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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16화 (616/1,826)

§ 나는 될놈이다 616화

그 대신할 방법이 바로 기계공학으로 만드는 공성 병기!

화살에 폭탄을 달아 쏘아 보내거나, 직접 손으로 던지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사실 이런 공성 병기는 다른 파티들도 구할 수 있긴 했다.

<마법 룬이 새겨진 돌을 쏘아내는 대형 투석기>, <마법 강철 화살을 쏘아내는 발리스타>, <마법 대포알이 장착된 구리 대포> 등등.

기계공학 스킬을 올린 대장장이 플레이어는 적지만, 왕국의 대도시에는 다양한 NPC들이 많았다.

가서 골드를 주면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보통 던전을 깰 때 공성 병기를 동원하는 파티는 드물었다.

-이걸 어떻게 들고 가!

-들고 이동하는 것도 일이고, 설치하는 것도 일이야. 설치한다고 해도 일반 몬스터한테는 쓰면 낭비잖아. 기껏해야 보스 몬스터한테 밖에 못 쓰는데 그때까지 계속 들고 다니라고?

-게다가 비용은 얼마나 들고. 마법 룬 새겨진 돌이 얼마나 귀한지 알아? 골드를 내도 구하기 힘들어.

-차라리 비싼 골드 주고 살 거면 주문서가 낫겠다. 주문서 스크롤은 쓰기나 편하지. 훨씬 더 유연하게 쓸 수 있고. 공성 병기는 공성전 같은 데나 쓰는 거야. 이름부터가 공성 병기잖아!

가끔 정말 드물게 공성 병기를 통째로 들고서 던전을 공략하는 파티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부정적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이번 대회에서는 쓸 수도 없었다.

가방 안에 넣을 수 있는 아이템들은 갖고 시작해도 됐지만, 그 외에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네크로맨서들은 던전 안에 들어와서 언데드들을 소환해야 했고.

평소 용병 NPC들을 돈 주고 고용하던 플레이어는 밖에 두고 와야 했다.

대장장이도 대장간을 통째로 들고 오면 안 되고 안에 들어와서 설치를 해야….

아니, 대장장이는 이런 대회에 나가질 않았다. 제작 직업이니까.

그렇지만 태현은 달랐다.

-재료 갖고 들어가서 안에서 만들면 되지!

제작 스킬을 다양하게 갖고 있는, 던전 대회에 참가하는 전투 직업!

물론 아키서스의 화신이 전투 직업인지는 태현도 알쏭달쏭했지만….

어쨌든 다른 파티들은 할 수 없는 태현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태현은 이 방법을 최대한 살려 볼 생각이었다.

[<세련된 간이 창 발사대>를 만듭니다.]

[비슷한 아이템을 만든 경험이 있습니다. 만들어지는 아이템의 성능이 올라갑니다.]

[고급 대장장이…]

[고급 기계공학…]

[설계도가 없는 아이템입니다. 새로 만들 경우 실패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 성능이 원하던 것과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성공했습니다!]

“자. 들어봐.”

“…여전히 무거운데?”

“조금 가벼워진 거 같지 않냐?”

“전혀….”

“음. 좀 더 개조해야 하나.”

[<가볍고 세련된, 연속 창 발사대>를 만듭니다.]

[비슷한 아이템을 만든 경험이 있습니다. 만들어지는 아이템의 성능이 올라갑니다.]

[……]

[실패했습니다!]

‘이런.’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재료만 날리고 아깝게 된 것이다.

태현의 스킬과 행운이 있는 데도 실패하다니. 너무 욕심을 부렸다.

‘그렇지만 재료는 충분하다. 다시 해보자.’

태현은 장비들을 꺼내 다시 용광로에 넣었다. 쉭 하는 소리와 함께 사디크의 화염이 장비들을 녹여 분리하기 시작했다.

‘방금 갑옷 길드 동맹에 있던 놈이 입고 있던 거 아니었나…?’

최상윤은 속으로 생각했다. 되게 비슷하게 생겼는데?

견고하고 묵직한 6연발 창 발사대:

내구력 190/190. 물리 공격력 210.

경지에 오른 뛰어난 대장장이가 시행착오를 겪고 만들어 낸 걸작 공성 병기입니다.

크기가 맞는 창을 집어넣고 장착한 폭탄을 터뜨리면 창이 발사됩니다. 폭탄의 위력에 따라 발사의 위력도 달라집니다.

(발사 시 폭탄 필요)

‘견고한’, ‘묵직한’, 모두 아이템 이름 앞에 붙으면 추가 효과를 주는 이름들이었다.

‘견고한’은 더 튼튼하게.

‘묵직한’은 추가 데미지를.

“더… 무거워졌잖아…!”

그리고 둘 다 무게를 늘려주었다. 케인은 신음하며 공성 병기를 업었다.

가볍게 개조하는 줄 알았더니 무게를 늘리고 있었다.

“야. 이대로는 못 싸워!”

아무리 케인이 힘 스탯이 높고 지구력 스탯이 높아도, 이런 걸 짊어지고 피할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느린 이동 속도가 더 느려질 것!

“괜찮아. 맞아도 되니까. 잡몹한테는 맞아도 돼.”

던전 이동 중 케인이 공격을 받으면 다른 사람들이 처리하면 됐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잡몹한테 방어 못 하고 맞으면 피가 쭉쭉….”

“목걸이 있잖아.”

“!”

케인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설마 몸으로 때우라고 준 거였냐!

‘이 자식… 괜히 감동했잖아…!’

“일단 이 정도까지 할까.”

발사대 개조는 적당히 하고, 태현은 발사대에 넣을 거대한 대형 강철 창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하나 만들 때마다 케인이 짊어져야 했다.

“컥, 크억, 컥.”

[엄청나게 무거운 짐들을 오랫동안 들었습니다. 힘이 오릅니다.]

[지구력 스탯이 오릅니다.]

[칭호: 근성 있는 짐꾼을…]

‘필요 없어!’

“아니. 다른 놈도 좀 나눠 들자!”

“미안. 여기 힘캐가 너밖에 없어.”

최상윤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최상윤은 경갑을 입고 스피드 있게 움직이면서 딜을 넣는, 태현 같은 타입의 딜러였다.

정수혁은 마법사였고….

“이다비 있잖아!”

“아. 그러게?”

“어라. 왜 생각을 못 했지?”

상인 직업인 그녀만큼 짐을 잘 들 수 있는 사람도 없는 것!

태현도, 최상윤도, 심지어 이다비도 놀라워했다.

“케인이 짐을 드는 게 너무 잘 어울려서 생각을 못 했어.”

“나도.”

“저도요.”

“…….”

확실히 이다비는 상인 직업답게 짐을 드는 능력이 탁월했다.

창 발사대와 함께 창 12개를 꾸역꾸역 묶어서 드는 데 성공!

덕분에 케인은 창 6개만 들고 가면 됐다.

물론 무거웠지만 아까에 비해서는 매우 편한 상황!

케인은 기분이 좋아 실실 웃었다. 최상윤이 그걸 보고 물었다.

“너 조삼모사란 거 아냐?”

“조삼모사? 그게 뭐냐?”

“아냐. 아무것도.”

* * *

얼굴을 가린 플레이어의 등장.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들은 당황스러워했다.

“누구야?”

“네 친구야?”

“아냐. 모르는 사람이야.”

“내 정체는 됐고, 지금 도움이 필요할 텐데.”

“…뭐 어떻게 도와줄 거지?”

선수 한 명이 반신반의하는 태도로 물었다.

그러자 플레이어가 대답했다.

“김태현을 상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 너희 길드에서도 도와주지 않으려는 게 이해가 가. 앞으로 큰 대회도 있는데 굳이 죽어서 사망 페널티 받기는 좀 그렇겠지.”

“하고 싶은 소리가 뭔데?”

“내가 김태현 잡는 걸 도와주지.”

“!”

선수들은 놀란 눈으로 플레이어를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금세 못 믿겠다는 듯이 표정을 바꿨다.

“에이. 우리도 못하는데….”

“너 혼자서 어떻게 하려고? 김태현하고 싸운 걸로 관심 좀 받아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너 같은 놈 너무 많아서 안 먹혀.”

가끔 명성을 얻고 싶은 플레이어들이 태현과 싸워서 이름을 날려보려고 할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계산은 완전히 빗나갔다.

태현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플레이어들을 잡고 다녔던 것이다.

단순히 태현과 싸우는 걸로 이름 알리는 건 이제 불가능!

그러나 플레이어는 자신만만했다.

“누가 혼자 싸운댔지?”

“?”

“몇백 명이나 되는 플레이어들이 대기하고 있다. 김태현을 잡기 위해서.”

“……!!!”

선수들은 정말 놀랐다. 김태현을 잡기 위해서 몇백 명이나 되는 플레이어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선수 중 한 명은 깨달았다는 듯이 외쳤다.

“너 쑤닝이지??”

“…내 정체는 중요하지 않….”

“그럴 수 있는 놈이 쑤닝밖에 없잖아!”

“맞아. 요즘 쑤닝 잘나가더라.”

“길드 동맹이 그렇게 잘나갈 줄 몰랐어. 해체할 줄 알았는데.”

“쑤닝. 만나서 반갑다. 혹시 길드 동맹 들어가도 되냐?”

“너 베이징 산다며? 나도 베이징 사는데.”

“…아, 닥쳐라 좀!”

쑤닝은 벌컥 화를 냈다. 그러자 선수들은 입을 다물고 수군거렸다.

“왜 화를 내고 그러지?”

“쑤닝이 좀 예민하다는데.”

“그래도 그렇지 우린 반가워서 그러는데 너무한 거 아냐? 그리고 얼굴은 왜 가린 거야?”

“신비주의 같은 거 아닐까?”

“저런 신비주의가 어디 있어? 저런 거 할 수 있는 놈이 쟤밖에 없잖아.”

“김태현한테 얼굴 들키기 싫어서 저러는 거 아닐까?”

“그럴듯한데?”

“나 간다.”

쑤닝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선수들이 호다닥 달려들어 말렸다.

“아니야!”

“미안해, 쑤닝! 반가워서 그랬어!”

“맞아. 이런 곳에서 잘나가는 같은 나라 사람을 보니까 더 반갑네!”

“…….”

쑤닝은 못 이기는 척 다시 돌아섰다. 지금 태현과 붙어보고 싶은 건 그였으니까.

“그런데 정말 김태현을 잡을 수 있어? 숫자 많다고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어설프게 쳤다가는 괜히 역효과만 날지도 모른다고.”

“걱정 마라. 지금 데리고 온 놈들은 김태현을 잡기 위해 철저하게 훈련한 놈들이니까.”

김태현 척살 부대!

태현이 들었다면 ‘와 징그러운 놈들 뭐 저렇게까지 하냐’ 하고 감탄했을 것이다.

길드 동맹에서 비밀리에 키우는, 태현을 카운터치기 위한 팀이었다.

길드 동맹은 바보가 아니었다. 태현이 끼친 피해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다음에 붙는다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

지금은 휴전하고 있었지만 서로 알고 있었다. 언젠가 다시 싸우리라는 것을.

그때부터 쑤닝은 부대를 키우기 시작했다.

-김태현은 다양한 스킬을 갖고 있어서 약점을 잡기 어려워 보이지만, 찾으면 분명히 나온다.

-먼저 전원 장비를 폭발 내성 옵션이 달린 장비 세트로 갖춰 입어라. 즉사만 안 하면 포션과 스킬로 회복할 수 있다.

-무기는 무조건 원거리 공격에, 데미지 낮더라도 저주 옵션이 달린 걸로 들어라! 김태현한테 근거리 공격을 넣는 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거리 공격도 방해한다.

무조건 명중하는 옵션이 달리는 활은 경매장에 한 개 올라올까 말까였지만, 약한 저주 같은 게 달린 활은 구하려면 구할 수 있었다.

데미지 1이라도 계속해서 넣는다!

-붙어 있지 마라, 떨어져서 거리를 둔다. 뭉쳐 있다가는 한 방에 갈 수 있다. 김태현은 얼마든지 딜량을 올릴 수 있다는 걸 주의해라!

-죽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어디까지나 네가 잡는 게 아니라 시간을 끌고 약하게 만드는 거다.

한 명 한 명 수준은 레벨이 갓 100 넘겼을 정도지만, 철저하게 태현을 잡기 위해 준비한 부대였다.

‘랭커들은 김태현을 상대하는 데 오히려 안 좋아.’

쑤닝은 많은 걸 깨달았다.

잃을 게 많은 랭커들은 태현을 상대하면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태현은 그런 잔머리를 역으로 이용하는데 도사!

차라리 잃을 게 없는 플레이어들로 태현을 잡으려 나서는 게 좋았다.

쑤닝은 김태현 척살 부대 플레이어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다.

피해를 입으면 대신 메꿔주고, 하나부터 열까지 장비를 챙겨주고….

이 정도면 분명 김태현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오늘, <베이징 파이터즈>와 태현의 소식을 들은 쑤닝은 무릎을 쳤다.

이건 김태현 척살 부대를 실전에서 써 볼 절호의 기회였다.

지금이라면 플레이어들을 보내도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들이 데리고 온 플레이어들이라고 우길 수 있었다.

이번에 잡지 못하더라도 실전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이고, 혹시 이번에 잡는다면….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그러나 설명을 들은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들은 질린 얼굴이었다.

“김태현 전문적으로 잡는 플레이어 부대를 만들었다고?”

“쑤닝, 그건 좀 아니다….”

“집착도 그 정도면 병이야. 쑤닝.”

마치 변태를 보는 듯한 눈빛!

쑤닝은 울컥했다. 이놈들이 기껏 도와주러 왔는데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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