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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55화 (655/1,826)

§ 나는 될놈이다 655화

그 뒤로는 자리에 참가한 사람들의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말이 자기소개지 거의 판온 자기소개 수준!

김 교수가 어이없어할 정도였다.

“여기 판온 정모 아니거든?”

“선배님! 저번에 깨신 갈르두 퀘스트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때 마지막에 돌격한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건가요!”

“걔네들은 지금 아키서스 교단을 믿으면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지.”

“선배! 오빠라고 불러도 괜찮죠? 저도 아키서스 영지에서 지내는데 <고블린 만능 제작기> 너무 재밌어요!”

“음. 그건 빨리 그만두는 게 좋을 거 같다.”

“?!”

유지수도 부끄러워하면서 손을 들었다.

“오ㅃ… 선, 선배….”

“넌 그냥 따로 물어보면 되는데 너까지 왜 그래?”

“!”

순간 시선들이 유지수에게 모였다. ‘네가 어떻게 김태현하고 알고 지내는 거야?’라고 물어보는 것 같은 눈빛!

“아. 일어나야겠군.”

“왜요?!”

“조금만 더 있다 가세요!”

“가서 게임해야 해.”

가서 게임하려고 집에 간다고 말하는데 멋있어 보이기도 힘들 것이다.

그런데 태현은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었다.

“아. 너무 멋지다.”

“나도 게임하러 일어서야겠어. 가서 레벨 1이라도 더 올려야지.”

“애들아? 애들아??”

* * *

“아탈리 왕국의 명예를 위해서! 기사단 돌격!”

아탈리 왕국 수도 앞 평원.

영지를 이끄는 귀족 영주 하나가 휘하 기사단을 이끌고 돌격하고 있었다.

상대는 물론 도미닉과 살라비안 교단!

“보아라! 저놈들은 병사도 얼마 없다! 아무도 저놈들을 따라주지 않아서 저런 것이다!”

원래라면 수도 성벽을 믿고 안에 들어가서 버텨야 할 도미닉과 살라비안 교단.

그러나 그들은 밖으로 나왔다.

심지어 군대도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 상대하는 귀족이 기세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기사단이 너무 강해 보이는데?”

“설마 퀘스트가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겠지? 나 김태현 퀘스트 참가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왕국 수도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성벽 위에 올라가서 대결을 구경하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이 도미닉이 지는 걸 원했다.

[살라비안 교단이 수도를 지배합니다.]

[수도의 세금이 오릅니다.]

[밤에 수도를 돌아다니지 마십시오. 뱀파이어를 만날 경우 흡혈당할 수 있습니다.]

[뱀파이어 전용 특수 건물들이 생깁니다.]

[각 교단 건물들이 폐쇄됩니다.]

[……]

도미닉이 점령하고 나서 플레이어들에게는 별로 좋은 게 없었던 것!

그렇지만 지더라도 지금 지면 안 됐다.

태현이 여기까지 왔을 때 태현한테 져야 한다!

그래야지 퀘스트에 참가할 그들한테도 보상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두두두두두-

평원을 달리며 기사단이 돌진했다. 아무것도 없는 평원에서 말을 타고 돌진하는 기사만큼 강한 직업도 드물었다.

돌진 공격에 제대로 얻어맞으면 한 방에 훅 갈 수 있었다.

사아아아-

살라비안 교단원들 주변으로 핏빛 안개가 돌더니, 살라비안 교단원들이 변신하기 시작했다.

꾸드득, 꾸득-

거대한 괴물 형태로 변신하는 교단원들!

“!”

쾅!

괴물 형태로 변신한 교단원들은 달려들어서 기사들을 날려버리기 시작했다.

몇몇 기사들은 그 사이에 공격을 넣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그래봤자 한둘 정도 잡을 뿐이었다.

-피를 내놓아라!

콰직!

기사단을 잡고서 바로 피를 빨아대는 교단원들!

보통 뱀파이어보다 훨씬 더 탐욕스럽고 거친 흡혈이었다.

“으… 으아아!”

이끌고 온 기사단이 괴멸되자 귀족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걸 본 도미닉은 오만하게 명령했다.

“이 왕국에서 나한테 거역하는 반역자는 필요 없다! 저 놈의 목을 갖고 와라!”

“예, 주인님!”

“더 기다리려고 했지만 기껏해야 저런 놈들이라니. 됐다!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나서겠다. 내가 직접 나서서 반역자들을 치고 반역자들의 영지를 손에 넣겠다!”

“어디부터 가시겠습니까?”

“가장 먼저 쳐야 할 놈은 당연히 하나밖에 없다!”

* * *

[돌랑 영주가 사망했습니다.]

[돌랑 영지에 영주가 없습니다. 영지가 혼란 상태에 빠집니다.]

[돌랑 영지의 영주민들이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로 대거 이주합니다.]

‘어?’

왕국 내전에 이런 효과가 있었다니! 태현은 반색했다. 이렇게 근처 영지 귀족들이 도미닉에게 꼬라박아서 죽어준다면….

[건축이 완성되었습니다.]

[건축이…]

[건축이…]

“다 됐습니다!”

“이건 정말 기적이야…!”

건축가 플레이어들 중 몇 명은 눈물을 훔치며 기적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만큼 대공사였던 것이다.

(비교적)평범한 영지였던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를, 산맥을 끼고 있는 난공불락의 철옹성으로 만드는 대공사!

“너희들이 있어서 할 수 있었어!”

“크흑! 저 성벽을 내 손으로 만들었다니까!”

“저 요새는 내가 다 지은 거나 마찬가지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

“?”

건축가들끼리 서로 껴안고 울고 있는데 웬 모르는 사람이 와서 말을 걸자 건축가들은 놀랐다.

“누구?”

“아. 별건 아니고 저기 밖의 요새 벽에 이거 좀 설치하려고요. 안에 끼워 넣을 수 있죠?”

“그게 뭔데요?”

“넣으면 벽이 더 좋아지는 마법의 아이템입니다.”

“??”

“어쨌든 집어넣겠습니다.”

가브리엘은 웃으며 기계공학 대장장이들과 함께 움직였다.

가브리엘의 계획은 간단했다.

영지 외곽의 요새들에 폭탄을 잔뜩 잔뜩 파묻자!

벽은 물론이고 땅 밑에도!

그 소리를 들은 태현은 감탄했다.

-대체 저런 미친놈들은 어디서 나온 걸까?

영지 안에서 자폭은 할 수 없어도, 영지 외곽의 요새는 괜찮았다.

만약 적들이 외곽 요새를 점령한다면?

그 순간 콰콰쾅!

물론 자기 자식처럼 요새를 지은 건축가들은 이 사실을 몰랐다.

안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 * *

“도미닉이 움직인답니다!”

도미닉이 수도에서 나와 직접 태현을 공격하러 온다는 소식은 바로 전달되었다.

영지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그 소식을 듣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역시 태현 님이 말한 대로 오는구나!”

“이걸 예측하고 이런 대공사를…!”

태현도 소식을 듣고 감탄했다.

“진짜 올 줄이야. 날 얼마나 싫어하는 거지?”

“그건 나중에 고민해 보고. 지금은 어떻게 막을지나 고민해 보자. 얘네 장난 아니라는데.”

도미닉이 수도 앞에서 보여준 싸움은 벌써 영상으로 게시판에 돌고 있었다.

새로 나타난 살라비안 교단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알려주는 싸움!

“일단 뱀파이어 계열 스킬은 물론이고… 변신에 흡혈에, 디버프 거는 건 물론이고….”

태현은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센 뱀파이어라고 보면 됐다. 거기에 각종 성가신 스킬들은 덤.

“뭐, 어쩌겠어. 일단 기본적인 방법으로 가야지. 이렇게 인원이 많은데 이걸 데리고 특별하게 싸울 수도 없고.”

“기본적인 방법?”

“저렙 플레이어들은 뒤에서, 고렙 플레이어들은 앞에서. 성벽이 세 개나 지어졌으니까 버티기는 충분할 거야.”

“고렙 플레이어들이 앞에 나설까?”

최상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나 고렙 플레이어들은 손해를 보기 싫어했다. 잃을 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다들 태현의 팬이더라도 가장 앞에서 돌격을 할까?

“돌격 안 하면 너랑 케인이 뛰어서 분위기를 살려봐.”

“…야….”

“아. 그리고 저 장비들도 좀 풀어줘야겠다. 가장 앞에서 싸울 사람들한테는 저 장비들 준다고 말해줘.”

“?!”

최상윤은 태현이 가리킨 창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저건….

‘길드 동맹하고 베이징 파이터즈 애들한테서 뜯어낸 장비잖아….’

남 PK하고서 얻은 장비들 중 안 팔고 남겨 놨던 장비들!

이다비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죠.”

한 번에 다 팔면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없으니, 장비들은 꾸준히 나눠서 경매장에 올리게 되어 있었다.

도중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시켜서 가격을 올리는 건 기본!

자기 장비가 경매장에 올라온 걸 본 플레이어는 억울했지만 참고 살 수밖에 없었다.

“잠깐. 넌 뭐하려고?”

“아. 난 빈집털이 갈 거야.”

“?!”

* * *

“크흑. 태현 님. 저를 이렇게 믿어주시다니… 저 에드안! 온 힘을 다해 보답하겠습니다! 과거의 제가 아닌 새로운 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뭘 하면 될까요?”

“도둑질.”

“…예?”

“널 불렀을 때는 당연히 도둑질하려고 부른 거지. 설마 다른 걸로 불렀겠니?”

“…….”

태현은 흑흑이와 용용이, 골골이를 데리고 에드안과 함께 아탈리 왕국 수도로 향하고 있었다.

발상의 전환!

도미닉과 살라비안 교단과 싸우는 것도 좋았지만, 그건 나중에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지금 중요한 건 왕국 수도에 아무도 없다는 것!

물론 살라비안 교단원들이 어느 정도 남아서 지키고 있겠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뚫을 수 있었다.

‘나중에 도미닉하고 살라비안 교단이 질 경우 왕궁 창고를 다 털고 도망칠 수도 있으니 미리 챙겨놔야지.’

세상은 원래 미리 미리 대비하는 사람이 유리한 법!

태현은 이런 퀘스트에서 작은 대비 하나가 나중에 얼마나 큰 결과를 불러오는지 알고 있었다.

기껏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퀘스트를 깼는데 손에 들어오는 건 빈 창고라면….

그것보다 허무한 일은 없을 것이다.

-주인이여.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수도 하늘에 박쥐들이 떠있다.

-주인님. 더 가까이 다가가면 저놈들이 우리를 눈치 챌 겁니다. 저놈들은 살라비안 교단의 마수입니다.

거대한 박쥐들과 반투명한 유령 와이번들이 수도 하늘을 떠돌면서 감시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하늘에서 접근하는 침입자를 막기 위한 교단의 감시자였다.

‘으음… 어쩐다?’

지금이라도 내려서 은신을 하고 수도 정문이나 성벽을 넘어야 하나?

가능하면 하늘을 뚫어서 가고 싶었다. 정문이나 성벽은 지키고 있는 게 한둘이 아닐 테니까.

고민하던 태현은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뚝딱뚝딱-

[기계공학의 거장이 만든 간단한 낙하산을 완성시켰습니다.]

낙하산이나 글라이더 같은 기계공학 아이템은 인기가 적은 아이템 중 하나였다.

날아다닐 거면 비행 주문이나 비행 탈것이 있는데 굳이 불편하고 떨어지는 것밖에 못하는 아이템을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아이템들은 가끔 쓸 때가 있었다.

바로 이런 때에!

-용용이는 숨고. 흑흑이랑 골골이가 나서자.

-예? 왜 쟤만 숨습니까?

-아키서스 신수가 보이면 이상한 걸 눈치 챌지도 모르잖아. 사디크의 마수인 넌 괜찮아.

태현의 말에 흑흑이는 투덜거리며 움직였다. 용용이는 태현과 에드안을 태우고 저 높이 올라갔다.

흑흑이와 골골이가 시선을 끄는 사이, 둘은 낙하산을 타고 조용히 내려가는 계획!

-잘해라. 언데드.

-너나 잘해라. 블랙 드래곤.

“저, 태현 님. 쟤네들 괜찮은 겁니까?”

에드안은 불안하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아무리 봐도 흑흑이와 골골이는 사이가 좋지 않아 보였던 것이다.

사디크의 마수와 데스 나이트!

물과 기름 같은 존재였다.

“설마 자기들 위험한데 싸우겠어?”

“마수랑 언데드는 그런 거 신경 안 쓰지 않는 것 같….”

“괜찮아. 시선만 끌어주면 되니까. 남은 건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

에드안의 걱정은 사실로 맞아떨어졌다.

-아, 잘 좀 날아라! 블랙 드래곤!

-시끄럽다 언데드!

-저기 대형 흡혈 박쥐가 보인다. 화염 잘 쏴라. 나한테 닿게 하지 말고.

-…아앗! 날개가 미끄러졌다!

-?!?!

흑흑이는 앞으로 몸을 기울이는 척 하면서 골골이를 집어 던졌다.

-이… 이 검은 도마뱀 새끼가!

졸지에 높은 하늘에서 추락하게 된 골골이는 기겁해서 스킬을 사용했다.

-검은 오라의 밧줄! 올가미 조이기!

대형 박쥐 하나를 잡아채고 등에 올라탄 골골이!

꿰에엑! 꿰엑!

-가만히 있어라! 내가 네 주인이다!

[같은 언데드입니다. 길들이는데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데스 나이트로 추가…]

[대형 흡혈 박쥐를 길들이는 데 성공합니다!]

떨어질 위험에서 풀려난 골골이가 할 짓은 하나밖에 없었다.

복수!

-저 검은 도마뱀한테 한 방 먹여주고 말겠다…! 돌격!

꿰에엑!

박쥐는 기쁘게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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