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628화 (628/1,826)

§ 나는 될놈이다 628화

그 누군가는 물론 이세연이었다.

“됐어!”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는 이세연.

유성 게임단의 팀원들은 그걸 보고 복잡한 감정이 섞인 눈빛을 보냈다.

이런 전략을 세웠다는 것에 대한 존경과, 저런 실력을 가졌다는 것에 대한 경이로움과, 그리고….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그냥 해도 되지 않나?’

‘김태현한테 얼마나 원한이 깊으면….’

이세연의 집요함에 대해 질린 눈빛!

당연했다.

별생각 없이 대회 기록을 세우고 예선을 뚫을 생각만 했던 태현 팀과 달리, 이세연은 처음부터 태현을 저격할 생각이었다.

어디 한번 맛 좀 봐라!

사실 이 저격은 몇 가지 계산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단 유성 게임단은 부활시킨 지 얼마 안 되는 게임단.

이세연이 주장을 맡은 걸로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했다.

-유성 게임단이라면 그 전설의 시즌 전패 해체의….

-이세연이 들어갔다고? 이세연도 고통 받는 거 아냐? 완전 소녀가장….

이런 게임단의 이미지를 깨끗이 씻고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묵직한 한 방이 필요했다.

이세연은 그게 예선 대회 1위라고 생각했다.

-김태현이 1위를 할 거야.

-네? 다른 팀들도 많지 않아요?

-아무리 김태현 선수가 대단하다지만, 예선 통과면 모를까 1위를 할 거라는 건 너무 과한 예측 같은데… 게다가 지금 김태현 선수는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들하고 싸우고 있잖습니까. 연습해도 모자랄 시간에.

-아니! 김태현 선수라면 분명히 1위를 할 겁니다! 저는 이세연 주장의 판단을 믿습니다!

-…….

이세연의 판단을 믿는 건 류태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세연은 기쁘지 않았다.

‘저놈 김태현 팀으로 보내버려야….’

실력도 나쁘지 않고 인성도 나쁘지 않는데 5분 간격으로 태현 찬양을 해대니 짜증이 났다.

‘아니. 아니야. 진정하자. 이번 기회는 놓치면 안 돼.’

-내 판단을 틀리지 않아. 김태현이 1위를 할 거야. 그리고 그 성격에 만약 누군가 1위를 탈환한다면, 머리를 짜내서 1위를 다시 뺏겠지. 그럴 능력도 있고. 하지만 마지막 날에 한두 시간을 남기고 1위를 뺏는다면? 김태현 성격에 그건 눈치채지도 못할 가능성이 클걸.

말을 마친 이세연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는 마지막 날까지 던전을 연습하되 기록은 세우지 않아. 기록을 세우는 건 마지막 날이야.

-……!

-내 전략은 다음과 같아.

이세연의 던전 공략 전략을 들은 선수들은 모두 감탄했다. 확실히 이세연은 대단했다.

판온 랭커들이 모두 내심 인정하는 게 그녀!

그런 만큼 전략도 다른 팀들과 달리 독특하고 가능성 높아 보였다.

-이대로만 연습하다가 마지막 날에 기록을 세우는 거야! 알겠지!

-네!

그렇지만 선수들은 일말의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정말 이세연의 계획대로 잘 풀려갈까?

물론 계획대로 잘 안 풀려가더라도, 마지막 날에 기록을 세우면 예선 통과야 되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이세연의 과민반응 아닐까?

* * *

-현재 1위는 32분 17초! 김태현 팀 유력 추측.

-지금 다른 게임단한테 다 문의해 봤는데 다 묵묵부답이야. 김태현 팀밖에 없다니까!

-대체 32분 17초가 가능하려면 어떤 전략을 써야 하는 거지?

정말 이세연의 말대로, 며칠 되지도 않고서 태현 팀이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찍어버리자 다른 선수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

“내가 말했지?”

‘정말 대단하다!’

‘역시 아무나 주장을 하는 게 아니야!’

선수들의 마음속에는 충성심과 존경심이 생겨났다.

그들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주장의 말을 알 것 같습니다. 괜히 앞서서 기록을 세울 필요 없이, 마지막 날에 기록을 세우면 김태현 팀을 앞지를 수 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래. 확실히 1위를 하고,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거야. 유성 게임단은 예전의 그 게임단이 아니라고.”

“……!”

선수들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들도 인터넷에서 유성 게임단의 이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약팀의 대명사!

그런 이미지가 좋을 리 없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세연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팀이 하나로 뭉쳐가고 있는 것 같았다.

선수들은 하나하나가 다 자존심 강한 플레이어들.

그런 사람들을 이끌려면 역시 실력으로 보여줘야 했다.

“유성 게임단이 어떤 팀인지 보여주자.”

“네!”

“김태현도 겸사겸사 확실하게 엿먹이고.”

“…….”

순간 선수들의 마음에 의심이 들었다. 설마 저게 진짜 목적인 건 아니겠지?

어찌되었든 간에 이세연의 전략은 그럴듯해 보였고, 선수들은 이세연의 지시에 따라 필사적으로 연습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

각자 하고 있던 퀘스트도 멈추고 연습에 몰두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태현의 32분 벽은 정말 깨기 힘들어보였다. 이세연도 도중에 걱정할 정도로.

‘설마 이렇게 말하고서 못 깨는 건 아니겠지? 망신 중의 개망신인데….’

태현의 행적은 아탈리 왕국에 있는 플레이어들로 인해 계속해서 귀에 들려왔다.

보아하니 이미 1위를 찍었기 때문에 하루에 감을 잊지 않을 정도로만 연습하고 가볍게 끝내는 모양!

이세연 입장에서는 기가 막혔다.

태현의 실력이야 이미 알고 있긴 했지만, 어떻게 던전이 열리고 며칠 만에 최고 기록을 깨버린단 말인가?

그것도 다른 프로 팀들이 계속 도전하고 도전하는데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포기하고 적당히 기록을 세울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사실 지금 예상 기록만 해도 충분히 예선을 깼으니까.

그렇지만 이세연은 다른 게임단의 선수들과는 달랐다.

차원이 다른 오기와 집념!

18개의 던전을 모두 돌고 각각의 던전 특성을 맞춰 가면서 그녀의 전략이 가장 효과적인 상황을 계산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시도하고 시도했다.

결국 하루를 남겨놓고, 이세연의 팀은 32분까지 기록을 좁히는 데 성공했다.

-32분대를 뚫긴 했는데… 너무 불규칙해. 운이 좋을 때랑 안 좋을 때랑 차이가 커. 그리고 우리는 내일 안에 기록을 세워야 하지.

-어떻게 해요?

-마지막에는 운에 맡겨보자. 최선을 다했으니까.

-!

철두철미한 이세연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자, 팀원들은 모두 놀랐다.

그러나 이세연은 진심이었다.

-왜? 할 수 있는 건 다 했잖아.

이제 믿을 수 있는 건 실전에서의 긴장감이 좋은 작용을 해주는 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유성 게임단은 한 시간을 남기고 1위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정말 아슬아슬하고, 치열한 싸움이었다.

* * *

“크핫핫핫핫핫!”

“…??”

회장실에서 뭔 미친 사람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비서들은 당황해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유 회장은 뿌듯하고 보람찬 얼굴로 인터넷을 확인했다.

지금 막 예선 순위가 발표되고 있었다.

그리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건 유성 게임단!

벌써부터 기사가 올라오고 있었다.

예전에는 유성 그룹과 관계가 있는 언론사에게 의뢰를 넣어서 억지로 포장 기사를 써야 했었는데,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찬양 기사가 올라왔다.

[유성 게임단은 어떻게 강팀이 되었나?]

[강팀 KL을 꺾고 예선 1위를 차지한 유성 게임단, 예전과는 다르다!]

[주장 이세연으로 구성된 막강 선수단을 파헤쳐보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기분이었다.

이세연을 주장으로 영입하니 이런 효과가 나오다니. 유 회장은 새로운 감각에 눈을 뜰 것 같았다.

잘하는 선수를 현질로 빼와서 이기는 이 쾌감!

“크으으… 크으으으….”

주먹을 쥐고 유 회장은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 가장 궁금한 건 태현의 얼굴이었다.

사실 유성 게임단이 1위를 찍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팀 KL을 비웃거나 하지는 않았다.

거의 시간 차이도 나지 않은 데다가 이 두 팀이 다른 팀들을 압도하는 기록을 냈던 것이다.

이 두 팀이 본선에서 어떤 기록을 세울지, 어떤 전략을 썼는지 이야기하면 이야기했지 팀 KL을 비웃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유 회장은 알 수 있었다.

지금 태현의 기분이 어떨지!

제대로 한 대 맞은 기분일 것이다.

“으하하하하! 으하하하! 으하! 으하하하하! 크하하핫! 맛이 어떠냐, 이놈아!”

“오늘은 손님을 부르지 말아야겠습니다.”

30분째 웃고 있는 유 회장을 보며 정 비서실장은 결단을 내렸다.

* * *

“…….”

“…….”

마치 얼음처럼 싸늘한 침묵!

팀 KL의 숙소에 모인 다섯 명. 그러나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태현의 분위기가 축 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케인은 최상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눈빛으로 말했다.

‘네가 말 좀 붙여봐.’

‘싫어, 임마. 말 잘못 했다가는 내가 덤터기 쓰는데.’

‘아니 그보다 왜 저러는 거야? 2위 하면 잘한 거잖아! 난 아까 가족들한테 자랑하고 왔구만!’

순위를 보자마자 신이 나서 가족들한테 자랑부터 한 케인이었다.

그 다음 ‘어? 근데 왜 우리가 2위지?’하고 밖으로 나왔더니….

미친 저기압을 하고 있는 태현을 발견한 것!

‘너랑 쟤랑 같냐?’

‘예선 순위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

‘네가 그렇게 말해봐라.’

‘싫, 싫어. 진짜 팰 것 같단 말야.’

‘설마 그러겠어?’

그들이 침묵의 대화를 나누는 사이 태현은 이를 갈았다.

이세연!

‘내가 너무 안일했다. 기록이 안 올라온다고 방심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더 단축하려고 노력했으면 충분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화가 났다.

이미 본선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서 안 한 게 화로 돌아온 것이다.

설마 태현의 속마음을 읽고 마지막 날까지 기록을 안 세우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달리는 짓을 하는 팀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해야 했다. 이세연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쪼잔한 사람이라는 걸!

태현은 심호흡을 했다. 냉정을 되찾기 위해서.

사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태현이 손해 본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유성 게임단이 거의 모든 시간을 투자해가면서 간신히 찍는 동안 태현 팀은 쉽게 찍고 갔으니 이득이라면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은 원래 그렇게 이성적으로만 돌아가지 않았다.

특히 태현과 이세연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하필이면 이세연에게!!!

“태현 님.”

“!”

“!!”

“!!!!”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이다비였다. 케인, 최상윤, 정수혁은 존경의 눈빛으로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지금 입을 열 수 있다니!

“왜?”

“본선 진출 축하드려요.”

“그러면 뭐해. 이세연한테 졌는데….”

“어차피 목적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본선 진출이었지, 1위를 찍는 게 아니었잖아요? 예선 시작 전에 이 조합으로 통과가 괜찮을지 걱정했던 것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좋은 결과라고 생각해요.”

“…….”

옆으로 누워 있던 태현이 은근슬쩍 몸을 일으켰다. 최상윤은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다, 이다비!’

말 몇 마디로 태현을 일으키다니!

케인이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

케인은 최상윤이 그를 쳐다보는 눈빛이 왠지 모르게 기분 나빴다.

‘이 자식은 왜 날 이렇게 쳐다보는 거지?’

“그런가?”

“사실 전 이번 조합에서 제가 가장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도 활약할 수 있었다는 것에서 기뻤어요. 그러니까 1위를 못했다고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 모두한테 의미가 있었던 일이었으니까요.”

진심이 담긴 이다비의 말에 태현도 살짝 흔들리는 표정이었다.

기회라는 걸 깨달은 다른 사람들은 잽싸게 끼어들었다.

“그, 그래! 나도 내가 이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다니까! 본선이나 진출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우리가 던전을 얼마나 깼다고!”

“맞아, 맞아! 게다가 조합이라고는 정말 괴랄한 조합이었잖아!”

“맞습니다! 선배님! 제 마법을 아시잖습니까. 재수 없으면 역효과 나는데 저도 걱정 많이 했습니다!”

모두의 말에 태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맞는 말이야. 괜히 기분 나빠하지 말ㄱ….”

띠링-

문자가 날아왔다. 태현은 저도 모르게 확인을 눌렀다. 그 순간 누르면 안 된다는 직감이 들었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세연이 보낸 문자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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