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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32화 (632/1,826)

§ 나는 될놈이다 632화

“자, 모두 준비되셨죠?”

준비가 끝나자 출연자들은 긴장한 얼굴로 PD를 주목했다.

퀴즈가 나오는 순간 모래사장을 달려서 PD 앞까지 가야 한다!

남보다 늦게 반응하면 문제의 답을 알아도 못 맞히는 일이 생길 수 있었다.

‘어라?’

태현은 앞에 깔린 모래사장을 쳐다보았다. 꽤나 두껍게 깔린 게 좀 넘어져도 다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으음?’

‘…뭔가 불길한데….’

태현의 눈빛이 사악하게 반짝이는 것을 보고, 이세연은 불안해했다.

판온에서도 저런 눈빛을 보여준 다음에는 뭔가 일어났던 것이다.

* * *

“와하하하! 김태현 없다! 김태현 없다!”

호랑이 없는 곳에는 토끼가 신나는 법.

케인은 양팔을 들어 환호하며 숙소 안을 돌아다녔다.

“이히힛! 히힉!”

‘미친놈인가?’

‘119 부를까요?’

‘아냐. 원래 저랬으니까 이상할 건 없지.’

정수혁과 최상윤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인은 신이 나서 날뛰었다.

“오늘은 게임 안 해야지! 날 위해 쓸 거야!”

탁탁탁-

“?”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케인은 고개를 돌렸다. 이다비가 와 있었다.

“왜… 왜?!”

찔리는 게 있는 케인은 주눅부터 들었다. 이다비는 태현의 눈이나 다름없었다.

‘설마 이르는 건 아니겠지?’

“아. 아.”

그러거나 말거나 이다비는 종이 한 장을 꺼내서 헛기침 후 읽기 시작했다.

“케인아.”

“!”

“내가 없다고 네가 놀고 있을 게 뻔히 보이는구나. 나는 팀 KL 홍보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는데….”

“…….”

분명 이다비가 말하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태현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케인이었다.

“생각하니 빡치네. 난 이세연하고 나오는 것도 참고 하고 있는데 넌 노냐?”

“진, 진짜 그렇게 쓰여 있어?”

“네. 보여드려요?”

“아냐… 됐어.”

“다시 읽을게요. 넌 노냐? 돌아왔을 때 네 캐릭터 스킬 확인해서 달라진 거 없으면 내가 아는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넌 <생생! 삶의 현장>에 출연 부탁할 거다.”

“안, 안 돼!”

케인은 비명을 질렀다. <생생! 삶의 현장>은 정말 힘든 곳에 출연자들이 가서 같이 일하는 프로그램!

“지금쯤이면 네가 안 된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겠지.”

‘귀, 귀신?’

‘그냥 케인이 단순한 것 같은데….’

“알겠으니까 빨리 접속해서 게임해라. 쓸데없이 놀지 말고. 놀고 싶을 때는 이 편지를 떠올려라. 참고하라고.”

“뭘 참고하라는 거야?”

케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편지에 딸린 게 있나 찾아보았다. 무슨 참고할 만한 게 있나?

“아. 그냥 참고 하라고요.”

“…그래….”

이걸로 태현의 편지는 끝났다. 케인은 축 늘어져서 캡슐로 향했다. 그 뒷모습이 왠지 짠해 보였다.

“에이, 기운 내. 오늘은 네가 하고 싶은 거 하자.”

“맞, 맞습니다.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최상윤과 정수혁이 달래자, 케인의 얼굴이 조금 풀렸다.

“그런데 이세연 씨와 나가는 게 그렇게 싫은 건가요?”

“태현이야 워낙 이세연하고 얽힌 게 많으니까….”

이다비의 얼굴이 살짝 밝아졌다. 그렇지만 최상윤은 눈치 없이 계속 말했다.

“그렇지만 원래 싸우다 보면 정드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다비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런데 걔네들 보면 정들기 전에 서로 찌를 거 같단 말이지.”

“…….”

“왜, 왜 그렇게 노려봐? 앗. 둘만 나가는 게 아니라 파이브 걸즈도 출연하네.”

최상윤은 이다비의 시선을 피해 기사를 훑어보다가 별생각 없이 중얼거렸다.

그 소리에 케인이 반응했다.

“뭐? 파이브 걸즈 누구?!”

“하연이랑 보라네.”

“오… 오오….”

“얘 왜 이래? 팬인가?”

최상윤은 이해가 가지 않아 물었다.

“케인 씨는 파이브 걸즈의 하연 씨와 아는 사이입니다.”

“뭐? 진짜?”

최상윤은 못 믿겠다는 눈빛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 케인은 울컥했다.

“왜!”

“아, 아니. 그냥… 혹시 너 혼자 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지? 아이돌 팬들 보면 가끔 그런 사람이….”

“…….”

“그런 착각 아닙니다.”

보다 못한 정수혁이 다시 설명해 줬다. 설명을 듣고 나서야 최상윤은 납득할 수 있었다.

“그랬군. 그런… 자식. 뭐야. 그렇게 잘 되어가고 있었으면 나한테도 말해주지 그랬어!”

“최근에는… 연락을 별로 못해서….”

순식간에 최상윤의 얼굴이 안쓰럽다는 얼굴로 변했다.

툭툭-

“괜찮아.”

“뭐가 괜찮아?”

“걔 말고도 좋은 사람이 있을….”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케인은 분노해서 최상윤의 손을 쳐냈다. 이런 동정은 필요 없어!

“케인. 널 위해서 하는 소리인데… 저쪽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너는 사귀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귀고 있지도 않거든 이 자식아!”

“연락한 지 얼마나 됐는데?”

“…….”

“에이. 알겠어. 네 말도 일리가 있긴 하니까 연락해서 물어보기나 해.”

최상윤은 이미 케인이 차였다고 생각했지만, 일말의 가능성을 위해 말했다.

“뭐… 뭘?”

“요즘 뭐하냐, 이런 식으로 꺼내야지. 너는 연락도 안 해봤냐?”

‘이 자식 진짜 아는 사이 맞아?’

“그게… 내가 먼저 연락한 적은 없고 매번 저쪽에서 연락했거든….”

“…….”

“…….”

“…….”

심지어 정수혁까지 ‘저건 좀 아니다’라는 눈빛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왜… 왜?”

“아, 아니. 저쪽은 바쁜데 내가 연락하면 방해가 될까 봐….”

“그게 뭔 쓸데없는 배려야! 그래서 차인 거 맞구만!”

최상윤은 답답한 마음에 케인을 붙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궁지에 몰린 케인은 이다비를 쳐다보며 물었다.

최상윤과 정수혁은 그렇더라도 이다비는 생각이 다를지도 모른다!

“내,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 아니지 않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다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 * *

“문제 나갑니다!”

PD의 말과 함께 문제가 적혀 있는 팻말이 올라왔다.

출연진들은 긴장한 눈빛으로 앞을 노려보았다.

‘계산 문제? 복잡한 곱셈이면 힘든데….’

‘수도 문제면 좋겠다.’

‘난센스나 연예였으면….’

‘흠. 저쪽을 이용해서 한 명을 눕히고 바로 옆의 사람을 눕히면, 스타트가 늦은 둘 정도는 따라붙어서 다시 눕힐 수 있겠군.’

[두 방정식 P(x)=0, Q(x)=0의 서로 다른 실근의 개수는 7개, 9개이고 집합 A는…

……

원소의 개수를 n(B)라고 하면 이것은 P(x), Q(x)에 따라 변한다. n(B)의 최댓값을 구하라.]

“…….”

“???”

웬 처음 보는 문제가 나오자 출연진들은 당황했다.

“이, 이게 뭐야?”

“저거 뭔 문제야? 언어?”

“수학 문제 같은데… 집합, 무한 나오잖아.”

MC가 손을 들고 항의했다.

“아니! 김 PD! 이걸 어떻게 맞추라고!”

“아 참. 전원 다 못 맞추면 물건 하나 압수입니다.”

“……!!”

그제야 출연진들은 깨달았다.

아무도 못 맞출 문제 몇 개 던져서 물건 몇 개를 없애고 시작하려는 속셈이구나!

‘어쩐지 물건이 좋더라!’

‘먹을 건 저렇게 많이 안 줘서 새로 온 사람들 배려해 주나 했는데, 김 PD 진짜 치사하다…!’

아무리 투덜거리고 불평해도 PD는 흔들리지 않았다.

철저한 직업의식을 갖고 있는 프로가 바로 그였다.

-출연진들을 최대한 힘들게 굴려야 재미가 있다!

“힌트 하나 드립니다.”

“!”

“0부터 99까지, 사이에 있습니다.”

“…….”

타타탁-

그 순간 태현이 달려 나갔다. 그걸 본 사람들은 당황했다.

“뭐야? 풀었어?”

“찍으려고?! 아니, 찍는 건 좀….”

“아냐! 찍는 게 더 나을 수 있어!”

MC는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찍는 건 나중에 할수록 확률이 올라가니까 가장 나중에….”

그러는 사이 태현은 정답을 말했다.

“15.”

“정… 정답입니다!”

“?!?!?!”

“뭐여?!?”

PD도, 출연진도, 다른 사람들도 놀랐다. 뒤에서 풀고 있던 이세연은 놀라서 물었다.

“찍은 거야?”

“아니. 풀었는데. 보아하니 넌 아직 못 풀었군.”

태현은 말과 함께 아주 미묘한 도발의 눈빛을 보냈다.

둘만 알아챌 수 있는 도발의 메세지!

그 뜻을 알아차린 이세연이 분노했다.

“나, 나는 어차피 못 풀어서 설렁설렁 푼 건데….”

“패배자의 변명이 추하다.”

“#@&^*!”

카메라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속삭이는 이세연의 저주를 무시하고, 태현은 당당하게 돌아왔다.

“어… 어떻게 맞히신 겁니까?”

“풀어서요.”

“!”

김 PD는 기겁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그가 낸 문제는 정답률이 1% 미만인 걸로 알려진 어려운 수학 문제였다.

‘수학은 내지 말아야겠다.’

김 PD는 급하게 신호를 보냈다.

-수학 문제는 일단 내지 말아봐!

물건 몇 개 없애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불길하게 꼬이고 들어가는 예감!

“으하하! 김 PD 당황한 거 봐. 이럴 줄은 몰랐지?”

MC는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김 PD가 당황한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당… 당황 안 했습니다.”

“에이, 말 더듬는데.”

“김태현 씨! 물건 골라주세요!”

“흠….”

태현은 물건을 훑어보더니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웃음과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낙장불입! 낙장불입! 다시 고르면 안 돼!”

“?”

태현이 고른 건 공구 세트였다.

“다시 고를 생각 없는데요?”

“으하하! 그래! 젊어서 좋다!”

MC는 부추기듯이 좋아했고, 김 PD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뭐 문제 있습니까? 이것저것 많이 들어 있어서 골랐는데요?”

김춘식이 안쓰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새로 나오신 분들은 꼭 공구 세트 같은 거 고르시던데, 이게 대표적인 함정이거든요.”

“왜요?”

“그야 이걸로 뭘 하려면 시간이랑 힘이 너무 드니까요. 초보자가 바로 붙잡아서 뭘 할 만한 물건이 아니에요. 예전에 나온 분 중 한 분은 나무 잘라서 벽 세우려다가 시간 다 가고 밤 와서 그냥 맨땅에서 자야 했어요.”

“흠. 뭐 전 다르니까 괜찮습니다.”

“……?”

김춘식은 순간 당황했다. 태현이 말하니까 정말 그럴듯하게 들렸던 것이다.

‘아,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그러면 다음 문제 가겠습니다!”

PD는 다음 문제를 꺼냈다.

이번에는 기필코 전원 틀리게 만들어서 물건을 없애고 시작하리라!

-오세아니아에 위치한 국가로, 넓이는 21….

-나우루.

-뇌의 시상하부 중추에 존재하는….

-세로토닌.

김 PD의 얼굴에 좌절이 어렸다. 이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다른 출연진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MC 팀은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이세연 씨 말고 태현 씨를 뺏어야 했어!”

“이러다 다 뺏기는 건 아니겠지?”

“김 PD! 문제 난이도 좀 낮춰줘!”

김 PD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물건 좀 뺏어서 출연자들 괴롭혀보겠다고 난이도 올렸다가 태현만 독식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난이도 낮추면 좀 괜찮겠지!

그러나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2+2×2는….

타타타타탓!

“?!?!”

그제야 사람들은 깨달았다.

이제까지 태현이 어려운 문제를 맞히는 것에만 주목해서 몰랐는데, 태현은….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프로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체육관에서 운동 좀 한 김춘식과, 김춘식보다 더 운동 잘한다고 뻐기는 최창성이 승부가 안 될 정도!

쉬운 문제도 태현이 맞춰서 물건을 또 하나 챙겨가자, 출연진들 사이에는 위기감이 돌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태현이 다 가져갈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방송에서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지만, 태현의 기세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게 만들었다.

-어떻게든 견제해야 해!

-춘식이랑 창성이가 막아봐!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누가 더 유리한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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