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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42화 (642/1,826)

§ 나는 될놈이다 642화

-저기 있다! 저기 있다!

-쪼그만 놈들이다!

-모두 방심하지 마라! 방심하지 마라! 이상한 힘을 쓴다고 들었다!

쿵쿵쿵!

확실하게 어그로를 끌었는지, 이쪽저쪽에서 달려오는 거인족 전사들이 보였다.

다른 건 몰라도 싸움 좋아하는 거 하나는 확실한 거인들!

태현이 부족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잡았기에 다양한 부족의 거인들을 볼 수 있었다.

-비켜라! 비켜라! 성가시다!

-너야말로 비켜라!

-이게 쳤어? 쳤어?

어깨만 부딪혀도 주먹을 휘두르고 몽둥이를 내려치는 거인들!

오다가 자기들끼리 싸우는 걸 보고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저런… 힘을 아껴서 다른 데다가 쓰지….’

사실 처음에는 거인족을 보고 ‘저걸 어떻게 영지에 데리고 갈 수는 없을까?’라고 생각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저 덩치와 힘은 정말 어마어마했던 것!

거인족 전사들을 시켜 건축을 한다면…!

게다가 골드도 안 줘도 된다! 먹는 것만 주면 될 정도로 단순!

그렇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안 그래도 영지에 미친놈들 많은데 더 추가시킬 필요는 없지.’

이미 위험한 놈들은 영지에 충분히 많았다. 굳이 거기에 거인을 추가시킬 필요는 없었다.

태현은 미래가 보였다.

술을 먹고 취해서 건물을 부수고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거인들이!

‘분명 그렇게 될 거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 * *

-배고프다. 쩝쩝.

-안에 있는 거 먹으면 안 되나?

-대전사가 먹지 말라고 했다. 대전사 화내면 무섭다.

-그랬지. 대전사 일은 언제 끝나나? 배부르게 먹고 싶다.

보초를 서고 있던 검은 외눈 부족 거인들은 배를 움켜쥐고 투덜거렸다.

대전사가 ‘위대한 사디크가 대륙에 내려오면 너희들은 모두 어쩌구저쩌구’라고 말했지만 거인들은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다.

대전사도 결국 포기하고 ‘내 일이 성공하면 너희들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라고 바꿔서 말했다.

거인들은 거기에 뜨겁게 반응했다.

쾅쾅쾅쾅쾅!

-무슨 소리냐? 그놈들인가?

-세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더럽고… 하여튼 아주 나쁜 그놈들?

거인들 사이에서 태현 일행은 ‘그놈들’로 불렸다.

대전사가 매번 엄청나게 길게 욕을 하긴 했지만 거인들은 머리가 나빠서 그걸 다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대충 ‘그놈들’이라고 하자!

-문 열어라! 문 열어라!

-??!

그러나 찾아온 건 그놈들이 아니라 거인들이었다.

-다른 부족 전사다! 다른 부족 전사다!

-싸울 준비 해라! 싸울 준비 해!

검은 외눈 부족 거인들은 다급하게 동료들을 불렀다.

거인족들이 서로 찾아오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서로의 머리통을 깨부수기 위해서!

-뭐냐! 뭐냐!

-다른 부족 놈들이다!

콰아아아앙!

그러나 모이기도 전에 거대한 바윗덩이가 쪼개져 나갔다. 그리고 분노한 거인족 전사들이 쳐들어왔다.

-문 열라고 했다! 너 말 안 들었다! 죽는다!

쾅!

보자마자 몽둥이를 호쾌하게 휘둘러대는 거인족 전사들!

검은 외눈 부족 거인들보다 머리 하나씩은 더 큰 전사들이었다.

-으으… 우리도 물러나지 않는다! 우리 강해졌다!

화르륵!

검은 외눈 부족 거인들의 몽둥이에서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멀리서 그걸 염탐하고 있던 태현은 놀랐다.

‘사디크의 화염을 쓰는군. 하긴 당연한 거려나.’

대전사가 왔으니 거인들에게 사디크 신앙을 가르친 건 분명했다.

쾅! 콰아아앙!

-크악! 뜨겁다, 무슨 짓을 한 거냐!

-우리 강해졌다! 지지 않는다!

놀랍게도 검은 외눈 부족 거인들은 입구에서 다른 거인족 전사들과 맞서서 밀리지 않았다.

사디크의 화염이 붙은 몽둥이가 휘둘러질 때마다 다른 거인족 전사들은 질색을 하며 물러섰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

‘아차. 구경할 때가 아니지.’

너무 화끈하게 싸워서 넋을 놓고 구경하고 있었다. 태현은 바로 지시를 내렸다.

-안으로 들어갑시다. 지금 들어가면 눈치 못 챌 테니까.

* * *

“다른 거인족 놈들이 쳐들어왔다고?”

-그렇다. 그렇다.

의식을 준비하던 대전사, 사디크 성기사단장은 발을 구르며 외쳤다.

“아키서스 놈들이다!”

-아니… 거인족 전사다.

“그게 아키서스 놈들이 꾸민 거라니까!”

-대전사는 좀 이상하다.

-맞다. 맞다. 힘은 좋은데 머리는 우리보다 나쁘다.

“…….”

사디크 성기사단장은 울컥하려다가 참았다. 지금 의식이 코앞인데 이런 놈들과 싸워서 망칠 수는 없었다.

“됐다. 너희한테 많은 걸 바라지는 않는다. 다른 부족 거인 놈들이 온 거라면 그놈들을 막아라. 너희들이라면 할 수 있을 거다!”

-맞다! 우리 강해졌다! 대전사가 가르쳐준 힘으로 우리 강해졌다!

“그래. 그리고 이곳으로는 아무도 오지 못하도록 막아라.”

-하하. 대전사 너무 걱정 많다.

-맞다. 맞다. 그러니까 화장실에서 오래 있는 거다.

“…….”

-우리도 길을 잃는 곳이 여기다. 게다가 뜨거운 불까지 곳곳에 있다. 못 들어온다 아무도.

거인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거인의 성지라고 불리는 이곳은 자이언 산맥의 가장 깊숙한 지하에 있었다.

가장 밖에 있는 동굴 입구는 검은 외눈 부족 거인들이 막고 있었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거미줄처럼 복잡한 길들이 나왔다.

이 길들을 헤매고 계속 지하로 내려와야 이 숨겨진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이제는 잊혀진 거인족의 신이 머무르던 장소!

사디크 성기사단장은 이 신의 힘을 이용해 사디크를 강림시킬 생각이었다.

다른 교단이 카르바노그의 성물을 탐내는 것과 비슷한 이유였다.

‘그래. 아무리 아키서스 놈들이 왔다고 하더라도 여기를 바로 찾지는 못할 거다. 길은 복잡하고 곳곳에 사디크의 화염이 놓여 있으니까. 신성 예지 같은 것도 통하지 않을 거고….’

사디크 성기사단장은 당연히 교단마다 예지 스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아키서스의 예지 스킬이라도 지금 이 주변에 깔린 강력한 사디크의 신성력을 뚫고 위치를 찾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꿈틀-

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커멓고 거대한 구멍. 그 가운데에는 불타오르는 화염의 알이 떠 있었다.

[사디크의 힘이 모이고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디크가 여기에 강림합니다!]

카르바노그 같은 특별한 몇몇 신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신들은 대륙을 떠났다.

지금 교단들이 쓰는 신성력은 신들이 남긴 힘. 그런데도 신성력은 아주 강력한 힘이었다.

만약 믿는 신이 다시 대륙에 강림한다면?

그 힘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모든 교단들은 자신들이 믿는 신이 다시 대륙에 돌아오는 걸 원했다.

물론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교단들이 카르바노그 같은 아직 남아 있는 신들의 성물에 집착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약한 신이라도 신은 신. 그 힘을 빌리면 떠난 신을 다시 불러낼 수도 있을 테니까!

“그래. 놈들이 여기까지 오지는 못하겠….”

탁-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현 일행이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

사디크 성기사단장의 얼굴이 벌레를 씹은 것처럼 일그러졌다.

* * *

“길이 너무 복잡한데?”

“지도 스킬을 써도 며칠은 걸리겠다.”

“걱정 마시죠. 스킬을 쓰면….”

-신의 예지!

[사디크의 힘이 너무 강합니다. 신의 예지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런.’

태현은 아차 싶었다. 신의 예지 스킬에 너무 익숙해졌던 탓인지, 이게 없을 경우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너무 안일했군. 미리 생각을 해뒀어야 했는데… 시간이 되려나?’

뚫고 가는 건 문제가 없었는데 여기서 시간을 많이 소모할 경우 퀘스트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성기사단장이 도망칠 수도 있고.

태현이 고민하던 사이, 흑흑이가 날개를 퍼덕이며 말했다.

-주인님. 힘이 넘칩니다! 여기 정말 좋아요!

“?”

눈치 없이 지금 뭔 소리를 하냐고 구박하려다가, 태현은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흑흑이는 사디크의 마수.

사디크의 힘이 강한 곳에서는 따라서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흑흑아. 사디크의 힘이 어디서 느껴지는 곳이 있냐?

-있는데요?

-가자! 안내해!

길을 가다가 사디크의 화염으로 만들어진 함정이 나타나면….

-흑흑아. 먹어!

[흑흑이의 힘이 빠르게 회복됩니다.]

[흑흑이의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흑흑이의 신성력이 오릅니다.]

길을 불태우는 화염을 마치 간식처럼 집어삼키는 흑흑이!

뒤에서 오크 아저씨들은 그걸 보며 신기해했다.

“이야, 저놈 진짜 신통방통하네.”

“우리 집 복실이보다 똑똑한 거 같아.”

“저거 잡아먹을 수는 없나?”

“저런 놈은 어디서 구하누?”

이상한 말이 한마디 끼어 있었지만 흑흑이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 * *

“네놈! 김태현 백작!”

사디크 성기사단장은 사납게 외쳤다. 태현은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이야. 여기에 있었네.”

-저놈이 아키서스? 별로 사악해 보이지 않는데.

-대전사가 과장한 거 아닐까?

-맞다. 대전사는 걱정이 많으니까.

거인들이 떠드는 사이, 태현은 빠르게 상황을 확인했다.

엄청나게 깊고 어두운 구멍, 거기서 타오르는 화염 알!

딱 봐도 뭔가 수상하고 불길해 보였다.

[곧 사디크가 여기에 강림합니다!]

[카르바노그가 도망치자고 속삭입니다.]

‘음. 위험하긴 하군.’

최대한 빠르게 거인들과 사디크 성기사단장을 조진 다음 저 알까지 해치워야 하는데….

“흥. 김태현 백작. 네놈이 이제까지 교단의 일을 많이 망친 건 인정하겠다. 네놈이 대단하다는 거 하나는 인정해 주지.”

“나도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우리 교단 와서 일할 생각은 없냐?”

이런 곳을 찾고, 또 거인들까지 꼬셔서 섭외하는 능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아키서스 교단에는 꼭 필요한 인재!

그러나 성기사단장 귀에는 진심으로 들리지 않았다.

“어디서 조롱이냐!”

화르륵!

분노를 폭발시키는 성기사단장이었다.

“아니, 진짜로….”

“같잖은 조롱을 하다니, 생각보다 그릇이 작은 인간이었군!”

“됐다. 됐어.”

태현은 설득을 포기했다. 하긴 이제까지 한 걸 생각해 보면 설득당하는 게 더 이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늦었다.”

“?”

“이미 의식은 다 끝난 상황이니까. 넌 너무 늦은 거다! 으하하! 봐라! 곧 사디크가 여기에 강림한다!”

“……!”

성기사단장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태현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냥 튀어야 하나?’

보스 몬스터가 더 강한 보스 몬스터를 불러내는 데 성공한 상황.

여기서 싸우는 건 그냥 파티 전멸을 하자는 거나 다름없었다.

사디크 성기사단장을 놓치는 건 아쉬웠지만 전멸보다는 나았다. 이런 걸로 미련을 가지는 건 멍청한 놈들밖에 없다는 걸, 태현은 잘 알고 있었다.

맺고 끊는 게 철저한 것이 태현의 장점!

‘일단 상황을 좀 더 확인하고 튀어도 늦지 않겠지.’

“사디크가 어떻게 강림하지? 교단도 다 박살 나고 성물도 내가… 아니, 사라졌을 텐데.”

굳이 도발하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이미 충분히 화가 난 것 같았으니까.

“거인족의 힘을 빌렸다.”

“뭐? 어떻게?”

“이 무식한 놈들은 자기네들의 신도 잊고 지내더군.”

-누가 무식하다는 거냐!

-맞다, 맞아! 대전사가 가장 무식하면서!

거인들의 항의는 무시하고, 성기사단장은 말을 이었다.

“이 장소는 거인들의 성소… 거인족들의 잊혀진 신이 머무른 곳이다. 강력한 신성력이 남겨져 있지. 이 힘이라면 충분히 사디크를 강림시킬 수 있다!”

[카르바노그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

갑작스러운 카르바노그의 메시지에 태현은 의아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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