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658화
감히 저런 놈들이 날 조롱해!
특히 타이럼 사냥꾼들이 괘씸했다. 어디서 야만족처럼 후줄근하게 입은 놈들이….
“가라. 내 위엄을 똑똑히 보여주어라!”
“크흐흐… 도미닉 님.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보고만 계시지요.”
쭈글쭈글한 외모를 가진 추악하고 늙은 뱀파이어가 나섰다.
그러나 차고 있는 장비와 뿜어내는 마력만은 어마어마했다.
바로 살라비안 교단의 대주교!
“와. 저 지팡이 <타락한 태양의 지팡이> 아냐?”
“왼쪽에 끼고 있는 눈은 설마….”
“미친, 전설에만 나오는 아이템을 혼자 몇 개를 끼고 있는 거야?”
“기껏해야 사디크 교단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사디크 교단보다 훨씬 더 강한 거 같은데….”
대주교가 끼고 있는 장비 중 몇 개를 알아본 플레이어들이 웅성거렸다.
그 말을 들은 버포드는 헛기침을 했다.
“크흠, 크흠.”
“?”
“사디크 교단도 나름… 좋은 아이템 많이 있지 않았나? 요즘은 화신도 막 소환하고….”
“좋은 아이템이 뭐가 있었지?”
“글쎄? 김태현 토벌 퀘스트 방송 봤는데 딱히 없었던 거 같은데….”
“나도 직접 참가했는데 확실히 저 뱀파이어만큼 임팩트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
버포드는 울컥해서 외쳤다.
“김태현이 다 태우고 박살 내서 아이템이 많이 사라진 거지! 원래는 좋은 아이템도 많이 있었어!”
생각해 보니 새삼 억울했다.
김태현 놈이 두 번이나 교단을 박살 냈는데 장비가 좋은 게 남아 있을 리가 있나!
“아니 왜 화를 내?”
“사디크 교단이 살라비안 교단보다 세력이 작고 갖고 있는 아이템은 좀 없을 수 있어도 사디크 교단 역시 좋은 교단이라고! 판온에서 가장 핫했던 암살 퀘스트와 토벌 퀘스트를 진행했고….”
“토벌 퀘스트는 진행한 게 아니라 당한 거 아닌가?”
“…그리고 요즘은 대륙을 불태우는 사디크의 화신도 있지. 다시는 사디크 교단을 무시하지 마라!”
버포드는 진심을 다해 외쳤다. 물론 그 진심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통하는 건 아니었다.
“교단 다 망한 다음에 나와 봤자… 그냥 깽판만 치고 다니는 거 같던데….”
“맞아. 난 화신 나와서 뭐 교단 재건 퀘스트라도 뜨나 했더니 그런 거 안 뜨나 봐? 마수 군단에 가입하려고 했던 놈들은 그냥 바로 죽었다고 하고.”
“…….”
다른 사람들에게 버포드의 소리는 그저 헛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크흑….’
그러는 사이 살라비안 교단의 대주교는 마법을 시작했다.
-타락한 피의 땅!
[타락한 피의 땅이 시전됩니다. 대주교가 불러내는 모든 소환수들의 능력치가 증가합니다.]
[소환수들은 죽어도 다시 빠르게 부활합니다!]
대주교 중심으로 거대한 파동이 퍼져나가더니 땅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성벽과 요새 근처를 아예 덮어버리는 드넓은 범위!
어마어마한 시전 범위였다.
“타락한 종들이여, 나와라!”
장판을 깐 대주교는 미친 듯이 소환 마법을 연사했다.
한 번 소환을 할 때마다 뱀파이어 전사들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왔다.
하급 뱀파이어 전사들은 물론이고 중급, 고급 뱀파이어 전사들까지 있었고 거기에 각종 살라비안 교단의 괴수들까지!
-피의 광란! 광폭한 저주! 불어나는 피!
순식간에 몇만이나 되는 뱀파이어 군세가 성벽과 요새 앞을 채우기 시작했다.
꿀꺽-
플레이어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침을 삼켰다.
보스 몬스터가 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임팩트를 눈앞에서 보여주는데 담담하게 있을 사람은 많지 않았다.
“와… 미친….”
“교단이라면서 언데드 소환까지 해? 장난 아닌데. 리치 뺨치는 수준이잖아.”
“사디크 교단이랑은 차원이 다르네.”
‘사디크 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 없잖아….’
버포드는 속으로 울었다.
사디크 교단은 저렇게 대규모로 뱀파이어 전사들을 소환해내서 공격하는 스킬 같은 건 없었다.
잘 단련되고 훈련된 성기사 개개인들과 사디크가 내려준 마수, 그리고 강력한 화염의 힘으로 싸우는 게 사디크 교단!
‘각자의 장단점이 있는 법이라고!’
버포드가 속으로 울고 있는 사이, 공격이 시작되었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악!
[대규모의 군세가 공격해 들어옵니다. 사기가 떨어집니다.]
[공포 저항에 실패할 경우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위에서, 아래에서.
대형 박쥐 괴수들과 거기에 타고 있는 뱀파이어 전사들은 위에서.
다른 지상 괴수들과 뱀파이어 전사들은 아래에서!
마치 거대한 붉은 파도처럼, 뱀파이어 군대가 덤벼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요새와 성벽을 넘을 것 같은 기세.
“겁먹을 거 없다! 공격! 공격!”
“저놈들은 절대 못 넘어온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기가 죽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수비에 공을 들인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파파파파파파팟-
성벽과 요새에서 미친 듯이 쏟아지는 화살들!
콰콰쾅! 콰쾅!
그뿐만이 아니었다. 뒤에 배치해둔 공성 병기에서 무식한 바윗덩이들이 계속해서 쏟아져서 날아왔다.
아직 또라이들… 아니,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만든 폭탄들은 쓰지도 않았는데도 이 정도!
절묘하게 배치한 요새와 성벽에서 쏟아지는 공격에 뱀파이어 군세는 접근도 못하고 그대로 녹아내렸다.
[공적치 포인트를…]
[공적치 포인트를…]
“와아아아아!”
“우리가 이 정도였나??”
플레이어들도 놀랄 정도!
그만큼 영지의 수비가 엄청나게 강해졌던 것이다.
그나마 조금 가까이 간 건 비행 괴수였지만, 그들도 성벽 위까지 올라가진 못했다.
“앗! 날아다니는 놈들이다!”
“저놈들부터 노리자!”
타이럼 사냥꾼들이 눈에 불을 켜고 화살을 쏴댄 것이다.
날아다니는 괴수들은 체력과 방어가 비교적 약했고, 급소를 노리는 공격에 순식간에 추락했다.
[첫 번째 공격이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살라비안 교단의 사기가 내려갑니다!]
콰직!
아직 살라비안 교단의 정예 군대는 뒤에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나름 야심 차게 보낸 첫 번째 공격이 너무 쉽게 격파되자 도미닉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게 뭐하는 거지?”
“걱정 마십시오. 폐하. 공격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대주교는 표정을 변하지 않고 말했다. 물론 처음 시도한 공격이 너무 완벽하게 격파되긴 했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대부분 소모품으로 보낸 공격!
얼마든지 되살려서 다시 공격할 수 있었다.
“일어나라, 피의 노예들아!”
콰르르릉….
붉게 물든 대지에서 아까 박살 난 뱀파이어들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까와 크게 차이가 없는 어마어마한 숫자!
그걸 본 플레이어들의 얼굴이 질리기 시작했다.
* * *
‘살라비안 님. 제발 김태현 놈의 영지에도 나와 같은 고통을 주시기를 빕니다.’
쑤닝은 영상을 보며 기도를 했다.
게임 안에서는 가입을 하지 않았지만, 마음만큼은 진실했다.
제발 저놈도!
지금 오스턴 왕국 국경 근처가 마수들한테 박살이 난 걸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섰다.
현재 오스턴 왕국을 점령한 건 길드 동맹이었지만, 상황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남쪽 지역은 김태산과 그 오크 놈들이 뿌리고 간 폭탄 때문에 완전히 역병 지대가 되어 있었고.
서쪽 지역은 사디크의 마수들이 신나서 날뛰고 있었다.
오스턴 왕가 NPC들은 동북쪽으로 도망쳤고, 직업 전직에 위해 필요한 왕가 관련 아이템들은 아직 손에 넣지 못한 상태니….
이런 상황에서 태현 영지도 똑같은 꼴을 당할 걸 생각하니 속이 다 시원했다.
너도 어디 좀 당해봐라!
그러나 동영상에서 진행되는 모습은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파바바바밧!
“…….”
철두철미하게 건설된 성벽과 요새에서 쏟아지는 화력!
아무리 수비하는 입장이라고 하지만 저 화력을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길드 동맹이 만약 저기를 공략해야 한다면?
‘미친…! 대체 뭘 어떻게 만든 거냐? 완전히 철옹성이잖아!’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만든 건 봤지만 저 정도로 살벌하게 만들어졌을지는 몰랐다.
살라비안 교단의 대주교니까 저렇게 계속 소환해 가면서 공격을 했지,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저랬다가는 대거 로그아웃당했을 것이다.
쑤닝은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끼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 * *
다섯 번째 공격.
다섯 번째 공격도 손해 없이 막히자 대주교의 눈빛에도 초조함이 감돌기 시작했다.
일단 처리해야 할 건 성벽 밖 요새들!
안 그래도 철옹성 같은 성벽을 밖의 요새들이 도와주고 있었다.
“너희들이 나서야겠다. 저 양쪽에 있는 요새부터 처리해라. 성벽은 그 다음이다.”
“예!”
살라비안 교단의 정예들이 옆의 요새를 노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새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다섯 번이나 공격을 손해 없이 막아낸 것 덕분에 방심하고 있었다.
“공적치 포인트 팍팍 쌓이는데?”
“앗. 또 온다.”
“걱정 마. 화살 충분해. 이 화살이 누가 만든 화살인 줄 아냐? 태현 님이 직접 만들어 준 화살이란 말이야.”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너 같은 놈한테 왜 김태현이 직접 만들어줘?”
“아. 진짜라니까? 못 믿겠으면 여기 설명 보던가. 온갖 옵션이 다 붙어있는 화살이라 이 말이야.”
“진짜네?!”
안 믿던 플레이어들도 깜짝 놀랐다. 대체 어떻게 말했길래 연관도 없는 김태현이 화살을 만들어 준 거지?
“태현 님이 내 실력을 알아보고 기대한다는 의미에서 만들어 준 거 아니겠어?”
쉬이이익-
“?”
멀리서 무언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콰아아앙!
“으아아악!”
“뭐야! 뭐야!”
[<꿈틀거리는 독 괴물>이 폭발했습니다.]
[중독 상태에 빠집니다.]
[<폭발하는 블러드 골렘>이 폭발했습니다.]
[남쪽 요새 문이 크게 타격을 입습니다!]
살라비안 교단의 정예 교단원들은 다른 방식으로 공격에 나섰다.
그중 하나가 각종 괴수들을 이용한 공성 공격!
“잠깐, 저건… 폭탄이잖아!”
“순수하게 기계공학 스킬로 폭탄을 쓰지 않고 마법으로 폭발을 일으키다니! 비겁한 놈들!”
요새 안에 있던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팡팡 터지는 괴수들을 보며 분개했다.
무릇 폭탄이란 건 피와 땀과 화약으로 정성껏 만들어야지, 저렇게 마법으로 쉽게 만들어서 던지면 안 되는 것!
물론 밖의 교단 사제들이 그런 말을 들을 리 없었다.
-계속해서 괴수들을 날려 보내라….
카르륵! 카륵!
거대한 괴수들이 마법의 힘을 받아 요새 문과 요새 벽, 요새 위로 닥치는 대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폭발했다.
콰아앙! 콰앙!
“대단하군. 살라비안 교단.”
태현의 영지에 있던 악마 대장장이 NPC, 사루온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기계공학과는 다르지만 이 신성 마법으로 만들어낸 괴수 폭탄도 굉장했던 것이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루온 님! 어떻게 그런 말씀을!”
“맞습니다! 이건 순수성을 훼손시킨 겁니다!”
버럭 화를 내는 대장장이들! 사루온은 당황해서 말했다.
“아니, 나는 그냥 대단하다고….”
“아무리 사루온 님이라도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마치 한 대 칠 것처럼 씩씩대는 대장장이들! 제자로 믿었던 대장장이들한테 이런 반응이 나오자 사루온도 당황했다.
악마한테도 대드는 기계공학 대장장이들.
그들은 반격에 나섰다.
“폭탄은 너희들만 있냐! 우리들도 폭탄 있다!”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
함성과 함께 요새 안에서 폭탄들이 쏘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콰콰콰쾅!
요새 근처는 온갖 폭발이 일어나는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근처에 있던 뱀파이어 전사들이나, 도미닉이 끌고 온 왕국군도 잘못 날아온 폭탄에 맞고 기겁해서 거리를 벌릴 정도!
“크아악! 저 미친놈들이!”
“조심해라!”
그러나 위력은 확실히 대단했다.
살라비안 교단원들도 폭탄에 한 번 제대로 맞으면 그대로 사라졌다.
그렇지만 요새도 확실히 박살 나고 있었다.
안의 사람들이 어떻게든 수리를 해보려고 했지만, 그것보다 부서지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살라비안 교단이 요새를 공략하기 위해 보낸 괴수를 거의 다 썼을 때가 되자 요새의 정면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치고 들어가라!”
-캬아아아아악!
명령이 떨어지자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뱀파이어 전사들이 그대로 요새 안으로 치고 들어왔다.
“후퇴! 후퇴!”
“성벽 위로 가자!”
요새 안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장장이 중 몇 명은 남았다.
“크크… 크크크크… 크하하하하하핫! 와라!”
요새 한가운데에서 적들을 기다리는 그들!
그들의 눈빛에는 광기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