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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27화 (627/1,826)

§ 나는 될놈이다 627화

외침과 함께 태현은 바로 창 발사대에 폭탄을 장전시키고 앞으로 뛰어들었다.

“이다비. 장전되는 대로 쏴버려! 케인, 최상윤은 앞으로! 정수혁은 마음대로 딜 넣어라!”

일행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케인, 최상윤과 달리 태현은 전갈과 붙을 정도로 가까이 움직였다.

이대로라면 창을 쏴서 폭발시킬 경우 태현까지 휘말릴 상황!

그러나 이다비는 걱정하지 않았다. 태현이 저런 공격에 당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쾅쾅쾅!

거대한 강철 창들이 연달아 폭음과 함께 발사되고 그대로 전갈의 몸통에 가서 꽂혔다.

-키이이익!

“잘 했다, 이다비!”

태현은 옆을 따라 달리면서 전갈의 몸통을 향해 꽂힌 창 위를 밟고 뛰었다.

미친듯이 요동치는 전갈을 상대로 보여주는 묘기!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아키서스 검법!

검으로 폭딜을 넣음과 동시에 태현은 한 가지 공격을 더 넣었다.

-폭탄 작동!

전갈의 몸통에 꽂힌, 거대한 강철 창끝에 달린 폭탄들!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악랄한 공격이었다.

콰콰콰콰콰콰쾅!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무수히 많은 폭발 잔해 공격이 태현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태현은 다치지 않았다.

위험한 건 보스 몬스터의 공격이지 폭발이 아니었다.

[거대한 충격으로 한동안 독껍질거대전갈이 움직이지 못합니다.]

[독껍질거대전갈이 스킬 <전갈 부하 소환>을 사용합니다.]

키르륵!

섬뜩한 울음소리와 함께 천장에서 무수한 전갈 몬스터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보스 몬스터가 불러낸 몬스터라 일반 몬스터 취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숫자였다.

“좋아. 내가 맡… 너희 어디 가냐?!”

케인은 가슴을 탕탕 치며 어그로 끄는 스킬을 쓰다가 당황했다.

나타난 전갈 몬스터들이 케인은 눈길도 주지 않고 뒤로 달려갔던 것이다.

노리는 건… 이다비!

“야!”

태현의 ‘야!’ 한 마디에 케인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거 제대로 못해서 이다비가 죽기라도 하면 1년은 계속 괴롭힘당한다!

반드시 막아야 해!

그러나 전갈 몬스터들의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서, 케인이 다른 스킬을 쓸 시간을 주지 않았다.

‘젠장, 이다비가 발사한 딜이 생각보다 너무 셌나 보군. 어그로가 다 그쪽으로 끌리다니.’

태현은 고개를 돌렸다.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

이다비 직업도 단순한 상인이 아닌, <죽음의 황금 상인>이니 이런 상황에서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으리라.

…골드만 사용한다면!

과연 이다비가 골드를 사용할까? 태현은 걱정이 됐다. 이다비 성격에 죽으면 죽었지 골드를 쓸 것 같지는 않은데….

“으으… 으으으!”

이다비는 울상이 되어서 골드를 꺼냈다. 쓰고 싶지 않았지만 쓸 수밖에 없었다.

<죽음의 황금 상인>은 강력한 스킬을 쓸 때마다 대부분 골드를 내야 했던 것이다.

여기서 죽으면 그녀뿐만 아니라 태현한테도 방해가 되리라.

쓴다! 쓸 수밖에 없다!

퍽!

그 순간 달려오던 전갈 몬스터 하나가 재빨리 침을 발사했다.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 이다비는 한 대 맞았다.

그러자 <아키서스 비전의 성스러운 갑옷>의 패시브 효과, 피격 시 스킬 <아키서스의 마법> 발동이 작동되었다.

-지옥의 화염 구덩이!

“어?”

이다비 앞에 엄청난 기세의 화염 구덩이가 생겨나더니, 달려오던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그걸 보던 정수혁은 깜짝 놀라 외쳤다.

저건 아무리 봐도 자기랑 똑같은 스킬인데!

“헉! 마법사셨습니까?!”

“아니야….”

* * *

덕분에 일은 쉬워졌다.

독껍질거대전갈이 소환한 몬스터들은 쓸려나갔고, 일시적으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

태현, 케인, 최상윤은 달려들어서 신나게 패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

전갈의 껍질이 떨어져 나가고 약점이 드러나자 공격은 더욱 매서워졌다.

-용용이, 흑흑이, 골골이 전부 나와라!

새로 추가된 골골이까지 힘을 합쳐서 넣는 딜!

순식간에 전갈은 괴성을 지르며 무너져 내렸다.

[독껍질거대전갈이 쓰러졌습니다.]

[보스 몬스터-1/4]

[점수-0/1,000]

‘2마리 더 잡고 마지막 잡을 때에는 일반 몬스터까지 몰아오면 되겠군.’

“좋아. 다시 움직인다! 낭비할 시간은 없어! 난 다시 변신해서 길을 만들어 줄 테니, 남은 놈들은 저거 다 챙겨서 따라와!”

후다닥!

태현은 먼저 뛰어가고, 남은 사람들은 강철 창들을 챙기고 발사대를 들어 등에 짊어졌다.

케인은 짊어지다가 용용이와 흑흑이를 보며 물었다.

“근데 너희들도 들어도 되는 거 아니야? 덩치도 큰 놈들이.”

-나는 날아다녀야 해서 안 된다.

-나도다.

-나는 뼈밖에 없어서… 흠흠….

“…….”

용용이와 흑흑이는 그렇다 치자. 태현과 같이 다닌지 오래 됐으니 물들만도 하겠지.

그렇지만 골골이는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태현을 닮아간단 말인가!

‘데스 나이트는 명예를 아는 기사 몬스터 아니었어?’

케인은 그렇게 생각하며 투덜거렸다. 안 된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냥 들어야지.

-우리가 지켜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

-기사의 명예를 걸고 지켜주지!

“몬스터는 김태현이 다 치워주는데 지켜주긴 뭘 지켜줘….”

케인은 꿍얼대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다비는 더 많은 짐을 들었는데도 더 수월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에는 상인 직업을 부러워한 적 없었는데, 이때만큼은 정말로 부러웠다.

“음….”

“왜 그래? 뭐 문제라도 있어?”

“아뇨. 지금 생각하고 있었어요.”

“뭔 생각?”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요.”

“무슨 소리야? 지금 말고 더 좋은 방법이 있어?”

“아뇨, 그 뜻이 아니라… 지금 이렇게 복잡하게 몬스터 유인해서 치우는 건 던전 특성 때문이잖아요. 일반 몬스터 잡을 때마다 남은 애들이 강해지는.”

“그렇지?”

“게시판을 보니까 다른 팀들은 이 특성 걸리면 그냥 다시 시도한다던데요.”

“……!”

케인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네?

왜 이제까지 그 생각을 못했지?!

본선과 달리 예선은 다시 시도가 얼마든지 가능했다. 까다로운 던전 특성이 걸리면 그냥 쉬운 특성이 걸릴 때까지 다시 시도를 하면 됐다.

실제로 기록을 진지하게 노리는 팀들은 쉬운 특성만을 노리고 움직이고 있었다.

“김태현이 그걸 모를 리가 없는데? 왜 다시 시도를 안 하는 거지?”

그 질문에 옆에서 뛰던 최상윤이 말했다.

“그야 그 자식은 변태니까….”

“?!”

“던전 특성 좀 어렵게 걸렸다고 포기하고 물러설 놈이라면 이렇게 유명해지지도 않았지. 오히려 더 불타오르고 있을걸. 그리고 어차피 본선 가면 이런 특성도 만나게 될 텐데, 미리 연습하는 셈 치는 거 아니겠어?”

“아니… 일단 예선부터 뚫고 생각해야지 그게 무슨 여유만만한 생각이야!”

“어차피 이거 한 번만 하고 끝낼 건 아니니까 상관없지 않나?”

“아. 그렇긴 하네.”

케인은 납득했다. 다른 던전에서도 시도는 할 수 있으니까….

‘그래. 이번 특성은 그냥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진지한 기록은 다른 던전과 다른 특성에서 노려보는 거야!’

그러나 케인의 예상은 빗나갔다.

팀 KL의 최고 기록은 다른 쉬운 특성의 던전이 아닌, 지금 특성의 던전에서 나왔던 것이다.

* * *

36분 43초→32분 17초.

처음 클리어한 다음 다시 들어간 던전도 우연히 똑같은 던전에, 똑같은 특성이 나왔다.

덕분에 태현 일행은 처음이라 낭비했던 시간을 줄이고 4분이나 빠른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신이 난 일행은 바로 다시 도전했다.

“좋아! 다른 던전도 돌자! 맵도 외울 겸!”

…그러나 앞과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33분, 34분, 36분, 33분….

심지어 게시판에서는 쉬운 특성으로 분류되는 걸로 잡힌 던전인데도 32분대가 안 나오는 수준!

“어… 어라?”

“생각해 보니 쉬운 특성이라고 해서 우리한테도 쉬울 이유는 없었어.”

태현은 이유를 금세 깨달았다.

일반 몬스터 숫자가 많아지는 특성 같은 건 쉬운 특성으로 분류되었지만, 태현 같은 경우에는 몬스터를 모느라 시간을 더 많이 소모해야 했다.

차라리 일반 몬스터가 죽을 때마다 다른 몬스터에게 버프를 주는 특성이 더 처리하기 수월했다.

태현 일행의 경우 어차피 전부 다 몰아서 한 번에 처리하니까!

다른 파티는 몬스터를 몰아도 어쩔 수 없이 막히거나 포위되면 싸워야 했지만 태현 일행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른 팀들 기록은 못 보나?”

“볼 수 있어요. 던전 나와서 앞에 벽을 보면 현재 시간 순위 나와요.”

“어느 팀이 낸 건지는 알 수 있고?”

“아니요. 그냥 시간하고 순위만 나와요.”

어떤 팀이 냈는지는 익명 처리.

대신 몇 위가 몇 분에 끊었는지는 공개되는 시스템이었다.

‘뭐… 좋은 시간을 낸 팀이라면 알아서 밝히려나.’

자기 게임단이 낸 기록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면 우리 순위 보러 가자.”

태현 일행은 벽 앞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그들은 생각했다.

‘순위가 몇 위쯤 되려나?’

‘30위권만 뚫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욕심이려나?’

‘다른 사람들 순위가 몇 위쯤 될까….’

‘뭐 지금 낮아도 계속 연습하면 시간이 오를 테니까.’

[현재 1위. 32분 17초.]

[현재 2위. 45분 44초.]

[현재 3위. 45분 49초.]

[……]

“응?”

“으응?”

“으으으응?”

다들 눈을 깜박이며 순위를 확인했다.

1… 위네?

“어… 프로 팀들은 아직 도전 안 하고 있나?”

“아뇨,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보니까 지금 프로팀들은 대부분 다 던전 입구에서 얼굴 보이고 있어요. 베이징 파이터즈 빼고요.”

“저런, 연습을 안 하고 뭐 한대?”

가증스러운 걱정을 해주는 태현이었다.

그나저나 도전한 첫날에, 1위를 찍다니. 그것도 2위와 10분 넘게 차이를 벌리면서.

만약 2위와 차이가 별로 안 났으면 ‘방심할 수 없겠는데?’라고 했겠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나니 그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건 태현 팀의 전략이 정말로 잘 먹혀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다른 팀이 엄두도 내지 못 할 정도로.

이 정도면….

‘방심하기는 싫어도 이 정도면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나?’

태현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마음이 놓이는 걸 느꼈다.

‘혹시 견제 아냐?’ ‘다른 프로 팀들은 마지막 날까지 시간을 끈다던가….’ 이런 걱정도 잠깐 들었지만, 전부 다 익명으로 처리되는데 그런 짓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잘… 된 거지?”

“그래. 잘된 거 같다. 이 정도면 너무 매달리지 않고 적당히 해도 될 거 같아.”

“그래! 우리 예선 통과하면 회식하자!”

케인은 벌써 통과했다고 생각했는지 입가에 웃음이 걸려 있었다.

평소라면 구박을 했겠지만, 이 정도로 기록이 나오자 태현은 구박을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확실히 결과가 잘 나오긴 한 것이다.

-1위가 바뀌었네?

-32분?! 대체 어떻게 깨야 저런 시간이 나와!?

-누구지? 누가 한 거지?

-익명인데 어떻게 알아. 기다리면 곧 밝히겠지.

누군가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무시했다.

언제나 이런 걸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김태현 팀이 이번에 던전 들어가지 않았어?

-지금 기록 깨고 있는 게 김태현 팀 혼자야? 다른 팀들도 많이 깨고 있는데. 김태현 팀은 들어간 지 얼마 안 됐어.

-그렇지만 너무 공교롭잖아! 계속 40분대만 나오다가 김태현 팀만 들어가니까 30분대가 나오는데!

‘흠… 바로 밝히지 말고 좀 기다렸다가 밝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알아서 사람들이 추측을 해주자 태현은 좀 기다렸다가 밝힐 생각을 했다.

때때로는 말하지 않는 게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1위를 확보한 태현 팀은 여유롭게 예선 종료되는 날까지 순위를 확인하고 간단하게 감을 잃지 않는 정도로만 연습에 들어갔다.

“오늘도 기록 깬 사람은 없네요.”

“2위가 38분… 내가 보기에 이거 뉴욕 라이온즈 기록일 가능성이 크다더라. 그쪽에서 유출됐다던데.”

“마케팅 아냐?”

태현 일행은 상쾌한 마음으로 떠들며 던전 앞을 떠났다.

그리고 종료되기 한 시간 전, 순위가 바뀌었다.

[현재 1위. 32분 16초.]

[현재 2위. 32분 17초.]

누군가 태현 팀의 1위를 뺏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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