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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13화 (613/1,826)

§ 나는 될놈이다 613화

[던전에 입장하셨…]

[던전에 입장…]

수십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던전에 입장!

그때쯤 되자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들에게도 연락이 갔다.

-지금 입구에서 난리 났습니다!

-?

-구경하고 있던 팬분들이 공격하고 들어왔어요!

-뭐라고??

선수들은 황당하다는 듯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열정적인 팬들이라도 그렇지 PVP를 하고 던전에 들어올 줄이야!

“어떡하지?”

“뭘 어떡해. 내보내야지.”

“그래도 팬인데….”

“그렇다고 계속 기다릴 거야? 던전 연습해야 할 거 아냐.”

“그렇다고 공격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맞아. 그냥 대화로 푸는 게 나을 거 같은데.”

“너희들은 대화로 풀던가. 난 공격으로 푼다. 누구한테 진 놈답게 참 패배적이네.”

“이 자식이 진짜… 지금 한 번 붙어볼까?”

도동수는 이를 갈며 무기를 꺼냈다. 창의 도발이 슬슬 참아줄 수준을 넘고 있었다.

상대가 태현 정도여야 무섭지, 태현을 상대해 온 입장에서 창은 그냥 같잖은 놈일 뿐이었다.

“흥. 입만 살아서. 너 같은 놈은 상대해 주기도 아깝다.”

“붙어보자, 자식아!”

“시끄러워. 패배자. 너하고 수준이 맞는 놈하고 놀아. 김태현 같은.”

* * *

[타락한 드워프 도끼 전사를 쓰러뜨렸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태현은 앞에서 질풍처럼 길을 만들었다.

태현 일행은 모르고 있었지만, 아까 이 구역을 공략한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들보다 몇 분은 더 빠른 기록이었다.

코치나 직원들이 알게 되면 기겁했을 사실!

<여섯 봉우리 산맥의 잊혀진 지하 요새> 던전은 지하 7층까지 있는 던전이었고, 현재는 지하 4층까지 공략된 상태였다.

선수들의 위치는 지하 2층.

태현과 광팬들은 지하 1층!

빠르게 뚫고 한 층만 더 내려가면 선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선수들 지하 2층에 있는 거 맞습니까?”

“네! 맞아요!”

태현은 다시 한번 팬들에게 선수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들은 <베이징 파이터즈> 홍보 계정에서 실시간 영상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어디 있는지 바로 확인이 가능!

‘한 번에 다 잡아버리면 던전 빌 테니까 입구만 막으면 우리가 내내 쓸 수 있겠군.’

태현은 빠르게 계획을 세웠다.

남이 점령한 던전을 뺏는 데에는 태현만한 전문가가 없었다.

이제까지 뺏은 던전만 해도 세 자리수를 간단히 넘기는 수준!

-여기 던전은 왜 입구를 막았어?

-우리 길드 던전이다.

-니네 길드 던전이라고? 뭐 이름이라도 써놨냐?

-꺼져라. 안 꺼지면… 컥!

-뭐 임마. 안 꺼지면 이렇게 된다고?

판온 1에서는 태현 앞에서 ‘우리 길드가 먼저 왔으니 우리 던전이다’ 같은 소리를 하고 살아남은 플레이어가 없었다.

“가자!”

“와! 이 던전이 이렇게 생겼구나!”

“여기 1층 도끼 방이야!”

팬들이 삼삼오오 흩어지기 시작했지만 태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선수들만 잡으면 점령할 수 있을 테니까!

태현의 활약으로 1층을 손쉽게 돌파한 일행은 곧바로 2층에 들어갔다.

“!”

2층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건 통로 반대쪽에 있는 선수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모양이었다.

‘잘 됐네.’

“와!!! 팬이에요!”

“창! 사인 좀 해줘!”

선수들을 발견한 팬들은 우르르 달려 나갔다. 그걸 본 창은 짜증 난다는 듯이 말했다.

“여기 들어오면 안 된다고 했을 텐데.”

“사인해 주면 나갈게!”

“맞아! 사인만 해줘!”

“그냥 죽어.”

“?!”

말과 함께 창은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레벨도 낮은 데다가 전혀 싸울 생각이 없었던 팬들은 한 방에 로그아웃 당하기 시작했다.

“야! 적당히 하라고!”

“맞아요. 그냥 잘 말해서 내보내자니까!”

“이런 쓰레기들에게는 그럴 시간이 아깝다. 비켜.”

퍽퍽퍽-

창은 추수라도 하는 것처럼 무기를 휘둘러 길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것들은 어떻게 들어온 거지?’

생각해 보니 이 플레이어들 수준으로는 입구도 못 뚫었을 것 같았다.

“저거 도동수 아니냐?”

“어? 진짜네?”

“헉. 나 좀 얼굴 가려줘. 마주치면 민망할 거 같아.”

케인은 최상윤 뒤에 숨었다. 도동수와 눈이 마주치면 서로 민망할 것 같았다.

투기장 대회에서 도동수 잡는데 한몫한 게 그였던 것!

탁-

“그만하라고, 이 자식아!”

“놔. 어디에 손을 올려?”

창은 거칠게 도동수의 손을 뿌리쳤다. 앞에 남은 태현 일행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

다른 팬들처럼 언제든지 해치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내가 아까 말했지? 네 수준에 맞는 김태현이랑 놀라고.”

꿈틀-

태현의 눈썹이 살짝 위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이게 누구랑 누구를 갖다 붙이는 거야?

최상윤이 낮게 중얼거렸다.

“아주 죽여 달라고 하는군.”

어차피 그렇게 말 안 해도 알아서 다 쓸어버릴 텐데 굳이 매를 버는 상대방!

“공격할까?”

“아냐. 흥미진진한데 좀 더 들어보자. 저건 근데 누구냐?”

“나도 모르는 놈인데.”

태현과 최상윤은 고개를 돌려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저라고 뭐든 다 아는 건 아닌데요.”

“아. 그런가.”

“그렇지만 저 사람은 창 선수에요.”

‘아는 거 맞잖아….’

걸어 다니는 판온 백과사전 수준!

태현 일행이 떠드는 사이,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들도 점점 갈등이 심해지고 있었다.

“야. 덤벼.”

“너 같은 놈하고 어울리기 싫다는 건 귓등으로 들었냐?”

“너한테 선공 주는 거다. 기회 줄 때 해라. 안 그러면 내가 친다.”

“하, 이게 진짜….”

도동수가 무기를 겨누며 말하자, 창은 짜증난다는 듯이 무기를 빼들었다.

언제라도 싸움이 시작될 거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꿀꺽-

다른 선수들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코치에게서 연락이 왔다.

-김태현이다! 그놈 김태현이다!!

-??

-뭐가?

-뭔 소리에요?

-지금 습격하고 있는 거 김태현이라고!

선수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태현을 쳐다보았다.

“김… 태현?”

“아. 소식 전해졌나.”

태현은 가면을 풀고 원래대로 얼굴을 돌렸다. 그러자 다른 일행도 얼굴을 가리고 있던 망토를 벗어 던졌다.

“케인까지!”

“진짜 김태현이잖아?!”

“설마 김태현 욕했다고 여기 온 건가?”

‘나 욕하고 있었군.’

태현은 잊지 않고 기억해두었다. 어째 도동수가 있다 했더니, 평소에 그를 욕하면서 놀았던 게 분명했다.

도동수와 싸우려던 창은 반색했다.

“흥, 잘됐네. 만나면 한 번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었는….”

“케인.”

“오케이.”

이제는 말만 해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케인은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노예의 쇠사슬!

촤르륵!

“!”

케인의 쇠사슬을 맞은 창은 그대로 앞으로 끌려갔다.

‘이건 대회에서의 그 스킬!’

창은 기겁하며 무기를 들어 케인을 공격하려고 했다. 일단 끌려가더라도 케인을 공격하면 위기 탈출이 가능했으니까.

그러나 그건 시작일 뿐이었다.

태현은 <카르바노그의 무딘 창>을 꺼내 재빨리 창을 찔렀다.

피하지도 못하고 끌려오는 창은 손쉬운 먹잇감일 뿐이었다.

-<카르바노그의 진심 저주>!

[<카르바노그의 진심 저주>를 사용했습니다. 상대가 1분 간 토끼로 변합니다.]

[토끼로 변한 상대의 스탯과 스킬들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원래 토끼가 아니었던 상대에게는 <토끼 지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상대의 장비가 모두 해제됩니다.]

덜그럭-

장비들이 우르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까지 창이 있었던 자리에 귀여운 토끼 한 마리가 있었다.

이다비는 스킬을 사용해 바닥에 떨어진 장비들을 순식간에 챙겼다.

-뀨뀨뀨!!!!

“뭔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욕하는 거 같군!”

케인은 그렇게 말하며 무기를 휘둘러서 토끼를 후려쳤다.

갈르두와 창은 달랐다.

플레이어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렙 몬스터인 갈르두와 달리, 창은 어디까지나 플레이어 수준이었다.

게다가 토끼로 바뀐 것에 바로 적응하지도 못한 상황.

-깨갱!

창은 비명을 지르며 벽에 날아갔다.

타다닥-

벽에 맞고 날아간 창은 시간을 벌기 위해서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태현은 굳이 창을 쫓지 않고 다른 선수들을 쳐다보았다.

“우리 친구들, 나 없는 사이 내 욕 하고 지냈던 거야? 너무하지 않냐? 언론에는 내 이름 팔더니.”

“어… 그게….”

“사실 욕은 도동수가 많이 했….”

도동수는 속으로 창과 태현을 욕했다.

창이 저렇게 반응하지도 못하고 당한 게 고소하기는 했다.

‘멍청한 놈, 김태현 상대로 방심하다니!’

그였다면 태현을 만난 순간부터 태현과 케인의 움직임에 주목했을 것이다.

태현을 상대할 때는 한 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그대로 로그아웃 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창이 당한 것 때문에 한층 싸움이 불리하게 됐다.

“김태현. 우리가 욕한 게 아니고… 원래 기사는 그런 거잖아. 관심 받으려면….”

다른 선수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원래라면 이런 상황에서 바로 덤벼들었을 그들이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고 이렇게 말을 붙이는 이유는 하나였다.

상대가 태현이었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도 몰랐지만, 무의식적으로 겁을 먹고 이러는 것이었다.

“그래. 나도 관심 좀 받으려고 여기 왔지.”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상도덕도 없냐? 연습하는데 와서 무슨 짓이야?”

“뭔 상도덕이야. 판온이랑 현실이랑 같냐? 그렇게 따지면 너희는 PVP 왜 하는데?”

[<카르바노그의 진심 저주>가 끝납니다. 상대가 돌아옵니다.]

“이런 비겁한 새끼! 치사한 새끼! 비열하게 이런 기습을!”

맨몸으로 돌아온 창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물론 태현은 ‘어디서 개가 짖나’ 하는 표정으로 무시할 뿐!

“나 만났는데 방심한 놈이 바보지. 그보다 너. 이름이… 뭐였더라. 어쨌든 그건 중요하지 않고, 내가 왜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안 죽이고 이렇게 장비만 뺏었느냐….”

태현은 그렇게 말하며 검을 뽑았다.

“나하고 저놈하고 같은 수준이라고 말한 것도 그렇고, 날 만나면 본때 보여준다는 것도 그렇고. 너무 자신감 있어 보여서 장비만 뺏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내 실력을 보려면 정정당당하게 장비를 줘야지. 지금 장비를 다 뺏어놓고 이러는 거냐! 겁먹은 건 아니겠지?!”

“겁은 무슨. 그리고 오해하고 있는 거 같은데, 너하고 정정당당하게 붙어서 실력을 보려고 장비를 뺏은 게 아니야. 인마.”

“……?”

“다른 놈 다 처리하고 너 갖고 놀려고 장비를 뺏은 거지. 네 실력은 안 궁금해. 도동수랑 노는데 도동수 정도겠지.”

울컥!

말 한마디로 도동수와 창을 동시에 도발하는 데 성공한 태현이었다.

“그러니까 네 실력 보여주는 건 나중에 네가 알아서 하고, 지금은 그냥 죽어라.”

“절대 안 넘어간다! 내 길드원들 데리고 널 쫓아주마!”

태현은 창을 다시 한번 무시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 무시에 창의 얼굴이 붉어졌다.

“저놈은 됐고, 나머지는 이제 슬슬 시작할까?”

태현의 말에 다른 선수들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걸 느꼈다.

곧 PVP가 있을 텐데도 전혀 긴장하지 않은 것 같은 저 모습!

그게 그들을 오히려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김태현.”

“아. 도동수. 정보는 고마웠어.”

“???”

“?????”

팀원들의 눈빛에 도동수는 기겁해서 외쳤다.

“아, 아니야! 속지 마! 저 자식이 구라치는 거야!”

“맞아. 농담한 거야. 내가 뭐하러 도동수까지 매수하겠어.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데.”

“…김태현. 그런 도발을 해봤자 난 흔들리지 않는다. 저번 싸움 이후로 나도 상당히 늘었거든.”

“오. 진짜?”

태현은 의아해했다. 저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지?

그사이 뭐 폭발적으로 레벨 업이라도 했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텐데?

“…이렇게!”

탓!

도동수의 몸이 사라지더니, 2층에서 1층으로 가는 입구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도동수는 재빨리 1층으로 올라가서 도망쳐 버렸다.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도망쳐버린 것이다.

‘던전을 노리고 온 걸 테니 쫓아오지는 않을 거다!’

“…늘긴 늘었군.”

태현은 살짝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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