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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69화 (669/1,826)

§ 나는 될놈이다 669화

“그래… 고생 많았다.”

태현은 위로하면서도 비아냥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교묘한 화술을 갖고 있었다.

에반젤린 같은 풋내기는 절대 따라할 수 없는 교묘한 화술!

“그런데 너, 저기 루콘한테서 뭔 아이템을 얻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호ㄱ… 아니, 에반젤린.”

“너 분명히 방금….”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빨리 안으로 밀고 들어가야지.”

성문과 성벽 사이에서 있었던 치열한 난전은 점점 결과가 드러나고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외벽 망루를 점령하는 데 성공합니다. 사기가 오릅니다.]

[플레이어들이 성문을 점령하는 데 성공합니다.]

[플레이어들이…]

완전히 때려 부순 다음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전략이 통한 것이다.

살라비안 교단이 보낸 괴수들은 거의 다 쓰러졌고 남은 교단원들은 후퇴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왕궁을 막고 있는 내성!

“와아아아아!”

“도망친다! 도망쳐!”

플레이어들은 공성전에서 이겼다는 걸 깨닫고 기뻐했다. 그러나 태현은 아니었다.

‘내성 공략은 더 힘들 수 있겠는데….’

저번 공성전 때 무시무시한 힘을 보인 살라비안 교단의 대주교.

거기에 도미닉 본인도 아직 쌩쌩했다. 내성에서 살라비안 교단이 어떤 수를 꾸미고 있는지는 알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지. 힘으로 밀어붙이는 수밖에.’

태현은 죽은 오송 백작을 제외한 다른 두 백작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외쳤다.

“여러분들 덕분에 성문을 뚫을 수 있었습니다!”

“후욱, 후욱….”

“그, 그래. 김태현 백작. 이쯤이면 내가 가장 크게 공을 세웠….”

“하지만 저 간악한 놈들은 왕궁이 있는 내성으로 가서 버티고 있습니다! 놈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조금 쉬었다 가면 안 되나?”

“안 됩니다! 저 간악한 놈들은 바로 힘을 회복해서 공격할 겁니다. 이 때 쳐야 합니다!”

부카드 백작과 피브레 백작 둘 다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기사단을 이끌고 직접 싸웠기 때문이었다.

조금 쉬고 가자!

그러나 태현은 피도 눈물도 없이 밀어붙였다.

“그러면 뭐… 저 혼자 갈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러다가 제가 공을 가장 많이 세울지도….”

“가겠네!”

“가지!”

[화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 * *

“도미닉 님! 성문이 뚫렸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지금 상황이….”

“걱정하지 말라니까! 이 내성은 놈들이 쉽게 뚫지 못할 것이다. 지금 중요한 건 의식이다. 의식만 끝나면 내가 직접 왕관을 쓰고 저 같잖은 벌레들을 쓸어버릴 테니 걱정하지 마라!”

“하오나….”

수비대장은 도미닉의 장담에 불안해했다.

뭘 믿고 이러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외성의 정문과 성벽은 초토화되고, 분노한 원정대가 뚫고 들어오고 있었다.

귀족들의 병사까지 합치니 그 숫자는 어마어마!

그에 비해 지금 내성은 살라비안 교단원과 얼마 남지 않은 왕국군 수비대가 전부였다.

살라비안 교단원이 아닌 왕국군은 벌써부터 김태현 백작의 명성을 듣고 탈주하려고 하고 있을 정도.

“도미닉 님. 대주교님이라도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들의 기세가 너무….”

“안 된다고 했다! 대주교는 의식이 끝날 때까지 있어야 한다.”

왕궁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의식!

그 의식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대주교가 필수적이었다.

물론 그건 도미닉의 입장이었고, 수비대장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병력이 없는데 대주교까지 없으니 죽을 맛이었다.

살라비안 교단의 온갖 비의를 쓸 줄 아는 대주교는 일인군대나 마찬가지!

성벽으로 오기만 하면 온갖 괴수들과 전사들을 불러낼 수 있을 텐데….

“버티기만 해라.”

“하지만 놈들은 사악한 폭탄을 갖고 있습니다. 그 위력이 보통이 아니라서….”

“멍청하기는. 여기는 내성이다. 외성이 아니란 말이다. 내성을 그런 식으로 공격했다가는 주변이 완전히 박살 나고 왕궁까지 무너질 수 있다. 설마 그놈이 그러겠느냐?”

“아! 그렇군요!”

“그래. 놈들은 외성을 공략했으니 자만에 빠져 내성은 최대한 피해가 안 가는 식으로 공격할 것이다. 시간만 끌어라! 그러면 충분할 테니까.”

* * *

“후. 그래도 피해가 적긴 하군.”

대부분의 피해는 기사단에게서 나왔다. 플레이어들 사이의 피해는 기적적으로 적었다.

“폭탄 터뜨리게 해주세요!”

“음. 그런데 저 내성 주변에는 비싼 건물들도 많은데….”

“폭탄 터뜨리게 해주세요!!”

“내성 안에는 왕궁도 있고 말이야.”

“폭탄 터뜨리게 해주세요!!!”

“그래. 터뜨려라 터뜨려.”

울먹이며 부탁하는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의 모습에, 태현은 허락을 내렸다.

물론 그들의 부탁 때문에 허락한 건 아니었다.

빠른 공략을 위해서!

‘솔직히 폭탄 안 쓰면 너무 힘들겠지….’

태현은 욕심 때문에 일을 망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이득을 잘라내고 달릴 수 있는 사람!

* * *

“왜 귀가 간지럽지?”

“왜 그러십니까?”

“아니야. 사디크의 화신은 쫓고 있나?”

“예. 다시 쫓고 있습니다.”

“개 같은 사디크… 개 같은 김태현… 꿍얼꿍얼….”

“네?”

“아무것도 아니야.”

쑤닝은 이를 갈며 보고서를 읽어보았다. 오스턴 왕국 국경의 피해가 어마어마했다.

이걸 회복하려면 결국 세금을 세게 때리는 수밖에 없었다.

온갖 창의적인 방법으로 물리는 세금.

오스턴 왕국 내 던전을 이용할 시 세금! 오스턴 왕국 내 NPC들을 이용할 시 세금!

세금, 세금, 세금!

이런 세금은 일반 플레이어들뿐만이 아닌 길드원들한테 까지도 적용되었다.

길드 내 등급을 나눠서, 일정 등급에 따라 이용 가능한 시설이나 던전이 제한되는 것!

워낙 길드원들이 많았기에 등급을 안 나눌 수가 없었다.

이 방법은 길드 동맹 내 길드원들을 열심히 분발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불만을 쌓이게 만들었다.

등급이 낮은 일반 길드원들은 그냥 일반 플레이어하고 혜택에 별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쑤닝과 길드 동맹의 간부들은 믿고 있었다.

이대로 쭉 가면 결국 피해를 회복하고 황금을 쌓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그만큼 왕국 하나를 통째로 먹었다는 것의 의미는 컸다.

영지와 비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입이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김태현 그놈이 설마 왕이 되진 않겠지… 에이, 길드도 없는데… 설마… 설마….’

쑤닝은 불길한 예감이 솟구치는 걸 느꼈다.

하도 불길해서 공성전 방송도 끄고 안 보고 있었다.

설마 설마 싶었지만 매번 그 ‘설마’를 뚫는 게 김태현 아니었던가.

사디크의 화신이 나타나서 살라비안 교단 군세를 날려버린 건 지금 다시 봐도 어이가 없었다.

-진짜 김태현 놈이 보낸 거 아닙니까?

일이 이렇게 흘러갈수록 쑤닝은 굳게 다짐할 수밖에 없었다.

김태현을 상대하기 위해 훈련 중인 특수부대!

‘김태현을 노리고 노려서 반드시 쓰러뜨리고 말겠다…! 두고 보자 김태현.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라는 것을!’

* * *

콰콰쾅! 콰쾅! 콰콰쾅! 콰콰쾅!

“이히히! 폭탄 발싸!”

‘점점 정신줄을 놓고 있는 거 같아.’

이번 공성전은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에게 천국이었다.

마음 놓고 터뜨리고 부술 수 있는 기회!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는가!

내성 성벽에 금이 가고 성문이 흔들리는 걸 보며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왜 다른 간부 놈들은 안 나오지? 대주교는 슬슬 나올 줄 알았는데….’

혼자서 군대를 만들어 공성전에 나선 살라비안 교단의 대주교.

태현뿐만이 아니라 모든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적 NPC였다.

내성 공략전에는 당연히 나와야 하는데….

[카르바노그가 의식을 경고합니다!]

<불길한 의식의 징조-살라비안 교단 토벌 퀘스트>

아키서스의 화신이자 백작인 당신은 놀라운 지휘와 뛰어난 전술로 수도 외성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지금 내성 안 왕궁에서는 강렬한 살라비안의 힘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분명 어떤 의식이 진행되고 있는 증거!

최대한 빠르게 내성을 공략해 의식을 막아야 한다. 의식이 성공할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보상: ?, ????

‘젠장!’

태현은 혀를 찼다. 외성을 쉽게 뚫었다고 방심했던 것이다. 적들이 공격적으로 안 나오면 뭔가 있다는 걸 짐작했어야 했는데!

‘플레이어들 지휘하고, 성벽 날리고, 오송 백작 잡고, 루콘 백작 잡고, 기사단 훔치고, 아이템 몰래 얻느라 방심했다!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남들이 들었다면 미친놈 보듯이 쳐다봤을 생각이었다.

-저게 사람이야? 슈퍼 컴퓨터야?

“애들아! 따라와라!”

“어? 어디를?”

태현은 대답하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나머지 일행들은 어리둥절했지만 일단 뒤를 쫓아 달렸다.

-주인님.

“왜?”

-그런데 골골이는 안 찾습니까?

“헉.”

-설마 잊으신 건….

“아, 아니야.”

흑흑이의 말에 태현은 그제야 골골이를 떠올렸다. 얘 진짜 어디 갔냐?

-죽은 건 아닐까요?

“너 은근히 기대하듯이 말한다? 안 죽었어. 죽었으면 메시지창 떴겠지. 역소환 됐을 테니까.”

골골이 소환 반지가 있었으니 역소환 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소환할 수 있었다.

그런 게 없었으니 아직 살아 있는 게 분명!

-그러면 폭탄 날릴 때 맞고서 어디 쓰러져 있는 건….

“…그건 가능성 있을지도 모르겠군….”

-크헤헤헤. 아주 꼴사나운….

“너 속마음이 너무 노골적이다.”

내성 안으로 잠입하는 건 쉬웠다. 사방이 터져 나가고 있었으니까.

물론 폭탄은 태현 일행도 가차 없이 노렸다.

“으아아! 김태현! 쟤네 좀 말려봐!”

에반젤린은 비명을 지르며 스킬을 사용했다. 뒤에서 쐐애액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폭탄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미안. 알아서 잘 피해 봐.”

“저거, 저거! 지 혼자 데미지 안 입는다고! 너무하네 진짜!!”

에반젤린의 목소리에 케인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태현과 눈이 마주쳤다.

“…….”

“목, 목이 아파서….”

“…….”

“진짜야! 진짜라고!”

* * *

탁-

착지한 일행은 빠르게 안으로 돌입했다. 주변이 온통 검붉은 안개가 끼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거기는 길 없으니까 이쪽으로 와.”

“너 길 되게 잘 안다?”

에반젤린은 의아해했다.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지도라도 있는 것처럼 지형을 꿰고 있는 태현!

“나는 여기 몇 번 와본 적 있으니까.”

“아 맞다. 너 귀족 작위 받았으니까… 그럴 법도 하네.”

에반젤린은 납득했다. 물론 태현이 잘 아는 이유는 저번에 도둑질을 하러 와서였다.

우뚝-

“에반젤린. 케인.”

“?”

“…….”

태현이 둘을 부르자 에반젤린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케인은 불길함을 느꼈다.

하필이면 왜 에반젤린하고?

이다비나 유지수를 같이 불렀으면 이렇게까지 불길하지는 않았을 텐데….

“둘이 해줄 일이 있다. 저 안으로 들어가서 의식 좀 깨고 나와.”

“크흑!”

케인은 불길한 예감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에 슬퍼했다.

꼭 이런 예감은 틀리지를 않냐!

케인은 어떻게든 반항을 시도했다.

“어… 우리 둘이서?”

“그래.”

“너, 너는? 같이 가자. 나 무섭다고.”

분명 태현은 안 들어가고 둘만 보내는 걸 봤을 때 뭔가 위험하고 사악한 상황이 확실했다.

“난 HP가 부담되어서 못 들어가.”

왕궁 내 진행되는 의식 때문에 들어가는 족족 HP가 깎이는 상황!

여기서 가장 잘 맞는 건 총 HP가 더럽게 많은 케인과, 마찬가지로 HP가 많고 각종 흡혈 스킬이 있는 에반젤린이었다.

“우리가 밖에서 지키고 있을 테니까 들어갔다 와. 빨리.”

“알겠어. 그러지 뭐.”

에반젤린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본인이 살라비안 교단을 깨뜨려야 하는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했고, 이번 원정에서 뭔가 한 게 없기도 했다.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뭐!

그러나 케인은 에반젤린과는 당한 시간 자체가 달랐다.

‘크으윽… 가기 싫다… 가기 싫다….’

‘얘는 왜 이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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