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647화
날개 악마들이 우울해하고 있었지만, 밖의 길드 동맹 길드원들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슬픔과 좌절과 절망과….
“으흐흐긓그흑… 읗그흑흑….”
“일, 일단 쑤닝 님에게 연락을 하자.”
그들은 잿더미가 된 창고를 쳐다보며 쑤닝에게 연락을 했다.
* * *
휘청-
쑤닝은 앞에 수많은 길드원들이 있는 것도 잊고 비틀거렸다.
순간 다리가 풀린 것이다.
“쑤닝 님 왜 저러시지?”
“오래 서 있어서 그런 거 아냐?”
“그러니까 연설은 짧게 해야지. 솔직히 아까 건 좀 길었어. 그냥 우리가 이겼다! 하면 얼마나 좋아.”
“맞아. 나 가서 해야 할 일일 퀘스트 많다고.”
쑤닝은 떠드는 길드원들에게 화를 낼 생각도 들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단 쑤닝은 연설을 끝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쑤닝 님은 뭘 좀 아신다니까! 지루해지니까 바로 끝내는 거 봐!”
쑤닝 속도 모르고 좋아하는 길드원들!
쑤닝은 바로 간부들을 불러서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저희도 잘….”
“진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어.”
“거기 있던 놈들은 다 뭐했냐! 전부 다 머리 박고 죽으라고 해!”
“영상 보면 알겠지만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다른 길드 간부들의 변명에, 쑤닝은 혈압이 올라가는 걸 참으며 영상을 켰다.
사디크의 화신이 어마어마한 위력으로 도시를 휩쓸고 떠나는 모습이 그대로 나와 있었다.
‘이 새끼는 대체 왜 아레네 시에 와서 이러는 건데!?’
좌절하던 쑤닝의 귀에 사디크의 화신이 한 말이 들어왔다.
-하하… 어디서 아키서스의 잡놈들이 사기를….
“?”
쑤닝은 고개를 들었다.
“얘가 왜 아키서스라고 하는 거냐?”
“글… 글쎄요?”
목소리에 진하게 담긴 살기에, 다들 대답하기를 피했다.
잘못 대답했다가는 진짜 쑤닝에게 찔리겠다!
“오스턴 왕국에 아키서스 신앙이 많이 퍼져 있으니까… 그거 때문에 사디크의 화신이 분노한 거 아닐까 싶습니다만. 알다시피 사디크 교단은 김ㅌ… 아니, 아키서스 교단한테 많은 피해를 입었으니까….”
“김태현 그놈이 사주한 거다.”
“예? 에이, 아무리 김태현이라도 이건 좀….”
“아니. 그놈이 사주한 거로 만드는 거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쑤닝도 솔직히 태현이 이걸 사주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에는 일의 규모가 너무 어마어마했던 것!
“이 일의 책임을 돌릴 놈이 필요해!”
그냥 재수 없어서 털린 거라면?
길드원들의 분노는 토해낼 곳이 없게 됐다. 자칫하면 ‘아니 길드는 뭐했길래 저놈이 오는데 가만히 있었대?’로 번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김태현이 한 짓이라면?
김태현 개XX! 김태현을 죽입시다! 김태현은 길드의 원수! 이런 식으로 분노를 몰아갈 수 있게 됐다.
“그, 그렇군요.”
“하, 하긴. 아무리 김태현이라도 이런 일을 사주하진 못했겠지. 신도 아닌데.”
“맞아. 맞아.”
그 순간 자리에 있던 모두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김태현 이 자식… 아니겠지 설마….’
“그런데 쑤닝 님.”
“?”
“전리품 창고가 모조리 타버렸는데… 골드는 어떡하죠?”
“…….”
까득!
쑤닝은 이를 한 번 간 다음 피를 토하듯이 말했다.
“세금을… 올려… 어쩔 수 없지.”
“알겠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쑤닝. 세금 좀 올려도 애들 안 떠난다니까.”
“맞아요. 불평하는 놈들은 언제나 있다니까요. 세금 올려도 제깟 놈들이 어쩌겠어요?”
약해진 쑤닝의 귀에, 길드 간부들의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그래… 왕국을 먹었는데 세금 좀 올렸다고 크게 흔들리진 않겠지. 괜찮을 거야.’
쑤닝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 * *
“!”
-!
빠져나가려던 태현 일행은 거인족 무리와 마주쳤다.
밖에서 달려온 검은 외눈 거인 부족들!
-대전사가, 대전사가 죽었다!
-으아아! 우리는 이제 모두 망했다! 우리는 이제 모두 망했다!
밖에서 다른 거인들이 사납게 덤벼드는데, 믿을 만한 대전사와 전사들이 모조리 죽어버리다니.
거인족 무리는 절망해서 소리를 질러댔다.
“쟤네 상태 괜찮은 거냐?”
“안 괜찮으면 편하죠. 그냥 두고 가도 안 쫓아올 것 같은데….”
-우리만 죽을 수는 없다! 너희들도 죽어라!
“음. 역시….”
물귀신은 판온 몬스터들의 기본 소양!
“빨리 뚫고 갑시다. 시간 없으니까.”
괜히 미적거렸다가는 쫓아온 거인족 무리에게 포위당할 수 있었다.
“잠깐!”
“?”
“내가 쟤네들을 설득해 보겠다.”
김태산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본 태현은 이해가 안 가 물었다.
“주먹으로?”
“아니, 인마! 말로!”
“화술 스킬도 안 찍으셨을 텐데….”
“꼭 화술 스킬로만 설득이 되냐! 저 녀석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딱 맞는 걸 제시해 주면 화술 스킬이 낮아도 설득이 돼!”
“……?”
태현은 이해가 안 갔지만 김태산이 한다니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리고 뒤로 가 아저씨들에게 말했다.
“아저씨들. 아버지가 거인들에게 맞으면 공격 개시하죠.”
“오케이. 알겠다.”
“다 들린다 이 자식아!”
김태산은 투덜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태현이 설득하기도 전에 김부터 빼고 있었다.
“흠흠. 너희! 상황이 곤란한 것 같은데, 혹시 내 영지에 올 생각은 없냐?”
[<검은 외눈 거인 부족>을 영지에 초대합니다.]
[설득이 성공할 경우, 영지에 <검은 외눈 거인 부족>이 추가됩니다.]
[현재 영지에 다양한 종족들이 있습니다. 거인족은 충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정말로?’
태현은 깜짝 놀랐다.
설마 정말로 저 거인을 영지에 부르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그리고 그게 아버지일 줄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마이너스인데….’
태현에게는 배가 고프다고 영지를 부수는 모습밖에 상상이 가질 않았다.
-너희 영지에? 너희 영지에?
“그래! 내 영지에 오면 밥 하나는 배부르게 먹여줄 수 있다.”
-그런 솔깃한 제안이라니. 못 믿겠다!
-맞다, 맞아! 오크 인간처럼 교활하다. 우리 속지 않는다.
[화술 스킬이 낮습니다.]
[거인들이 당신을 믿지 않습니다.]
‘크흑!’
김태산은 좌절했다. 화술 스킬이 낮아서 신뢰를 사지 못하다니.
-우리를 데려가서 죽이려는 걸지도 모른다!
-맞다, 맞아!
“아냐! 인마! 내가 그런 짓을….”
-오크 화낸다! 더 수상하다!
“…….”
뒤에서 태현이 비웃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물론 태현은 가만히 있었지만!
김태산은 부들부들 떨었다.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
“잠깐! 그 말 취소해라!”
“????”
바위를 영지로 옮기기 위해 떠났던 오크 아저씨와, 거인족 전사들!
그들이 돌아온 것이다.
-너희들! 어디 갔다 온 거냐! 너희들이 사라져서 대전사한테 우리만 혼났다!
거인들은 갑자기 사라진 동족에게 화를 냈다.
-맞다! 그리고 저 오크는 뭐냐! 왜 같이 다니는 거냐!
거인족 전사는 손을 흔들며 변명에 나섰다.
-친구들! 내 말을 들어라! 이 오크는… 대단한 요리사다!
-?
-이 오크가 먹은 요리는 정말 대단하다! 지금 생각해도 침이 줄줄 고인다!
말을 하면서 거인족 전사는 침을 질질 흘렸다. 그걸 본 다른 거인들도 침을 삼켰다.
대체 뭘 먹었길래?
-오크 통구이라도 먹었나?
“야!”
-아니다. 그건 정말… 먹어봐야 안다! 그리고 이 오크 요리사는 우리를 위해 요리를 해주겠다고 한다!
‘쟤네 대전사는 어떻게 됐는지 안 궁금하나?’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대전사가 죽은 건 어느새 잊어버리고 먹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 거인들!
-오오. 그게 정말인가!
“그렇다. 내가 너희들한테 ‘요리’라는 걸 알려주마.”
오만하게 외치는 오크 아저씨!
그걸 본 다른 아저씨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쟤가… 요리를 잘했나?”
“할 줄 아는 건 괴식 요리밖에 없… 잠깐, 설마 그걸 먹인 건가? 미친 거 아냐?”
“목이 두 개라도 되냐?! 그거 먹고 거인 놈들이 탈주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그래!”
다른 아저씨들의 항의에도 오크 아저씨는 꿋꿋했다.
“너희들이 맛을 모르니까 그래. 쟤네들은 맛잘알이라고.”
“개소리하지 마! 그건 객관적으로 맛이 없어!”
“몸에 좋은 거 아니면 그걸 누가 먹겠어!”
쏟아지는 원성!
그러거나 말거나 거인족들은 심각하게 회의를 시작했다.
-정말 맛있는 걸 주는 건가?
-그렇다니까. 그런데 대전사는 어디 갔나?
-대전사는 죽었다.
-왜?!
-모른다. 그보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얼마나 맛있었나?
-음… 비교하자면….
거인족들은 꽤 오랫동안 회의를 한 다음 결정을 내렸다.
-좋다, 오크! 너를 믿고 따라가 보겠다!
-먹을 걸 얼마나 챙겨주나?
“아주 많이!”
-아주 좋다!
둘의 대화에는 서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검은 외눈 거인 부족>을 영지에 초대하는 데 성공합니다.]
[<검은 외눈 거인 부족>은 언제나 배고파하는 탐욕스러운 거인족 부족입니다. 불만이 쌓일 경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잘 먹이면 되지!’
김태산은 자신 있었다.
솔직히 오크나 거인이나 크게 차이가 없어 보였던 것이다.
먹을 것만 잘 먹이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는 단순한 놈들!
“하하하하!”
-으하하하!
* * *
검은 외눈 거인 부족들을 데리고, 태현 일행은 자이언 산맥을 빠져나와 우르크 지역으로 향했다.
움직이면서 태현은 이번에 얻은 보상들을 정리했다.
‘카르바노그 권능 스킬부터 시작해서 사디크 권능과, 기사단장한테 얻은 아이템도 정리를 해야겠어.’
카르바노그의 권능인 카르바노그의 단검.
이걸 잘 쓰기 위해서는 성능이 쓰레기… 아니, 안 좋은 아이템인 카르바노그의 단검을 들고 다닐 사람들이 많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아무나 줄 수는 없었다.
판온 무기 중에서 단검은 쓰기 까다로운 무기였다.
사거리가 짧아서 이걸 보완해 줄 스킬이나 장비, 실력이 없으면 잘 쓰기 힘들었다.
초보자 때나 싼 맛에 쓰는 거지 그 이후에는 도적 계열 직업이 아니면 잘 안 썼다.
‘흠. 아저씨들이 제격인데.’
태현은 탐나는 눈빛으로 오크 아저씨들을 쳐다보았다.
온갖 비싼 장비란 장비는 다 끼고 있어서 보통 튼튼한 게 아니었다.
어지간한 공격은 다 맞고 접근할 수 있을 것!
“단검? 무슨 단검이냐! 폼 안 나게!”
“맞아! 싸나이라면 대검이지!”
“…….”
그러나 오크 아저씨들은 단칼에 제안을 거절했다.
태현은 그제야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카르바노그의 단검을 쓸 사람은 정말 아쉬운 사람들밖에 없다는 것을!
[카르바노그가 항의합니다.]
오크 아저씨들이야 이미 무기부터 시작해서 워낙 좋은 장비 세트를 갖고 있었으니 카르바노그의 단검을 들 리 없었다.
결국 이 단검을 들게 할 사람들은 쓸 만한 무기가 없는 사람들이란 건데….
“왜 그렇게 보세요?”
이다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런 아이템이 있는데 혹시….”
태현은 카르바노그의 단검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을 들은 이다비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야… 저희 길드원들은 주면 기뻐서 받긴 하겠지만….”
“하겠지만?”
“잘 쓸 수 있을까요? 단검 말고 나머지 장비는 다 안 좋을 텐데. 접근하다가 죽지 않을까요?”
이다비는 길드원들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장비는 물론이고 컨트롤도 솔직히 좋은 편이 아니었다.
있는 건 근성과 잔머리뿐!
파워 워리어 안에서 고렙 플레이어는 정말 소수였고, 대부분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애초에 이상하지 않았다면 파워 워리어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