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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46화 (646/1,826)

§ 나는 될놈이다 646화

쑤닝은 멍청하지 않았다.

태현한테 털릴 때는 멍청하다는 말을 많이 듣긴 했지만, 그건 태현이 대단한 거였지 쑤닝이 멍청해서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패배는 쑤닝을 성장시켰다. 끈기와 배짱, 결단력을 길러준 것이다.

‘나는… 승리했다!’

이번 오스턴 왕국 장기 집권 계획을 세운 것도 쑤닝이었다.

대부분의 길드 동맹 간부들은 오스턴 왕국을 점령하는 순간 바로 세금을 왕창 뜯어내길 원했다.

-왜 세금을 내립니까? 이러려고 점령한 건데!

-맞아. 쑤닝. 불평하는 놈들은 있어도 어차피 떠나지는 않을 거야. 왕국 한 번 고르면 바꾸기 힘들다는 거 알잖아.

-그뿐만이 아닙니다. 쑤닝 님. 오스턴 왕국을 점령하기 위해 쓴 돈이 어마어마합니다. 본전을 뽑으려면 세금을 올려야 합니다.

-시끄럽다. 너희들은 소탐대실도 모르냐! 아직 안정도 안 됐는데 세금을 뜯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오스턴 왕국 밖에 다른 길드들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다는 걸 알아둬라. 언제든지 저놈들도 연합할 수 있다고!

쑤닝은 길드 동맹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대형 길드들이 연합해서 만들어진 거대한 덩치!

단일 길드로는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규모였고 덕분에 길드 동맹에게 덤비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새로 시작하는 중국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길드 동맹에 가입했고, 다른 나라 플레이어들도 길드 동맹에 가입하기를 원했다.

문제는 이렇게 규모가 크다 보니, 일반 길드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골드 지원이나 아이템 지원?

그 많은 인원에게 다 했다가는 아무리 부잣집 아들인 쑤닝이라도 파산이었다.

사냥터나 던전 지원?

이것도 마찬가지였다.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일반 길드원들에게 다 제공을 해줬다가는 아무도 쓰지 못할 수 있었다.

결국 일반 길드원들은 길드 소속이라는 것 말고는 거의 혜택이 없었다.

안에서 공을 세우거나, 고렙 플레이어가 되거나, 뛰어난 제작 직업 플레이어가 되거나….

이런 식으로 눈에 띄어야 위로 올라갈 수 있었고 그래야 뭔가 받을 수 있었다.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

-길드 동맹, 길드 동맹 해서 가입했는데 너무 주는 거 없잖아?

-대신에 시키는 건 더럽게 많고… 저번에 공성전에서 우리들한테 총알받이 시킨 거 기억하냐?

-세상에 자기들은 뒤에서 기다리고 저렙들을 앞으로 보내다니. 김태현도 그런 짓은 안 한다!

-어라? 그런가?

-그렇다니까. 김태현은 적이지만 정정당당한 플레이어잖아.

-?

-그랬나? 처음 듣는 소리인데.

-아냐. 김태현은 의외로 정정당당하다고 들었어. 그리고 너희 들었니? 파워 워리어 길드는 가입만 해도 보상이….

쑤닝은 이런 불만이 올라오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지금은 길드 동맹이 잘나가니까 불만이 있어도 다들 꾹 참고 있지만, 이건 폭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스턴 왕국을 통일하고 바로 세금을 높게 때려버리면?

오스턴 왕국 소속 플레이어들 중 가장 숫자가 많은 건 길드 동맹 플레이어였으니, 대부분의 세금을 내야 하는 일반 길드원들이 격렬하게 반응할 것이다.

‘절대 그렇게 가서는 안 되지. 일단은 먹이를 줘야 해.’

지금은 채찍이 아닌 당근을 줘야 할 때!

길드 동맹이 판온에서 최초로 왕국을 통일했다는 자부심으로 넘쳐날 때, 그때 세금을 확 내려주면서 일반 길드원들의 마음을 풀어줘야 했다.

세금은 나중에라도 천천히 올리면 됐으니까.

-그렇지만 쑤닝 님. 지금 들어가는 돈이….

-걱정하지 마라. 다 생각이 있다.

-?

지금 오스턴 왕국 정복전에 참가한 고렙 플레이어들에게 들어가는 골드, 용병 NPC들을 대거 고용하는 데 들어가는 골드, 각종 공성 병기를 사는데 들어가는 골드….

이런 골드들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빨리 수입을 만들어야 했다.

-지금 오스턴 왕국의 도시와 성들을 점령하면서 나온 전리품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걸 전부 아레네 시로 옮겨놨지. 이제 그걸 팔기 시작할 거다.

현금으로 바꾸는 경매장 사이트가 아니라, 게임 내에서 경매에 부칠 생각!

길드 동맹을 싫어하는 플레이어들도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귀한 아이템들에는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분명 골드를 싸 들고 우르르 몰려들 것이다.

-오스턴 왕국의 통일과 함께 그걸 대대적으로 홍보하면 대륙 전체에서 플레이어들이 찾아올 거다.

-그렇군요! 일석이조겠습니다!

길드 동맹의 통일도 홍보하고 골드도 보충하고. 길드 간부들은 쑤닝의 생각에 감탄했다.

* * *

“들어라, 길드 동맹의 영광스러운 길드원들이여!”

쑤닝은 칼을 들고 성 앞에 섰다.

“우리는 계속해서 싸웠고 계속해서 승리했다! 우리가 오스턴 왕국을 통일하지 못할 거라고 한 사람들이 있었다. 아직까지 판온에서 왕국을 손에 넣은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봐라! 오스턴 왕국의 수도가 우리 손에 들어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성 앞의 평원의 서쪽에서 동쪽까지, 전부 다 길드 동맹의 길드원들로 채워져 있었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장관!

“나는 오늘 여기서 선언한다. 우리가 승리했다고! 오스턴 왕국은 우리의 것….”

길드 동맹이 최초로 왕국을 영지로 갖는 데에 성공했다!

이 사실은 한동안 판온을 뒤흔들 것이다. 던전 공략 대회의 인기도 묻힐 정도로.

[사디크의 화신이 중앙 대륙에 발을 디뎠습니다. 대륙의 모든 교단에 증오심을 가진 사디크의 화신은 모든 것을 태우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전설 등급 퀘스트-사디크의 화신을 토벌하라!>

무한한 증오심을 가진 사디크의 화신은….

“?”

“??”

“????”

그때 평원에 있던 모두에게 뜬 메시지창!

순식간에 평원은 웅성거리는 소리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크흠, 크흠! 조용히!”

쑤닝의 말에 이게 뭐냐고 웅성거리던 플레이어들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갑자기 퀘스트가 뜨긴 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건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오스턴 왕국을 통일했다는….”

슬슬 길어지자 길드원들은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 같은 지루함!

-쑤닝 님. 쑤닝 님!

-뭐냐? 지금 연설하는데! 다들 열심히 듣고 있는 게 안 보이냐!

-큰일 났습니다! 아레네 시가, 아레네 시가…!

* * *

통일 전, 길드 동맹의 핵심 도시였던 아레네 시!

영지 가장 안쪽에 있는 데다가 길드 동맹의 고렙 플레이어들이 다수 배치되어 있어, 길고 긴 오스턴 왕국 공방전 도중에도 공격받은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가장 안전한 아레네 시에 귀중한 전리품들을 모두 쌓아놓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 저기 뭐냐?”

“야. 저기 봐봐. 뭔가 커다란데?”

도시 앞에서 재료를 수집하던 플레이어들은 저 멀리 나타난 사디크의 거대 마수 군단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격을 받아본 적 없기에 심각함을 바로 못 깨달은 그들!

“다가오는데…?”

“잠, 잠깐. 너무 많잖아? 뭐야?”

몇 마리가 아니라, 수평선을 빼곡히 채울 정도로 많은 마수 군단들!

그 사이에 거대한 불의 거인인 사디크의 화신이 있었다.

“여기로 온다!”

“다른 사람들 불러!”

땡땡땡땡땡-

아레네 시에는 비상이 걸렸다. 도시 NPC는 물론이고 고렙 플레이어와 랭커들에게 다급하게 연락이 들어갔다.

-지금 아레네 시 기습당함! 비상! 최대한 빨리 와주세요!

-그게 뭔 미친 소리야?!

아레네 시는 영지 가장 안쪽.

다른 도시나 성이 공격당하지 않았는데 바로 아레네 시가 공격당하다니.

그건 말도 안 된다!

그러나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사디크다…!

화아아아아악!

사디크의 화신이 뒤로 몸을 젖히고, 앞으로 거대한 화염을 토해냈다.

마치 드래곤 브레스 같은 웅장한 화염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방, 방어막을….”

사제와 마법사, 성기사 등이 재빨리 방어막 스킬들을 사용했지만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대로 전멸!

[HP가 0이 되어…]

[HP가 0이 되어…]

-크하하… 속이… 시원하군… 감히 내 교단을 핍박하다니….

바로 성문이 뚫려버리고, 사디크는 마수 군단을 이끌고 천천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사디크의 화신이 나타난 곳은 여기서 엄청 먼 곳이었잖아! 사디크가 왜 여기서 나와!”

“그, 그렇게 말해봤자 저도 모르는 일이라….”

도시 안에 남은 길드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지켜만 보고 있었다.

원래라면 목숨을 걸고 덤벼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사디크의 화신은 너무 강해 보였던 것이다.

-눈에 띄는 건 전부 태워라… 내 분노를 보여주어라….

-캬하학! 알겠습니다!

사디크의 화신이 명령하자, 거대한 마수 군단들은 도시 내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점프는 기본이고….

체조에 뒹굴기까지!

“아이고 저 미친놈들이 내 창고에서! 안 돼!”

길드 동맹 재봉사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안 그래도 귀한 옷감인데 그게 다 불타고 있었다.

화르륵!

불타는 마수 군단이 지나갈 때마다 재앙이 펼쳐졌다.

-저 창고는 뭐냐… 뭔가… 힘이 느껴지는데….

전리품 창고는 몇 겹으로 방어를 강화시킨 덕분에, 어지간한 도적은 접근만 해도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사디크의 화신에게는 우스울 뿐!

-태워주마…!

“안 돼!!!”

“막아!!! 막아야 해!!”

이제까지 반응 중 가장 격렬한 반응!

숨어 있던 길드원들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반응을 보니… 아주 좋은 게 분명하군….

“사디크 님! 여기서 왜 이러시는 겁니까 대체!”

“네 원수는 김태현 아니냐!? 우리랑은 친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머리 좀 돌아가는 길드원들은 어떻게든 사디크의 화신을 설득해 보려고 했다.

물론 멀쩡한 상태여도 설득이 힘든데 반쯤 맛이 간 화신은 더더욱 설득이 불가능했다.

-하하… 어디서 아키서스의 잡놈들이 사기를….

“누, 누가 아키서스를?”

“우리는 안 믿어!”

-나도 안 믿는다… 거짓말하지 마라! 감히…!

화신의 눈빛이 타오르더니, 불꽃이 뿜어졌다.

[HP가 0이 되어…]

[HP가 0이 되어…]

동시에 전리품 창고도 불꽃에 휩싸였다. 수십만 골드가 그대로 날아가 버리는, 이다비가 봤다면 대성통곡을 했을 장면이었다.

-으하하하! 으하하하하하! 아키서스, 이게 내 힘이다.

속이 좀 풀렸는지 사디크의 화신은 몸을 돌렸다.

-가자… 다른 교단 놈들을 불태우러!

-캬하학, 예! 주인님!

사디크의 화신은 왔을 때처럼 당당하게 떠났다.

채 10분도 도시에 있지 않았는데 도시는 반쯤 반파된 상태였다.

뒤늦게 달려온 랭커들은 감히 사디크의 화신에게 덤빌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게, 이게 대체….”

“우린… 망했다….”

잘 모르는 길드원들도 전리품 창고가 박살 난 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들은 넋이 나간 얼굴로 주저앉았다.

* * *

-살, 살았다….

-안 들켰어!

아레네 시의 탑 꼭대기.

조각상으로 변장하고 있던 날개 악마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사디크의 화신이 그들은 불태우지 않고 떠난 것이다.

만약 탑을 공격하고 갔다면….

악마에게 신성력은 치명적!

게다가 지금 그들은 무시무시한 폭탄을 껴안고 있는 상태였다.

-흑흑. 주인님은 언제 오시는 거지?

-설마 잊으신 건….

-에, 에이. 설마 그럴 리가….

날개 악마는 불길한 소리 하지 말라는 듯이 날개를 퍼덕였다. 설마 이렇게 공을 들여놓고 잊을 리가 있겠는가!

태현이 양심이 있다면!

-…진짜 잊으신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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