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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05화 (605/1,826)

§ 나는 될놈이다 605화

“‘네?’는 무슨 ‘네?’야. 동네 버스도 타면 돈을 내고, 택시도 타면 돈을 내는데. 설마 여기까지 구하러 왔는데 그냥 입 닦고 같이 하하호호하며 갈 생각은 아니었지?”

“아……. 어…….”

“으……. 어…….”

앨콧과 크로포드는 기묘한 일체감을 느꼈다.

동시에 입에서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아……. 어……. 으……. 어…….’ 하는 소리!

“뭐야. 설마 공짜로 갈 생각이었어? 나 기분 상했어. 갈래.”

“잠, 잠깐만! 아니! 누가 그런 말 했어!”

앨콧이 재빨리 태현의 팔을 붙잡았다.

“우리 친구잖아! 친구!”

“친구 사이일수록 이런 거래는 똑바로 해야 한다는 거 몰라? 응?”

“……그, 그렇긴 하지……. 뭘 해주면 돼?”

“뭐, 크게 해줄 건 없고.”

태현의 말에 셋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김태현이 완전히 개X끼는 아니구나!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하고 내 영지에 귀환 포인트 정도만 설정하는 정도?”

“…….”

“…….”

“……개X끼…….”

“방금 누구?”

앨콧과 로이는 바로 손가락으로 크로포드를 가리켰다.

“이것들이?!”

크로포드는 배신감에 부들부들 떨었다.

유배지에 같이 떨어져서 쌓은 우정을 1초 만에 버리다니!

“크로포드. 알겠어. 넌 혼자 와라.”

“아, 아니야. 김태현. 내가 욕한 건 이 앨콧 놈이었어!”

크로포드는 허둥지둥 손을 내저었다.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김태현은 버리고 간다면 진짜 버리고 갈 놈이라는 것!

‘끙…….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하면……. 그래. 뭐 크게 문제는 아니겠지.’

크로포드가 혼자 욕했지만 사실 셋 중 상황이 가장 나은 편이었다.

크로포드는 다른 교단 퀘스트도 거의 깨지 않은 플레이어였고, 영지도 딱히 없이 많이 돌아다니는 랭커였다.

교단에 가입하고 태현의 영지에 귀환 포인트를 박아놔도 그렇게 크게 손해는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에랑스 왕국처럼 마법사들도 많고 시설도 많은 곳이 가장 좋긴 하겠지만, 크로포드 정도 랭커면 탈것을 타고 빠르게 이동이 가능했다.

“좋아. 가입하면 되겠지?”

“?!”

“?!?!?”

앨콧과 로이는 깜짝 놀라 크로포드를 쳐다보았다. 진짜 가입한다고?

“야. 가입하면 어떡해!”

“맞아! 좀 더 버텨야지!”

크로포드와 달리, 앨콧과 로이는 아쉬운 게 많았다.

둘 다 나름 다른 교단에서 퀘스트를 깨고 공적치 포인트를 쌓아놨던 것!

크로포드와 손을 잡고 김태현을 설득해야 하는데 크로포드가 날름 빠져나가 버린 것이다.

“……너희 두 새끼들 방금 날 고발하지 않았냐?”

“아……. 아니. 그건 어차피 알았을 거라고.”

“맞아. 어쩔 수 없었어.”

“그래.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이 새끼들아.”

크로포드는 중지를 날리고 김태현 쪽으로 향했다. 태현은 흐뭇한 얼굴로 크로포드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주 잘 생각했어. 가입하라고.”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하겠습니까?]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를 귀환 포인트로 잡겠습니까?]

-가입.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했습니다.]

[신성이 오릅니다.]

[대륙에 퍼진 아키서스 신전에 갈 경우 사제들과 성기사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단의 본 신전으로 가서 기도하면 특수한 효과가 추가됩니다.]

[…….]

[…….]

[탈퇴할 경우 공적치 포인트가 전부 사라집니다. 아키서스 교단 NPC들과의 친밀도가 크게 내려갈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무난한 창들이었다.

[탈퇴할 경우 아키서스의 저주를 맞을 수 있습니다.]

“응?”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서 다른 곳으로 귀환 포인트를 옮길 경우 아키서스의 저주를 맞을 수 있습니다.]

“응????”

크로포드는 당황해서 메시지창을 쳐다보았다.

원래 교단 페널티가 이렇게 극단적이었나?

보통 공적치 포인트랑 친밀도 좀 깎고 끝내지 않나??

아키서스 교단이 이렇게 심한 곳이라고는 들어본 적 없는데???

“아니……. 야…….”

“왜?”

“……됐다…….”

크로포드는 앨콧과 로이를 힐끗 보더니 말을 멈췄다.

이렇게 된 이상 저놈들도 끌어들이리라!

태현은 크로포드의 속마음을 읽고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착한 녀석이군.’

세상은 ‘나 혼자 당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덕분에 조금 더 사기 치기 쉬워지는 법이었다.

앨콧과 로이는 망설이며 안달냈다. 로이는 은근슬쩍 말을 붙였다.

“그러고 보니 태현 님. 제가 아버님 밑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나 어제 아버지랑 싸웠는데?”

“……아무것도 아닙니다…….”

로이는 조용히 찌그러졌다.

그렇게 그들이 떠드는 사이, 뒤에서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나타났다.

셋이 끌려갈 때 같이 끌려갔던 플레이어들!

“김태현! 구해주러 왔구나!”

“아냐. 나도 갇혔어.”

“……진, 진짜?”

단체로 흔들리는 동공!

“농담이다.”

단체로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왔다.

“까르륵! 장난꾸러기 같으니!”

“아하하! 김태현 이 유머 감각 뛰어난 놈!”

“어서 빨리 나가자! 난 퀘스트가 쌓여 있어!”

앨콧과 로이가 한숨을 쉬며 옆을 가리켰다.

“……?”

“여기 줄 서라. 교단 가입해야 되니까.”

“……???”

* * *

-태현 님 어디 갔어요!? 죽은 거 아니죠!?

-안 죽었어. 피하느라 유배지 안으로 들어갔어.

-다행이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진 건데, 아키서스 교단 가입하면 원래 페널티가 심했나?

-네? 저희 길드원들 가입할 때 페널티 같은 건 안 나왔는데요.

-응?

이다비의 말에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로포드는 페널티가 심하고, 유 회장도 페널티가 심하고,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페널티가 없고…….

‘사람 차별하나?’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아니었다. 태현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그래서 위의 상황은 어때?

설마 크라켄이 다시 나타나서 교단 함선들을 무너뜨렸다면 최악의 상황이었다.

-크라켄이 도망가고 아직 안 나타났어요.

‘다행이군.’

-파이토스 교단은 태현 님 죽었다고 좋아하고…….

-걔네는 올라가서 보자고 그래.

-어떻게 할까요? 대기하고 있을까요?

-응. 곧 애들 데리고 올라갈 테니까 합류해서 생각하자.

크라켄을 잡든 안 잡든 일단 이 일행을 데리고 올라가야 했다.

계속 여기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자. 그래서 다들 결정했나?”

“…….”

“그냥 골드 내면 안 될까요?”

“아니. 내가 돈 받으려고 너희를 구하러 온 거라는 거야? 순수한 선의로 온 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벌컥 화를 내는 태현!

플레이어들은 당황해서 손을 흔들었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알지! 우리야 네 선량한 마음을 아는데!”

“안 가입하면 두고 간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협박!

결국 갇힌 플레이어들 전원이 울며 겨자 먹기로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신성이 오릅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전력이 늘어납니다.]

흐뭇-

태현은 흐뭇한 얼굴로 플레이어들을 챙겨 넣었다.

“모두들 열심히 해서 공적치 포인트 쌓고 그러라고. 영지에 가면 <고블린 만능 제작기>라는 게 있는데, 그거 재밌으니까 해보고.”

대놓고 도박을 권유하는 영주!

그렇지만 아쉬운 게 많은 플레이어들은 떨떠름한 얼굴로 들을 뿐이었다.

“좋아. 이제 출구로 안내해 주지.”

* * *

[<산둘 도적단>이 습격해 옵니다.]

“모두 전투 준비!”

김태산은 우렁차게 외쳤다. 그러자 길드원들은 재빨리 움직였다.

[<오크 지휘 함성>을 사용했습니다. 모두의 이동 속도가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합니다!]

[<오크 전투 북>을 사용했습니다. 공격력이 일시적으로…….]

영지에 있던 재산들과 NPC들을 모조리 챙겨서 길드원들과 함께 우르크 지역으로 가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길드원들은 괜찮았다.

문제는 데리고 가야 하는 NPC들!

이들을 데리고 가야 영지의 발전이 빨랐다.

워낙 데리고 가야 할 숫자가 많으니, 필드에서 나타나는 잡몹 도적단들도 긴장하고 상대해야 했다.

[전투가 시작됐습니다. 현재 데리고 있는 NPC들의 숫자는…….]

[NPC들이 죽을 경우 사기가 감소하며…….]

[…….]

[NPC들을 지키십시오!]

“크악! 크아악! 아오! 짜증 나!”

날아오는 화살을 몸으로 받아내는 김태산!

원래라면 한주먹거리도 안 될 적들 상대로 이렇게 수비적으로 싸우니 가슴에서 열불이 치솟았다.

“형님, 가서 치우고 오겠습니다!”

“빨리 치워! 저 궁수들부터! NPC들 죽겠다!”

오크 아저씨들이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컨트롤은 평범하지만 끼고 있는 장비들은 다들 삐까번쩍한 양반들!

전체적인 겉모습은 괴상했지만 전투력 하나는 확실했다.

-으아악! 도망가자!

-모두 도망쳐!

[<산둘 도적단>이 와해되어 도망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NPC들 사이의 사기가 오릅니다.]

“으. 짜증 나는 놈들.”

김태산은 투덜거리며 화살을 치웠다. 빨리 우르크 지역에 들어가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자꾸 늦어지고 있었다.

“요리 드시고 움직이세요!”

“여기서 요리하고 있습니다! 드시고 가세요!”

이런 상황에서는 전투 직업보다 제작 직업이 의외로 더 도움이 됐다.

특히 주현영과 함께 온 요리사들은 실력이 뛰어나고 성실해서 모두가 고마워하고 있었다.

이동할 때마다 틈틈이 솥을 꺼내고 요리를 해서 버프를 걸어주는 그들!

게다가 재료도 자기들이 다 갖고 와서 요리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거 정말 고맙군. 역시 길마가 훌륭하니 길드원들도 훌륭한…….”

“네? 저 사람들은 제 길드원 아닌데요?”

“응?”

김태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요리사들과 주현영이 같이 와서 주현영의 길드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그러면……. 저 사람들은 누구…….”

김태산의 물음에 요리사들은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예? 저희들은 저기에서 왔는데요.”

“저기가 어딘데?”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요.”

“……어, 어? 거기서 왜?”

“그 대장장이들한테 들으니까 여기서 할 일 많다고……. 레벨 올리고 스킬도 올릴 겸 왔는데요.”

“태현이가 보낸 게 아니고?”

“네. 보낸 건 아닌데 재료는 김태현 님이 주신 거 맞습니다.”

“그 자식이 그렇게 마음을 써줄 리가 없는데…….?”

물론 태현은 모르는 일이었다.

영지의 요리사들이 아키서스 교단 쪽에 ‘저기 이주하는 놈들한테 가서 아키서스 전도하고 오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더니, ‘그런 기특한 짓을! 퀘스트를 주마!’ 하고 퀘스트를 내려줬던 것이다.

[NPC들 사이에서 아키서스 신앙이 퍼져나갑니다.]

“……뭔가 찜찜한데…….”

김태산은 메시지창을 보고 찜찜한 표정을 지었다. 아키서스 교단을 믿는다고 뭐 크게 페널티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불안했다.

태현이 이런 친절을 베풀어 줄 리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미 요리사들은 일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들이 되어 있었다.

요리사들이 빠진다면 이동 속도가 절반으로 줄 정도로.

그렇게 김태산이 고민하는 사이, 요리사 한 명이 김태산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손에는 따끈따끈한 김이 풍기는 수프 그릇이 들려 있었다.

“앗. 태현 님 아버지 맞으십니까? 팬입니다! 이거 드셔주세요!”

“하하. 뭘 팬까지…….”

쑥스러워하며 요리를 받으려는 김태산! 요리사는 당황해서 다시 설명했다.

“아니, 태현 님 팬이라고요.”

“…….”

김태산이 정색하자 요리사는 겁을 먹고 한 걸음 물러섰다. 김태산은 아차 싶었다.

어린애 상대로 이게 무슨!

“고, 고맙게 먹지. 주게.”

“앗. 그거 맛이 써서 한 번에 마시면 안 되는…….”

“캵툵퀤?!”

한 모금 마신 김태산은 자기도 모르게 수프를 밖으로 뿜어버렸다.

이건 정말…….

개 같은 맛!

주변에 있던 아저씨들이 깜짝 놀라 외쳤다.

“암살이다!”

“저놈이 형님을 독살하려고 했어!”

“저 자식 잡아!”

“아, 아닌데……. 아닌데……!”

요리사는 기겁해서 손을 내저었고, 김태산도 쿨럭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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