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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72화 (672/1,826)

§ 나는 될놈이다 672화

[화살에 들어간 오리하르콘의 양이 부족합니다.]

[데미지에 페널티가 붙습니다.]

“…….”

[카르바노그가 아무리 그래도 재료를 아끼냐고 한심해합니다.]

‘아끼려고 한 게 아니라 재료가 그것밖에 안 나와서 그런 거잖아!’

-크아아아아악! 크아아악! 크아아아아악!

[칭호: 왕족 살해자를 갖고 있습니다.]

[도미닉에게 막대한 추가 데미지가 들어갑니다!]

도미닉의 아버지, 안토니오를 잡고 얻은 왕족 살해자 칭호!

왕족을 상대할 때 막대한 추가 데미지를 넣는 칭호였다.

이걸 얻었을 때는 ‘이걸 쓸 일이 있나?’ 싶었지만, 이런 상황이 되니 고맙기 그지없는 칭호였다.

[<살라비안의 혼에 잠식당한 도미닉>의 HP가 10% 미만으로 떨어집니다!]

[<살라비안의 혼에 잠식당한 도미닉>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괴로워합니다!]

‘오. 그래도 효과는 충분하군.’

재료가 부족해서 작게 만들었는데도 보스 몬스터의 피를 90% 날려버린 위력!

물론 왕족 살해자 칭호 버프까지 들어가긴 했지만….

조금만 더 컸으면 정말로 일격에 보내버릴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도미닉이 <살라비안의 재생> 스킬을 사용합니다.]

[도미닉이 <살라비안의 흡혈> 스킬을…]

-아키서스의 권능: 저주!

도미닉이 회복하려고 하자 태현은 곧바로 방해에 들어섰다.

[<아키서스의 권능:저주>를 사용합니다.]

[저주를 풀기 전까지 행운이 지속적으로 소모됩니다.]

한 명에게만 걸 수 있고, 쓰는 순간 계속해서 행운을 소모하지만 이 두 단점을 제외한다면 아키서스의 저주는 저주 계열 스킬들 중 최강에 속하는 저주였다.

한 번 걸리는 순간 게임을 접게 만들고 싶은 불운이 덮치는 것이다.

걸리지 않게 피하거나 막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

[<살라비안의 재생> 스킬이 실패합니다.]

[<살라비안의 흡혈> 스킬이 실패…]

콰쾅! 콰콰쾅!

스킬이 실패하자 역으로 도미닉에게 데미지가 들어갔다.

-크아아!

이성을 잃은 도미닉은 땅을 구르며 괴로워했다. 물론 땅을 구르는 것도 조심해야 했다.

쿠당탕!

[도미닉이 균형을 잃고 넘어집니다.]

-아키서스! 죽인다! 아키서스! 죽인다!

‘음. 이성을 잃어도 한 가지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군.’

태현은 냉정하게 도미닉의 상태를 판단했다.

이 정도면 거의 다 잡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원래라면 태현 일행이 밀렸을지도 몰랐지만, 살라비안 교단 측이 하나하나 자폭을 한 덕분에 일이 몇 배로 쉬워졌다.

살라비안 대주교는 자폭으로 교단 간부들을 전부 날려 버리고.

도미닉은 알아서 불완전한 살라비안의 힘을 받아들이고 맛이 가버렸다.

물론 불완전한 살라비안의 힘도 충분히 위협적이고 강력한 힘이었지만….

이성을 잃은 이상 태현처럼 온갖 비장의 수를 갖고 있는 플레이어에게는 그냥 손쉬운 사냥감일 뿐이었다.

아껴뒀던 화살을 맞고, 그 많던 HP가 10% 밑으로 내려간 상황에서 각종 스킬까지 저주로 잠가진 상태.

게다가 주변에는 도와줄 아군도 없었다.

이 정도면 태현이 해온 보스 레이드 중 손쉬운 축에 들어갔다.

다 잡았다!

‘잠깐. 아직 저 두 인간이 살아 있는데.’

태현은 힐끗 시선을 돌렸다. 보스 몬스터를 다 잡고 나니 이제 다른 생각이 났다.

두 백작이 팔팔하게 살아 있는 것!

‘아까 보내버렸어야 했는데….’

마법 폭주 때 슬쩍 등을 밀어버렸어야 했는데! 태현은 스스로를 자책했다.

다른 일행들을 지키느라 백작들을 끝내지 못한 것이다.

“김태현 백작! 저 괴물이 다 죽어가는 거 같소! 어서 끝장을 냅시다!”

부카드 백작과 피브레 백작이 기세가 올라서 외쳤다. 태현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괴물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할 겁니다. 백작님들께서 끝장을 내주시지요! 저 배신자, 반역자의 목을 치는 게 가장 커다란 명예 아니겠습니까!”

“!”

“!!!”

[최고급 화술 스킬을…]

[두 백작의 눈이 돌아갑니다!]

“내가… 내가 죽일 거야!”

“비켜라, 부카드 백작! 어디 검술도 허접한 놈이!”

두 백작이 달려가자 기사들이 당황해서 외쳤다.

“위험합니다, 백작님! 저희한테 맡겨 주십시오!”

“어허! 어디서 백작님들이 얻으려는 명예를 방해하려고! 설마 너희 허튼 꿈을 꾸고 있는 거냐! 백작님들이 얻을 명예를 뺏으려는!”

“?!”

태현의 말에 두 백작은 눈이 돌아가서 기사들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기사들은 기겁해서 손을 흔들었다.

“아닙니다!”

“그러면 보고 있어라!”

태현은 말과 함께 유지수에게 작게 말했다.

“쏴버려.”

“네!”

“아니. 도미닉 말고 저기 귀족들.”

“네?”

“에이. 알면서 왜 그래.”

“모, 모르겠는데….”

유지수는 당황했지만 일단 쏘려고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태현이 하라고 했으니까!

“앗. 유지수 님. 쏩니까?”

“쏘는 겁니까?”

뒤에 있던 타이럼 사냥꾼들은 유지수가 활을 들자 신이 나서 화살을 겨누었다.

“도미닉을 쏘는 게 아니라….”

파파파파팍!

유지수가 말하기도 전에 시위를 놓아버리는 사냥꾼들!

‘아. 저 청개구리들….’

태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 보니 타이럼 사냥꾼들은 원래 말귀를 못 알아먹었던 놈들이었다.

“죄, 죄송….”

“아냐. 네 잘못이겠냐. 쟤네 잘못이겠지.”

유지수가 울상이 되어 사과하자 태현은 말렸다. 타이럼이 이상한 거지 유지수 잘못이 아니었으니까.

퍼퍼퍼퍽!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아아악!

안 그래도 한 발 한 발이 급소를 노리고 날아드는 공격이었는데 아키서스의 저주가 걸린 상태였다.

온갖 상태 이상이 다 들어왔다.

도미닉은 괴성을 지르며 뒹굴었다. 그렇게 뒹굴던 도중 도미닉의 손아귀에 접근하던 두 백작이 와락 붙잡혔다.

덥썩!

“!”

“!!!”

“백작님!!!!”

“아이고, 백작님!”

같은 ‘백작님’이지만 어딘가 실린 감정은 많이 다른 외침!

‘일을 편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가 생략된 것 같은 외침이었다.

기사들이 기겁해서 달려들려고 했다.

“구해드리겠습니다!”

“비켜라! 내가 구해드리겠다!”

“오오! 김태현 백작님! 감사합니다!”

대륙의 영웅이자 왕국의 영웅인 태현이 나서자 기사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감사해했다.

물론 태현이 구해주겠다는 건 조금 다른 의미였다.

죽여서 구해줄게!

타다닥-

이성을 잃고 날뛰는 도미닉의 공격은 태현에게 하나도 맞지 않았다.

저런 기습에 당하는 건 백작들 정도였다.

가까이 붙은 태현은 도미닉의 팔을 잘라내서 백작을 구하지… 않았다.

-사디크의 화염 룬!

촤촤촤촥!

어지럽게 움직이는 도미닉의 등짝에 사디크의 화염 룬 스킬을 사용!

곡예에 가까웠지만 태현에게는 손쉬운 일이었다.

[<사디크의 화염 룬> 스킬을 사용합니다.]

[글자가 사라지기 전까지 사디크의 화염 룬에서는 사디크의 화염이 영원히 솟구칩니다!]

살라비안 교단과 사디크 교단의 상성이 최악이라는 건 영지 공성전 때 확인을 끝낸 뒤였다.

이성을 잃은 뒤에야 이렇게 쓸 수 있었지만…!

[사디크의 화염이 도미닉을 불태웁니다.]

[살라비안의 재생력이 막힙니다.]

-크아아악! 크아악!

도미닉은 울부짖었다.

“으아악! 김태현 백작! 우리도 있네!”

그리고 두 백작도 울부짖었다.

앗 뜨거워!

“앗. 백작님!”

“그래! 김태현 백작! 구해주게!”

“그럴 수가 없습니다! 도미닉이 너무 강합니다!”

“팔을 잘라! 이놈의 팔을 자르라고!”

“너무 두껍고 단단해서 자를 수가 없습니다!”

“아니 이런 미친놈이! 기사들을 불러! 기사들을 부르라고!”

뜨거워 죽겠는데 안 된다는 소리만 하니 백작들은 화가 치솟았다.

왕국의 영웅이 저런 놈이었다니!

“지금 저보고 미친놈이라고 하신 겁니까? 와. 저 기분 상했습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뜨! 아뜨! 구해주게! 김태현 백작!”

“정말 구해드려도 됩니까?”

“그래!”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래!”

“알겠습니다!”

태현은 품속에서 폭탄을 꺼냈다. 그걸 본 백작들은 반색했다.

“오오! 그래! 그거라면 놈의 몸을 날려 버릴 수 있겠군!”

“잠깐. 저 폭탄을 터뜨리는데 우리는 멀쩡할 수 있나?”

“김… 김태현 백작은 폭탄의 달인이라고 했으니 할 수 있지 않… 으아아! 말 좀 하고 던지게!”

콰콰쾅!

[도미닉이 <살라비안의 끈질김>으로 폭발 공격을 견뎌냅니다.]

[스턴 상태에 빠진 도미닉이 한동안 움직일 수 없습니다.]

‘패시브 스킬! 끈질긴 자식 같으니.’

이미 써져 있는 패시브 스킬은 저주를 맞은 상황에서도 작동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실 도미닉은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 공격을 막긴 했지만 숨통을 끊을 방법은 많았으니까.

문제는 두 백작!

“죽, 죽는 줄 알았네!”

“역시 김태현 백작이야. 완전히 계산한 거지! 자! 빨리 우리를 구하게!”

도미닉이 막아낸 덕분에 폭발 데미지를 안 입은 둘!

태현도 이제 슬슬 저 둘을 못 죽이는 거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들었다.

뒤에 기사들도 있고 언제 도와주겠다고 달려올지 몰랐다.

도미닉을 빨리 죽이고, 그 전에 저 둘을 못 끝내면 그 다음부터는 정말 죽이기 힘들어진다!

태현은 결심하고 스턴 상태에 빠진 도미닉의 몸에 손을 올렸다.

-살아 움직이는 폭탄!

[살리비안 교단의 괴물에게 살아 움직이는 폭탄을 사용했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고급 기계공학 스킬이 마침내 레벨 9에 도착했다.

1만 더 올리면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로 도착!

그동안 태현이 얼마나 많은 폭탄을 터뜨려왔는지 생각해 보면, 이 속도는 오히려 늦은 편이었다.

기계공학은 의외로 성장이 느린 스킬!

“김태현 백작. 지금 뭘 하는…?”

“쉿. 가만히 계십쇼.”

스턴 상태 끝나기 전에 폭탄 만들고 튀어야 한다!

[살아 움직이는 폭탄 스킬이 완료되었습니다.]

태현이 스킬을 마치는 순간, 스턴 상태에서 풀려난 도미닉이 발악했다.

뭔지는 몰라도 태현이 쓴 스킬에 겁을 먹은 것이다.

-크아아아!

[도미닉이 <살라비안의 도주> 스킬을 사용합니다.]

[<살라비안의 도주> 스킬이 실패합니다.]

[아주 가까운 거리로 순간이동합니다.]

팟!

원래라면 먼 거리를 공간이동했어야 했는데, 스킬 실패로 랜덤한 근거리에 순간이동!

도미닉은 왕궁 앞뜰에서 내성 성문까지 날아갔다.

빠르게 달려가면 10초면 닿는 거리! 별로 의미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잘됐군. 기사들한테 잘 보이지도 않을 거고!’

바로 지금!

-폭발!

[살아 움직이는 폭탄이 폭발합니다!]

[살라비안의 저주받은 후계자이자 아탈리 왕가의 반역자, 도미닉이 영원한 안식에 빠져듭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부카드 백작, 피브레 백작이 사망합니다.]

[악명이 크게 오릅니다.]

[칭호: 귀족 살해자를 얻었…]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한 번에 레벨 5 상승!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에이 그게 뭐 대단하다고’라고 했을 테지만 태현한테는 아니었다.

도미닉이 직접 살라비안의 힘을 얻어 폭주를 해주고, 거기에 두 백작이 살신성인해서 협조해 준 덕분에 할 수 있었던 레벨 업!

‘고맙다. 모두들!’

[카르바노그가 미친놈 보듯이 쳐다봅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

[살라비안 교단의 권능, <살라비안의 폭주>를 얻었습니다.]

[<왕이여, 만수무강하소서>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왕이여, 만수무강하소서-아탈리 왕국 국왕 퀘스트>

도미닉의 학살로 다미아노 2세의 아탈리 왕가 핏줄은 모조리 끊겼다.

이에 각지에 있는 영주 귀족들은 야심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반역자 도미닉을 쓰러뜨릴 경우 누구든지 새 왕좌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아탈리 왕국의 정당한 귀족이라면 누구든지 이 퀘스트에 참가할 수 있다.

반역자를 처치하고 아탈리 왕국의 새로운 국왕이 되어라!

보상: 아탈리 왕국의 국왕.

[이제 아탈리 왕국의 국왕 선포식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아탈리 왕국의 국왕을 선포할 경우 아탈리 왕국의 다른 귀족들이 친밀도, 명성, 악명에 따라 반발할 수 있습니다.]

새삼스럽게 보니 이 퀘스트를 정말 어떻게 깼나 싶었다.

태현 본인도 못 깰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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