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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61화 (661/1,826)

§ 나는 될놈이다 661화

“저런 찢어 죽일 놈 같으니…!”

살라비안 교단의 대주교는 태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원래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미운 법!

지금 기껏 만들어놓은 뱀파이어 군세가 개박살 나고 이 땅 근처에 쳐놓은 광역 마법까지 박살 나고 있었다.

다 죽은 사디크 교단의 화신이 왜 갑자기 여기에 나타난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일단은 잡고 본다!

“오냐… 위대한 살라비안 님의 힘은 사디크 같은 하찮은 잡신이 범할 수 없다는 걸 알려주마!”

-살라비안의 영혼 소환, 지독한 피의 저주, 심장 각인, 신성력 약화….

대주교는 소환을 포기하고 마법과 저주로 돌아섰다.

사디크의 화신을 상대할 때는 잡몹 몇만 마리를 소환해도 의미가 없었다.

존재 자체가 광역기였던 것이다.

지나가다가 불에만 닿아도 중하급 뱀파이어는 그대로 부활도 못 할 정도로 불탔고, 상급 뱀파이어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불탔다.

“괴수들 앞으로!”

크아아악!

살라비안 교단이 불러낸 괴수들은 거친 함성과 함께 앞으로 달려들었다.

높은 HP와 HP 회복력, 흡혈, 각종 상태 이상 공격을 주 무기로 삼는 살라비안 교단의 강력한 괴수!

그러나 사디크의 화신과는 상성이 정말로 안 좋았다.

사디크 교단의 상징은 불!

살라비안 교단의 상징은 뱀파이어!

한마디로 불은 뱀파이어의 약점이란 약점은 다 갖고 있었다.

죽었다가 부활하는 능력도 사디크의 신성 화염 앞에서는 쓸모가 없었고, 달라붙어서 흡혈하는 것도 사디크의 화신에게는 무리였다.

각종 상태 이상 공격은 사디크의 화신에게 통하지도 않았다.

-독액 브레스!

촤아아악!

[사디크의 화신에서 지독한 열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독액 브레스>가 허공에서 증발합니다!]

-날카로운 혓바닥 감기!

[사디크의 화신이 날카로운 혓바닥을 태웁니다!]

괴수들의 공격도 대부분 무력화!

사디크의 화신은 혼자서 몇만의 군세를 압도했다.

그렇게 살벌한 기세를 자랑하던 살라비안 교단의 군세도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일단 사디크의 화신이 퍼붓는 공격을 피하면서 거리를 벌리는 그들!

성벽 위의 플레이어들은 얼떨떨할 뿐이었다.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건가?”

“저거 다 끝나고 여기로 오는 건 아니겠지?”

공성이고 뭐고 그냥 몸으로 부딪혀서 성벽을 뚫어버릴 것 같은 사디크 화신의 위엄!

그러나 일단은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사디크가 저렇게 센 교단이었구나.”

“맨날 발리고 다녀서 허접들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디크도 괜찮은데?”

옆에서 듣고 있던 버포드는 솟아오르는 눈물을 숨겨야 했다.

“크흡…!”

“형. 저 사람 우는 거 같은데.”

“잘못 봤겠지.”

한편 그러는 사이 태현은 사디크의 화신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지금은 우리 편이지만 언제든지 남의 편이 될 수 있는 상대!

‘너무 강하다.’

도미닉과 살라비안 교단도 나름 아탈리 왕국을 뒤집은 강력한 세력이었다.

그런데 지금 사디크의 화신 앞에서는 개 패듯이 두들겨 맞고만 있었다.

이렇게 실력이 차이가 난다는 건….

사디크의 화신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겠지만, 동시에 화신의 힘이 너무 사기적이라는 걸 의미했다.

‘아까 태양 비슷한 걸 띄웠을 때도 잠깐 휴식했었지? 소환도 불완전하게 됐었고… 약점이 없을 수가 없다.’

판온의 보스 몬스터는 언제나 약점을 갖고 있었다. 사디크의 화신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시간제한인가?’

태현은 길드 동맹이 발로 뛰고 온갖 도서관을 뒤져서 찾아낸 정보를 몇 분도 안 되어서 추측해 냈다.

살라비안 교단도 태현과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거리를 벌리면서 시간을 끌려고 하고 있었다.

“흠….”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짓은?

때린 곳 더 때리기!

물에 빠진 놈 보따리 뺏기!

“가자! 용용아!”

-??

용용이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지금이야 둘이 신나게 치고받고 있었지만 언제든지 저 둘은 태현을 공격할 수 있는 세력이었다.

태현이 괜히 옆에서 얼쩡거리다가 시선이라도 끈다면 둘이 정신을 차리고 합공을 할 수 있었다.

-주인이여. 그건 좀….

“걱정 마라. 쟤네들은 절대 서로 힘을 못 합쳐!”

-그래도 기다리는 게 낫지 않나? 뭐하러 지금 가서….

용용이가 품은 의문은 곧 풀리게 되었다. 태현이 크게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들어라! 왕국군이여!”

“!?”

“지금 살라비안 교단이 도망치고 있는 게 보이는가! 바로 천벌이다! 국왕 폐하를 죽이고 왕좌에 오른 벌을 받는 것이다! 저기 내가 데려온 화신을 봐라!”

태현이 데려온 게 맞기는 했다. 아키서스의 힘을 찾아 사디크의 화신이 여기까지 왔으니까!

물론 왕국군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들렸다.

마치 살라비안 교단을 박살 내는 사디크의 화신이 태현이 부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말!

“아직 늦지 않았다! 도미닉의 협박에 굴복해서 반역자가 될 필요는 없다! 이제라도 놈의 지휘를 뿌리치고 도망쳐라! 내 영지는 언제나 열려 있다!”

태현의 말을 듣고 사디크의 화신을 상대하던 도미닉은 열불이 치솟았다.

“저, 저 개… 도망치는 놈들은 사형에 처하겠다!”

그러나 도미닉은 태현을 막는 데 실패했다.

[왕국군을 설득하는 데 성공합니다!]

[화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도미닉이 이끄는 왕국군의 사기가 최저치로 하락합니다.]

[도미닉이 이끄는 왕국군의 반란도가 최대치로 늘어납니다.]

[왕국군이 반란을 일으킵니다!]

[칭호: 왕위 계승 유력자를 얻습니다.]

[귀족들 사이에 소문이 퍼집니다!]

‘됐다!’

살라비안 교단 근처에 배치되어 있던 왕국군들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흩어지는 왕국군들!

“뭐가 좋아서 반역자 밑에서 싸우겠냐!”

“맞다! 국왕 폐하는 저런 뱀파이어들과 같이 다니는 음험한 놈이 아니야!”

“왕국의 진정한 계승자는 왕국의 영웅인 김태현 백작님이시다!”

“김태현 백작님 밑으로 가겠어!”

일부는 아예 전장 밖으로, 일부는 태현이 있는 영지 쪽으로 백기를 들면서 달려왔다.

[왕국군 최정예 병사 다섯 명이 영지에 추가됩니다!]

[왕국군 최정예 병사 일곱 명이 영지에…]

도미닉은 분노해서 왕국군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

-어딜… 가려고 하느냐! 날 무시하느냐!

“아니 이런 개X끼가 진짜!”

사사건건 앞길을 가로막는 사디크의 화신!

공격을 퍼부으려는 괴수들을 하늘로 날려 버리며 진형을 붕괴시키는 화신을 보며 도미닉은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자존심도 없는 놈! 네 교단이 저놈한테 망했는데 저놈을 도와주다니!”

물론 사디크의 화신을 먼저 모욕하고 선빵을 친 건 도미닉이었지만,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도미닉도 그만큼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교단은… 망하지 않았다… 살라비안의 찌꺼기들… 너희부터 죽여주마….

“너희 교단 망했어!”

-아니다… 숨어서 때를 기다릴 뿐… 그래서 안 보이는 거다….

“안 보이기는 무슨… 전부 저승으로 갔겠지! 너희 교단은 망했어! 그것도 모르냐!”

태현은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중얼거렸다.

‘저놈은 설득할 줄을 모르나?’

잘 달래야 할 상황에 오히려 도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미닉도 생각이 있었다.

“현실을 봐라! 네 교단이 망한 건 저 영지에 있는 놈 때문이다! 느껴지지 않느냐, 아키서스의 힘이!”

어떻게든 화를 끓게 만들어서 태현의 영지를 부수려는 속셈!

“와, 도미닉. 너무 추하지 않냐? 아까는 사디크 무시하더니 이제 와서 같이 손잡으려고 하네.”

태현이 비웃었지만 도미닉은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현실을 받아들여라! 사디크의 화신이여! 그 힘을 저쪽으로 돌리란 말이다!”

“아니야!!!”

“??”

그때 성벽 위에 누군가가 올라왔다.

버포드였다.

“사디크 교단은 망하지 않았어!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

“뭔 개ㅅ….”

화르르륵!

성벽 위에서 타오르는 화염!

그건 사디크의 화염이었다.

-오오…!

사디크의 화신은 그걸 보고 반색했다.

-봐라… 내 교단은 망하지 않았다!

“저, 저게 어떻게 된….”

도미닉도 당황했다. 아니, 왜 사디크 교단원이 태현의 영지에 있냐?

버포드는 진심을 다해 외쳤다.

“사디크 님!! 사디크의 힘을 보여주십시오! 사디크 교단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십시오!!”

야심 차게 국왕 암살 사건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후 망신만 당해 온 사디크 교단이었다.

게시판에 검색해 보면 온통 비웃는 글만 가득!

-사디크 교단 가입해 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미쳤어요?

-차라리 파워 워리어 길드 가입을 추천해드립니다.

그러나 버포드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제발 한 번만 뭔가를 보여줘!

[당신의 진심이 사디크의 화신을 감동시킵니다.]

[사디크의 화신이 힘을 폭발시킵니다!]

-오오… 오오오! 오오오오오오!

“어….”

“잠, 잠깐.”

도미닉도, 태현도 당황했다. 쟤 왜 저래?

-주, 주인이여. 튀어야 할 것 같….

“튀어!”

-알겠다!

용용이는 전력을 다해 날아올랐다. 사디크의 화신이 점점 타오르면서 부푸는 게 보통 흉흉한 기세가 아니었다.

[사디크의 화신이 <사디크의 영역 선포>를 사용합니다!]

[화염과 용암이 끓어 넘칩니다!!]

화르르르륵! 화륵!

사디크의 화신을 중심으로 엄청난 양의 화염과 용암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근처 평원을 아예 다 뒤덮어버릴 정도의 위력!

그 서슬에 그나마 남아서 몸을 피하던 살라비안 교단의 군세가 쓸려나가기 시작했다.

고급 이하의 뱀파이어들은 깡그리 쓰러지고 괴수들도 직격당하는 순간 구슬픈 비명과 함께 넘어졌다.

예전 태현이 불의 마수가 갖고 있던 숨결을 폭발시켰을 때보다 몇 배는 더 위협적이었다.

“폐하! 피하셔야 합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내가 저런 버러지들을 두고 도망치라는 거냐! 조금만 더 버텨라! 아무리 화신이라도 이렇게 힘을 쓸 수는 없어! 이러고 나면 저놈은 쓰러지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지금 여기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저기를 보십시오!”

살라비안 교단원들은 억지로 도미닉을 끌고 물러서기 시작했다.

사디크의 화신 근처는 이미 녹아버릴 것 같이 뜨거웠다.

이대로 버티는 건 자살행위!

[살라비안 교단이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공성전에서 승리했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메시지창을 본 플레이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지금 상황이 뭔가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이기긴 했으니까!

[보상으로 경험치를 얻습니다.]

[레벨 업…]

[공적치 포인트를 얻습니다.]

[아이템…]

온갖 보상이 메시지창으로 떴다. 물론 태현은 레벨 업을 하지 못했다.

‘쳇.’

그러는 사이 사디크의 화신은 남은 뱀파이어들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그러고는 힐끗 성벽 위를 쳐다보았다.

“어… 우리가 잡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

“에, 에이. 설마.”

플레이어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까 살라비안 교단은 상대할 자신이 있었지만, 사디크의 화신은 솔직히 무서웠다.

성벽이 아무 의미가 없게 느껴지는 것!

쿵, 쿵-

“!”

그러나 사디크의 화신은 덤비지 않고 거리를 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잡… 잡을 거냐?”

케인이 두려워하며 물었다.

“아니. 일단 내버려 두자.”

잡을까 고민하던 태현은 결국 포기했다. 지금 안 그래도 적이 많은데 사디크의 화신한테 덤비는 건 너무 위험했다.

한 번에 하나씩.

일단은 살라비안 교단부터!

사디크의 화신은 다음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힘을 많이 썼으니 또 한동안은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겠….

“아.”

“?”

“에드안. 저놈 뒤 좀 밟아봐라. 위치는 확인해둬야지.”

“아이고, 태현 님. 저는 지금 팔도 없는데… 으흑흑. 잡히면 벌레처럼 죽을지도 모릅니다!”

에드안은 가짜 눈물을 찍어내며 애원했다.

‘확실히 지금은 팔도 없는데 좀 그런가?’

고민하던 태현은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버포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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