?”
“뭐 부족하면… 이다비. 사람 좀 모아줄래?”
“네!”
이다비는 내성 성벽 위로 기어올랐다.
-상인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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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렸다.
“됐지?”
“…….”
에반젤린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 * *
[왕궁 접견실에 장식된 예술품들을 보았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일시적으로 스탯에…]
[……]
저주도 풀렸고 적들도 없어졌겠다, 태현은 느긋하게 왕궁 안을 돌기 시작했다.
옆에는 이런 일에 빠질 수 없는 인재가 있었다.
“후후후… 태현 님. 이제 제가 대도적이라는 걸….”
“그래. 그래. 너 대도적이다. 알겠으니까 빨리 창고나 안내해 봐. 사람들 오기 전에 빠르게 챙겨야 한다고.”
“후후! 저만 따라오시면 됩니다.”
에드안은 신이 나서 움직였다. 이렇게 날로 먹는 도둑질이 있을까!
아무도 없는 왕궁 복도를 달리는 즐거움이라니.
“자. 일단 여기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여기는 왕가 사람들이 귀중품들을 보관하는 곳인데….”
벌컥-
“?”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어… 음. 교단 놈들이 다 쓸어가버린 것 같군요. 다음 곳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에드안은 다음 장소로 움직였다.
“여기는 왕가의 보검들이….”
텅텅-
“…….”
태현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는 게 보이자, 에드안은 당황했다.
“내가 그러니까 저번에 빼돌리자고 하지 않았냐? 응? 그딴 예술품이나 챙기고!”
“왕… 왕관도 챙겼습니다!”
“왕관 하나로 될 거 같냐!”
태현은 에드안의 멱살을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빼앗긴 왕가의 위엄을 되찾아라-아탈리 왕가 퀘스트>
비열하고 더러운 살라비안 교단은 수도를 점령하고 나서 몰래 왕가의 창고를 털었다.
아탈리 왕가의 보물들은 모두 다 살라비안 교단의 비밀 은신처로 흘러가게 되었다.
아탈리 왕가의 명예를 회복시킨 자로, 혹은 아탈리 왕가를 이을 자로서 이 상황은 참을 수 없다.
교단을 추적해 보물을 되찾아라!
보상: ?, ???, ?????.
‘젠장. 좀 쉽게 가는 게 없어요.’
그러는 사이 메시지창이 떴다.
[수도 내 살라비안 교단이 전부 도주했습니다.]
[현재 수도를 100% 점령했습니다. 공성전에서 승리합니다!]
[아탈리 왕국의 수도, 모라 시를 점령했습니다. 도시를 통치할 수 있습니다!]
보물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국왕 즉위 퀘스트부터 시작해서 도시 통치부터 고민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