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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39화 (639/1,826)

§ 나는 될놈이다 639화

“흠흠. 내가 딱히 이걸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설마 이걸 못 알아보진 않겠지.”

작게 중얼거리는 것처럼 말했지만 거인들의 귀에는 쏙쏙 들어왔다.

아주 대놓고 들으라고 하는 소리!

“이것도 못 알아보면 정말 멍청한 건데… 설마 그러진 않겠지….”

-아니다! 아니다! 우리 알아봤다!

-너 대전사가 쓰는 신기한 불 쓴다! 대전사가 보낸 사람 맞다!

[검은 외눈 부족 거인들을 완벽하게 속여 넘기는 데 성공합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케인과는 차원이 다른 화술 능력!

‘거인들이 말하는 대전사가 성기사단장인가 싶었는데, 역시 성기사단장이 맞나 보군.’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케인한테 퀘스트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사디크 교단 다 박살 나고 그나마 남은 기둥뿌리도 내 영지에 있는데 뭐 있겠어?’ 싶었는데….

성기사단장이 능력이 대단한 모양이었다.

그사이 여기 와서 거인들을 꼬시고 그들 사이의 대전사로 들어가다니.

‘그리고 그 성기사단장은 날 많이 싫어할 거고….’

교단의 일이란 일에는 한사코 다 훼방을 놓고 도망쳐서 숨은 곳까지 찾아와서 그 난리를 피웠으니!

게다가 권능까지 훔쳐갔으니….

‘능력이 탐나는데 섭외는 안 되나? 교단 관리 능력이 내 교단 NPC들보다 훨씬 더 대단한데.’

아키서스 교단으로서는 탐나는 인재!

물론 사디크 성기사단장이 듣는다면 귀를 불로 씻을 소리였다.

-너, 대전사가 쓰는 신기한 불 쓴다. 우리도 곧 쓸 수 있다.

-대전사가 말했다. 신기한 불 쓰면 더 강해진다고. 다른 거인들보다 훨씬 더 강해진다고.

<검은 외눈 부족을 지역의 패자로 만들어라-검은 외눈 부족 친밀도 퀘스트>

척박한 자이언 산맥의 거인 부족들은 서로 보기만 하면 다투는 사이다.

그중 검은 외눈 부족은 머리는 좋지만, 다른 거인 부족보다 비교적 힘이 약하고 숫자가 적어 언제나 밀리는 처지.

검은 외눈 부족은 새로운 힘을 갖고 온 이방인을….

‘머리가 좋다고?’

뭐 케인도 밖에서는 머리 좋다는 말 많이 들으니까… 태현은 관대하게 넘어갔다.

물론 이 퀘스트를 같이 깰 생각은 없었다. 깨봤자 사디크 성기사단장만 좋아하겠지.

태현한테는 신성 스탯하고 경험치 정도만 들어올 테고!

‘앗. 잠깐. 혹시….’

“너희 아키서스란 신은 모르니?”

-안다. 안다. 대전사가 말했다. 절대 믿으면 안 되고, 믿으면 신세를 망치는 사악한 신이라고.

“…그, 그 정도까진 아닌데….”

[거인들이 생각 이상으로 완고합니다. 더 이상 설득할 경우 문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쯧.’

태현은 깔끔하게 물러섰다. 대전사가 생각보다 훨씬 더 집요하게 설득을 시켜놓은 모양이었다.

다른 신의 이름을 물어보니 ‘그게 뭐냐? 먹는 거냐?’라는 반응을 보이는데, 아키서스 이름만 말하면 ‘그놈 아주 나쁜 놈이다! 믿으면 안 된다!’라고 반응하는 거인들!

‘아, 그 자식 쪼잔하네. 아키서스만 왜 이런 대우야?’

자기가 한 짓은 잊고 투덜거리는 태현이었다.

어쨌든 지금은 정보를 얻어내야 할 시간.

태현은 거인들과 같이 걸어가면서 이것저것 정보를 캐냈다.

대전사가 뭘 하는지, 부하들은 얼마나 있는지, 무엇을 꾸미는지, 약점은 무엇인지….

태현의 화술 스킬이라면 이 정도는 어린애 손목 비틀듯이 짜낼 수 있었다.

문제는….

거인들이 생각보다 더 멍청하다는 것!

-대전사는 밥을 먹는다.

“아니 그런 거 말고….”

-대전사는 화장실도 간다.

“…….”

-대전사는 화장실에 오래 있는다.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 우리는 빨리 나온다.

“정말 알고 싶지 않은 정보구나….”

상대가 멍청하다고 해서 포기할 태현이 아니었다.

이미 멍청한 상대는 수십 번도 넘게 상대해 왔다!

이번 상대는 좀 특별히 더 멍청하지만!

“음, 그러니까, 대전사가 산맥 안쪽의 성지에서 뭔가 하고 있다 이거지?”

-그렇다. 그렇다. 근데 그건 왜 다시 묻나? 너도 알지 않나?

“너희들이 제대로 기억하고 있나 확인하고 있는 거야. 너희들이 똑똑한 게 정말이구나.”

-헤헤. 그렇다. 그렇다.

“그래. 다른 것도 좀 더 말해봐.”

동굴 앞에 도착했을 때, 태현은 정보를 거의 다 뽑아낼 수 있었다.

‘그러니까 거인족 애들이 성지라고 불리는 곳에서 성기사단장이 뭔가 하고 있다는 건데….’

아무리 봐도 불길한 징조!

뭔가 커다란 걸 준비하는 게 분명했다.

-대전사가 말했다. 뜨거운 놈의 시간이 오면 우리도 내내 배부르게 잘 살 수 있다고.

“뜨거운 놈? 아, 사디크….”

탁-

“여기냐?”

-맞다. 맞다.

“열어라.”

-어? 열어도 되나? 놈들이 도망이라도 가면….

“하하. 너희들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설마 저런 조그마한 놈들한테 지진 않을 거 아냐.”

-그렇다! 그렇다!

‘참 쉬운 녀석들이군.’

이렇게 다루기 쉬운 녀석들이라니!

원래 거인족 몬스터들이 말만 걸어도 바위를 던지고 눈만 마주쳐도 거대한 몽둥이를 휘두른다는 걸 생각했을 때, 이 검은 외눈 부족 거인들은 특이한 경우였다.

그러니까 사디크 성기사단장도 잘 꼬드겼겠지.

“근데 이건 뭔데 이렇게 튼튼하냐?”

태현은 동굴의 입구를 막은 바위를 가리키며 물었다. 딱 봐도 다른 바위와 색깔도 다른 게, 특이해 보였다.

게다가 안에 있는 일행이 닥치는 대로 두드렸는데도 안 부서졌다는 건….

-그거? 성지에 있던 바위다. 튼튼해서 함정으로 쓰려고 갖고 나왔다.

-우리 똑똑하다. 이런 일이 있을까 봐 미리 갖고 나왔다!

“……?”

그러니까 성지에 있던, 뭔지는 모르겠지만 소중한 바위를 함정에 쓰기 위해 바깥에 갖고 나온 거란 말인가?

언제 쓸지도 모르고 누가 가져갈지도 모르는데?

‘여기는 정말 좋은 곳이군!’

-감정.

[고급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부족해 완벽하게 감정해내지 못합니다.]

“!”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부족해서 못 알아냈다고 메시지가 떴지만 태현은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이건 이 바위가 생각보다 더 대단한 아이템이라는 뜻!

현철이 섞인 정체불명의 바위:

[현재 대장장이 기술 스킬로는 볼 수 없습니다.]

운석에서 쪼개져 나온 정체불명의 바위다. 정말 대단한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가진 장인만이 이 바위의 가치를 완전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현철이면… 진짜 희귀한 아이템인데?’

아다만티움만큼이나 구하기 어려운, 판온의 희귀 금속 중 하나!

운석이 떨어진 자리에서나 아주 조금 찾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당연히 성능은 강철 계열 중 최고였다. 내구도, 물리 공격력, 물리 방어력 등….

이런 걸 그냥 튼튼하다고 입구 바위로 써먹는 놈들이 웃길 뿐이었다.

‘이걸 어떻게 가져간다?’

그냥 두기는 너무 아까웠다.

태현은 저걸 영지로 가져가서 시간을 들여 녹인 다음 재료를 추출해 내고 싶었다.

현재 스킬로는 전부 다 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게다가 대장장이 기술 스킬도 꽤 오를 테고.’

이건 둘도 없는 기회!

쿠르릉-

태현이 머리를 굴리는 사이 동굴 문이 열렸다.

* * *

“이제 그만해라. 안 열리는 거 보니까 안 되나 보다. 그냥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열리면 뚫고 나가자.”

“아닙니다! 해보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포기했는데 케인은 혼자 낑낑거리며 바위를 밀려고 시도했다.

[바위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바위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바위가……]

[HP가 감소합니다.]

[힘이 1 오릅니다.]

“그래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 거 보니 보기 좋네.”

“역시 내가 보약을 좀 먹여서 그래. 그걸 먹으면 힘이 솟구치거든.”

오크 아저씨들은 케인이 열심히 하는 걸 보고 흐뭇해했다. 그러나 다른 일행들은 이상하게 여겼다.

“케인 쟤 왜 저래?”

“케인 씨 뭔가 이상합니다. 원래 안 저러는 사람인데.”

케인은 필사적이었다.

태현이 오기 전에 뭐라도 좀 해내야 한다!

쿠르릉-

“?!?!”

순간 케인이 밀고 있던 바위가 그대로 밀리며 동굴 입구가 드러났다.

“뭐야?!”

“어떻게 민 거야?!”

오크 아저씨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도 나름 힘 스탯은 목숨 걸고 올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온갖 장비와 물약으로 버프를 했는데도 꿈쩍하지 않았는데 저걸 옮겼다고?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드러난 입구에서 거인 셋이 나타났다.

“싸울 준….”

“저놈들인가?”

-맞다, 맞다.

“첩자가 맞는지 확인해 보겠다.”

태현은 성큼성큼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걸 본 다른 사람들은 안심했다.

태현이 구하러 왔구나!

퍽!

“?!”

“이놈! 일처리를 제대로 못해서 이렇게 오해를 받게 만들다니! 저 똑똑한 거인들이 너 때문에 헛수고를 했잖아!”

“아! 아야! 어째서?!”

자기를 구해주러 온 줄 알았는데, 자기를 때리자 케인은 당황했다.

거인들 보라고 <고대의 망치>까지 꺼내서 신나게 두들겨 패는 태현!

데미지는 없지만 겉모습만은 제대로였다.

그걸 본 오크 아저씨들이 수군거렸다.

“아니, 아무리 태현이 성격이 더러워도 그렇지 자기 팀을 저렇게 커다란 망치로 패면….”

“완전 개망나니네, 개망나니. 누구 아들이야?”

말을 꺼냈던 오크 아저씨는 김태산이 노려보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후. 미안하게 됐군. 이놈들은 사디크를 믿는 대전사의 부하가 맞아. 오해가 있었나 봐.”

-그래?

-이런. 우리 잘못 아니다. 저놈들이 이상하게 말했다. 우린 대전사가 하란 대로 했다!

거인들은 억울해하며 케인을 노려보았다. 태현은 그들을 잘 달래며 말했다.

“물론이지. 너희 잘못이 아니야. 내가 대전사한테 잘 말해줄게.”

-고맙다, 고맙다! 인간 친절하다!

“내가 친절 빼고는 시체지. 아, 그런데… 저 바위를 좀 옮겨야 할 거 같은데. 우리같이 조그마한 종족들로는 무리거든. 너희같이 힘센 놈들 아니면 힘들겠어.”

-?

“저 오크들이 안내해 줄 테니까 거기로 옮기고 와.”

-알겠다. 알겠다.

태현의 말을 들은 오크 아저씨들은 당황해서 귓속말을 보냈다.

-뭐하는 거냐 지금? 쟤를 어디로 안내하란 건데?

-영지로 데리고 가서 바위만 놓고 오게 하세요. 잘 설득했으니까 별로 어렵진 않을 겁니다.

-왜?

-저 바위가 생각보다 좋은 바위거든요. 여기 두긴 아까워요.

바위를 사기 쳐서 훔쳐가려는 태현의 모습에 오크 아저씨들은 황당해했다.

-아니 뭔 바위를 훔쳐가….

-거인 애들이 나중에 알면 쫓아오는 거 아냐?

-바위 필요하면 내가 어디서 하나 구해다 줄게. 태현아.

-아, 됐고 안내나 하세요.

오크 아저씨들은 투덜거리면서도 가위바위보를 했다. 안내역을 할 한 명이 뽑혔다.

케인은 그걸 보고 속으로 환호했다.

그 한 명은 아까부터 케인에게 보약을 적극적으로 먹이려던 아저씨였던 것이다.

‘해방이다! 해방!’

저 아저씨만 가면 그한테 보약 먹으라고 억지로 들이부을 사람은 없겠지!

“아, 맞다. 나 가더라도 저 젊은 친구한테 보약 좀 챙겨줘. 쟤가 좀 기가 많이 허한 거 같더라.”

“알겠어, 알겠어. 그 정도야 해주지.”

“…….”

오크 아저씨들의 끈끈한 우정! 케인은 그걸 보고 절망했다.

세 거인이 오크 아저씨 하나와 떠나고 난 뒤, 태현은 재빨리 말했다.

“일단 튑시다. 대전사한테 소식이 들어갔을 테니 언제 올지 모르니… 그보다 못 보던 사람들이 좀 많은데? 응?”

태현은 눈을 깜박였다. 오크 아저씨들 사이에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있었던 것이다.

“아, 아, 아, 안녕하세요!”

“응. 그래. 오랜만이긴 한데… 네가 왜 여기 있니?”

태현은 의아해했다. 다른 곳에서 잘 놀고 있을 유지수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설마 케인한테 속아서… 아니, 그럴 리는 없겠군.”

순간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 태현은 스스로 정답을 내렸다.

“아저씨들 모을 때 있어서 온 거구나? 우르크 쪽이야 지금 할 거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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