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650화
“왜 대답을 못해?”
“그것이… 그러니까….”
“…앨콧 이 자식 뭐 하고 있어?”
“투기장에 있습니다.”
“투기장? 투기장에 있을 수도 있지.”
쑤닝의 반응에 부하는 살짝 안도했다.
그래. 쑤닝 님도 이제 좀 관대해지셨지!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김태현 영지네 투기장에….”
“뭐 이 개X끼야?!”
“히익!”
“아니 XXX XXXXXXX-”
‘아니’ 다음부터는 욕설 필터링에 걸려서 제대로 들리지도 않을 수준!
“이 자식은 지금 이런 상황에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당장 오라고 해!”
“그, 그것이….”
-앨콧 님. 지금 당장 오셔야 합니다. 저희 일손이 부족합니다!
-한, 한 판만 더 하고 갈게! 진짜 딱 한 판만!
-앨콧 님. 한 판 끝났습니다. 오셔야 합니다!
-진짜 마지막으로 한 판만!
-앨콧 님! 이제 진짜 오셔야 합니다!
-내 명예를 걸고 진짜 진짜 마지막으로….
-야 이 인간아!!
앨콧은 전형적인 도박 중독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쑤닝은 분노해서 이를 갈았다.
‘랭커 새끼들 관리를 해야지. 안 되겠어!’
길드 동맹의 덩치 자체는 커졌는데, 아직도 조직은 예전 연합 때처럼 따로 노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위치가 높은 랭커들은 더더욱 그랬다.
명령을 내려도 자기 멋대로 구는 일이 잦은 것!
“랭커들에게 전원 연락해라. 이번 일에 제대로 참가 안 하는 놈들은 길드 탈퇴까지 가능하다고.”
“예? 그래도 되겠습니까?”
“랭커 놈들 콧대를 꺾어놔야지. 안 되겠어! 지들이 뭐 대단하다고. 그래봤자 김태현 놈 하나 못 잡고 빌빌대던 놈들이잖아!”
‘그건 비교가 좀….’
태현이 이상한 거지 랭커들이 이상한 게 아니었다.
“걱정 마라. 랭커 놈들은 자기들이 아쉬워서 절대 나가지 않을 테니까. 그놈들도 알아. 길드만큼 자기들을 지원해 주는 곳 찾기 힘들다는 걸. 욕심 많은 놈들이니까 튀어 오겠지. 당장 불러!”
현재 판온 게시판에서 화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던전 대회!
곧 있을 본선 대회를 앞두고, 사람들은 온갖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떤 전략이 유행할 거라느니, 어떤 팀이 유행할 거라느니….
-김태현 팀에 걸어도 되겠지? 아. 투기장 대회 때는 두둑하게 땄는데 불안하네.
-근데 예선에서 이세연 팀이 1등 했잖아. 김태현이 PVP는 몰라도 던전 레이드는 좀 부족할지도 몰라.
심지어 누가 이길지 예측하는 도박까지!
-무조건 김태현 님이 된다. 길드 활동비도 박았단 말이야! 지면 난 망해!
그리고 다른 화제 하나는 사디크의 화신이었다.
플레이어들이 경험한 적 없는, 중앙 대륙의 왕국을 휩쓰는 대재앙!
사디크의 화신 본체는 물론이고 사디크의 화신이 부리는 마수 군단만 나타나도 도시나 성은 벌벌 떨었다.
-사디크 마수에 대해서….
-사디크 화신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하죠?
-사디크 마수 나타났을 때 교단 가입하면 살려주나요?
-사디크 교단 가입하고 싶은데 가입할 수 있을까요?
└그건 무리일 듯. 몇 번 해봤는데 마수들이 들은 척도 안 하더라. 가입하려면 다른 곳에서 해야 할 듯?
현재 에랑스 왕국과 오스턴 왕국 국경 근처는 벌벌 떨고 있었다. 사디크의 화신이 어디로 올지 몰라서.
예외는 타이럼 시가 있는 잘츠 왕국 정도였다.
-하하 우리는 태울 것도 없고 길도 복잡해서 못 올걸?
-사디크의 화신도 타이럼 시는 거르는 거 봐라!
-너도 타이럼 시 해라. 두 번 해라.
그리고 위의 두 화제만큼은 아니지만, 태현 영지의 투기장도 있었다.
평소 투기장 모르던 사람들도 관심이 가게 만드는 화끈한 투기장!
쑤닝 입장에서는 기가 막혔다.
아무리 그래도 오스턴 왕국의 수도를 점령하고 왕국 통일을 거의 완성했는데, 이게 저 위의 소식들에게 묻힐 만한 소식인가?
‘젠장. 사디크 정리하고 왕관 퀘스트 하면 괜찮아지겠지.’
오스턴 왕가의 왕관을 찾아서 쑤닝이 직접 쓰고 국왕임을 선포한다면, 이제까지보다 훨씬 파급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지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디크 놈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짜내봐라! 사디크 교단의 약점이 뭐지? 뭐에 약했지?”
“어… 아키서스 교단 아닙니까?”
“지금 어떤 새끼가 말했어!”
“히익!”
“용서해 주십쇼 쑤닝 님!”
* * *
“으음. 이걸 어디에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태현은 쪼개진 현철이 섞인 바위를 용광로에 넣고 고민에 잠겼다.
-후욱, 후욱! 주인님… 언제까지….
옆에서 용광로에 힘을 불어넣는 흑흑이만 죽을 맛이었다.
[흑흑이가 사디크의 화염을 거대 오크식 용광로에 불어넣습니다.]
[거대 오크식 용광로의 힘이 더욱더 강해집니다!]
“캬. 저 검은 놈 신통하네.”
“옛말에 검은 소가 일을 잘하냐, 누런 소가 일을 잘하냐 했었는데 검은 소가 일을 잘하는 거였어.”
우르크 영지의 대장장이들은 감탄했다.
그들이 용광로의 화력을 올리려면 온갖 비싼 재료 아이템을 퍼부어야 했는데, 흑흑이는 혼자 힘으로 그걸 해내고 있었다.
과연 화염의 신 사디크의 마수!
[<쪼개진 현철이 섞인 정체불명의 바위>가 녹기 시작합니다.]
[재료가 분리됩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낮습니다. 완전히 녹지 않아 손해가 있습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이걸로 단검을 만드는 건 너무 아까운데… 뭘 만든다?’
태현은 <카르바노그의 단검>을 다시 확인했다.
영지에 오자마자 <카르바노그의 단검>을 만들어 본 태현이었다.
[뛰어난 대장장이가 만들어서 내구력이…]
[신의 예지 스킬로 내구력이…]
[높은 행운으로 내구력이…]
온갖 추가 버프가 붙었지만, 정작 결과물은 처참했다.
카르바노그의 단검:
내구력 300/300, 물리 공격력 1
토끼의 강함은 그 숫자에 있다.
(추가 옵션: 단검을 든 사람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단검의 공격력에 추가 버프.)
내구력만 높아지지 물리 공격력은 1인 것!
이걸 봤을 때 카르바노그의 단검은 아무리 좋은 재료로 만들어도 무조건 1로 고정되는 것 같았다.
‘뭐 이런 쓰레기 아이템이….’
[카르바노그가 항의합니다.]
그래도 태현은 시간이 날 때마다 카르바노그의 단검을 만들었다. 일단 많이 만들어놔야 나중에 뭐라도 하지 않겠는가.
[<쪼개진 현철이 섞인 정체불명의 바위>에서 오리하르콘이 분리되어 나옵니다.]
“어???”
태현은 깜짝 놀랐다. 현철이나 다른 금속을 기대하고 있었지, 오리하르콘은 기대하지도 않고 있었는데!
설마…!
[<쪼개진 현철이 섞인 정체불명의 바위>에서 최고급 화염석이 분리되어 나옵니다.]
[<쪼개진 현철이 섞인 정체불명의 바위>에서 최고급 강철이 분리되어 나옵니다.]
[<쪼개진 현철이 섞인 정체불명의 바위>에서 오리하르콘이 분리되어 나옵니다.]
또 나왔다!
계속해서 조금씩 나오는 오리하르콘.
태현은 오리하르콘 화살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던 도중 강제로 보약을 먹던 케인이 도망쳐서 찾아왔다.
“야. 그런데 에랑스 왕국이랑 오스턴 왕국 쪽에 사디크의 화신이 날뛰고 있다던데… 뭐 안 해도 되냐?”
“내가 왜? 내 일도 아닌데.”
“…….”
* * *
“죽어라, 다미아노 2세! 아버지의 원수!”
푸욱!
“크허억! 말도 안 되는…!”
도미닉과 살라비안 교단의 뱀파이어들은 다미아노 2세를 습격했다.
밤일수록 강해지는 뱀파이어들!
살라비안 교단의 비술로 강해진 타락한 뱀파이어들은 몇 안 되는 다미아노 2세의 호위를 쓰러뜨리고 다미아노 2세를 공격했다.
초대를 받고 조촐하게 나왔다가 함정에 빠진 다미아노 2세는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다.
털썩-
“놈이 쓰러졌다!”
“주인님! 놈이 쓰러졌습니다!”
“왕궁으로 가자! 수도에 있는 병력들을 장악해라! 귀족, 기사들을 불러서 매혹시켜라! 내 명령을 듣지 않는 기사들은 죽여라!”
“예!”
“왕궁 수비대장, 아탈리 왕국 1군단장, 왕궁 수호기사단장을 찾아서 죽여라!”
아탈리 왕궁의 밤은 치열했다.
살라비안 교단의 뱀파이어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중요 NPC들을 제압하고 처리했다.
“근위대장이 안 보입니다.”
“뭐? 어디 간 거지? 찾아내라!”
뱀파이어에게 붙잡힌 귀족 하나가 사실을 털어놓았다.
-크윽… 근위대는… 국왕 폐하의 명령으로… 김태현 백작의 영지에….
저번에 다른 교단들이 태현을 공격할 때, 태현은 충신인 척하면서 아탈리 국왕에게서 근위대 병력을 뜯어냈다.
그걸 그대로 영지 수비에 갖다 놓은 것!
덕분에 아탈리 왕국 근위대는 이번 습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김태현 백작의 영지에 있답니다.”
“흥. 됐다. 어차피 다 죽을 놈들인데. 도망쳐봤자 죽음이라는 걸 알려주겠다.”
도미닉은 혀를 차더니 말했다.
“날이 밝으면 아탈리 왕국에 새 국왕이 올랐다는 것을 온 세상에 알려라! 모든 영주들은 내 앞에 와서 충성 서약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놈들은 모두 반역자다!”
* * *
[아탈리 왕국의 국왕, 다미아노 2세가 사망했습니다.]
“풉!”
당황스러운 메시지창에 태현은 사레가 들렸다.
[안토니오의 아들, 도미닉은 사악한 교단의 힘을 빌려 왕관을 썼습니다.]
[새 국왕 도미닉 1세는 각 영지의 영주들에게 소집 명령을 내렸습니다. 오지 않는 이들은 반역자로 낙인 찍힐 것입니다.]
‘갔다가는 죽겠군.’
태현은 바로 알아차렸다.
안토니오를 잡은 게 누군가. 바로 태현이었다.
‘아니… 다미아노 2세는 뭘 했길래 이렇게 쉽게 죽어? 내가 경고까지 했는데. 기사들도 안 데리고 다녔나?’
다그닥, 다그닥-
“?”
저 멀리서 상처투성이의 전사 NPC 한 명이 달려왔다.
아탈리 왕국 근위대장이었다.
“으흑흑, 백작님!”
딱 봐도 골치 아플 것 같은 예감이 확 들었다. 태현은 모르는 척을 하려다 말았다.
얼굴을 바꾸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던 것!
<국왕 폐하 만세!-아탈리 왕국 내전 퀘스트>
사악하고 야심 찬 도미닉은 다미아노 2세를 살해하고 왕좌에 올랐다.
그러나 모든 귀족들이 도미닉의 편에 선 것은 아니다. 뜻 있는 귀족들은 도미닉의 지배에 저항하려고 한다.
이들과 힘을 합쳐 도미닉을 몰아내고 다미아노 2세의 원수를 갚아라!
보상: ?, ????
“백작님! 폐하의 원수를 갚아 주십시오!”
“아니, 내가 뭔 힘으로?”
“다른 귀족분들은 이 사태에 분노하고 계실 겁니다!”
“내가 좀 바쁜데… 분노하고 있다면 걔네들이 알아서 해주지 않을까?”
“백작님!!”
시큰둥한 태현의 태도에 근위대장은 바닥을 치며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텁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중년 전사가 바닥을 치며 우는 건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아니, 내가 안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도미닉 그놈 보니까 왕궁도 장악하고 도와주는 놈도 있는 것 같던데 내가 병력이 있어야지.”
“영지의 근위대원들은 모두 백작님을 따를 것입니다!”
‘아차. 걔네들이 있었지.’
하도 날로 먹은 병력이라 순간 잊고 있었다. 태현은 아차 싶었다.
‘…설마 걔네들이 없어서 죽은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물론 아니었지만, 태현 입장에서는 묘하게 찜찜했다.
설마 그런 나비효과가!
그러는 사이, 태현 앞에 다른 퀘스트 하나가 더 떴다.
<왕이여, 만수무강하소서-아탈리 왕국 국왕 퀘스트>
도미닉의 학살로 다미아노 2세의 아탈리 왕가 핏줄은 모조리 끊겼다.
이에 각지에 있는 영주 귀족들은 야심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반역자 도미닉을 쓰러뜨릴 경우 누구든지 새 왕좌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아탈리 왕국의 정당한 귀족이라면 누구든지 이 퀘스트에 참가할 수 있다.
반역자를 처치하고 아탈리 왕국의 새로운 국왕이 되어라!
보상: 아탈리 왕국의 국왕.
“……!”
판온에서 본 적이 없는, 보기 드문 국왕 작위 퀘스트!
설마 이렇게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