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618화
한편, 우르크의 마을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된단다!”
“와!!!!!”
“태현이 이 녀석! 역시 아직 사람의 마음이 살아 있었어!”
“내가 태현이 착하다고 했었잖아! 걔가 한 살 때 얼마나 착했는데!”
서로 얼싸안는 오크 아저씨들!
그 모습을 보며 <최강지존무쌍>의 다른 길드원들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기… 그렇지만 아저씨들은 그거 없어도 잘나가지 않습니까?”
“맞아. 장비도 좋고 포션도 엄청 낭비… 아니, 팍팍 쓰시던데.”
다른 길드원들이 보기에, 오크 아저씨들의 아이템 씀씀이는 장난이 아니었다.
남들은 정말 어려운 레이드를 할 때나 쓰는 비싼 포션을 무슨 필드 사냥하면서 한 모금 마시고, 맛있다고 한 모금 마시고, 건강에 좋다고 한 모금 마시고….
물론 자기들만 마시는 게 아니라 다른 길드원들한테도 ‘마! 이거 한번 먹어봐라! 맛있다!’ 하면서 선물하니 <최강지존무쌍> 길드가 인기가 있는 거지만!
“무슨 소리! 원래 이런 건 많이 먹을수록 좋은 거야! 배부른 소리 하지 마라!”
“아니. 근데 맛이 개 같….”
“원래 좋은 건 입에 쓴 법이야! 한약도 안 먹어봤냐!”
어떤 말에도 오크 아저씨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몸에 좋다는 거면 일단 먹고 보는 그들!
-어… 아저씨 전사 직업인데 왜 지혜 오르는 옵션을 먹어요?
-마! 몸에 좋은 건 다 좋은 거야!
자기 직업과 상관없이 일단 먹고, 심지어 영구적으로 오르는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오르는 거여도 먹었다.
-일시적으로 오르는 건 지금 드시는 게 아니라 싸울 때 드셔야….
-계속 먹고 먹으면 다 몸에 쌓여서 좋아지는 거야!
-…….
논리라고는 통하지 않는 아저씨들이었다.
심지어 오크 아저씨들 중 몇몇은 ‘게임에서 몸에 좋은 걸 먹으면 현실에서도 좋아진다’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었다.
다른 길드원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떡하지?’
‘분명 스타우라는 NPC가 오면….’
그들이 걱정하는 이유는 하나.
스타우가 영지로 와서 괴식 요리를 더 활발하게 퍼뜨리면, 오크 아저씨들이 ‘애들아! 이거 먹어봐! 몸에 좋아!’ 하면서 괴식 요리를 권하는 일이 늘어날 것 아닌가!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했다.
‘안 돼…!’
‘토할 거 같다고!’
지금도 벌써 아저씨들 중 몇 명은 <괴식 요리>에 눈을 떠서 틈만 나면 요리를 하고 있었다.
요리 스킬은 올리지도 않던 사람들이었는데, 한 번 관심을 가지니 성장 속도가 무시무시!
문제는 평범한 요리는 하지 않고 <백 마리 지렁이를 고아서 만든 진흙탕 수프>나 <오래된 정체불명의 몬스터 뼈를 파내어 만든 사골탕> 같은 괴식 요리만 만든다는 점이었다.
-애들아! 이거 좀 먹어봐!
-아, 저는 지금 배가 불러서….
-그…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고….
‘아오, 진짜.’
한 번 거절하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며칠 내내 서운한 표정을 짓는 오크 아저씨들!
이러니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먹으면?
[<백 마리 지렁이를 고아서 만든 진흙탕 수프>를 먹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절대 먹지 않을 요리를 먹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정말로 용감한 일을 해냈습니다. 공포가 영구적으로 오릅니다.]
[지구력이 영구적으로…]
[체력이 영구적으로…]
[……]
-끄헉! 끄흐억! 끄흐허억!
정말 지옥에서 올라온 것 같은 맛!
마계의 악마들도 이런 요리를 먹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런저런 메시지창들이 뜨긴 했지만 그런 건 신경도 쓰이지 않을 정도로 맛이 끔찍했다.
대체 저 아저씨들은 저걸 어떻게 먹는 거지?
“길… 길드 탈퇴할까?”
“요리 때문에?? 그건 좀….”
“그리고 이런 길드가 흔한 줄 알아? 우리가 여기 나오면 어디 들어가겠어?”
썰렁한 개그와 최근 추가된 괴식 요리만 참을 수 있다면, <최강지존무쌍>은 정말 좋은 길드였다.
뛰어난(약간 이상하지만) 길마와, 뛰어난 길드 간부들. 그리고 길드원들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까지.
이런 길드는 쉽게 찾기 힘들었다. 대형 길드를 들어가도 바로 대접받는 건 랭커 같은 이름 있는 플레이어뿐이었다.
대부분은 밑에서부터 결과를 쌓아야 하는 것!
“맞는 말이야. 여기 정말 좋은 곳이긴 해.”
“그리고 지금 기껏 영지 만드느라 노력한 게 아깝잖아.”
그랬다.
현재 우르크 지역에 도착하는 데 성공한 김태산 일행은, 새로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우르크 지역의 <최강지존> 성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근처의 원시 인간 부족과 흩어진 오크 부족들이 영지에 정착하는 중입니다.]
[인간 종족과 오크 종족은 서로 마찰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성벽이 지어지지 않아서 치안이 많이 낮은 상태입니다. 몬스터의 습격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현재 영지의 신앙은 아키서스 교단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영지에 정착한 오크 종족들은 빠르게 아키서스 교단을 받아들입니다.]
[현재 창고에 식량이 매우 풍부합니다. 영지의 인구수가 빠르게 증가합니다.]
[현재 건설 가능한 건물은 다음과…]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일이었지만, 김태산 길드는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일을 진행시켰다.
비법은 두 가지였다.
시간과 돈!
시간이 넘쳐나는 오크 아저씨들은 두 팔 걷어붙이고 건설에 나섰고, 길드원들도 같이 힘썼다.
거기에 저번처럼 골드를 써 유명 건축가 플레이어들을 불렀다.
-우르크 지역까지 가는 건 좀….
-2배!
-거기 몬스터도 많이 나오고 오크 습격도….
-4배!
-가겠습니다!
우르크 지역까지 가기 싫어하는 플레이어들도 오게 만드는 골드의 힘!
김태산은 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 근처에 있는 주민들은 싹 모아버려야지.’
길드 동맹과 싸우면서 깨달은 것은 하나.
숫자가 답이다!
중국인들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오는 길드 동맹의 길드원 숫자는 정말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거기에 맞서려면 NPC를 많이 뽑아야 했다.
병사 NPC를 많이 뽑으려면 역시 주민 수가 많아야 한다!
그리고 김태산이 노리는 건 이 근처에 오크 부족들이었다.
인간 부족이나 고블린, 드워프 부족들도 있으면 좋겠지만 역시 오크 부족들이 가장 숫자가 많았다.
그래서 일부러 오크 부족 연합이 자리 잡고 있었던 거대한 산맥 밑에 자리를 잡고, 드넓은 땅을 마음껏 이용해서 닥치는 대로 건물을 설치하고 있었다.
[<간이 돼지 농장>을 지었습니다. 근처에 있는 <독수리 발톱 오크 전사 부족>이 관심을 가집니다.]
[<정령들의 휴식터>를 지었습니다. 근처에 있는 <원시 토템 오크 주술사 부족>이 관심을 가집니다.]
태현이 습격하고 대족장이 맛이 간 덕분에 산산조각이 나 흩어진 오크 부족들.
이들을 전부 모으리라!
게다가 오크 NPC들은 단순해서 같은 종족인 김태산이 관련 건물들만 지어줘도 쑥쑥 모였다.
원래 여기 왔을 때는 위험한 우르크에서 버티기 위해 작지만 견고한 성을 만들려고 했지만, 이렇게 되자 김태산은 아예 계획을 바꿨다.
-수비와 치안이 좀 낮아지더라도 계속해서 확장, 확장, 확장이다!
건물 몇 개가 파괴되더라도 계속해서 짓고 주민들이 늘어나면 충분히 보충이 되었다.
<전설 직업-우르크 오크 대족장 전직 퀘스트>
대족장은 언제나 있어야만 한다.
오크들이 무리 지어서 부족을 만들면 언제나 족장이 나타났고, 그 부족들끼리 모여서 힘을 합치면 대족장이 나타났다.
대족장 카라그가 악마의 피에 오염되고 수치스러운 결말을 맞은 이후, 우르크 지역의 오크들 사이에서는 대족장의 이름이 사라졌다.
그러나 영원히 대족장 없이 지낼 수는 없는 법이다.
흩어진 오크들을 모으고 있는 당신.
만약 진정한 오크임을 증명하고 험난한 과업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새로운 대족장이 될 수 있으리라!
보상: 우르크 오크 대족장으로 전직.
“…어?”
생각지도 못한, 연계 퀘스트가 나타났다.
* * *
“잘츠 왕국으로 가서 적들의 뒤를 치라고?”
“잘츠 왕국까지 가야 하나… 귀찮지만 스타우 정도 되는 NPC를 얻는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지!”
“맞아.”
태현의 요구를 들은 오크 아저씨들은 별로 고민도 하지 않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로이. 너도 같이 가자.”
“어, 저는 여기서 주민들을 지키고 싶….”
“와.”
“네.”
로이는 태현과 엮이고 싶지 않았지만, 오크 아저씨들이 오라고 하는데 안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거기가 어디냐?”
태현은 ‘인터넷 방송 켜시면 <베이징 파이터즈> 관련 방송하는 놈들 많을 테니까 거기 보고서 오세요’라고 했다.
물론 오크 아저씨들은 그런 걸 잘 몰랐다. 결국 로이가 찾아야 했다.
“그러니까 이 방송을 보면… 이 지도에서 여기네요.”
“여기까지 가야 한다 이거지? 적들은 얼마나 돼?”
“몇천 명은 가볍게 넘….”
“?!?!”
“!??”
“는데 일단 대부분은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고요.”
깜짝 놀랐던 오크 아저씨들은 성을 냈다.
“얌마!”
“아, 아니. 설명은 끝까지 들으셔야… 일단 여기 던전 입구 근처에 포위하고 있는 놈들이 적 같아요. 여기 뒤에서 있는 놈들은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니까 얘네들도 싸움 일어나면 낄 테고요.”
“백 명은 가볍게 넘는 것 같은데.”
“뭐 다 싸워서 이겨야 하는 것도 아니고, 치고 빠지는 거면 간단하지.”
오크 아저씨들은 자신만만했다.
컨트롤은 딱히 뛰어나지 않지만, 갖춘 장비와 아이템만은 어디 가서 꿀리지 않았다.
만약의 일이 생겨도 자기들 빠져나올 자신은 있는 것!
“좋아. 다 복면 쓰고….”
“형님은 이번에 빠지시니까 내가 지휘를 맡을 거야.”
양성규가 말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뒤에서 오크 한 명이 달려왔다.
“저도 가겠습니다!”
“응? 상철이 너는 안 가도 되는데?”
김상철. 양성규의 체육관에서 뛰고 있는 선수!
양성규는 아직도 태현이 방송이랍시고 김상철과 스파링을 붙어 때려눕힌 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거 때문에 김상철은 한동안 충격을 받아 방황하지 않았던가!
가능하면 태현과 관련된 일에는 빼주고 싶은 게 관장님 마음이었다.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진짜?”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하는 거 아냐?”
“괜히 걱정되는데 데리고 가지 말자.”
오크 아저씨들이 쑥덕거렸지만 김상철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저번에 진 건 충격이었지만 그거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관장님께서 김태현과 저를 스파링 붙인 이유를요. 방심하고 자만했던 저를 따끔하게 혼내시고 더 잘되라고 하셨던 거잖습니까!”
“?”
“??”
“????”
“어… 바로 그거지. 그거 말고는 생각할 수가 없지.”
“성규야… 넌 양심이….”
다른 아저씨들은 항의하려고 했지만 양성규는 손을 흔들어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이제야 관장님의 뜻을 알 거 같습니다.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앞으로는 방심하지 않고, 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싸울 겁니다!”
“그래, 상철아! 그런 모습을 원했다!”
양성규는 감동해서 김상철의 어깨를 붙잡고 외쳤다.
이렇게 멘탈이 단단해져서 돌아올 줄은 몰랐는데!
뒤에서 ‘와 뻔뻔한 놈’, ‘관장이 아니라 국회의원을 해야’ 같은 소리가 들려왔지만 양성규는 무시했다.
* * *
“뭐… 오기 전에 간 좀 봐볼까?”
태현은 창을 데리고 던전 입구로 향했다.
태현을 카운터 치기 위해 만든 부대라는 건 알겠지만, 어느 정도 위력인지는 직접 맞부딪혀봐야 알 수 있었다.
“읍읍읍!(김태현, 날 데리고 가면 저놈들이 공격하지 못할 거라는 걸 이용하다니! 비겁하다!)”
“음. 이놈은 데리고 가봤자 바로 공격하겠지?”
창은 인질로 삼아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태현은 잘 알고 있었다.
저기 바깥에 있는 놈들이 이제 와서 창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물러설 것 같지도 않았고.
그렇다면….
-살아 움직이는 폭탄!
“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