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653화
“나도… 나도 힘낼 거야!”
“내가 더 열심히 하겠어!”
“?!”
대장장이들이 달려들어서 태현의 손에서 화살을 뺏자, 태현은 당황했다.
이 자식들이 뭐 잘못 먹었나?
“아니 내가 한다니까….”
“아닙니다! 태현 님! 이건 저희가 하겠습니다!”
“다른 걸 해주세요!”
‘이 자식들 설마 이게 쏠쏠하게 오른다는 걸 눈치챘나?’
그러나 태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야! 나도 할 거다!”
“그런…!”
그럴수록 더더욱 감동받는 플레이어들!
* * *
[1차 성벽이 완성되었습니다.]
[영지의 치안이 크게 오릅니다.]
[……]
[2차 성벽이 10% 완성되었습니다.]
[성벽 외곽 요새가 완성되었…]
[……]
하도 많은 건설 완료 창이 떠서 제대로 확인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돈 하나 안 받고 순식간에 완성되어가는 철옹성!
태현 영지에 잠입해 있던 길드 동맹 첩자들은 이 어마어마한 상황에 당황하면서 보고를 올렸다.
-…이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죠?
-…….
쑤닝은 화낼 정신도 없었다. 그저 어이없을 뿐.
‘단체로 정신 나간 거 아냐?’
퀘스트 한답시고 전혀 상관도 없는 건설을 하고 있으면 항의하고 따져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무슨 단체로 최면에라도 걸린 것처럼 다들 열심히 삽질을 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쑤닝과 길드 동맹의 상황은 정반대.
<길드 동맹, 이래도 괜찮은가?>
오스턴 왕국을 아직 다 점령하지도 않았는데도 이런 높은 세금은 무덤을 파는 짓….
<과거에서 교훈을 전혀 얻지 못하는 길드 동맹>
언제나 게임에서 패권을 잡는 길드는 나왔지만 오래 가는 길드는 없었다. 이는 제대로 된 관리를 하지 못하고 막 나갔기 때문….
…….
길드 동맹은 김태현의 영지를 보면서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김태현의 영지는 세금 없이….
일부러 쑤닝의 혈압을 올리려고 쓴 것 같은 외부 분석글!
문제는 이게 실제로 대부분이 갖고 있는 불만이라는 점이었다.
기껏 오스턴 왕국 수도까지 함락시켰는데 돌아오는 건 세금!
-이럴 거면 차라리 다른 왕국에서 하는 게 낫겠다!
-같은 중국인이라고 길드 가입했는데 우리한테 돌아오는 건 없고 너무한 거 아냐?
-길드가 너무 고렙 애들만 대우해 준다!
-파워 워리어는 완전히 평등한….
-이 사람 저번부터 보이는데 첩자 아닌가요? 차단 좀.
-근데 진짜 파워 워리어가 그렇게 좋냐?
-돌아다니는 글 들어보니까 좋은 것 같던데.
물론 쑤닝과 길드 동맹의 간부들도 할 말은 많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아직 완전히 점령이 끝난 것도 아닌데 사디크의 마수 군단들이 주변을 휩쓸고 있었다.
박살 난 영지를 재건하고 남은 영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점령전 도중 얻은 재산들은 사디크의 화신 때문에 깡그리 날아갔고….
차라리 돈이라도 빼돌렸으면 억울하지나 않았을 것이다. 지금 오스턴 왕국은 밑 빠진 독이었다. 돈을 붓는 대로 빠져나갔다.
-랭커 린야오는 데리고 있는 용병 부대 이끌고 지금 당장 오그던 요새로! 마수가 나타났다!
-랭커 맥필은 1군단 데리고 이렌 시로 가라! 마수 세 마리가 날뛰고 있다!
-길드 동맹 내 건축가들과 레벨 100 이하 길드원들 집합! 마수를 막을 성벽과 해자를 건설해야 한다!
쑤닝은 있는 자원을 최대한 짜내서 명령을 내렸다. 나름 상황에 적합한 명령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길드원들이 이해해 주지는 않았다.
-아니, 내 용병 부대를 지금 쓰라고? 이거 죽으면 보상해 줌?
-쑤닝. 1군단 애들이 불만이 너무 심해. 세금도 많이 떼면서 언제까지 부려먹기만 할 거냐고.
-길마님. 아무래도 뭐라도 조금 보상을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냥 막노동 퀘스트 시키면 불만이 장난 아닐 겁니다.
‘크으윽, 크으윽…!’
명령 하나 내릴 때마다 사사건건 걸려오는 태클!
뭐 하나 쉽게 가는 게 없었다.
그런데 태현은 그냥 말 한마디로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부려먹고 있으니….
얄미워도 너무 얄밉다!!
* * *
쿵!!
굉음과 함께 성벽이 들썩거렸다. 동시에 마수가 부딪힌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동쪽 성벽이 무너집니다!]
[사디크의 마수가 안으로 들어옵니다!]
“막아! 막아!!”
플레이어들은 나뉘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플레이어들과,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달려가는 플레이어들로!
안 그래도 힘든 상황인데 이렇게 나눠지면 결말은 뻔했다.
콰아앙!
거대한 도롱뇽처럼 생긴 사디크의 마수가 무너진 성벽 사이로 들어와 화염을 미친 듯이 뿌려대기 시작했다.
[사디크의 화염이 건물에 옮겨붙습니다.]
[사디크의 화염이 보초 탑을 태우기 시작합니다.]
[사디크의 화염이…]
“도망치자!”
“그, 그래야겠다….”
남아 있던 플레이어들까지 포기를 하고 도망을 치려는 무렵!
둥둥둥-
“?”
“린야오 님이다! 린야오 님이 나타났어!”
다행히 늦지 않게 용병 부대를 이끌고 나타난 길드 동맹의 랭커!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고대 무술가라는 영웅 직업을 가진 린야오는 데리고 온 용병 전사들과 함께 마수를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다.
“뭐 이렇게 강해? 젠장. 용병 둘 죽었네.”
“그래도 린야오 님이셔서 잡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한 건 당연한 거고. 젠장.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내가 망하겠네. 내가 이 용병 부대 키우느라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아?”
퀘스트로 얻은 용병 부대였지만, 린야오는 이 용병 부대를 키우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아껴주고 먹여주고 경험치 주고 장비 주고….
그런 용병 NPC들이 마수 하나 잡겠다고 죽다니!
“사디크의 화신이 직접 안 나와서 망정이지.”
처음에는 직접 움직여서 엄청난 충격을 줬던 사디크의 화신도, 지금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사디크가 부리는 대형 마수들만 나타나서 난동을 부릴 뿐!
사람들은 ‘어딘가 자리를 잡고 숨어 있는 거 아닌가’ 하고 추측했다.
“길드 동맹에서 사디크의 화신인가 뭔가 그거 잡을 계획은 없나? 나 말고 다른 놈들끼리.”
“지금 막는 데에도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 힘들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해야 할 다른 퀘스트도 많아서….”
“그건 쑤닝 그놈만 좋은 짓이잖아. 젠장.”
린야오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고 투덜거렸다.
해야 할 다른 퀘스트라는 건 즉 쑤닝에게 뜬 퀘스트, 국왕 퀘스트를 의미했다.
길드 동맹의 간부나 랭커들은 현재 길드 동맹이 진행하고 있는 주요 퀘스트들을 전부 알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쑤닝의 전직 퀘스트였다.
현재 쑤닝은 영웅 직업인 <철혈의 영주>로 전직한 상태.
거대한 길드를 완벽하게 이끌기 위해 비밀리에 직업을 조사하고 전직한 쑤닝이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철혈의 영주>는 퀘스트를 깨면 전설 직업인 <철혈의 군주>로 전직할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스턴 왕국을 완전히 지배해야 했다.
단순히 수도를 함락시키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왕국의 상징을 찾아 모으고 왕관을 머리에 써서 왕위에 올라야 하는 것!
원래 급한 대로 수도를 함락시키고 왕위에 앉는 이벤트를 하려고 했는데 사디크 습격 때문에 미뤄지고 있었다.
“오스턴 왕가의 아이템을 찾아오라니. 그게 나 같은 랭커한테 시킬 짓이야? 젠장.”
린야오는 아이템 목록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오스턴 왕가의 풍요를 상징하는 깃발, 오스턴 왕가의 흑철로 만들어진 장식용 검, 오스턴 왕가의 칠색 보석 등….
각종 오스턴 왕가의 아이템들이 나와 있었고, 쑤닝은 가능한 많이 이 아이템들을 찾아오기를 원했다.
그래야 전직 퀘스트에 필요한 조건들이 채워졌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런 아이템 찾기 퀘스트만큼 시간 날리기 딱 좋은 것도 없다는 것!
단서가 별로 없으면 더더욱 찾기 힘들었다. 린야오는 아이템 좀 찾아보겠다고 시간 날리고 개고생만 한 랭커들을 몇 명 알고 있었다.
앨X이나 장X안이라던가….
길드 동맹의 길드원은 린야오를 달래기 위해 애썼다.
“그래도 린야오 님을 믿으니까 이런 걸 공유하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네가 찾아봐라. 젠장. 오스턴 왕가의 칠색 보석? 이거 설명 봐. 어떤 놈이 왕관에서 빼갔다는데 이걸 어떻게 찾아! 내가 도적 직업도 아닌데!”
* * *
“그런데 여기 영지는… 뭔가 좀 이상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건설을 하는 동안 기다리던 에반젤린은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이상하다고? 그걸 이제 와서 말하는 거야?”
태현은 한심하다는 듯이 에반젤린을 쳐다보았다.
이 영지가 이상하다는 걸 이제 와서 깨닫다니. 얼마나 둔하단 말인가!
“…저기 저 슬롯머신이나 미치광이들이나 투기장이나 그런 거 말하는 게 아니라….”
“슬롯머신도 아니고 미치광이도 아니지만 뭐 어쨌든 그렇다 치고. 뭘 말하는 건데?”
“그거 말고, 여기 세금이 너무 낮지 않아? NPC들도 지나치게 행복해하고….”
“지금 내 영지가 잘 굴러가는 게 말도 안 된다는 거냐?”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말이 안 되잖아.”
에반젤린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태현의 영지는 확실한 장점과 매력을 갖고 있는 곳이긴 했지만, 단점도 많았다.
다른 거대 도시에 비하면 없는 건물들이 많은 것!
아키서스 교단 관련 건물을 우선시한 결과였다.
이런 건물들은 플레이어들의 불편이나, 주민 NPC들의 만족도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태현의 영지 주민들은 너무 행복해했다.
대체 뭐지?
“흠. 내가 이곳저곳에서 갖고 온 아이템 때문인지도 모르겠네.”
“아이템?”
<오스턴 왕가의 풍요를 상징하는 깃발>, <오스턴 왕가의 흑철로 만들어진 장식용 검>, <오스턴 왕가의 칠색 보석>, <오스턴 왕가의 비전 갑옷>, <왕자의 목걸이> 등….
다 태현이 오스턴 왕국에서 빼돌린 아이템들이었다.
착용할 수 있는 건 태현이 착용하고, 영지에 설치할 수 있는 건 영지에 설치!
강력한 아이템인 만큼 영지에 설치할 경우 효과는 굉장했다.
세금을 내려주고 불만도를 낮춰주는 효과는 기본이고 온갖 추가 효과까지!
설명을 들은 에반젤린은 감탄했다.
“그런 아이템이 있어? 와, 처음 들어보는데? 잠깐. 그거 어디서 구했어?”
“앗. 저기 요리사들이 날 도와달라고 부르는군. 가서 도와줘야겠다.”
“…….”
호다닥!
대답을 피하는 태현을 보고 에반젤린은 수상쩍은 눈빛을 보냈다.
‘설마 훔친 건 아니겠지? 에이. 아무리 김태현이라도 왕궁에서 그런 걸 훔치는 건 무리겠지. 비밀 퀘스트라도 하고 받았나? 그걸 치사하게 숨기냐? 내가 어디 가서 말할 사람도 아닌데.’
에반젤린도 설마 태현이 훔쳤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태현이 떠나자 혼자 남은 에반젤린은 심심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번 퀘스트는 다른 친구들을 내버려 두고 혼자 왔기에 이 영지에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누구 아는 사람이….’
케인은… 아는 척하기 싫었고.
‘앗!’
유지수를 발견한 에반젤린은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볼 때부터 귀여워서 친해지고 싶었던 플레이어!
호다닥!
그러나 유지수는 에반젤린을 보자마자 도망쳤다.
‘어째서?!’
* * *
“이다비 씨. 저도 파워 워리어에 가입하면 어떨까요?”
“네…? 대체 왜…?”
이다비는 당황한 눈빛으로 유지수를 쳐다보았다.
이미 좋은 소수 정예 길드에 있으면서 왜 스스로 무덤을 파려고 하는 거지?
“제가 생각해 봤어요. 케인 씨나 에반젤린 씨는 어떻게 그렇게 태현 오빠하고 친근하게 지낼 수 있는지.”
‘그냥 호구 잡혀서 그런 거 같은데….’
이다비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둘의 명예를 생각해서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두 사람 다 퀘스트를 엄청나게 도와준 적이 있어서예요! 그리고 지금도 도와주고 있고요!”
‘그게 도와주고 있는 건가…?’
엄밀히 말하자면 태현에게 착취당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지수는 진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