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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38화 (638/1,826)

§ 나는 될놈이다 638화

일단 일행은 거리를 벌렸다.

위에서 자리를 잡은 거인족들을 상대하는 건 무모한 짓이었다.

거인족 전사들 하나하나가 준 보스 몬스터라고 생각하고 사냥해야 했다.

그렇지만 일행의 고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밑에서 굉음과 함께 다른 거인족 전사들이 나타난 것이다.

[검은 외눈 부족 거인들이 당신들을 발견합니다.]

-너희, 너희 누구냐!

-킁! 움직이면 때린다!

“윽….”

“싸울까?”

김태산은 거인족 전사들을 훑어보며 물었다. 숫자는 다섯.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여기 있는 인원들이 전력을 다한다면 이기지 못할 싸움은 아니었다.

그러나 케인이 손을 흔들었다.

“아닙니다! 지금 싸워봤자 주변의 거인들이 다 올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

“저놈들을 속이는 겁니다. 보십쇼!”

‘불안한데….’

김태산은 방금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불안한 눈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그래도 뭐 다른 애들이 가만히 있는 걸 보니까 믿음직한 거겠지? 태현이 녀석이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

김태산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

그러나 다른 일행도 ‘괜찮을까?!’ 하는 표정!

“우리는 탐험가다! 너희들과 싸울 생각이 없어!”

-탐험, 탐험가? 안 믿는다. 수상하다. 인간족 교활하다. 거짓말 자주 한다.

“나는 오크인데?”

-오크, 오크는 덜 교활하다. 그래도 인간하고 같이 있어서 못 믿겠다.

그렇게 말하던 외눈 거인은 거대한 몽둥이를 겨누더니 말했다.

-너, 너희들! 어느 신을 믿나!

“그야….”

“우리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아키서스를 믿었다. 심지어 김태산과 오크 아저씨들마저도!

김태산과 오크 아저씨들은 교단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우르크 지역에서 영지를 운영하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 * *

[우르크 지역에 가장 널리 퍼진 건 아키서스 교단 신앙입니다.]

[아키서스를 믿지 않습니다. 영지 운영에 페널티가 붙습니다.]

[불만도가 20% 더 빠르게 증가합니다.]

[반란이 일어날 확률이 더 높아집니다.]

[……]

-어떡하죠, 형님?

-뭘 어떡해, 그냥 믿어줘! 에이….

그렇지만 아키서스는 확실히 믿어서 크게 손해 보는 신은 아니었다. 특히 영지 경영 쪽에서는.

영지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오크들에게는 정말 잘 맞는 신!

-췩, 머리 큰 대빵이 여기에 농사를 지으라고 했다.

-취익, 이 씨앗을 뿌리면 되나? 이걸 다 뿌려야 하는 건가?

-췩, 멍청하기는. 이걸 뭉쳐서 한 번에 던지면 더 빠르다.

-취익! 너 정말 똑똑하다!

-그만둬 미친놈들아!

[영지의 오크들은 농사 기술이 매우 낮습니다.]

[농사에 페널티가 붙습니다.]

[나오는 농작물의 양이 50% 감소합니다.]

[나오는 농작물의 품질이 하락합니다.]

[영지의 식량이 부족할 경우 불만이 빠르게 증가합니다.]

둘을 가르쳐주면 하나를 까먹는 오크들!

특히 대부분이 전사들이라 농사나 건축 같은 일들을 시킬 때 그 결과가 심했다.

그 피해를 어느 정도 막아주는 게 아키서스 교단이었다.

[아키서스의 축복이 밭에 내려옵니다. 농작물이 변화합니다.]

[뿌려진 밀알들이 거대한 상급의 사과나무로 변합니다!]

“……?”

“밀, 밀을 뿌렸는데 왜 사과나무가…?”

“아니… 그래도 내버려 뒀으면 아예 망했을 건데 뭐 차라리 낫지 않나?”

[아키서스의 축복이 건물에 내려옵니다. 건축물이 변화합니다!]

오크들이 대충대충 망치를 휘두르고 못을 박아 넣은,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집은 나름 튼튼한 집으로!

물론 겉모습까지 책임져주는 건 아니었다.

“으아아악! 이, 이 집 뭐야!”

“한두 개가 아니야! 너무 끔찍해!”

“악마의 입을 형상화한 작품인가?!”

[너무 끔찍한 건축물들을 보았습니다!]

[사기가 일시적으로 하락합니다.]

[일시적으로 공포 저항이 상승합니다.]

오크 부족들이 지내는 구역에는 이런 건물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상태는 멀쩡한데 겉모습은 괴랄한 건물들!

정말 흉측하긴 했지만 일단 영지 운영하는 입장에서 저런 건물들이라도 지어진다는 게 다행이었다.

* * *

“아ㅋ… 읍!”

아키서스 교단이라고 말하려는 오크 아저씨의 입을 케인이 급하게 막았다.

-아ㅋ, 아ㅋ… 그게 뭐냐?

“아냐! 우리는 사디크를 믿는다!”

“!?!”

일행은 다 케인을 쳐다보았다. 왜 그런 거짓말을?

-사디크, 사디크! 사디크를 믿는다고!

“그래!”

-잘 됐다, 잘 됐다. 사디크를 믿는다니. 너희는 우리 친구다! 따라와라!

케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기 사디크 교단의 성기사단장이 먼저 왔다고 해서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맞았던 것이다.

쿵, 쿵-

검은 외눈 부족 거인들은 천천히 그들을 안내했다.

일행은 따라가면서 케인을 칭찬했다.

“이야, 대단하네. 어떻게 안 거야?”

“성기사단장이 여기 와서 사디크 신앙을 퍼뜨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대단해! 감탄했어!”

“후후….”

“자, 잘했으니까 한잔해! 내가 특별히 아껴놓은 건데 주는 거야!”

“…….”

케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 왔다, 다 왔다. 여기다.

안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거대한 동굴이었다. 거인족들이 지내는 곳이다 보니 크기도 어마어마했다.

[<자이언 산맥 거인들의 숙소 동굴>에 입장하셨습니다.]

[안에서는 이동 마법이 제한됩니다.]

-들어가라. 들어가라.

“왜 이렇게 재촉을….”

쿵!

“?!”

일행이 들어가자, 밖에 있던 거인족이 재빨리 바위로 입구를 막았다.

“뭐, 뭐야?”

“너희는 왜 밖에서 안 들어오고….”

-킁, 인간 교활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더 똑똑하다! 우리는 미리 들었다. 밖에서 온 놈들이 사디크를 믿는다고 해도 믿지 말라고!

-대전사가 말했다. 전에도 그런 속임수를 쓴 놈이 있었다고!

일행은 서로 쳐다보았다.

그런 속임수를 쓴 놈이 누구를 말하는지는 너무 확실했다.

-우리 똑똑하다, 우리 똑똑하다! 저놈들 가뒀다. 대전사를 불러온다!

“…….”

“…….”

“아, 아니! 이건 정말 내 잘못이 아닌데!”

케인은 정말 억울했다. 계산은 완벽했는데! 태현이 먼저 한 번 해서 상대가 대비한 건데!

“지금 잘잘못 따질 때가 아니다. 이거 재수 없으면 여기서 포위당할 수도 있겠는데. 빠져나갈 길을 찾아보자.”

“동굴 안은 막혀 있겠죠? 거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막혀 있습니다.”

최상윤은 빠르게 안쪽을 확인하고 들어왔다. 깊고 넓었지만 아무런 틈새도 없이 꽉꽉 막혀 있었다.

“바위를 부숴야겠군.”

“스킬 넣겠습니다.”

“딜 높은 걸로 골라서 하고… 장비 바꿔서 하자.”

“깡딜 높게 들어가는 장비가 뭐가 있더라?”

오크 아저씨들이 주섬주섬 준비에 들어가는 걸 보고 케인은 놀랐다.

뭔가 되게 체계적이고 안정적이다!

‘김태현하고 다닐 때는 되게 주먹구구식이었던 거 같은데….’

그 순간 태현의 목소리가 귓속말로 들려왔다.

-야. 너희 다 어딨냐?

-?!?!?!

* * *

“아니 뭔….”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가 일주일간 것도 아니었다.

그사이 일행을 데리고, 심지어 김태산 일행까지 데리고 자이언 산맥까지 가서….

갇혔다고!

‘웬수야, 웬수.’

-나, 나는 잘해보려고 한 건데… 퀘스트도 떴고….

-그래, 그래. 알겠어. 인마.

태현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용용이와 흑흑이, 골골이를 불렀다.

“골골이는 흑흑이 위로. 용용이는 내 밑으로. 바로 출발한다.”

<사디크 성기사단장을 추적하라-사디크 교단 흡수 퀘스트>

사디크 교단은 멸망하고 남은 인원들은 아키서스 교단으로 흡수되었다….

케인이 받은 퀘스트가, 태현한테도 떴다. 태현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상황이 어떤데?

-갇히긴 했는데 괜찮아! 탈출할 수 있을 거야! 동굴 앞을 바위가 막았는데….

-음. 그냥 이다비한테 물어볼게.

-야! 야! 왜!

태현은 케인을 무시하고 이다비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할걸!

-상황이 어때?

-좀 걱정되긴 해요. 거인족들이 입구를 막을 정도면 튼튼한 바위가 아닐까요?

-그렇긴 하겠지.

이다비의 걱정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안 부서지는데…?”

“미친, 뭔 바위인데 이렇게 단단해?”

“비켜봐. 좋은 게 있지.”

“?”

오크 아저씨 중 한 명이 씩 웃으면서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걸 본 다른 아저씨들은 기겁했다.

“저, 저, 저놈!”

“저거 저번에 사고 쳐놓고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붙잡아!”

“왜, 왜! 폭탄도 잘 쓰면 좋다니까! 너희들이 그러니까 아저씨 소리를 듣는 거야! 요즘 젊은 애들은 다 이거 쓴다고!”

폭탄 아이템을 꺼낸 오크 아저씨는 다른 아저씨들에게 곧바로 제압당했다.

남은 아저씨들은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마! 저번에 팀킬 할 뻔한 건 잊었냐!”

호들갑을 떨던 오크 아저씨들은 태현 없는 태현 일행이 너무 침착한 걸 보고 의아해했다.

“너희는 안 피하니?”

“아니… 뭐… 이제 와서 새삼….”

“별로 무섭지도 않고….”

태현과 같이 다니면서 저 정도 약한 폭탄은 겁나지도 않는다!

‘터질 거 같으면 피하지 뭐.’

‘터지면 몸으로 때우지 뭐.’

‘갑옷 있으니까 괜찮겠지?’

‘태현 선배님은 폭탄 터지면 케인 씨 뒤로 피하라고 하셨지.’

“야, 야. 지금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일단 써봐. 자폭하더라도 부수긴 해야 하니까.”

콰아앙!

“휴. 이번에는 제대로 터졌군.”

“우리 공격했으면 한 대 때리려고 했다 내가.”

[정체불명의 검은 바위가 충격을 흡수합니다.]

“……!”

그러나 폭발에도 바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정말 보통 바위가 아니었다. 일행은 모두 시선을 교환한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힘으로 밀어보자!”

“모두 밀어봐!”

* * *

[쉬지 않고 너무 오래 날았습니다. 용용이가 힘들어합니다.]

[쉬지 않고 너무 오래 날았습니다. 흑흑이가 힘들어합니다.]

[계속 비행할 경우 체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용용아, 흑흑아. 힘드니?”

-힘들다.

-조금 힘듭니다.

“음, 스타우가 주고 간, 힘이 나는 요리가 있는데 좀 줄까?”

-…생각해 보니 안 힘들다!

-저도 전혀 안 힘듭니다!

용용이와 흑흑이의 격렬한 반응!

그들도 스타우가 뭐하는 고블린 요리사인지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태현은 두 신수의 충성심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너희밖에 없다.”

쌔애앵-

왠지 모르게 전보다 더 빨라진 것 같은 속도!

[한계를 넘어 비행하는 데 성공합니다. 운전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용용이의 최대 체력이 영구적으로 1 오릅니다.]

[지휘 스킬이 오릅니다.]

-주인님. 적입니다!

골골이가 밑을 가리키며 다급하게 말했다. 거대한 거인 전사들이 휘적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저들의 덩치를 봤을 때 태현을 알아차리는 건 금방이었다.

“가자.”

-예?

“골골이랑 흑흑이는 위에 있어. 용용이만 나랑 내려간다.”

태현은 거인 전사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외눈인 거 보니 일행을 잡아간 놈들 맞는 것 같았다.

쉬이익- 탁!

-?

-하늘에서 사람이다, 하늘에서 사람이 내려왔다!

거인족 전사들이 당황해서 무기를 들려고 했다. 그러나 태현이 먼저였다.

“이놈들!!”

-???

“감히 사디크 교단의 이름으로 너희를 속이려는 인간 놈들을 붙잡았다고 들었다. 안내해라.”

거인들은 외눈을 끔벅이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너는, 너는 누구냐?

“어허! 대전사한테 내가 누군지 말도 못 들었냐! 거인들 중에서 똑똑하다고 들었는데 다 헛소문이었군.”

-아니다, 아니다! 우리 똑똑하다!

“흠. 내가 누군지도 기억 못 하면서 무슨….”

태현은 그러면서 슬쩍 <사디크의 화염> 스킬을 사용했다. 무기에서 사디크의 화염이 화르륵 타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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