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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36화 (636/1,826)

§ 나는 될놈이다 636화

‘광기다, 광기.’

으적으적-

한 입 씹을 때마다 감동과 고마움이 느껴졌다.

‘이렇게 착한 청년이….’

태현은 별생각 없이 한 짓이었다.

원래 그냥 주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이렇게 숨겼다가 준 것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MC가 너무 감동하자 태현도 좀 당혹스러워했다.

‘너무 장난쳤나? 살짝 무섭네.’

나이 먹은 남자가 울먹거리며 닭다리를 뜯는 모습에는 묘한 박력이 있었다.

“내가….”

“?”

MC가 카메라에 들리지 않게 작게 태현에게 속삭였다.

“내가 태현 씨 다른 방송에도 꼭 소개시켜줄게. 이런 친구가 없다고!”

“…닭다리 내놔요.”

“?!”

MC 입장에서는 정말 감동 받아서 한 일이었다.

닭다리 하나 때문에 그랬다고 다른 사람들이 듣는다면 절대 믿지 못할 일!

그렇지만 태현 입장에서는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 * *

“여러분, 아직 배고프시죠?”

“아뇨. 배부른데요.”

“…….”

김 PD의 얼굴이 구겨졌다. 원래 배가 고픈 출연진들을 갖고 노는 게 이 프로그램인데!

“이 미션을 성공하시는 분에게는 호화로운 식사와 각종 도구가….”

“배부른데 우리는 하지 말까?”

“그럴까?”

이럴 때는 합이 척척 맞는 태현과 이세연! 이세연은 웃으면서 태현과 말을 맞춰줬다.

‘누가 커플 아니랄까 봐!’

“크흠, 크흠.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

“자. 보세요. 저기 산을!”

PD가 섬 가운데에 있는 산을 가리켰다. 그리 높거나 험난하지는 않았지만, 길이 빙 돌아서 나 있는지라 정상까지 가려면 밤이 될 것 같았다.

‘가면 밤 되겠는데?’

PD의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설마 저기 올라가라는 거 아니지?”

“난 안 할래. 저기 갔다 오면 쓰러지겠다. 밥도 제대로 안 줘놓고….”

“뭐 주는데?”

“하하. 뒤에 보시죠.”

꿀꺽-

PD가 늘어놓은 진수성찬과 각종 캠핑 도구를 본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저 산 정상에 저희가 깃발을 하나 꽂아놨습니다. 그 깃발을 가장 먼저 갖고 오는 분은 여기 있는 걸 다 받는 겁니다! 팀하고 상관없이 혼자요!”

“……!!”

“어, 나눠 먹지도 못해요?”

“나눠 먹는 건 자유죠. 하하.”

PD는 그렇게 말했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저런 건 먹는 놈이 임자다!

그렇게 사이좋게 굴러갈 리가 없는 것이다.

‘무조건 내가….’

‘일단 내가 잡고서….’

“그리고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깃발을 2개 모으면! 무조건 소원 하나 들어드립니다!”

“소원?”

“무슨 소원?”

“차 사달라는 소원도 되나?”

“그럼요.”

“조기퇴근 해도 되나요?”

“물론이죠!”

“근데 저기 정상에 하나 있다면서? 다른 하나는 어디 있는데?”

“저기 있습니다.”

PD는 손을 뻗어 저 멀리 수평선을 가리켰다. 제작진이 타고 온 배가 멀리서 점처럼 보였다.

“…저, 저기까지 어떻게 가라고?”

“헤엄쳐서요.”

“장난하냐!!! 그걸 어떻게 하라고!”

“에이, 소원인데 이 정도 난이도는 당연하죠.”

PD는 웃으며 말했다. 태현과 이세연에게 당했던 굴욕은 좀 사라지고, 이제 여유가 돌아오는 표정이었다.

사실상 2개는 불가능!

산에 갔다 오면 밤인데, 시간도 그렇고 저기까지 가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불가능이었다.

“김태현. 저 산 위에 있는 거 노려볼ㄲ… 너 왜 저기 쳐다봐? 설마 저기 가려고?”

태현이 바다를 쳐다보자 이세연이 당황했다. 딱 봐도 놀리려고 준 미션인데?

“잠깐 시간 계산 좀 하고 있었지.”

“뭐하러 그렇게 무리를 해!”

“조기퇴근 해도 된다잖아.”

“…….”

이세연의 입이 벌어졌다.

“저기까지 헤엄쳐서 갈 수 있다고 치자. 저 산 위에 있는 건 어떻게 갖고 오려고? 갔다 오면 시간이 안 될 텐데?”

“다 방법이 있지.”

“설, 설마 저 사람들이 갖고 오면 뺏으려고…?”

이세연의 말에 태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 그 생각은 못 했는데.”

“…….”

“너 은근히 사람이 사악하다?”

“시끄러.”

* * *

뭔가 보여주고 말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최창성은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사람 모두가 김태현, 김태현 하고 있는 이 상황이 그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헉헉. 뒤에 아무도 안 따라오고 있지?”

“없는 거 같은데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산길을 타고 있는 최창성. 뒤를 보니 그보다 빠른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이번만은 김태현을 누르고 내가 이긴다!

‘뭔 놈의… 프로게이머가… 운동선수보다 체력이 더 좋은… 끙끙….’

아무리 생각해도 태현의 체력과 운동 능력은 사기에 가까웠다.

그 몸 가지고 왜 프로게이머를 하나!

운동선수나 할 것이지!

최창성은 힐끗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수평선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응? 방금 뭔가 본 거 같았는데….’

저 멀리 바다에서 뭔가 작은 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최창성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밤 되기 전에 왔다…! 내가… 헉헉… 이겼다!”

탁!

최창성은 정상으로 마지막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렇지만 깃발은 보이지 않았다.

“어? 여기가 아닌가?”

“여기 맞는데요?”

“근데 왜 깃발이 없어?”

“그러게요?”

“…그러게요는 무슨 그러게요야! 밑에 연락해서 확인해 봐!”

최창성이 버럭 화를 내자 카메라맨은 당황해서 밑에 연락했다.

“아, 네. 아… 네… 네? 네??? 아. 그게 말이 돼요?? 아, 그렇군요….”

“뭐야, 어떻게 된 건데?”

“어… 그… 김태현 씨가 먼저 가져갔다는데요?”

“???”

최창성은 순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여기 길이 하나밖에 없고 내가 가장 먼저 출발해서 먼저 왔는데!”

“…저 밑의 절벽으로 기어 올라왔다고….”

“…….”

최창성은 입을 떡 벌렸다.

* * *

-아이고, 김태현 씨! 내려오세요! 사고 나면 저희 망해요!

-아, 그러게 왜 미션을 저렇게 잡아요?

-아니 그건 당연히 농담이었죠!

밑에서 들리는 소리는 무시하고, 태현은 완벽한 맨몸 클라이밍을 보여주었다.

프로그램이 <산이 좋다>로 바뀌는 순간!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소식을 듣고 몰려온 밑의 사람들이 조마조마해하며 기다리는 사이 태현은 깃발을 뽑아서 갖고 내려왔다.

그리고 바로 해안가로 향했다.

“어, 어디 가세요?”

“하나 더 있잖아요.”

“……!!!”

맨몸으로 암벽을 기어 올라가고 내려온 다음 다시 헤엄을 쳐서 저기까지 가겠다고?

‘저게 대체 인간이야?’

‘미친 거 아냐?’

‘아무리 우리가 생존 프로그램이라지만 저런 괴물을 데리고 오면 어떡해? PD가 문제야.’

“보, 보트 타고 따라가. 사고 안 나게!”

PD는 그때만 해도 설마 싶었다.

암벽 등반이야 위험하긴 해도 난이도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았지만, 저기까지 헤엄쳐 가는 건 정말 무리인 것 같아 보였던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지친 상황에서 설마….

설마….

설마…!!

탁-

“설마가 사람 잡는군.”

MC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PD의 귓가에 천둥처럼 들려왔다.

태현이 배에 올라가 깃발을 따낸 것이다.

* * *

“여기 화려한 진수성찬이 준비되어 있는….”

“퇴근이요.”

“나온 지 몇 달도 안 된 최고급 텐트와 침낭이….”

“퇴근이요.”

“하하. 농담도 참… 여기 태현 씨 팀이 있는데 설마 다 두고 퇴근하시려는 건 아니죠? 이세연 씨도 여기 있는데!”

PD는 애걸복걸하며 말했다.

정말 태현이 소원으로 퇴근을 빌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

물론 이세연을 언급한 건 실수였다. 태현의 심기를 더욱 자극할 뿐이었던 것이다.

“왜 이세연을 따로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태현은 뒤를 돌아보았다. 이세연, 보라, 하연이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보라와 하연은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이었지만, 이세연은 ‘난 이미 네가 뭐라고 할지 알고 있지’라는 표정이었다.

눈빛만 봐도 서로 알 것 같은 둘!

“제 알 바 아닌데요. 퇴근할래요.”

“…….”

태현의 <생존의 법칙> 출연은 그렇게 온갖 파격적인 사건을 만들고 마무리되었다.

김 PD가 필사적으로 편집하고 편집했는데도 시청자들이 역대급 편이라고 손꼽는 편이 된 것은 물론이었다.

* * *

“정, 정말 간 거예요?”

“그럼 가짜로 갔겠니? 다 설치하고 갔으니 편하게는 지내겠네.”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보라를 보며 이세연은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나도 저런 적이 있었지!

자신만만하게 내 길드에 와라! 했는데 X까고 그냥 갈 줄은….

‘갑자기 다시 생각하니까 화나네!’

“언니. 혹시 김태현 씨 번호 좀 주실 수 있어요?”

“다, 다른 사람 번호는 허락 안 받고 함부로 주면 안 되지.”

정론으로 받아치는 이세연이었다.

“그러면 PD님한테 부탁해야겠다.”

“…….”

옆에서 듣고 있던 하연이 ‘대체 왜 그런 놈한테 관심을 가지냐’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뭐라고 하려고?”

“그, 프로그램 같이 나왔던 사람인데… 이런 식으로 말 걸어보려고요.”

“별로 좋은 생각 같지는….”

“판온도 같이 하자고 하고요.”

“그건 좋은 생각 같아.”

하연은 무심코 대답해 버렸다.

‘아차. 말려야 하는데.’

이세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판온을 같이 하자고 하는 게 좋은 생각이라고?

‘안 그런 것 같은데….’

“판온 같이 하자는 건 오히려 안 좋지 않을까?”

“언니. 혹시 제가 태현 씨랑 친하게 지내면… 좀 그런가요?”

“뭐, 뭐?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이세연은 기겁해서 반응했다.

“그렇죠? 혹시 몰라서요. 하연 언니가 그렇게 말….”

이세연은 불꽃 튀기는 눈빛으로 하연을 노려보았다.

-넌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그래!

하연은 보라를 노려보았다.

-넌 왜 그걸 말하고 그래!

“그러면 판온 하자고 해도 괜찮죠?”

“아니 판온은 별로 안 좋은 생각 같… 아니다, 마음대로 해.”

이세연은 포기했다. 여기서 괜히 말해봤자 보라가 괜한 오해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보아하니 하연이가 쓸데없는 소리 한 거 같고….’

보라가 ‘헉! 이세연 언니가 자기 남자 친구 주기 싫어서 저런 소리 하나 봐! 역시 전에 나온 기사들이 사실이었어!’라는 오해를 하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 * *

-태현 씨. 저번 방송 정말 재밌었어. 언제 한 번 판온 같이….

“삭제.”

-김태현. 다음에는 지지 않….

“이건 뭐 하는 놈이지? 설마 쑤닝인가? 아니, 이름은 한국인인데. 일단 얘도 삭제.”

-태현 씨. 저번에 같이 출연한 보라인데 저도 판온 시작했어요. 같ㅇ….

“삭제.”

태현의 핸드폰에는 아예 ‘판온 같이 하자고 하는 인간들’이라는 스팸 항목이 따로 있었다.

연락이 오면 못 들은 척하는 카테고리!

어쨌든 태현이 가고 나서 방송은 무난히 진행된 모양이었다.

사실 태현이 없어졌는데 무난하게 진행이 안 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 그리고 얘네들도 그래야지!’

이다비를 시켜서 케인 같이 놀려는 놈들을 잡게 하긴 했지만, 사실 태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태현이 며칠 없다고 설마 큰 문제가 생길 리 있겠는가.

여기 있는 놈들이 전부 바보도 아니고.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

숙소 문을 열며 태현은 안의 소리를 들어보았다. 조용한 거 보니 다들 캡슐에서 판온을 하는 모양이었다.

‘좋아, 좋아.’

태현은 안심하는 미소를 지으며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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