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648화
“으윽. 그것도 그렇긴 하네.”
태현은 이다비의 말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에게 단검을 줘봤자 붙다가 죽을 일이 더 많을 것!
“그래도 일단 사람만 있으면 어떻게든 커버가 될 거야.”
아키서스의 축복부터 시작해서, 단검을 든 사람을 접근시키는 방법은 다양했다.
장비가 없고 스탯이 낮다고 포기부터 할 필요는 없었다.
판온은 언제나 방법을 찾으면 나왔으니까.
“그러면 길드원들 중에 단검 써볼 사람 모집해 볼게요.”
“모집한다고 모여?”
“태현 님이 모은다고 하면 저기서부터 여기까지 줄이 생길 걸요….”
이다비는 중얼거렸다. 태현은 아직 파워 워리어 안에서의 인기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에게는 거의 당첨 복권 취급을 받는 태현!
-김태현하고 같이 다니기만 해도 퀘스트 몇십 개는 깨야 나올 보상이 굴러들어온다!
-아는 길드원 형은 김태현 따라다녔다가 집을 샀다더라!
-그건 좀 무리수 아냐?
“그래. 그러면 부탁할게.”
태현이 돌아가고 나자 유지수는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뭔가 되게 대단해 보여!
태현과 동등하게 파트너처럼 일하는 이다비의 모습은 유지수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저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 거죠?”
“네?”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지수가 동경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뭐 때문이지?
‘앗. 파워 워리어 길마 때문인가?’
이다비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거 아니라면 유지수 정도의 플레이어가 저렇게 동경의 눈빛을 보낼 이유가 없었으니까.
“철저한 골드 관리 덕분이죠!”
“?!”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판온에서도 골드가 전부에요. 골드를 잘 관리할 수 있다면 길드를 잘 관리할 수 있는 거죠.”
“어… 네….”
유지수는 일단 들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다비가 저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걸 보니 깊은 뜻이 있는 거겠지?
유지수가 진지하게 듣자 이다비도 신이 났다.
“제가 상인 직업을 고르게 된 건….”
“……?”
유지수는 살짝 불안해졌다. 이야기가 언제까지 올라가는 거지?
그러나 이다비는 멈추지 않았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그래서 골드가 최고인 거예요.”
“그, 그렇군요.”
“골드는 힘! 골드가 있다면 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어요!”
“그… 그렇지만 저는 돈을 함부로 쓰지 말라고 배웠는데요.”
가정교육으로 돈 함부로 쓰지 말라는 소리를 어렸을 때부터 들은 유지수였다.
“함부로 쓰지 말라는 거지 분수에 맞게 쓰는 건 괜찮아요!”
“그렇군요…!”
그러는 사이 케인이 와서 태현에게 물었다.
“그런데 쟤는 왜 날 노려보는 거지? 내가 뭐 잘못했나?”
“응? 아. 네가 레드존 길마 때 깽판친 것 때문에 널 싫어하는 거 아닐까?”
“그, 그거 엄청 예전 일이잖아! 그리고 난 반성했다고!”
케인은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그게 언제 때 일인데!
게다가 그 뒤에 태현을 따라다니면서 겪은 일을 생각해 본다면….
“원래 당한 놈 입장에서는 안 잊히는 법이지. 쯔쯔. 그러게 좀 착하게 살지 그랬어.”
“네가 할 소리는 아닌데…!”
원한 만든 걸로 따지면 판온에서 압도적 1위인 태현이 저런 소리를 하니 웃기지도 않았다.
“그나저나 둘이 되게 친해졌네.”
“뭐, 이다비야 착하니까 새로 온 유지수하고도 친하게 지낼 수 있겠지.”
“난 둘이 친하게 지내지 않을 줄 알았는데.”
“뭔 헛소리야?”
“아, 아니. 그냥 느낌이 그랬다고….”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저리 가서 칼이나 한 번 더 휘둘러. 그러고 보니 너 퀘스트 보상은 뭐 받았냐?”
이번에 아키서스 퀘스트를 먼저 받은 건 케인이었다.
당연히 사디크 성기사단장의 목을 땄으니 그만한 보상을 받았으리라!
“아, 그거!”
케인의 얼굴이 환해졌다. 보아하니 어지간히 좋은 보상을 받은 모양이었다.
“후후… 보여줄까? 응? 보여줄까?”
“…….”
“노, 노려보지 마. 그냥 좋아서 자랑한 건데….”
케인은 투덜거리면서 스킬을 꺼냈다.
<노예의 재각성>!
예전에 얻었던, <노예의 각성>이라는 변신 스킬에서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는 2차 스킬이었다.
두들겨 맞다가도 한 번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노예의 각성> 스킬 같은 게 하나 더 생기다니.
끈질김에 끈질김을 더하는 보상!
‘이 자식은 점점 더 성기사스러워지는군.’
사실 <아키서스의 노예>는 성기사와 비슷한 직업이긴 했다. 약간 변칙적인 스킬이 많긴 했지만….
“어때, 어때? 좋아 보이지?”
“그래. 좋아 보인다.”
케인이 좋아 보인다는 대답을 원하는 것 같아서 태현은 그렇게 해줬다.
“헉. 쟤 다시 나 노려보는데?”
“앞으로는 원한 쌓지 말고 착하게 살아라.”
“크흑… 억울해…! 그리고 생각해 보니 그때도 내가 털리지 않았냐?!”
태현은 대답하지 않고 외면했다.
* * *
사디크에게 선택 받은 성기사단장의 갑옷:
내구력 680/840.
세트 착용 시 <사디크의 성기사단장>으로 변신함.
사디크 교단의 성기사단장은 젊었을 적 이 갑옷을 입고 사디크에게 선택 받아 성기사단장이 되었다. 완전한 세트를 입을 경우 사디크에게 선택 받은 성기사단장으로 변신한다. 사디크의 성기사단장으로 변신할 경우 다른 스킬은 사용할 수 없다.
사디크에게 선택 받은 성기사단장의 부츠:
내구력 200/320
세트 착용 시….
‘으음.’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사디크의 성기사단장에게서 뜯어낸 아이템이 생각보다 별로였던 것이다.
세트 아이템을 통째로 얻어내긴 했는데 성기사단장으로 변신이라니.
물론 사디크 성기사단장은 매우 강력한 직업이긴 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얻은 스킬들을 다 버리고 변신하기에는 계산이 안 맞았다.
‘다 갈고 재료 추출해야 하나?’
태현은 일단 다른 아이템도 확인에 들어갔다.
사디크의 마수가 품고 있던 힘의 심장:
성기사단장이 사디크에게 바치기 위해 갖고 있던 마수의 심장이다. 보기만 해도 시커멓고 더러운 힘이 흘러나온다. 이 마수의 심장을 먹는 사람은 그 독기에 그대로 쓰러지리라.
복용 시 사망.
“……!”
‘이걸 어디에 써!’라는 소리가 나올 쓰레기 아이템 같아 보였지만, <비장의 몬스터 정수 만들기> 스킬을 갖고 있는 태현에게는 이야기가 달랐다.
잘만 다루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잠깐. 근데 이건 무슨 마수지?’
무슨 마수인지 알아야 어느 상황에 쓸지 정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알 방법이 없었다.
‘으음… 일단 만들고 보자.’
-비장의 몬스터 정수 만들기!
[비장의 몬스터 정수 만들기 스킬을 사용합니다.]
[사디크의 마수가 품고 있던 힘의 심장을 사용합니다.]
[<사디크의 마수로 만든 몬스터 정수>가 완성됩니다.]
[요리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중급 요리 스킬이 고급 요리 스킬로 변합니다.]
드디어 요리 스킬마저 고급을 찍은 태현!
물론 요리사 랭커들은 최고급 요리 스킬을 찍고 있었지만, 전문 요리사가 아닌 태현이 고급을 찍은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보통 자기 직업이 아닌데 중급만 찍어도 이상한 놈, 희한한 놈 취급받는 게 보통!
[중급 향신료 뿌리기 스킬이 고급 향신료 뿌리기 스킬로 변합니다.]
[중급 도축 스킬이 고급 도축 스킬로 변합니다.]
[중급 재료 파악 스킬이…]
[중급 독 제작 스킬이…]
[중급 괴식 요리 스킬이 고급 괴식 요리 스킬로 변합니다.]
[칭호: 고급 요리사를 얻습니다.]
[고급 요리 스킬을 얻은 보상으로 비전 요리 스킬 중 하나를 랜덤으로 얻습니다.]
‘랜덤이 싫어지려고 하는데….’
이제 랜덤, 무작위, 운, 이런 소리만 들어도 슬슬 겁부터 나는 태현이었다.
[스킬 <독소 장착>을 얻습니다.]
<독소 장착>
재료가 없어도 몸에서 독을 내뿜을 수 있습니다! 독 데미지를 많이 받을수록, 독을 많이 먹을수록 뿜어내는 독이 강해집니다.
‘이런 미친….’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이게 뭔….
‘굳이 활용하지 못할 건 없긴 한데….’
재료가 없어도 독을 내뿜을 수 있다는 건 사실 큰 장점은 아니었다.
그냥 미리 재료를 구해서 독을 만들고 갖고 다니면 되니까!
그게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태현은 <맹독 살포> 같은 독안개를 뿌리는 스킬도 이미 갖고 있었다.
<독소 장착>의 장점은 즉석에서 만든다는 점보다, 자기가 독에 많이 다치고 많이 먹을수록 강해진다는 것에 있었다.
그렇지만….
‘저거 써먹으려면 뭐 얼마나 먹어야 하는 거지?’
딱 봐도 어중간하게 먹었다가는 효과를 못 볼 것 같은 스킬!
태현은 한숨을 쉬고 가방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갖고 있던 독들을 꺼냈다.
꿀꺽-!
과연 독답게 한 모금 마시면 목에 화끈한 감각이 내달렸다.
[<붉은 얼음 독>을 마셨습니다. 일시적으로 HP가 하락합니다.]
[일시적으로 이동 속도가 하락합니다.]
[<신성 권능> 스킬로 입는 데미지가 감소합니다.]
[<신성 권능> 스킬로 이동 속도 하락 저주를 이겨내는 데 성공합니다.]
[<아마난스 독>을 마셨…]
[<3단 명품 독>을 마셨…]
[카르바노그가 경악합니다!]
-주인이여. 내 위에서 뭔가 이상한 걸 마시는 것 같은데, 괜찮은 거 맞나?
태현이를 태우고 가던 용용이가 당황해서 물었다.
그의 등 위에서 뭔가 이상한 걸 요리하고 끓이더니, 이제는 뭔가 독기가 느껴지는 걸 마시고 있었다.
그렇지만 태현이 미친 사람도 아니고 독을 마시진 않겠지?
“괜찮아. 괜찮아.”
-목소리가 이상하다. 주인이여.
[<독소 장착> 스킬이 오릅니다.]
[더 강력한 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으윽… 이제 사디크 권능이나 확인해 봐야지….’
-확인.
<사디크의 불완전한 화신 소환>
사디크의 화신을 대륙에 강림시키는 법을 배웁니다. 불행히도 이 소환은 완전하지 않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억지로 소환했다가는 재앙이 강림할 것입니다.
<아키서스 강림-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신의 화신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신 그 자체다.
많은 교단들이 대륙에 다시 자신들의 신을 모셔오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자격이 없는 곳에는 신이 올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화신만이 일시적으로라도 신을 불러내고 담을 수 있다.
당신은 사디크 성기사단장이 불완전한 화신을 소환해 내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
자격이 되지 않는 사디크 성기사단장은 실패했지만 당신은 아니다.
대륙을 돌아다니며 제대로 된 방법을 찾아 아키서스를 강림시켜라.
보상: 스킬 <아키서스 강림>
퀘스트 등급: 전설
‘!’
전설 등급 퀘스트.
하긴, 보상만 봐도 퀘스트 등급이 납득이 됐다. 전설 직업의 직업 스킬 중에서도 가장 대단해 보이는 스킬이니….
‘사디크 성기사단장 잡으라고 뜬 건 이 퀘스트 받으라고 뜬 거였나.’
불완전한 사디크의 화신만 해도 그 위력이 대단했는데, 제대로 통제된 신의 힘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역시 난이도지.’
딱 봐도 엄청 시간 잡아먹을 것 같은 퀘스트!
그러는 사이 퀘스트 창이 하나 더 나타났다.
<충실하고 믿음직스러운 아키서스의 신도들-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퀘스트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퀘스트!
‘충실하고 믿음직스러운 놈들이 있나?’
아무리 봐도 교단을 말아먹을 놈들밖에 안 보이는데….
<충실하고 믿음직스러운 아키서스의 신도들-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교단은 화신뿐만이 아니라 화신을 믿고 지지하는 신도들이 있어서 유지된다.
다시 신도들을 만나 그들이 아키서스에 대해 아는 것을 모조리 짜내어라.
거기에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보상: ?, ???, ?????
아키서스 교단 간부 NPC들이 뭔가 빼놓은 게 있다는 뜻!
전혀 놀랍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 이래야 아키서스 교단이지!’ 싶을 정도!
-태현 님. 태현 님.
-?
-완성되었습니다!
-뭐가?
-영지의 투기장이요! 아키서스의 투기장이 완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