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606화 (606/1,826)

§ 나는 될놈이다 606화

“독……. 독은 아니야.”

“그렇습니까?”

“아니, 형님 좀 천천히 마시지 왜 급하게 마셔서 사레를 들리십니까?”

“이게 급하게 마셔서 사레를 들린 거 같냐!”

김태산은 울컥해서 수프 그릇을 흔들었다.

아까는 그냥 마시느라 못 봤는데, 수프의 색이 녹색이었다.

아무리 봐도 독의 색깔!

“아니 내가 요리를 해도 이런 요리는 안 나오겠다. 대체 이런 요리를 왜 만들어서 준 거야? 너. 태현이가 시켰지!”

합리적 의심!

우락부락한 오크들이 노려보자 요리사는 쪼그라들 정도로 겁을 먹었다.

“아, 아니……. 그거 진짜……. 좋은 요리에요…….”

“이게??”

“맛만 그렇고 효과는 좋은 건데……. 좀만 더 드셔보시면…….”

“…….”

김태산은 못 믿겠다는 눈빛으로 다시 그릇을 들었다.

그리고 삼켰다.

“크으으으으으으…….”

더럽게 쓴 한약을 몇십 배로 응축시켜놓은 것 같은 맛!

김태산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정체불명의 다섯 가지 재료로 만든 괴식 강장 요리>를 전부 다 먹었습니다!]

[괴식 요리를 전부 다 먹은 것으로 추가 보너스를 얻습니다.]

[힘이 영구적으로 5 오릅니다.]

[체력이 영구적으로 5 오릅니다.]

[일시적으로 물리 방어력이…….]

[일시적으로 마법 방어력이…….]

[일시적으로 공포 저항이…….]

[…….]

“!!!”

단순 계산했을 때 레벨 업을 두 번 한 효과가 나온 것이다. 그것도 요리 하나로!

게다가 일시적으로 추가되는 버프들은 덤이었다.

정말 귀한 요리가 분명했다. 김태산은 감동과 동시에 놀랐다.

대체 이게 무슨 요리지!

“정말……. 좋은 요리군. 고맙다!”

“하하……. 만족하시니 다행이네요!”

김태산의 얼굴이 풀리자 요리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무서웠던 것이다.

“형님, 그 요리가 그렇게 맛있습니까?”

“아니. 맛은 진짜 더럽게 없는데.”

“……?”

“???”

“효과는 더럽게 좋다.”

그 말에 오크 아저씨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몸에 좋은 거라면 온갖 징그러운 것이라도 다 먹을 수 있는 그들!

게임에서도 그건 달라지지 않았다.

홱-!

그들의 고개가 돌아가 요리사에게 집중되었다.

“그 요리 더 있니?”

“이 아저씨가 비싸게 주고 살게. 내놔봐.”

“어허. 어디 새치기를. 넌 젊은 놈이 인마. 아직 괜찮잖아. 나한테 양보해라.”

‘무, 무서워…….’

요리사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저……. 그 요리는 워낙 귀한 거라 하나밖에 못 만들었어요.”

“크윽!”

“이런……!”

“형님 주지 말고 내가 먼저 먹을걸!”

탄식하는 아저씨들!

그 모습에 요리사는 뿌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랬다. 여기 온 요리사들 중 이 한 명만이 스타우에게 직접 <괴식 요리>를 전수 받은 요리사였던 것이다.

태현은 결국 스타우를 보내지는 못했지만, 스타우의 제자를 딸려 보내는 데에는 자신도 모르게 성공한 것!

“그렇지만 다른 건 만들 수 있습니다. 만들어지는 대로 대접해드릴게요!”

“뭐? 정말로?”

“이거 잘 부탁한다. 크하하!”

“혹시 뭐 갖고 싶은 거라도 있니?”

덩치 작은 요리사를 둘러싸고 신나서 떠드는 오크 아저씨들!

누가 보면 골드라도 뜯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아까 그 요리는 무슨 재료를 썼길래 못 만드는 거지?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재료면 구해다 줄게.”

“일단 <매우 희귀한 세 빛깔 바퀴벌레>하고…….”

“……야. 형님 못 들었지?”

“영원히 못 듣게 해야겠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순식간에 친해졌다.

오크 아저씨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렇게 뛰어난 요리사를 왜 푸대접한단 말이야!”

“맞아. 재료가 좀 징그럽고 맛이 개같이 없으면 어때! 몸에만 좋으면 그만이지!”

“원래 몸에 좋은 건 입에 쓴 법이여!”

괴식 요리를 배우고 처음 받는 환대!

요리사는 감동으로 울컥해졌다.

“크흑……!”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반응!

-아……. 이걸 먹어야 해?

-야. 참고 먹어! 먹어야 사냥을 갈 수 있어!

-코를 막고 먹어봐!

-먹기 전에 이 마비 열매로 혀를 마비시키면 좀 낫더라.

괴식 요리 자체는 잘나갔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던 것이다.

이렇게 오크 아저씨들처럼 뜨겁게 호응해 주고 칭찬해 주던 사람들이 있었던가!

“흑흑……. 저희 영지 놈들은 다 맛알못 새끼들이에요…….”

“거럼! 그놈들이 아직 어려서 맛을 모르는 거야!”

“태현이 영지에는 그러면 너 같은 요리사들이 더 많은 건가?”

“저 말고도 몇 명 더 있어요. 저희를 가르쳐 준 요리사 NPC도 있고요.”

“……!”

오크 아저씨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 요리사를 가르쳐 준 NPC가 있다니.

그렇다면 그 NPC는 얼마나 정력에 좋……. 아니, 얼마나 스탯에 좋은 요리를 한다는 건가?

“우르크 가서 짐 다 풀어놓으면 당장 모시러 가자!”

“앗. 그런데 태현이 영지에 있다면서요.”

“태현이 허락을 받아야 할 거 같은데…….”

“태현이가 허락 안 해주지 않을까? 그런 인재를.”

“음. 나 태현이 돌잔치 때 선물 갖고 갔는데 그걸로…….”

“퍽이나 먹히겠다!”

“뭐 태현이가 좋아할 만한 거 들고 가서 설득해 보자구.”

오크 아저씨들은 서로 둘러싸고 앉아서 수군거렸다.

* * *

첨벙!

태현과 피해자 일행, 아니, 플레이어 일행은 무사히 출구로 나와 수면 위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런데 여기 오면서 뭐 아무것도 없었냐?”

“음. 있었지.”

“뭐가 있었지?”

플레이어들은 태현이 다 잡고 온 줄 아는 모양이었다.

전혀 걱정하거나 긴장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음……. 사실…….”

“……?”

“잡고 들어온 게 아니라 피해서 들어온 거라, 다시 잡아야 해.”

“……응?”

“뭘, 뭐를?”

뭔가 일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걸 깨달은 플레이어들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쿠르르르르-

순간 그들의 밑이 어둡게 변했다.

무언가 거대한 게 올라오고 있다!

촤아아아악!

-퀘에에엥!

크라켄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저주받은 거대한 크라켄>을 목격했습니다. 공포 저항에 실패했습니다. 몸이 굳습니다!]

플레이어 중 몇 명은 크라켄을 보고 공포 저항에 실패해 몸이 굳어버렸다.

그렇지만 나머지는 재빨리 흩어졌다.

“으아악! 이게 뭐야!”

“김태현! 미리 말해줬어야지!”

“미안. 급해서 잊어버렸네.”

물론 거짓말이었다.

말해줬으면 이놈을 잡는 대가로 버티려는 놈들이 나올 수 있었을 테니까!

‘그나저나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건가?’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왠지 모르게 이 크라켄이 그에게 원한을 가진 것 같았다.

[카르바노그가 당신이 한 짓을 생각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아니. 파이토스 교단이 더 얄밉지 않나?’

“앗! 김태현 백작님이다!”

“살아 계셨어!”

“이런 젠장!”

“응?”

“방금 사제님.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닐세.”

저 멀리서 교단 함선들에 나눠 타고 있는 NPC들의 소리가 들렸다.

파이토스 교단은 함선을 잃어버려서인지, 야타 교단의 함선 위에 타고 있었다.

위치 확인 끝!

태현은 씩 웃으며 바다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목표는 파이토스 교단이 타고 있는 야타 교단의 함선!

“김태현 백작, 왜 여기로 뛰어오는…….”

촤아아악!

크라켄은 주변에 흩어진 플레이어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태현을 쫓아 달려오기 시작했다.

반드시 죽인다는 살벌한 의지가 느껴지는 추격!

“야타 교단! 함선 부서지기 싫으면 방어막 치는 게 좋을 거다!”

이건 지휘가 아닌 거의 협박이었다.

그렇지만 제대로 먹혔다.

“모, 모두 결계를 쳐라! 사제들은 모두 결계를 쳐서 함선을 보호해라!”

파이토스 교단과 야타 교단은 황급히 전력을 다해 결계를 치기 시작했으니까.

교단 고위 사제들이 전부 다 방어에 집중하자, 크라켄이 후려쳐도 버텨내는 결계가 만들어졌다.

쾅, 쾅!

[교단 사제들의 집중 결계가 펼쳐졌습니다. 현재 결계의 남은 내구도는 78%입니다.]

“더 열심히 하라고!”

함선 위로 올라가면서 태현은 그들을 재촉했다.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은 태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가혹한 채찍질>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자리에 있는 이들의 능력이 상승합니다.]

“헉헉…….”

태현이 함선에 올라가자, 그걸 보고 다른 플레이어들도 거기로 모이기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공격대의 중심이 된 야타 교단의 함선!

야타 고위 사제 중 한 명이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바다에 내려가서 싸우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뭐, 바다는 이 함선 부서지면 내려가도 되니까.”

“…….”

“자. 이제 저걸 어떻게 잡을지 생각해 볼까…….”

“후. 김태현.”

“……?”

갑자기 폼을 잡기 시작한 앨콧. 태현은 ‘얘가 뭘 잘못 먹었나?’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넌 오늘 운이 좋은 거야. 내가 오랫동안 저기 갇혀 있어서 날뛰고 싶었거든.”

앨콧의 말에 뒤에서 플레이어들이 수군거렸다.

“쟤 방송 켰냐?”

“아니. 쟤는 원래 저런 놈이었어.”

“봐라. 내 실력을!”

앨콧은 재빨리 바다 위를 달려 크라켄에게 덤벼들었다.

이번 기회에 바닥에 떨어진 위신도 좀 올리고, 태현한테 생색도 좀 낼 생각이었다.

안 그래도 크로포드와 로이가 그를 수상하게 보는 눈빛이 아팠던 것이다.

“<공중 연속 밟기>, <약점 만들기>, <마비성 맹독 단검>, <전력을 다한 질주>!”

공중을 걷는 스킬과, 상대의 약점을 강제로 만드는 스킬, 그리고 무기에 독성을 부여하는 스킬과 고속 이동 스킬까지.

암살자다운 스킬 연속 콤보를 보여주며 앨콧은 허공을 달려 크라켄의 눈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발목을 묶는 심해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이 주변에서는 날아다닐 수 없습니다!]

첨벙!

달려들던 앨콧은 그대로 바다에 떨어졌다.

상황을 모르는 플레이어들은 황당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저 자식 지금 스킬 실패해서 떨어진 거야?”

“미친. 초보자들도 안 하는 실수를…….”

“아, 아니야! 여기 저주가 걸려 있다고……!”

“변명이 너무 추하다 앨콧!”

“우우! 우우우!”

플레이어들은 상황도 잊고 앨콧을 야유했다. 앨콧은 얼굴이 붉어져서 외쳤다.

“김태현! 여기 저주 있잖아! 말 좀 해줘!”

“그래. 여기 주변에는 날아다니지 못하는 저주가 있어.”

“봐라! 김태현도 저렇게 말하잖아!”

앨콧은 의기양양하게 외쳤지만 플레이어들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을 뿐이었다.

“앨콧……. 그렇게 할수록 너만 딱할 뿐이야…….”

“적당히 인정해라.”

“이 자식들이 진짜……. 으걱.”

-퀘에에에엑!

크라켄이 옆에서 떠드는 앨콧이 짜증났는지 그대로 촉수로 후려쳐 날러버렸다.

앨콧은 허공 높이 쭉 날아가더니…….

그대로 뚝 떨어졌다.

“앗. 진짠가?”

“그냥 떨어지는데?”

“저 자식 우기려고 일부러 스킬 안 쓰고 떨어지는 건 아니겠지.”

불신의 눈빛을 보내는 플레이어들!

그 사이 거리를 벌렸던 흑흑이가 재빨리 날아 왔……. 아니, 바다를 헤엄쳐서 기어 올라왔다.

-주인님. 주인님.

“……?”

-제가 저놈의 약점을 알아왔습니다!

“뭔데?”

-놈은 불에 많이 약합니다!

“오. 진짜? 잠깐……. 너 그거 어떻게 아는 거냐?”

-…….

흑흑이는 태현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 자식이……. 내가 쓰지 말랬지? 응? 너 때문에 내가 손해보면 네가 책임질 거냐? 응?”

-흑흑……. 죄송합니다…….

태현은 흑흑이를 구박하는 것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일단 불에 약하다니 화염 속성으로 공격해 볼 생각이었다.

“크로포드!”

“왜!”

“놈의 약점은 화염 속성이다. 화염 마법을 써!”

크로포드는 화염 마법을 전문으로 하는 랭커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안성맞춤…….

“……저놈의 약점이 화염이라고? 물속에서 헤엄치는 크라켄이?”

크로포드는 ‘이 자식 뭔 소리를 하는 거야’ 하는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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