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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57화 (657/1,826)

§ 나는 될놈이다 657화

딸칵-

-아, 고맙다. 대도둑놈. 눈치가 있다.

용용이는 덥석 포션을 받아먹었다.

“…내가 마시려고 딴 거야….”

-그래? 눈치가 있다는 말은 취소해야겠다.

‘태현 님! 보고 싶습니다!’

에드안은 속으로 울었다.

아키서스의 신수인 만큼 그가 함부로 대할 수도 없었고(애초에 둘이 붙어도 에드안이 질 가능성이 컸다), 이 근처에는 용용이를 통제해 줄 태현도 없었다.

태현이 있을 때는 몰랐지만, 새삼스럽게 태현이 어떤 놈들을 데리고 다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태현만 없으면 아주 자기 멋대로 온갖 깽판을 칠 놈들!

물론 그놈들에 들어가는 에드안이 할 소리는 아니었다.

“그나저나 사람이 없어서 편하긴 한데 좀 으스스하다.”

붉은 기운이 계속해서 HP를 조금씩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왕궁 안에는 사람이 전혀 없었지만, 오히려 그게 더 무서웠다.

-대도둑놈. 어디로 가야 하나? 설마 길 잃은 건….

“아니야. 내가 여길 한두 번 온 줄 아냐?”

-한두 번 온 줄 아냐니. 온 적이 있나?

“물론. 예전에 온 적이 있지. 잡혀서 팔이 잘렸지만.”

죽은 다미아노 2세의 아버지가 아직 왕으로 있을 때 에드안은 왕궁을 털려고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서툴렀고, 그 대가로 양팔을 내줘야 했다.

-잡혔다고? 그러면 대도둑놈이 아닌 거 같다.

“아, 아니. 목숨 건졌으면 충분히 대단한 거지….”

-내 주인은 팔도 안 날렸을 거다.

“…….”

에드안은 시무룩해졌다.

“…어쨌든 빨리 돌고 나가자고. 지금 내 HP가 쭉쭉 깎이는 게 무섭네.”

[<살라비안이 남긴 혼의 조각>이 흡혈을 가속합니다.]

[HP가 더 빠르게 줄어듭니다.]

“!!”

에드안은 당황했다. 여기서 더 빠르게 줄어든다고!

왕궁을 전부 다 돌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중요한 곳만 빠르게 돌아야 했다.

“따라와!”

타다다닥-

-제대로 알고 가고 있는 거 맞나?

“맞다니까! 일단 여기 왕좌를 지나서 뒤로 가면 보물을 보관하는 방이 있어. 규모는 작지만 왕이 직접 감상하는 곳이라고.”

원래라면 다미아노 2세가 왕좌에 앉아 있을 홀!

수많은 기사들과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어야 할 홀이지만, 아무도 있지 않았다.

다미아노 2세가 앉아 있을 왕좌에도 아무도….

“으아악!”

-왜 그러나!

“저 흉측한 건 뭐야?!”

에드안은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다미아노 2세가 앉아 있을 왕좌 위에 붉은색의 피로 된 고치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심장처럼 박동하면서 점점 커지고 있는 고치!

-저기서는 신성력이 느껴진다.

“신성력이고 뭐고 가까이 다가가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런데 네가 말하지 않았나? 저기 뒤에 방이 있다고….

“…생, 생각해 보니까 다른 곳도 괜찮은 곳이 많았어.”

-거기까지 갈 시간이 없을 것 같다. 나도 마법으로 몸을 보호하고는 있지만 여기는 위험하다.

용용이는 완고했다.

시킨 일은 하자!

“으윽….”

에드안은 울상이 되어 앞으로 걸어갔다. 이렇게 위험한 일일 줄은 몰랐는데….

‘더럽게 소름 끼치네!’

꿈틀, 꿈틀-

커져가는 피의 고치가 박동할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어? 저건….’

에드안은 고치 안에 무언가 반짝이는 걸 발견했다. 어디서 많이 본 왕관!

다미아노 2세가 쓰고 있던 아탈리 왕국의 왕관이었다.

꿀꺽-

평생 훔치려고 했던 왕관을 여기서 보자, 에드안은 지나칠 수가 없었다.

-뭐하는 거냐, 대도둑놈! 위험하다!

에드안이 고치에 팔을 뻗자 용용이가 당황했다.

저 불길한 신성력으로 덮인 고치는 닿는 순간 어떻게 될 줄 알 수 없었다.

“저건… 꼭 훔쳐야 해!”

-그러다 죽는다!

“죽더라도 지나칠 수 없어!”

번쩍!

에드안은 양 팔을 뻗어 왕관을 꺼냈다.

그 순간 소름끼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왕궁, 아니 수도 전체를 울리는 비명!

“뭐야?!”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태현도 당황했다. 안에서 뭔 짓을 하고 있길래!

[<살라비안의 비명>을 들었습니다. 무조건적으로 기절합…]

[<아키서스의 화신>입니다. 저항에 성공합니다.]

‘미친. 뭔 디버프가….’

아키서스의 화신이 아니었다면 바로 기절 상태에 빠졌을 거라는, 아찔한 메시지창이 나왔다.

‘안에 들어가 봐야 하나?’

다행히 안의 둘은 멀쩡했다. 용용이 덕분이었다.

콰드득! 콰득!

그러나 고치에서 뻗어 나온 피의 팔은 에드안의 양팔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마치 왕관을 놓고 가라는 것처럼!

“절대 놓을 수 없다! 읍읍!”

에드안은 이빨로 왕관을 물었다. 그러고는 외쳤다.

“읍읍(잘라)!”

-!

용용이는 놀랐다.

뭐 저런 욕망에 눈이 먼 인간이 있나! 아무리 의수라지만….

그러나 지금은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엄청나게 거대한 비명이 터져 나왔으니 밖에서도 적들이 몰려올 가능성이 컸다.

[<살라비안이 남긴 혼의 조각>이 고동치며 흡혈을 가속합니다.]

게다가 더 강력하게 흡혈하는 혼의 조각!

용용이는 재빨리 에드안의 양팔을 잘라냈다.

와작!

“읍읍읍!”

[블러드 골렘이 소환됩니다.]

고치 앞을 지키려는 듯이 생겨나는 붉은 피로 된 골렘들!

-이런… 빠져나가야 한다!

“읍읍읍읍 읍읍읍읍읍 읍(저거라도 챙겨나가야 해)!”

에드안은 필사적으로 홀의 벽들을 가리켰다. 창고까지 갈 시간이 없더라도 최대한 갖고 나가야 했다.

이 홀의 컬렉션들은 아탈리 왕국이 자랑하는 예술품 컬렉션!

하나하나가 예술가들이 보면 감동의 눈물을 흘릴 작품들이었다.

-지금 그럴 수는… 에잇! 뭘 가져가면 되나!

“읍읍, 읍읍, 읍읍!(저거, 저거, 저거!)”

에드안은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빠르게 지목했다. 그리고 발로 조각상들을 걷어찼다.

휘릭-

그러자 넓은 벽이 돌아가며 숨겨져 있던 예술품들이 드러났다.

[숨겨져 있던 예술품들이…]

“읍읍읍!(여기 있는 거 다 챙겨!)”

-인정한다. 인간. 넌 정말 대도적이다!

용용이는 에드안의 의지에 감탄했다.

팔은 잘려나가고 블러드 골렘들이 죽이려고 덤벼드는데도 끝까지 한탕을 추구하는 저 자세!

* * *

“이 자식들 뭐하고 있는 거야….”

태현은 한숨을 쉬며 앞을 쳐다보았다. 멀리서 뱀파이어 전사들과 살라비안 교단의 괴수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보아하니 방금 비명이 수도 전체를 깨운 것 같았다.

이렇게 된 이상 여기서 더 있는 건 무리였고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야 했다.

‘응?’

무리의 앞에서 달려오는 데스 나이트가 어딘가 익숙했다.

“…?”

-가자! 내 명령을 따라라! 가… 헉.

골골이는 신나서 외치다가 앞의 태현을 발견하고 멈칫했다.

-…….

“…….”

-여, 여기는 아무도 없군. 저기로 가자!

골골이는 재빨리 전사들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너 뭐하냐?

-그… 그게 말입니다….

골골이는 당황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흑흑이가 먼저 괴롭혔다는 말은 절대 빼놓지 않고!

-…그래. 잘했다.

-감… 감사합니다.

혼은 나중에 내고, 일단 골골이를 이용해야 했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라. 빠져나갈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골골이는 전사들을 이끌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이쪽이다!

-아니, 이쪽인 거 같다!

-사실 이쪽일지도?

-…?

뱀파이어 전사들은 뭔가 이상했지만 일단 골골이를 따랐다.

도미닉이 소환한 데스 나이트니까 뭔가 있겠지!

그사이 용용이가 반쯤 시체가 된 에드안을 업고 왕궁에서 뛰쳐나왔다.

-주인이여! 나왔다!

“잘 했다고 하고 싶은데… 얘는 왜 이래?”

-그게….

용용이가 안에서 있었던 일들을 빠르게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태현은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니까 들어가서 달랑 왕관 하나랑 예술품들만 갖고 나왔다고?”

-…이, 이 도둑놈 때문이다!

대도적에서 도둑놈으로 다시 돌아온 에드안! 용용이는 바로 에드안을 탓했다.

[카르바노그가 저거 골드 드래곤 맞냐며 신기해합니다.]

태현과 같이 다니면서 용용이는 안 좋은 것만 배우는 것 같았다.

‘오리하르콘이나 좀 챙겨오라고 들여보냈더니….’

태현은 입맛이 썼다. 기껏 들어가서 챙겨온 게 예술품들하고 왕관이라니.

물론 저 예술품들은 예술 직업, 그러니까 화가나 조각가 같은 직업들이 보면 엄청나게 좋아할 물건이긴 했지만….

왕궁의 다른 아이템들과 비교한다면 아쉬웠던 것이다.

게다가 왕관이라니.

어지간히 좋은 게 아니라면야….

“일단 빠져나가자. 여기서 더 오래 있다가는 위험할 거 같으니까.”

골골이가 시간을 끌고 있다지만 아까 비명 때문에 수도의 모든 뱀파이어들이 왕궁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자칫하다가는 여기서 포위될 수도 있는 상황!

* * *

“왔다!”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 몰려 있던 플레이어들은 모두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군대!

도미닉이 직접 이끌고 나온 살라비안 교단의 군대였다.

이미 정찰을 나간 플레이어들로 인해 살라비안 교단의 군대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보가 돌고 있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살라비안 교단 군대에 관한 글들과 동영상들이 올라오고 있었으니까….

현재 판온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곳을 따져본다면, 에랑스 왕국과 오스턴 왕국 사이 국경지대와 바로 여기!

“버프 걸어드리겠습니다!”

“버프 못 받으신 분들 여기 오세요! 지금 마법 씁니다!”

“은화살은 저쪽 앞에서 나눠주니 궁수분들은 넉넉하게 챙겨가시면 됩니다!”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를 지켜라-공성전 퀘스트>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를 노리고 살라비안 교단의….

[공성전 퀘스트에 참가했습니다. 공적치 포인트가 오릅니다.]

[아군에게 축복을 걸어주었습니다. 공적치 포인트가 오릅니다.]

[아군 장비를 수리해 주었습니다. 공적치 포인트가…]

원래 이런 공성전 퀘스트는 개인별로, 파티별로 따로 놀게 되어 있었다.

즉 처음 보는 다른 사람들에게 버프를 걸어주거나 장비를 수리해 줄 일은 없는 것!

남 좋은 일을 해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공성전 퀘스트는 달랐다.

여기 영지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참가한, 왕위 계승 퀘스트의 일부!

그래서인지 남에게 버프만 걸어줘도 공적치 포인트가 쌓였고 남의 장비만 고쳐줘도 공적치 포인트가 쌓였다.

평소에 전투 직업들에게 밀려 할 일이 없던 제작 직업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장비 혹시 더 없습니까? 그것도 해드리죠.”

“아니 더 없는데….”

“거기 부츠가 지금 좀 닳은 거 같은데! 잠깐 줘 보십쇼!”

“내구도 꽉 차 있는 새 부츠야!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러는 사이 도미닉은 군대를 이끌고 점점 접근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살라비안 교단뿐만이 아닌, 반란을 일으키고 나서 뺏은 왕국군도 꽤 보였다.

“들어라, 반란군….”

쉭!

도미닉이 입을 열자마자 멀리서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플레이어들이 쏜 건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은 ‘쟤 무슨 소리 하나 들어나 보자’ 싶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화살을 쏜 건 타이럼 사냥꾼들!

분위기 파악하는 능력이나 눈치하고는 담을 쌓은 이들!

파파파파팍!

“쏴! 쏴!”

“저놈 잡으면 전쟁 끝 아니냐?!”

타이럼 사냥꾼들은 신이 나서 화살을 쏘아댔다. 물론 도미닉에게 맞는 건 하나도 없었다.

카카캉-

도미닉 주변에 붉은색 방어막이 쳐져 공격을 다 막아낸 것이다.

그러나 도미닉의 말을 끊기에는 충분했다. 도미닉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돋았다.

“못 배운 놈들이라 그런지 말도….”

“어? 공격 시작했나?”

“그런 거 같은데?”

“그러면 쏘자!”

문제는 이 공격을 다른 플레이어들이 공격 개시로 받아들였다는 점이었다.

다들 쏘는 걸 보니 공격 시작인가보다!

공들여 쌓은 요새와, 가장 바깥쪽 성벽에서 미친 공격이 시작되었다.

단순히 화살뿐만이 아닌 각종 공성 병기를 사용한 파상공세!

콰콰쾅! 콰쾅!

마법사들은 나서지도 않았는데 화살비와 바윗덩이만으로도 땅이 울리고 주변이 뒤집혔다.

“도미닉 님! 뒤로 물러서십시오. 저희들이 나서겠습니다!”

살라비안 교단원들이 도미닉을 끌고 뒤로 물러서게 할 정도였다.

그걸 본 수비군의 사기가 올랐다.

“와아아아아아아!”

“도망친다! 도망쳐!”

[영지 수비군의 사기가 오릅니다.]

“저… 저놈들이 감히…!”

그리고 이 반응이 도미닉의 심기를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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