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619화
“케인! 나가자마자 발사대 설치해라!”
“오케이!”
케인은 신이 나서 외쳤다. 창이 있으니 누군가 대신 인간 폭탄을 해주는구나!
케인이 보내는 애정 어린 눈빛에, 창은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저 눈빛을 어디서 봤더라?
어렸을 때 목장에서 주인이 곧 잡을 소한테 저런 눈빛을 보냈던 것 같….
“나왔다!!”
“전투 준비! 전투 준비!”
“물약 마셔라! 스크롤 전부 사용!”
멀리서 들리는 외침에 태현은 놀랐다.
태현 전용 장비인 건 알겠는데 포션에 스크롤까지?
정말 태현을 잡으려고 몸과 마음을 바친 수준 아닌가!
‘저럴 만한 놈들이 많지가 않은데? 잠깐. 설마 저거 길드 동맹 놈들인가?’
요즘 쑤닝과 길드 동맹이 잘 나간다는 말은 들었다.
길드원 숫자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말도.
길드 동맹이라면 저 정도 부대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공격할까요?”
“아니. 어차피 아쉬운 건 김태현이다. 이쪽에 들어와서 진형을 흩뜨리고 빠져나가려고 할 테니, 버틸 준비를 해라!”
폭발 내성 장비에, 마시면 폭발 저항 옵션이 들어가는 포션. 거기에 폭발 저항 마법이 걸리는 스크롤까지!
아무리 김태현이 데미지 높은 폭탄을 갖고 있더라도 이 정도라면 한 방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면 됐다.
그러면 사제들과 포션으로 바로 회복할 수 있을 테니까.
“김태현을 상대할 때 위험한 건 놈이 폭딜로 뚫고 지나가는 거다. 어떻게든 물고 늘어지면 놈이 뚫고 지나가는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고, 발목이 잡힐 거다! 버텨라! 버텨서 한 대씩이라도 넣는 거다!”
그러는 동안 이다비와 케인은 창 발사대 설치를 끝내고 물었다.
“쟤네 뭐라는 거에요?”
“몰라. 내 욕하고 있겠지. 설치 다 했지? 오케이. 창 넣어!”
이다비는 들고 있던 거대한 강철 창을 꺼내 넣으려 들었다. 그렇지만 태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 창 말고.”
“……?”
* * *
“읍읍읍! 읍읍읍!!!”
팡!
[사람을 창 발사대에 넣고 발사했습니다. 맞지 않는 탄환을 장전한 것으로 인해 창 발사대의 내구도가 하락합니다.]
[명중률과 속도가 떨어집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칭호: 광기의 기계공학자를…]
슈우우욱-
날아가는 창.
대형을 갖추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태현이 뭔가 발사한 걸 보고 긴장했다.
“쐈습니다!”
“폭탄이냐? 폭탄이면 쏴서 격추해 봐라!”
“아뇨… 저건….”
“새인가?”
“비행기?”
“아니, 창인데?”
순간, 멀리서 보고 있던 쑤닝의 머릿속에 한 가지 기억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다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발사해! 저놈을 잡아!!
-네?? 창은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잖습니까! 잡으면 선수들이….
-멍청아! 김태현은 플레이어한테 폭탄을 달아서 보내는 놈이잖아!
-!!
“발사! 쏴서 떨어뜨려!”
조장이 명령을 내리자 플레이어들은 재빨리 활을 들어 닥치는 대로 쏘아대기 시작했다.
퍽, 퍼퍼퍼퍽!
“읍읍읍읍!”
장비를 다 벗고 있는 상태인지라 활의 데미지가 상당히 아프게 들어왔다.
뒤에 있던 선수들은 그걸 보고 당황해서 항의했다.
“잠깐만, 뭐 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하잖아!”
“모르면 닥치고 있어! 곧 저게 폭발할 거라고!”
“?!”
슈우욱-
늦게 쏜 탓에, 창의 HP는 아슬아슬하게 5%를 남기고 플레이어들 사이에 도착했다.
그리고 폭발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시작됐다!!”
“팝콘 갖고 와! 팝콘!”
멀리서 폭발이 일어나자 구경꾼들은 환호했다.
돈 주고도 못 보는 걸 여기서 보게 되는구나!
슈우우우-
연기가 가시고 나서, 태현과 쑤닝은 동시에 놀랐다.
“안 죽었다고?”
“HP가 1 남았다고…?”
태현이 놀란 이유는 아무도 죽지 않아서였다.
창은 저래 보여도 선수로 뛸 정도의 랭커. 폭탄으로 바꾸면 가까이 있던 플레이어들은 한 방에 보내버릴 정도의 데미지는 나와야 했다.
아무리 상대가 장비, 포션, 스크롤까지 썼어도 한 명도 잡지 못했다는 건….
‘그렇군. 스크롤이나 포션 중에 즉사 방지 효과가 있었군.’
일격에 죽지 않고, HP를 1이라도 남겨주는 즉사 방지 효과.
플레이어들끼리 싸울 때는 추가로 한 대만 맞으면 죽으니 쓰기가 애매하고, 주로 보스 몬스터 공격을 막아낼 때 쓰는 용도였다.
그걸 태현의 폭탄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사용한 것이다.
태현은 솔직히 감탄했다.
‘그래. 이 정도는 해야 재미가 있지!’
상대가 연구하고 연구할수록, 거기에 맞서는 태현도 재미가 있었다.
쑤닝은 아직 몰랐다.
태현이 판온 1에서 왜 미친 대장장이라고 불렸는지를.
상대방이 강하고 연구할 가치가 있을수록 타오르는 게 태현!
그러는 사이 쑤닝은 상황을 확인했다. 폭발 근처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HP가 1이 되어 황급히 회복하고 있었다.
장비, 포션, 스크롤로 폭발 내성을 몇 배는 올렸다. 폭발 데미지가 한 1/10은 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즉사였다니.
‘저 자식 폭탄 위력이 대체… 설마 그사이에 또 오른 거 아냐??’
꿀꺽-
쑤닝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설마 아무 결과도 못 얻고 지진 않겠지?
“장비 교체해!”
“다음 공격 대비해라!”
폭발에 휩쓸린 플레이어들은 목숨은 건졌지만 장비 파괴 메시지가 떴다.
[강력한 폭발에 휘말려 장비가 완전히 파괴됩니다!]
이때 태현이 치고 들어오면 그냥 죽는 거나 마찬가지!
그러나 태현은 오지 않았다.
다시 발사대를 되돌린 다음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
“……?”
* * *
“지금 들어가서 잡았으면 몇 명은 잡지 않았을까?”
“세 자릿수가 넘는데 그런 식으로 잡아서 뭐하겠냐. 일단 어떤 식인지는 알아보려고 한 거니까 그 정도면 됐어.”
창의 목숨을 희생한 것으로 상대에 대한 정보를 꽤 얻을 수 있었다.
상대방은 태현의 폭탄 공격에 극단적으로 대비를 한 상태였다.
폭탄 공격이 먹히지 않고 태현이 뛰어들면 어떤 식으로든 진흙탕 싸움을 펼치겠지!
정수혁이 손을 들고 의견을 냈다.
“마법 공격은 어떨까요? 걸 수 있는 버프에는 한계가 있잖습니까. 폭발 내성에 올인을 했으니 마법 공격 내성은 없거나 오히려 약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듯한 의견이었다.
한 번에 걸 수 있는 버프는 한계가 있었고, 저렇게 폭발을 버티는 버프만 덕지덕지 걸어놨으면 마법 공격 관련해서는 약할 가능성이 컸다.
“말이야 맞는 말인데. 저쪽도 생각이 있으니 대책을 생각해놨겠지. 아마 마법사들이 카운터 칠걸.”
폭탄과 달리 마법은 상대하기도 쉬웠다.
그냥 고렙 마법사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오면 됐다.
상대 마법을 방해하거나 마법 방패를 치거나….
“몰래 도망치는 건?”
“그것도 좋긴 하지. 그렇지만 일단 지금은 도망칠 생각이 없어. 지금 도망쳐주면 쟤네들이 너무 의기양양해할 거 아냐.”
태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괜히 그런 친절을 베풀어 줄 필요는 없지.”
“그러면 어쩌려고?”
“알려 줘야지. 저런 방식으로는 날 잡을 수 없다는 걸. <언데드 라이즈>!”
언령 마법을 사용하자, 근처에 있던 드워프 전사 시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광산 드워프 전사의 시체를 사용했습니다. 구울 전사의 능력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
-언데드 라이즈, 언데드 라이즈, 언데드 라이즈!
[MP가 빠르게 소모됩니다. 마력 멀미에 걸립니다.]
“윽. 언령 스킬은 가성비 더럽게 안 좋군. MP 포션 좀 줄래?”
“여기요!”
이다비가 꺼낸 포션 병에는 <길드 동맹> 마크가 새겨져 있었지만, 최상윤은 못 본 척했다.
이제 뭘 봐도 놀랍지 않아!
-언데드 라이즈, 언데드 라이즈….
[현재 수준으로는 이 시체를 일으켜 세울 수 없습니다.]
[현재 수준으로는 이 시체를 일으켜 세울 수 없습니다.]
“!”
여기 있던 드워프 전사 NPC들은 전부 다 구울 전사로 일으켜 세웠고, 남은 건 플레이어들.
그렇지만 플레이어들은 쉽게 세울 수가 없었다.
‘내가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나?’
현재 태현의 언령 스킬 레벨로는 랭커급 플레이어들 시체는 언데드로 부릴 수 없는 것 같았다.
‘음. 지금 써볼까….’
망령의 정수:
고대 신의 망령에게서 나온 정수다. 이 정수를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가장 어둡고 깊은 사령술을 쓸 수 있게 된다.
사용 시 일시적으로 ‘고대 신의 망령’으로 변신 가능.
예전에 구해놓고 계속 쓰지 않았던 아이템!
지금 같은 상황에서 쓰는 게 좋을지도 몰랐다. 쓰고 나면 상대방은 태현의 새로운 스킬에 깜짝 놀랄 테니까.
그러면 앞으로 태현을 상대할 때 고민이 많아질 것이다.
-사용!
[망령의 정수를 사용합니다.]
[고대 신의 망령으로 변신합니다.]
[현재 착용하고 있던 장비들이 전부 해제됩니다.]
[물리 공격 내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대부분의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습니다.]
[스탯이 변화합니다.]
[전설 흑마법 스킬을 사용 가능합니다.]
[망령 계열 언데드를 부릴 때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데스 나이트 소환> 스킬을 일시적으로 사용 가능…]
[<최고급 언데드 울프 라이더> 소환 스킬을 일시적으로…]
[……]
[악명이 크게 오릅니다.]
[카르바노그가 질색합니다.]
태현의 몸이 투명해지더니 마치 유령처럼 변했다.
슈우욱-!
“으악! 왜 날 지나가!”
차가운 게 몸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느낌에 케인은 식겁해서 외쳤다.
‘이동 속도도 빨라지고, 물리 공격은 대부분 안 통하고… 괜찮은데?’
장비를 다 못 쓴다는 건 페널티였지만, 이 정도 네크로맨서가 될 수 있다면 그 정도 페널티는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리치와는 다른 형식의 네크로맨서!
망령 계열 언데드가 주력이긴 했지만 전설 등급 흑마법 스킬은 어디 가질 않는지, 다른 언데드 몬스터들도 충분히 부릴 수 있었다.
-언데드 라이즈, 언데드 라이즈, 언데드 진화, 언데드 진화….
태현은 일으켰던 구울 전사들을 모조리 강화시켜서 <최고급 구울 챔피언>으로 만들어버리고, 나머지 플레이어들도 하나둘씩 데스 나이트로 만들기 시작했다.
[악명이 오릅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음. 아직 괜찮겠지?’
이러다가 또 명성보다 악명이 높아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었다.
[괴식 요리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비장의 몬스터 정수 만들기>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망령의 정수>를 먹었습니다. 스타우가 당신의 경험을 매우 궁금해할 겁니다.]
[<망령의 정수>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
<망령의 정수> 같은 사기적인 아이템을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창에 태현은 가슴이 기대로 차오르는 걸 느꼈다.
[<망령의 정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고급 망령의 원혼:(0/9,999)
“…….”
망령 계열의 몬스터를 잡아야 간신히 하급 망령의 원혼이 나오고, 이걸 또 모아서 정제해야 중급이 되고, 또….
그렇게 해서 만든 최고급 망령의 원혼을 총 9,999개 모아야 만들 수 있다면….
‘그냥 포기하는 게 편하겠군.’
태현은 잊는 게 속 편하겠다고 생각하고 재빨리 돌아섰다.
“3층으로 가서 언데드들 좀 더 데리고 올게! 기다리고 있어!”
무슨 친구들이라도 데리고 오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태현의 모습에 모두 황당해했다.
케인은 작게 중얼거렸다.
“갖다올 때까지는 좀 쉬어도 되겠네.”
“창 쏘는 거 연습이나 하고 있어. 스킬 올려놔라. 내가 나중에 돌아와서 검사한다.”
“귀가 얼마나 밝은 거야?!”
케인은 기겁해서 외쳤다. 저 거리에서 저걸 들었다고?
“못 들었는데. 너라면 놀겠지 해서 말한 거야. 어쨌든 네가 뭔 말을 했는지는 잘 알겠다.”
“…….”
시무룩해진 케인을 뒤에 두고, 태현은 움직였다. <고대 신의 망령> 상태는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언데드들을 모아서 치고 나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