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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49화 (649/1,826)

§ 나는 될놈이다 649화

-!!!

투기장!

태현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영지의 투기장. 이걸 얼마나 기다렸는가.

영지의 다른 건물들은 어쩔 수 없이 지은 건물들이었다.

기본적인 건 갖춰야 하니까, 아키서스 교단의 본거지니까, 그래서 지은 건물들!

그렇지만 투기장은 태현의 취향 때문에 고른 것이었다.

판온에서 가장 좋아하는 걸 묻는다면 역시 투기장!

남을 합법적으로 패고 다녀도 되는 곳!

온갖 변수와 온갖 기발한 발상이 나오며, 목숨을 걸고 아슬아슬한 싸움을 즐기는 곳!

게다가 아키서스의 투기장은 한 가지 장점이 있었다.

바로 태현이 영주로 있는 곳의 투기장이라는 점이었다.

‘아무도 날 출입불가 시킬 수 없다는 거지!’

태현은 판온 1 때의 쓰라린 기억을 떠올렸다.

* * *

“투기장에 입장하게 해줘.”

“예. 들어오시지요, 모험가님.”

“??”

“쟤 뭐냐??”

투기장에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있던 다른 플레이어들은 대장장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잘못 왔나?

“야. 대장장이나 상인들 있는 곳은 저기야. 저기서 파는 거고 여기는 들어가면 싸우는 곳이라고.”

“알아. 싸우러 온 거야.”

“뭐?!”

“대장장이로??”

필드에서 여럿이 파티를 맺고 싸우는 거라면 대장장이도 활약할 수 있었다.

장비에 버프를 걸어주고, HP나 힘, 체력 스탯은 나름 높은 편이니 버티거나 약한 몬스터 정도는 때려눕힐 수도 있었고 말이다.

그렇지만 여기 투기장은 개인전!

대장장이가 투기장에서 혼자 싸우겠다니. 다른 모든 플레이어들이 대장장이부터 노릴 것이다.

약한 자부터 노리는 게 투기장의 법칙이었으니까.

“왜, 대장장이는 하면 안 되냐?”

“…나, 나랑 같이하자!”

“나도 지금 들어간다!”

“저도! 저도 하게 해주십쇼!”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호다닥 손을 들었다. 태현과 같은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경쟁이 치열한 투기장에서 태현 같은 대장장이는 날로 먹을 수 있는 상대였다.

무조건 내가 먹어야 한다!!

“하하. 녀석들. 내가 그렇게 좋냐?”

“좋아! 좋아!”

“너무 좋아!”

태현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만 해도 태현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렇게 태현을 보고 꼬리를 흔드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좋아. 얼마까지 낼 수 있지?”

“응?”

“뭐가 ‘응’이야. 나랑 같이 투기장에서 싸우고 싶다면서. 나도 상대를 고를 수 있지. 자. 얼마까지 낼 수 있지?”

“…….”

“…1골드!”

서로 눈치를 보던 사람들.

한 명이 외치기 시작으로 경쟁이 시작되었다.

결국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탈탈 털리고 나서 태현과 같이 입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입장 후!

“크흐흐. 넌 죽었다.”

“곧 죽을 놈에게 인사드립니다.”

“…….”

투기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본색을 드러내는 플레이어들!

골드도 뜯겼겠다, 태현에게 단단히 받아낼 생각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묵묵히 주변에 무언가를 던져놨다.

둥둥둥-

“시작이다!”

시작 신호가 나오자마자 플레이어들은 사납게 태현에게 달려들었고….

콰콰콰콰콰콰콰쾅!

전원이 폭발에 휩쓸려 나갔다.

“와. 이렇게 잘 풀릴지는 몰랐는데.”

태현은 감탄했다. 서너 명 정도는 폭발을 피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놀랍게도 아무도 의심을 안 하고 태현에게 동시에 덤벼든 것!

‘세상에 이런 호구들이 있다니.’

[투기장에서 우승하셨습니다!]

[시간 기록을 세웠습니다! 추가 보상을 받습니다!]

그 뒤로 태현은 몇 번이고 투기장을 더 돌았다.

처음에는 ‘운이겠지’, ‘저번에는 감히 날 이겼겠다? 다시 해보자!’, ‘이번에는 내가 해본다!’ 하고 덤벼들던 플레이어들도 상황을 깨달았다.

저 미친 대장장이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이건 운이 아니라… 실력!

“응?”

그때부터였다.

태현만 보면 슬슬 줄이 사라진 것이.

‘쟤랑은 같이 싸우고 싶지 않다!’

“아니, 애들아. 같이하자! 왜! 그렇게 재밌게 놀아놓고!”

“…….”

“…….”

시선 마주칠까 봐 조용히 눈을 까는 사람들!

보통 성질 더럽기로 유명한 투기장 플레이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정말 보기 드문 일이었다.

* * *

‘하지만 영지의 투기장은 다르지.’

영주 권한으로 다른 사람들 모였을 때 끼는 게 가능!

태현은 신이 나서 투기장을 확인했다.

[아키서스의 투기장이 완성되었습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투기장 관련 NPC들이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 찾아올 수 있습니다.]

-특성 확인.

태현은 투기장의 특성을 확인했다.

각 투기장마다 특성이 있지 않은가.

과연 아키서스의 투기장은?

[아키서스의 투기장은 개인전과 팀전이 가능합니다.]

[안의 지형은 16가지로 입장할 때마다 달라집니다.]

[계속해서 연속 우승 시 연승 보너스가 들어오며, <아키서스의 축복을 받은 청동 상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키서스의 축복을 받은 청동 상자>를 받은 상태에서 계속해서 연속 우승 시 <아키서스의 축복을 받은 순은 상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키서스의 축복을 받은 순은 상자>를 받은 상태에서 계속해서 연속 우승 시 <아키서스의 축복을 받은 순금 상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오…!’

아키서스의 축복을 받은 청동 상자:

행운의 신인 아키서스가 축복을 내렸다는 건, 그만큼 당신이 바라는 게 들어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다른 투기장 상자와는 비교할 수도 없지요!

‘오오오오오…!’

태현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이거 정말 좋아 보이는데!?

[아키서스의 투기장의 속성은 랜덤입니다.]

[입장 시 모든 스탯이 랜덤으로 정해집니다.]

[입장 시 모든 스킬이 랜덤으로 정해집니다.]

[입장 시 모든 장비가…]

[……]

“…응?”

태현은 순간 당황했지만, 일단은 제정신을 차렸다. 다들 랜덤이라면 어떻게든 실력 좋은 놈이 유리하게 마련. 당황할 이유가 없었다.

[<아키서스의 화신>은 <아키서스의 투기장>에 입장할 수 없습니다.]

[카르바노그가 깔깔 웃습니다. 자기가 자기 투기장에 입장하는 화신이 어디 있냐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

* * *

“폭군 다미아노 2세는 내 아버지를 살해했다.”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기로 가득 찬 목소리였다.

“왕관에 대한 정당한 권리가 아버지에게 있는데도! 감히!”

다미아노 2세의 삼촌인 안토니오.

사디크 교단과 손을 잡고 다미아노 2세를 암살하려고 했으니 자업자득인 셈이었지만, 안토니오의 아들 도미닉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할 사람은 없었다.

“클클클… 맞습니다. 주인님.”

“주인님의 말이 진리입니다.”

“지금 대륙에 사디크의 화신이 나타났다고 들었다. 이건 아버지가 내게 보내는 신호다. 비록 내가 사디크 교단을 믿지는 않지만…!”

지금 도미닉 앞에 있는 이들은 살라비안 교단이었다.

카르바노그가 경고를 줬던 바로 그 교단!

타락한 뱀파이어들로 이뤄진 사악한 교단이었다.

“오늘 밤 다미아노 2세가 이 별장에 들린다고 했다. 반드시 다미아노 2세를 죽여라! 그리고 내 정당한 왕관을 가지고 와라!”

“예! 주인님!”

* * *

[사디크의 마수가 나타났습니다.]

[마을 공성전 퀘스트에 참석하시겠습니까?]

-도망, 도망!

에랑스 왕국에서 놀던 플레이어들은 마수가 나타나면 도망치기 바빴다.

대부분 이런 퀘스트를 깰 능력이 없는 저렙 플레이어들!

몬스터 무리라면 모를까, 사디크의 마수가 덤벼드는데 버티고 싸울 사람은 없었다.

“아. 망했네. 기껏 퀘스트 깼는데.”

“너 두 개 깼잖아. 그거 갖고 뭘 망해. 난 여기서 일거리도 받아놨는데.”

특히 제작 직업들에게 타격이 컸다.

자리를 잡고 NPC들과 친해지며 이득을 보는 제작 직업!

“이번에는 어디로 가지?”

“야, 우리 정착하기 전에 거기 한 번 가보지 않을래?”

“?”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

“거기 이상한 놈들만 있다던데.”

“아냐, 요즘 거기 투기장이 엄청 재밌대.”

“투기장 구경은 동영상으로 하고, 우리는 우리 거나 하자.”

“투기장 구경이 아니라 직접 참가하자는 거야.”

“뭐? 미쳤어?”

“거기 투기장은 들어갈 때 모든 게 랜덤이어서 우리도 할 만해! 게시판 보면 그런 일들 올라왔다고. 랭커도 재수 없으면 한 방이야!”

실제로 아키서스의 투기장에서는 온갖 죽창 사례가 일어나고 있었다.

-암살자 앨콧, 충격적인 패배! 굴욕 그 자체! 요리사한테 지다!

-상인 직업 야메탱커 투기장 2연속 우승! 비결은 ‘마음을 비우고 될 때까지 한다’!

투기장에서 패배하면 사망 페널티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의 페널티가 붙었다.

골드도 내고 페널티도 각오해야 하는 게 투기장!

게다가 <아키서스의 투기장>은 랜덤 그 자체라 랭커도 쉽게 패배할 수 있었다.

얼핏 생각해 보면 랭커들은 이런 불합리한 투기장에 갈 이유가 없어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기장에는 랭커들도 많이 보였다.

그 이유는 하나.

<아키서스의 축복을 받은 청동 상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운 좋게 처음으로 청동 상자를 받은 플레이어는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서 상자를 깠다.

그리고….

[<오스턴 왕자의 잃어버린 장검>을 얻었습니다!]

-우와아아악! 이걸 찾고 있었는데! 진짜 나왔어!

바로 대박을 뽑아낸 것!

고작 청동 상자에서 저 정도 대박이 나오다니.

거기에 자기가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가능성까지!

원하는 아이템을 찾아 생고생을 하던 랭커들의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계속 랜덤이면 결국에는 실력 있는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라고 패배자 앨콧이 말했답니다.

-너 죽고 싶냐?!

-어허. 여기 김태현 영지다. 사고 치면 김태현이 와서 이놈 한다!

-…이 개, 개….

랭커들의 눈만 돌아간 게 아니었다.

고블린 만능 제작기 앞에서 줄 서 있던 사람들의 눈도 돌아갔다.

이제 영지 사람들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고블린 만능 제작기 앞에 서 있거나 투기장 앞에 줄 서 있거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에랑스 왕국이나 오스턴 왕국에서 일하던 플레이어들도 소문을 듣고 영지에 찾아왔다.

-영지도 박살 났겠다 투기장이나 해보자!

-오스턴 왕국 세금 올랐는데 저기나 가볼까?

* * *

“크으윽… 내 투기장인데 왜 내가 못 들어가는 거야….”

살기 넘치는 슬픔!

깡! 깡!

태현은 슬퍼하면서 망치를 휘둘렀다.

지금 그들은 우르크 영지에 도착해 있었다. 골짜기에 돌아가기 전에, 일단 빼돌려 놓은 바위는 챙겨가야 하지 않겠는가.

깡! 깡! 깡!

‘슬, 슬퍼하면서 망치질을 하고 있어.’

‘태현이 저놈 진짜 무섭다!’

아저씨들은 경악한 얼굴로 거리를 벌렸다. 잘못 놀렸다가는 저 망치에 한 대 얻어맞을 것 같았던 것이다.

-음? 저 바위, 어디서 본 거 같다.

-맞다. 맞다. 낯이 익다.

영지에 새로 추가된 거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나갔다. 태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너희들의 기억력이 엄청나게 좋아서 그래. 하도 많은 바위들의 모양을 기억해서 비슷하다고 느끼는 거지. 세상에 비슷한 바위가 없겠어? 그러고 보니 저기 먹을 거 준비했다는데 가서 먹는 게 어때?”

-그런가?

-헤헤. 우리 기억력 좋다.

-배고프다. 먹으러 가자.

[너무 쉬운 설득이어서 화술 스킬이 오르지 않습니다.]

‘쳇.’

설득을 마친 태현은 다시 돌아서서 작업에 몰두했다.

[<현철이 섞인 정체불명의 바위>를 두드립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낮습니다. 바위를 부술 때 파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지.’

스킬이 낮을 때 손해는 감수해야 했다. 그래야 스킬이 늘었다.

물론 태현은 최대한 대비를 해놓았다.

-신의 예지!

[<아키서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대장장이 기술 스킬에 보너스를 줍니다.]

[<현철이 섞인 정체불명의 바위>를 완전하게 부수는 데 성공합니다!]

‘휴.’

쓰라린 마음을 대장장이 기술로 달래는 태현.

그러나 지금 판온에는 태현 때문에 더 쓰라려하는 사람들이 많고 많았다.

* * *

“대형 몬스터 토벌 잘하는 용병단 NPC 고용해. 고렙 이상 플레이어들 모아서 토벌대 조직하고! 잠깐. 앨콧 어디 갔지? 왜 안 보여?”

“…그, 그게 말입니다….”

쑤닝의 질문에 부하는 침을 삼켰다. 앨콧은 지금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 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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