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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29화 (629/1,826)

§ 나는 될놈이다 629화

빠직!

태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모습에 최상윤은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젠장! 다 됐나 싶었는데!’

“무슨 문잔데?”

“이세연이 날 비웃네.”

“…….”

“…….”

모두가 조용해졌다.

‘와, 그렇게까지 하냐?’

‘같은 팀이었는데 사이가 왜 저렇게 나쁜 거야?’

이세연 팀원들도, 태현 팀원들도 생각하는 게 비슷했다.

-왜 저렇게까지 하지?

평소에는 냉정한데 서로 얽히면 유치해지는 둘!

하지만 태현은 오히려 머리가 차가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태현은 핸드폰을 옆으로 집어 던지고 일어났다.

“오히려 덕분에 괜찮아졌어. 그래. 이세연이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군… 더 넘어갈 수는 없지.”

여기서 화를 내는 건 이세연에게 말리는 일이었다.

절대 그럴 수는 없다!

“맞… 맞아! 그런 유치한 수작에 넘어가면 안 돼!”

“맞아, 맞아!”

“맞아요! 아예 차단을 해버려요!”

“일 때문에 그럴 수는 없고. 그래. 본선 때 두고 보자….”

그 말에 케인이 중얼거렸다.

“1위랑 2위 팀이라 정반대 블록인데….”

“쉿. 닥쳐. 좀.”

예선 1위 팀은 예선 꼴찌 팀과.

예선 2위 팀은 꼴찌에서 두 번째 팀과.

이런 식으로 본선 대진표가 결정되어 있었고, 1위 팀과 2위 팀은 저 멀리 반대 블록에 놓여 있었다.

만약 만나게 되려면 결승전까지 가야 하는 상황!

물론 지금 그걸 지적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됐다. 회식이나 하러 가자.”

“!”

“왜 놀라? 네가 본선 진출하면 회식하자며.”

태현의 말에 케인의 얼굴이 환해졌다.

“고기 먹자!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그거 우리 아버지나 하는 낡은 개그니까 하지 마라.”

“…….”

케인은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숙였다.

“다른 사람은?”

“나는 아무거나 다 괜찮아.”

“상윤이는 패스고. 수혁이는?”

“저는 단 게 먹고 싶습니다!”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얼굴로 디저트 먹자고 하니 살짝 당황스러웠다.

“저도 아무거나 괜찮아요.”

“왜 다 아무거나 괜찮대? 그러면 뷔페나 가자.”

* * *

“뷔… 뷔페면 그, 세상에 있는 모든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그런 곳이죠?”

“…그,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이다비의 질문에 태현은 당황했다. 그건 대체 뭐 하는 곳이야?

“이다비. 촌스럽게 굴지 마. 뷔페 정도는….”

“케인. 거기 엘리베이터 타는 거 아니야.”

“아, 아니야?”

케인은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가 안에 층 버튼이 없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나왔다.

밖에서 누르고 들어가는 식의 엘리베이터!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고 들어가자 케인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니… 여기 엘리베이터가 있으니까… 이거 타면 되는 줄 알았지….”

“알겠으니까 변명하지 마….”

최상윤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변명하면 변명할수록 더 안쓰러워 보였다.

“여기는 호텔이잖아요?”

“호텔 뷔페가 맛있으니까.”

“그, 그렇지만 호텔이잖아요? 이런 옷차림으로 와도 되는….”

“아무도 신경 안 쓰니까 괜찮아.”

이다비는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청바지에 티셔츠, 점퍼 차림으로 온 게 신경이 쓰였다.

사실 이다비는 이제 가난하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거의 밑 빠진 독 수준으로 매번 번 만큼 빚으로 쭉쭉 빠져나갔지만, 이제는 빚쟁이들이 모조리 사라진 만큼 버는 족족 쌓였다.

그리고 이다비가 적게 버는 편도 아니었다.

파워 워리어 방송 수입과, 각종 아이템 판매 수입. 이런 걸 합하면 월에 천은 기본으로 넘겼다.

집세라도 내려고 했지만 태현은 정색하며 받지 않으려고 했고….

그래서 일단 이다비는 쌓아놓기만 하고 있었다.

하도 절약하는 습관이 들다 보니 뭘 쓰려고 해도 쓸 수가 없는 것!

이다비가 계속 신경쓰는 것 같자 태현은 케인을 가리켰다.

“쟤 봐. 너보다 훨씬 더 대충 입었어.”

“그러네요!”

불안해하던 이다비도 안심하게 만드는 케인의 모습!

자기보다 더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람은 오히려 안심이 되는 법이었다.

“안녕하세요!”

“?!”

멀리서 이다솔, 이다샘 두 동생이 나타나자 이다비는 깜짝 놀랐다. 쟤네가 왜 여기에 있지?!

“내가 불렀는데?”

“네?! 왜요?!”

“왜냐니… 우리끼리만 맛있는 거 먹으면 좀 그렇잖아.”

태현은 당연한 걸 왜 묻냐는 얼굴로 물었다. 이다비는 동생들을 노려보았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야지!’

두 동생은 슬슬 시선을 피해 태현의 뒤로 숨었다. 태현은 그걸 알아차리고 말했다.

“너무 그러지 마. 내가 사주고 싶어서 불러낸 거니까. 잘 지내고 있지?”

“네!”

“너희 언니한테만 일 시키는 건 아니고?”

“집안일은 저희가 해요.”

“특히 요리는… 앗.”

동생들의 말에 이다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걸 깨달은 동생들이 말을 멈췄다.

“아, 아니 언니가 요리를 못하는 게 아니라요. 하면 잘 하는데 안 하는 거라….”

“맞아요!”

“그만해….”

이다비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말했다.

* * *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케인은 신이 나서 이것저것 다 쌓아 올리면서 갖고 오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태현은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요즘 다 이상한 것만 먹은 기분이야.’

‘먹으려고 판온을 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판온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았다.

그렇지만 태현은 요즘 일부러 먹으려고 해도 먹기 힘든 괴식 요리만 먹은 기분이었다.

‘역시 스타우 때문이야. 그놈 빨리 보내버려야지.’

잡으라는 영지 내 사치스러운 요리는 안 잡고 괴식 요리나 유행시키는 놈!

-손님. 죄송합니다. 여기 있는 건 장식품이라 먹을 수 없어요.

-그… 그래요? 죄, 죄송합니다.

멀리서 케인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태현은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던전 공략 대회야 시간을 꽤 적게 잡아먹는 대회였다.

다른 퀘스트들을 진행하면서 할 수 있는 대회!

‘음… 아키서스의 권능 스킬을 더 찾아볼까, 아니면 다른 기본 스킬들을 좀 더 강화시켜볼까….’

가장 먼저 고급 검술을 최고급 검술로 만들고 싶었다.

현재 태현의 주 무기 중 하나인 검!

그 검술 스킬을 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끙. 역시 관련 스킬이 없으니까 검술 스킬 성장이 더딘 느낌이야… 어쩔 수 없지만.’

여기서 더 많은 걸 바라면 솔직히 도둑놈 심보였다.

‘마법 스킬도 올려야 하는데. <언령> 스킬 덕분에 이것저것 잡다한 마법을 익힐 필요는 없지만, MP 소모량이 너무 심해.’

<언령> 스킬은 어지간한 마법은 다 커버가 되는, 무시무시한 범용성을 자랑하는 사기 스킬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만큼 MP 소모가 격렬했다.

‘MP 회복 옵션이 달린 아이템을 찾고, MP 회복 관련 스킬을 얻어야 해. 다시 마탑으로 가야 하나?’

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해야 하는 건 많은 상황.

가장 필요한 걸 정해야 했다.

아키서스의 권능 스킬을 찾을 것이냐, 검술 스킬을 더 빠르게 강화시킬 방법을 찾을 것이냐, 마법 스킬을 보완할 방법을 찾을 것이냐….

웅웅-

핸드폰이 울렸다. 태현은 눈쌀을 찌푸렸다.

설마 이세연이 또 조롱하는 전화를 거는 건 아니겠지?

그러나 전화를 건 것은 이세연이 아니었다. SI 엔터의 김 매니저였다.

-태현 씨! 안녕하십니까!

-아. 네.

사실 별로 안녕하지 못했지만 일단은 안녕하다고 대답했다.

-다름이 아니라 3월에 다시 대학교에 다닌다고 들었는데, 그게 맞나요?

-맞습니다만?

-그러면 곧 바빠지겠군요!

-아뇨,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어차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갈 거니까.

태현은 이미 최대한 날로 먹을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다.

-아닙니다. 사람 일이란 게 아무리 그래도 바빠지게 마련!

-네… 뭐… 바빠진다 치고요?

-그전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을 방송을 미리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뭔데요?

-아주 시청률도 좋고, 태현 씨도 아는 사람도 나오는 방송이니 걱정은…

-매니저님. 저를 호구로 보는 건 아니죠?

-…<생존의 법칙>입니다!

-…….

생존의 법칙.

심플하고 간단한 콘셉트의 방송이었다.

출연자들을 무인도에 데려다 놓고 1박 2일!

물론 태현이 그걸 좋아할 리 없었다.

-전 판온에서 이미 충분히 생존의 법칙을 찍고 있습니다만.

-끊, 끊지 마세요!

* * *

“아무래도 자네가 나서야겠어.”

“예? 제가 말입니까?”

“그래. 자네라면 김태현을 설득할 수 있을 거야. 원래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지 않나?”

이동팔 대표는 그렇게 말하며 김 매니저의 어깨를 두드렸다.

“김태현 씨는 웃는 낯에 충분히 침 뱉을 수 있는 사람 같….”

“자네도 승진할 때가 됐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렇지만 대표님이 말씀하시는 게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내가 먼저 말을 해서 괜히 욕을 먹을 필요가 있나.”

“네?”

“아무것도 아니야.”

일이 이렇게 된 건 <혼자 사는 인간들>의 PD 때문이었다.

태현이 나오고 팀 KL의 숙소까지 단독 공개를 하자, <혼자 사는 인간들>의 그 편은 시청률이 하늘을 찔렀다.

내부에서 ‘잘 했어! 정말 잘 짜냈어! 그 게임밖에 모르는 인간들 정말!’이라며 회식을 몇 번이고 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그렇게 되자 그 PD와 친한, KBC 방송사의 <생존의 법칙> PD가 애가 탄 것이다.

태현의 몸을 보고 예전부터 탐내오고 있었는데 <생존의 법칙>은 안 나가고 <혼자 사는 인간들>은 나가다니!

-대표님. 저희가 싫으세요?

-…….

-저희가 싫으신 거죠!

-아,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생존의 법칙>은 안 내보내시잖아요! 저는 SI 엔터 연예인들 좋게 보는데 너무하잖아요!

‘아니, 당사자가 나가기 싫다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태현이 나가기 싫어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해도 PD는 믿지 않았다.

-시청률 1위를 찍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 나가기 싫어하는 연예인이 어디 있어요!

-…….

-이번에 판온 대회 예선 끝난 거 봤어요. 제가 김태현 씨 팬인 거 아시면서! 지금 내보내주세요! 지금이 딱이라고요!

대회 예선이 끝나고 사람들의 관심이 한참 뜨거워진 지금!

이때 태현을 내보낸다면 <혼자 사는 인간들> PD 따위는 콧대를 꺾어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생존의 법칙> PD는 훨씬 더 야망이 컸다.

-이세연 씨도요! 둘이 같이 나오면 시너지 효과가 두 배… 아니, 몇 배는 더!

-걔는 프로니까 말만 잘 통하면 출연할 겁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김태현 씨도 프로 아닌가요?

-김태현은… 음… 으음… 으으음….

이동팔은 뭐라고 말을 잇지 못하고 끙끙댔다.

이걸 연예인이라고 봐야 하나?

어쨌든 이렇게 된 이상 태현을 설득해 봐야 할 것 같았다. 보아하니 PD는 상당히 진심으로 보였던 것이다.

방송사 PD들과 사이가 나빠져서 좋을 게 없었다.

‘어렵긴 하지만 잘 말하면 설득해 주겠지.’

-조카야. 부탁이 있는데….

-삼촌. 방금 김태현 이기고 ‘ㅋㅋㅋㅋㅋ’라고 보냈어요!

-왜 그런 무의미한 짓을?!

-?!

하필이면 지금 상황에!

이세연이 말하면 ‘응~ 너 혼자 많이 나가~’라는 반응이 나올 게 뻔했고, 이동팔이 말해도 ‘사장님 조카나 많이 내보내십쇼’라는 반응이 나올 것 같았다.

특히 ‘카’에 발음을 강하게 실어서!

결국 이럴 때 나서기 좋은 사람은 김 매니저였다. 태현의 성격상 아무 잘못 없는 김 매니저한테까지 화를 내지는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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