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659화
‘오늘 드디어 업적을 찍을지도 모른다!’
‘내 판온 인생 최대의 폭발을…!’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의 꿈.
그것은 더 크고 강력한 폭발!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았다. 폭탄 하나로는 폭발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역시 폭발의 위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폭탄이 필수적!
그렇지만 많은 폭탄을 한 번에 폭발시키려면 그만큼의 비용, 공간, 상황 등등이 필요했다.
즉 이런 공성전 상황이야말로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에게는 기회!
-이런 일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 더 많이 터뜨리게!
태현이 듣는다면 멱살 잡을 생각이었다.
“인간이다!”
“찢어 죽여라! 감히 우리에게 대항한 놈들이다!”
뱀파이어들은 사납게 울부짖으며 달려들었다. 대장장이들은 그들을 보며 웃었다.
“가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레벨 업 하셨…]
[레벨 업 하셨…]
[……]
[기계공학 스킬이…]
[기계공학 스킬이…]
[아군을 공격했습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아군을 공격했습니다.]
[악명이…]
“응?”
[HP가 0이 되어…]
“잠, 잠깐….”
자폭으로 사망 페널티 정도는 각오한 그들이었다.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에 뜬 메시지창은 예상과 달랐다.
아군을 공격했다니 누구?
슈우우우우-
폭발로 인한 연기가 가시자 요새의 모습이 드러났다.
반쯤 부서진 요새가 폭발로 인해 깡그리 날아갔다.
치고 들어왔던 살라비안 교단의 괴수들과 전사들도 같이 날아갔고….
후퇴하던 플레이어들 몇 명도 같이 날아갔다.
웅성웅성-
성벽 위 플레이어들이 방금 일어난 모습을 보고 떠들기 시작했다.
“대단하긴 한데… 방금 우리 쪽 사람도 같이 공격하지 않았냐?”
“내가 제대로 본 게 맞으면 폭발이 도망치던 사람들도 휩쓴 거 같은데….”
요새에서 후퇴한 다음 성벽으로 오려던 파티까지 날려버린 폭발!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크흠. 크흠.”
“계산에 실수가 있었던 것 같….”
샤샤삭-
대장장이들 주변에 원이 생겨났다.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물러나면서 생긴 원!
아까까지는 같이 손을 잡고 뜨겁게 외치던 플레이어들이 질색하는 눈빛으로 대장장이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쟤네가 걔네야? 밥만 먹고 폭탄만 만든다는….
-방금 봤지? 그래도 같은 아군인데 같이 날려 버렸어!
-힉! 이쪽 쳐다봤어! 조심해! 우리도 폭탄으로 쓸지 몰라!
사실 정확하게 따지고 보면 사람을 폭탄으로 쓰는 건 태현밖에 없었지만, 지금 그런 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점점 더 퍼져나가는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의 악명!
그러나 대장장이들은 주눅 들지 않았다.
수많은 플레이어가 힐끗거리며 수군거리면 좀 주눅이라도 들 법한데,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오히려 어깨를 폈다.
“저 정도는 감수할 만한 희생이지.”
“암. 폭발 범위가 조금 틀리긴 했지만 원래 기계공학 스킬이란 건 오차 범위를 감수하고 쓰는 스킬!”
“아프니까 기계공학 스킬이다!”
‘완전 개미친놈들이잖아…?!’
쑤닝 길드에서 보낸 첩자는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을 보고 여러 번 기겁했다.
처음에는 살라비안 교단의 괴수들을 박살 내버리는 화력에 기겁했다.
아무리 수비하는 입장이고 오랫동안 준비했다지만 저 정도 파괴력은 쉽게 보기 힘든 것!
그리고 그 다음으로 기겁한 건 그 대장장이들의 태도였다.
아군이 맞아도 신경 쓰지 않고 폭탄이 잘못 터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체 이런 놈들을 왜 데리고 있는 거지?!
‘속임수인가?! 겉으로 힘을 숨기는 건가? 아니… 그러기에는 너무 미친놈들인데….’
첩자는 혼란스러워졌다.
태현의 영지가 갖고 있는 전력을 분석해서 보고해야 하는데, 이 대장장이들을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요새가 뚫렸다. 생각보다 적이 강한데….”
“김태현은?”
“이제 막 왕궁 퀘스트 끝내고 빠져나오시나 봐요.”
“진짜 다행이다….”
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태현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너무 컸다.
심장을 조여오는 것 같은 부담감!
영지에 있는 수많은 플레이어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케인 님! 믿고 있어요!’, ‘케인 님이라면 무슨 생각이 있겠죠!’라고 말할 때마다 가슴이 무거워졌다.
사실 나는 아무 생각도 없는데!
“태현이 온다고 방심하면 안 돼. 최대한 피해를 덜 내고 방어해야지.”
“알, 알고 있어.”
태현 없는 태현 일행은 공성전 상황을 확인했다.
외곽 요새는 격파당했지만 그만큼 성과도 있었다. 살라비안 교단의 괴수들 숫자가 확 준 것이다.
자폭의 위력이 세긴 셌는지, 부활도 못 시키고 있었다. 남은 괴수들은 뒤로 후퇴시킬 정도!
척척척-
그렇지만 도미닉이 이끌고 온 군대는 대단했다. 대주교가 일으킨 뱀파이어 군대와 함께, 잘 무장한 왕국군이 앞으로 나섰다.
“발사! 놈들이 성벽에서 얼굴을 내밀지 못하게 해라!”
파파파파파팍!
이제까지 힘을 아끼고 있던 왕국군의 화살 공격!
무작정 덤벼드는 뱀파이어들과 달리 왕국군의 공격은 정교하고 위협적이었다.
퍽! 파팍!
“윽!”
“크흑!”
성벽 위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비명을 지르며 내려왔다. 한 대 맞을 때마다 피가 쭉쭉 깎이는 게 보통 묵직한 게 아니었다.
“힐! 힐 부탁드려요!”
“여기 방어막 깨지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왕국군의 지원을 받고 외곽 요새들까지 사라지자 뱀파이어 군대는 드디어 성벽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공략당하는 성벽 앞!
“기어오른다!”
“걱정 마. 어차피 약한 놈들밖에 없어!”
플레이어들은 개떼처럼 몰려드는 뱀파이어 군대를 보면서도 겁먹지 않았다.
아직 겁을 먹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요새가 박살 났어도 새로 세운 세 겹의 성벽은 멀쩡했고, 그 뒤에는 쌩쌩한 플레이어들이 우글거렸다.
영지에 있는 랭커들과 고렙 플레이어들은 나서지도 않은 상황!
플레이어들은 오히려 올라와 보라고 도발했다.
캬아아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아아!”
성벽 위를 기어오르는 데 성공한 중급 뱀파이어 전사들.
대기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돌격해 스킬을 먹여주었다.
-세 번 베기!
-사자의 돌격!
-분쇄 강타!
캬아아악! 캬악!
뱀파이어 전사들은 그대로 밀려 성벽 밖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하늘에서 붉은 벼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콰르릉, 콰직! 콰지직!
-타락한 피의 번개!
“교단 사제들이다!”
“젠장! 뱀파이어들 사이에 있었어! 너무 많아서 보이지도 않았네!”
갑작스럽게 날아오는 마법 공격!
이제까지 공격처럼 그냥 단순하게 인해전술이라고 생각했던 플레이어들은 제대로 얻어맞았다.
살라비안 교단의 고위 사제들은 뱀파이어들 사이에 숨어 성벽 밑까지 접근한 것이다.
이제까지 두들겨 맞은 한을 풀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성벽 위를 난타하는 그들!
처음으로 로그아웃(아까 자폭한 사람들은 제외하고) 당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내가 나설게!”
뒤에서 보던 에반젤린은 끌고 온 뱀파이어 NPC들을 부르며 외쳤다.
첫 번째 성벽이긴 했지만 지금 분위기를 내주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앞으로 나설 때!
“힘내!”
“파이팅입니다!”
“응원할게!”
용감하게 응원하는 태현 일행들!
“…안 도와줘?”
“아니, 지금 돌격하는 게 맞는지 몰라서. 만약 네가 잘못 판단한 거라면 우리라도 남아야 할 거 아냐.”
“뭐가 위험하다고 그래!”
“방심할 때가 가장 위험한 거야, 인마! 내가 얼마나 당해봤는데!”
케인은 당당했다. 그러나 에반젤린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태현이 온갖 미친 짓을 할 때는 겁 없이 따라가던 놈들이…!
“김태현이 돌격할 때는 따라가잖아!”
“그… 그건 걔니까 그런 거고….”
한마디로 태현과 너는 다르다는 것!
“…아오, 됐어! 그냥 내 부하들로만 하지 뭐. 충분히 깰 수 있어!”
에반젤린은 자신만만했다. 기껏 해봐야 성벽 위로 올라온 놈들은 중급 뱀파이어 전사.
레벨 100만 넘긴 플레이어라면 손쉽게 잡을 수 있었다.
랭커인 그녀라면 더더욱 쉬웠다.
“내가 왔어!”
“앗! 에반젤린 님!”
“에반젤린 님이다! 와아아!”
에반젤린을 알아본 플레이어들은 환호했다. 랭커만큼 이런 상황에서 든든한 사람들도 없었다.
캬아아아아악! 캬아아악!
“?!”
그리고 뱀파이어들도 플레이어들만큼이나 열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발광이었다.
[타락한 살라비안 교단의 뱀파이어들이 당신을 보고 <영원한 광분> 상태에 빠집니다!]
[<영원한 광분> 상태에 빠진 뱀파이어들은 다시는 부활할 수 없지만 놀라운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어…?”
-고대 뱀파이어의 후예다! 저건 반드시 죽여야 한다!!
-죽여서 피를 빨아라! 절대 놓치지 마라!!
목숨을 걸고 광분 상태에 빠지는 뱀파이어 전사들!
심지어 밑에 있는 살라비안 교단의 사제들까지 광분 상태에 빠졌다.
캬아아악! 캬아악! 캬아아악!
뱀파이어 전사들은 생각치도 못한 힘으로 성벽 위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 * *
“용용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 주인이여!
“아니. 난 딱히 너보고 더 빨리 가란 건 아니고. 흑흑이라면 더 빨리 갔을 것 같은데 생각하고 있었어.”
-…….
파아아앗!
[용용이가 한계를 넘어 속력을 내기 시작합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용용이의 비행 스킬이 오릅니다.]
‘단순한 녀석.’
태현은 속으로 웃었다. 옆에 널브러져있던 에드안이 깨어나서 입을 열었다.
“으으… 태현 님….”
“오냐. 기껏 가서 오리하르콘은 안 훔쳐오고 왕관하고 예술품만 챙겨온 에드안.”
“…….”
말에 날카롭게 가시가 서있었다. 에드안은 재빨리 변명했다.
“그, 그게 말입니다. 이게 상황이 정말 어쩔 수 없었던….”
“이게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태현은 왕관을 꺼내서 훑어보며 물었다. 온통 핏빛으로 물든 게 보통 요사스러워보이는 게 아니었다.
“국왕의 왕관입니다! 가치가 없을 리가 없지요!”
“그래?”
태현은 확인해 보았다.
아탈리 왕국의 왕관:
(현재 살라비안의 힘이 깃든 상태여서 제대로 된 상태 창을 볼 수 없습니다.)
(현재 살라비안의 힘이 깃든 상태여서 제대로 된 상태 창을 볼 수 없습니다.)
“…….”
태현의 얼굴이 구겨졌다. 어디서 주워 와도 이렇게 더러운 물건을….
[<왕이여, 만수무강하소서-아탈리 왕국 국왕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아탈리 왕국의 왕관을 손에 넣었습니다! 스스로 즉위식 이벤트를 열 수 있습니다.]
[다른 아탈리 왕국의 귀족들이 왕관을 탐내려고 할 겁니다.]
“!”
‘오오…?’
그나마 다행인 건 퀘스트 아이템으로서의 성능은 막강하다는 것!
‘아탈리 왕국의 국왕은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운명이 이상하게 점점 태현을 떠밀고 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아탈리 왕국을 먹으면 유지, 관리가 가능하려나?’
“그런데 태현 님.”
“왜?”
“골골이는 어디 있습니까?”
“몰라. 안 와서 버리고 왔어. 잘 지내겠지. 새 친구도 만든 거 같던데.”
“…흑흑이는요?”
“걔는 아직 도망치고 있어서 합류하기 힘들대. 나중에 알아서 오겠지. 일단 우리부터 가자고.”
“…넵.”
에드안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태현도 좋아서 먼저 출발한 게 아니었다.
도미닉이 이끌고 온 군세가 생각보다 너무 대단했던 것이다.
리치를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숫자와 지속력. 거기에 살라비안 교단의 고위 NPC들은 아직 전력도 내지 않은 상태.
영지의 방어는 정말 튼튼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방어로는 이길 수 없는 법!
“용용아. 저 위로 조용히 날아 들어가자. 도미닉이 저쯤 있었으니까… 그 위로 떨어져서 공격하는 거야.”
-알겠다. 주인이여!
태현의 계획은 심플했다.
도미닉 근처에 떨어져서 있는 스킬들을 총동원, 도미닉을 기습한다!
죽이면 대박이고 죽이지 못하더라도 타격은 입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다른 교단 NPC들도 최대한 없앨 생각이었다.
미친 짓 같았지만 태현은 빠져나갈 자신이 충분히 있었다.
이제까지 모은 스킬들!
“하나 둘 하면 떨어지는 거다.”
-주, 주인이여.
“?”
-들킨 것 같은데….
“??”
용용이의 말을 들은 태현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수많은 뱀파이어와 괴수들, 살라비안 교단원까지 태현과 용용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태현은 놀랐다.
지금 주변은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웠고, 각종 스킬까지 써서 은신했는데….
살라비안 교단은 그걸 꿰뚫어 본 것인가?
‘말도 안 돼! 그런 스킬이라면 내가 먼저 눈치를 챘어야….’
화아악!
그 순간 뒤에서 눈 부신 빛이 비쳐왔다. 마치 태양과 같은 밝은 빛이었다.
태현은 그제야 밑의 군대가 태현을 쳐다보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들이 쳐다보고 있는 건….
갑자기 도미닉의 군세 뒤에서 나타난 사디크의 화신이었다.
“…쟤, 왜 여기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