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633화
“다음 문제….”
문제가 나오는 순간 김춘식과 최창성이 일어났다. 그리고 태현의 앞으로 재빨리 움직였다.
“!”
그걸 깨달은 태현은 기민하게 대응했다. 둘이 오기도 전에 앞으로 뛰쳐나간 것이다.
“으악! 놓쳤어!”
“뭐해, 그것도 못 막고!”
둘의 방해를 가뿐하게 제친 다음, 태현은 PD에게 물었다.
“저런 식으로 방해해도 됩니까?”
“네. 됩니다!”
“오호라….”
사실 이런 식으로 방해하는 건, 태현이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도 시작할 때부터!
그렇지만 이제까지 방해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
대부분의 문제가 태현이 답을 알고 다른 사람들이 답을 모르는 문제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굳이 방해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지만 아직 문제는 많이 남았으니까….’
해도 되나 고민하고 있는데 PD가 저렇게 판을 깔아주니 고마울 뿐!
그리고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다음 문제!”
-파이브 걸즈에서 가장 어린 멤버의 이름은?
‘거저 주는 문제다!’
‘저건 맞춰야 해!’
‘이번에는 꼭!’
연예계 문제!
태현을 제외하고 전원이 정답을 아는 눈치였다. 태현은 재빨리 일어서서 달려 나갔다.
“으아아! 태현 씨 막아! 안 그러면 또 뺏… 어?”
태현은 정답을 맞히러 가지 않았다. 그냥 앞에서 버티고 섰다.
“뭐… 뭐지?”
“달려! 일단 맞히고 보자!”
태현이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MC는 일단 달렸다. 그래야 맞힐 것 아닌가.
그 순간….
탓!
태현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MC는 갑자기 사라졌다가 덤벼드는 태현의 움직임에 기겁했다.
“!!”
MC의 허리춤을 잡아챈 다음 부드럽게 잡아서 한 번에 모래사장 위로 던져 버리는 태현!
미리 사전에 합을 맞춘 것 같은 모습이었다.
콰당탕-
아프지는 않았지만 MC는 기가 막혔다. 키는 작지만 나름 단단하게 다져진 몸인데 무슨 어린애처럼 한 번에 날아간 것이다.
태현의 실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뚝-
그제야 남은 사람들은 태현이 무슨 속셈인지 깨달았다.
“길, 길 막은 거야? 혼자서?”
“네. 거기 그….”
태현은 보라와 하연에게 고개를 돌렸다가 멈칫했다. 이세연은 설마 싶었다.
그새 까먹었냐?!
“…빨리 맞히러 가!”
“네, 넷!”
보라는 화들짝 놀라서 달려 나갔다. 그녀에게까지는 기회가 안 올 줄 알았는데!
“그냥 두고 볼 것 같습니까! 가자! 달려!”
김춘식이 재빨리 옆으로 뛰쳐나갔다. 먼저 달려 나갈 속셈이었다.
그리고 최창성도 움직였다.
안 그래도 태현을 견제하고 있었는데 혼자 저렇게 주목이란 주목은 다 받아가니, 속이 안 탈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MC 팀의 신연주까지. 총 셋이 달려 나가는 상황!
그러나 태현은 눈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탓!
먼저 김춘식에게 달려갔다. 김춘식은 긴장한 얼굴로 태현을 피해 움직이려고 했다.
갑자기 체육관에서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태현 씨는 얼마나 잘합니까? 한 번 스파링하면서 배워도 됩니까?
-춘식아.
-네?
-요즘 힘든 거라도 있니? 왜 죽으려고 하는 거야?
-…??
‘아차! 딴생각을!’
달려오던 태현의 몸이 사라졌다. 확 아래로 숙인 탓에 그렇게 보인 것이었다.
턱-
김춘식의 허리가 잡히고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깔끔한 태클이었다.
“큭!”
태현은 넘어진 김춘식에게는 눈도 주지 않고 최창성에게 달려들었다. 최창성은 무시하고 앞으로 달려갔다.
굳이 싸우지 않더라도 속도만 안 줄이면, 김춘식과 노느라 낭비한 태현이 따라붙을 수는….
“?”
최창성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PD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드는 걸 보았다.
왜 저러지?
탁-
“???”
그리고 허리에서 느껴지는 믿을 수 없는 감촉!
“미, 미ㅊ….”
쾅!
김춘식을 던져 버리고 따라붙어서 최창성까지 던져 버린 태현!
김 PD는 그걸 보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야 했다.
기대했던 것과는 한참 다르지만, 이건 이거대로 대박이었다.
‘역시 섭외한 보람이 있어!’
벌써 시작부터 이렇게 분량이 나오지 않는가.
“힉!”
뒤늦게 따라오던 신연주는 태현과 눈이 마주치고 멈칫했다. 설마 나까지 던지나?
타타탓-
태현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신연주는 비명을 지르며 돌아섰다.
“꺄아악!”
‘그냥 걸어간 건데….’
* * *
퀴즈가 끝나자, 태현 팀이 압도적인 차이로 이겼다.
팀 전원이 모르는 연예계 문제를 제외하고는 전부 맞힌 것!
“끙… 아이고….”
MC는 끙끙대며 태현을 쳐다보았다. 설마 초대 받은 출연자들한테 이렇게 호되게 당할 줄은 몰랐다.
“그래가지고 되겠어요?”
“시끄러, 김 PD. 왜 문제는 이상한 걸 내 가지고.”
“그건 맞히는 게 이상한 건데… 어쨌든 여러분, 퀴즈는 끝났으니 다음 미션 때까지 자유롭게 쉬셔도 됩니다!”
“쉬기는 개뿔!”
MC는 투덜거렸다. 맨 처음에는 김 PD의 저 말에 속았었다.
정말 자유롭게 섬을 구경하고 놀았다가는….
나중에 저녁이 왔을 때 부족한 시간에 허덕이게 되어 있었다.
지금부터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도 몇 개 건지기는 제대로 건졌네.’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MC 팀은 나름 알짜배기로 골랐다.
“먹을 거 꽤 많이 골랐고… 아니, 저쪽 팀은 무슨 생각으로 이걸 안 고른 거래?”
태현 팀은 양념이나 그런 건 골랐어도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은 고르지 않은 것이다.
“잡을 생각 같던데요?”
“여기서 잡는다고? 하이고… 그게 쉬운 게 아닌데.”
MC는 그렇게 말하다가 멈칫했다. 아까 태현의 능력을 보니, 왠지 모르게 ‘설마 잡는 거 아냐?’ 싶었던 것이다.
“일단 동굴 같은 곳 좀 찾아봐. 밤 지내야 하니까.”
* * *
“너무… 무모한 거 아니야?”
“왜? 이 정도면 충분할 텐데.”
“동굴 같은 거 찾는 게 낫지 않나?”
“여기 지형 보니까 동굴 없을 것 같던데. 아까 저기 PD 얼굴 보니까 사악하게 웃더라.”
“!”
일단 누울 곳부터 찾으려는 MC 팀과 달리, 태현은 꽤 제대로 된 숙소를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땅 파고 비닐 깔고 나무 잘라 와서 벽과 지붕에 박고 다시 비닐을 덮어서 만들려는 계획!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 내에 안 될 것 같은데….’
이세연은 입맛을 다셨다.
갈라지기 전에 MC 팀이 그들을 비웃었던 게 생각난 것이다.
-공구 세트라니, 그거 가지고 제대로 된 거 만들 수 있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어.
-괜히 쓸데없는 거 고르지 말고 이런 걸 골랐어야지. 안 그래, 이세연 씨? 말리지 그랬어.
-하하하….
이세연은 웃어넘겼지만,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김태현은 까도 내가 까지, 왜 니들이 까냐!
이세연의 자존심은 태현 못지않았다. 어떻게든 한 방 먹여줘서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끙… 그렇지만….’
이세연은 말을 할까 망설였지만 태현이 워낙 자신만만해서 뭐라고 조언하기도 좀 그랬다.
‘믿을 수밖에 없나?’
“난 뭘 하면 될까?”
“낚시 할 줄 알지? 저기서 낚시나 좀 해줘.”
“알겠어.”
이세연이 가자 보라가 다가왔다.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어… 뭘 할 줄 알지?”
이세연과 달리 보라가 뭘 할 줄 아는지 태현은 전혀 몰랐다.
“시키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러면 여기 한번 파볼래?”
푹푹!
“보, 보라야! 내 발이잖아!”
삽에 발을 찍힐 뻔한 하연이 기겁해서 소리쳤다. 그걸 본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너는 케인 같은 타입이구나.”
“케인이라면… 아, 그 같이 뛰시는 선수분! 언니, 저 칭찬 받은 건가요?”
“어… 뭔가 아닌 것 같은데…?”
하연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봐도 칭찬이 나올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너희 둘에게 아주 중요한 걸 부탁할게.”
“뭔데?”
“뭔가요?”
“저기 가서 이세연이랑 놀아. 나 방해하지 말고.”
“…….”
* * *
‘스킬 레벨은 자연스럽게 올려야 하는 거 아닌가? 억지로 해봤자… 꿍얼꿍얼….’
케인은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휘둘렀다.
검술 스킬은 올리기 힘든 스킬에 속했다. 그나마 강한 적과 싸울 때는 잘 오르는 편이었지만….
케인뿐만 아니라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런 식으로 연습해서 스킬 레벨을 올리는 게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효율이 좋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단호했다.
-몬스터 잡을 때도 올리고 안 잡을 때도 연습해서 올리면 되잖아. 티끌 모아 태산이다.
‘스킬 레벨 안 오르면 구박하겠지? 음….’
케인은 좋은 꾀를 생각해냈다.
나중에 태현이 뭐라고 해도 변명할 수 있도록 영지의 퀘스트를 깨는 것이다.
-영지 잘 굴러가도록 관리했어! 잘했지?!
‘아주 좋은 생각이야. 크하하.’
케인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아키서스 교단 사제들에게 퀘스트를 받기 시작했다.
대부분 귀찮은 퀘스트였지만 케인은 싹 다 받았다.
[밭에 나타난 몬스터를…]
[아키서스를 믿는다고 해놓고 도망친…]
[아키서스께 바칠…]
-수락, 수락, 수락!
‘의외로 안 깬 잡퀘들이 많네?’
케인은 의아해했다. 영지에는 레벨 낮은 플레이어들도 많았던 것이다.
그런 플레이어들에게 이런 퀘스트들은 요긴한….
“인생… 인생 한 방….”
“따서 갚으면 되잖아! 따서!!”
“…음. 알겠다.”
케인은 고개를 돌리고 지나갔다. 영지에 워낙 일발역전 수단이 많다 보니, 레벨 낮은 플레이어들도 한 방에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퀘스트들만 찾아 헤매고 있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를…]
케인 정도 수준에서 이런 잡퀘는 쉬운 편이었다. 게다가 영지에서 케인의 얼굴은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앗! 케인 님! 안녕하세요!”
“헉! 케인 님, 혹시 저희가 도와드릴 거 없을까요?”
케인의 입가가 헤벌쭉 올라갔다. 저렇게 존경을 보여주는 플레이어들이라니!
“케인 님. 이번 대회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하하, 다 별거 아닌….”
이제까지 쌓은 것도 모르고 또 입을 놀리는 케인이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아키서스가 당신의 노력에 감동합니다.]
“응?”
동시에 귀에서 들려오는 천둥 같은 목소리!
-훌륭하다. 나의 노예여. 아무도 하지 않는 일들을 세심하게 처리하는 너의 헌신, 과연 노예답다.
“…….”
칭찬 같긴 한데 들으면 기분이 묘해지는 칭찬!
케인은 화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NPC한테 화내봤자 뭐하겠는가!
‘나는 화가 나지 않는다, 나는 화가 나지 않는다….’
-내 너의 그런 성의에 감동해 하나의 임무를 주려고 하니, 너 노예는 이를 받들라.
‘아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사디크 성기사단장을 추적하라-사디크 교단 흡수 퀘스트>
사디크 교단은 멸망하고 남은 인원들은 아키서스 교단으로 흡수되었다.
대륙의 고지식한 다른 교단이 들었다면 반대했겠지만 아키서스 교단은 유연하고 합리적인 교단!
그렇지만 사디크 교단의 성기사단장은 혼자 도망쳐 세력을 부활시킬 날을 꿈꾸고 있다.
아키서스가 권능으로 길을 밝혀줄 테니, 사디크 성기사단장이 무슨 일을 꾸미기 전에 그를 추적해서 잡아라!
그리고 아키서스의 화신에게 권능을 바쳐라!
보상: ?, ????, ?????, ???
‘오… 이거 좋은 거 아닌가?’
케인도 눈치가 있었다. 원래라면 받을 수 없는 퀘스트를, 케인이 땡땡이… 아니, 잡퀘를 깨서 받게 된 것이다.
‘이거 말해주면 최소한 구박은 안 들을 것 같다!’
케인은 그렇게 확신했다.
‘아니, 아니… 내가 성기사단장을 잡아버려? 김태현 오기 전에 붙잡아서 보고하면….’
-김태현! 봐라! 너 없는 사이 내가 사디크 성기사단장을 추적해서 붙잡았어!
-뭐라고?! 케인, 너한테 그런 재주가 있었다니…! 내 눈이 삐었던 게 분명해! 너 같은 녀석을 못 알아보다니! 앞으로 널 절대 구박하지 않으마!
‘완벽해!’
케인은 벌떡 일어섰다.
아키서스가 길을 밝혀준다는 게 허언이 아니었다. 앞으로 흰색 빛으로 가리킨 길이 쭉 나 있었던 것이다.
길만 따라가면 되는 쉬운 퀘스트!
“애들아! 내 말 좀 들어봐!”
“뭔데?”
태현 일행은 케인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음….’ 하는 눈빛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태현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괜히 먼저 갔다가 쳐맞… 아니, 꼬일 수도 있잖아.”
“저번에도 잡히셨잖습니까.”
정수혁의 마지막 말이 케인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그, 그건 정말 어쩔 수 없이 꼬였던 거였다고! 그리고 꼭 싸우자는 게 아니라, 가서 확인만 해놓으면 김태현이 돌아오더라도 처리하기 쉬워지잖아!”
“그건 그렇긴 해.”
꼭 싸우지 않더라도 가서 맵 확인하고 주변 상황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상윤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불안하단 말이야….’
‘불안한데요….’
‘불안합니다….’
“왜 그렇게 쳐다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