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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04화 (604/1,826)

§ 나는 될놈이다 604화

“지금 그거 챙길 때냐!”

“알고 있어! 무기 디버프는 저기 사제한테 가서 풀어 달라 그래.”

“진짜로? 쟤네가 풀어주겠냐?”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은 최상윤과 눈이 마주치자 흥 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얼마나 태현이한테 당한 게 많았으면…….’

첨벙!

그러는 사이 촉수에서 풀려난 케인이 바닷속으로 떨어졌다.

“어푸, 어푸……. 어?”

헤엄쳐 올라오던 케인은 크라켄이 있는 곳 밑에 시커멓고 커다란 구멍이 넘실거리는 걸 발견했다.

“저기 입구 같은 게 있는데?”

“앗. 너 언제 풀려났냐?”

“…….”

“농담이야. 어쨌든 입구가 저기 밑에 있다 이거지?”

태현은 잠깐 고민했다.

파이토스 교단을 미끼로 내버려 두고 그냥 입구로 돌입해 버려?

지금 파이토스 교단이 신나서 크라켄에게 덤비는 걸 보니, 크라켄도 한동안 파이토스 교단을 공격할 것 같았다.

-퀘에에에에에엑!

[크라켄이 <바다 여신의 분노>를 사용합니다!]

“모두 자리를 지켜라. 파이토스 님께서 지켜보고 계신다! <위대한 망치의 가호>!”

주변에 거대한 파도가 솟구치며 닥치는 대로 휩쓸기 시작했다.

파이토스 교단은 방어막을 치고 버텼고, 태현 일행은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백작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뒤에서 파이토스 교단을 제외한 다른 교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시간만 끌고 있어라! 함부로 덤비지 말고!”

괜히 다른 교단의 함선들까지 박살 날까 봐 태현은 조심스러웠다.

박살 나는 건 파이토스 교단 하나만으로도 충분!

여기 망망대해에서 배가 전부 박살 나면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까마득했다.

“백작님! 그렇지만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그냥 원거리에서 공격이나 해, 이것들아!”

태현은 누가 말한 건지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역시 데메르 교단이었다.

쓸데없이 친절한 교단!

쾅, 쾅, 쾅!

파이토스 교단이 가장 어그로를 많이 끌었는지, 크라켄이 미친 듯이 촉수로 후려치고 있었다.

‘아. 그냥 돌입해도 될 거 같은데…….’

원래라면 바로 들어갔겠지만, 태현이 걱정하는 건 다른 것이었다.

태현이 빠졌다가 파이토스 교단뿐만이 아니라 다른 교단까지 전멸하는 상황!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태현도 좀 곤란해졌다.

아탈리 국왕에게 돌아가서 보고를 해야 하는데 ‘저 빼고 다 죽었습니다!’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태현이라도 공적치 포인트부터 시작해서 친밀도가 대폭 깎일 것이다.

“그래. 잡고 가자.”

“뭐?? 진짜?!”

케인은 태현이 그냥 들어갈 줄 알았는지 잠수하려던 자세를 멈추고 움찔했다.

“따라와!”

“쟤 너무 무섭게 생겼는데…….”

태현은 케인을 데리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콰직!

덩치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때릴 곳도 많다는 것!

크라켄이 파이토스 교단에 한눈팔린 사이 태현은 대만불강검을 뽑고 정확히 공격을 꽂아 넣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경쾌한 손맛과 함께 크라켄의 촉수가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태현은 신경을 집중한 상태로 피해냈다.

균형 잡기 힘든 물 위에서 펼쳐지는 연속 공격. 피하기 힘들었지만 태현에게는 가능한 일이었다.

‘정면!’

-반격의 원!

쾅!

나머지는 다 피하고 마지막에 들어오는 공격은 반격의 원으로 돌려보내자, 크라켄의 거대한 몸통이 흔들렸다.

파앗-

[아키서스 검법의 효과로 크라켄의 약점이 드러납니다. 약점을 공격할 경우 추가적인 효과가 발동합니다.]

크라켄의 곳곳에 약점이 나타났다. 문제는…….

‘이 자식 더럽게 크군.’

약점이 위치한 곳이 너무 멀다는 것!

하필이면 약점이 크라켄의 머리 쪽에 위치해 있어서, 공격하려면 거기로 가야 했다.

-용용이, 흑흑이 나와라!

태현의 명령에 두 드래곤이 튀어나왔다. 갑작스러운 드래곤의 등장에 크라켄이 경계의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주인이여,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닥치는 대로 공격해!

-그, 그렇지만…….

-……?

-내 공격은…… 번개인데…….

-…….

용용이의 주 무기는 번개 마법.

물론 레벨이 레벨이니 몸통을 사용한 물리 공격도 강력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레벨이 낮은 상대와 싸울 때였다.

크라켄은 딱 봐도 용용이와 흑흑이보다 훨씬 레벨이 높아 보이는 강적!

마법을 안 쓰면서 싸울 수는 없었다.

-음……. 저쪽에서 싸워라!

-저쪽은 파이토스 교단 아닌가?

-설명할 시간 없어! 움직여!

-알, 알겠다.

용용이가 파닥파닥 날아가고, 흑흑이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후후. 주인님. 저는 불의 마법을 다루니 이런 상황에서 저 골드 드래곤보다 훨씬…….

-아냐. 넌 싸우라고 불러낸 거 아냐.

-??

다른 교단 놈들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데 괜히 사디크의 스킬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넌 나 태우고 날아가라고 부른 거다. 날아!

-네…….

흑흑이는 시무룩해진 얼굴로 태현이를 태우고 빠르게 날아올랐다.

무언가 근처를 날자, 크라켄의 눈동자가 요동치며 흔들렸다.

-퀘에엥!

[<발목을 묶는 심해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이 주변에서는 날아다닐 수 없습니다!]

-?!?!

날개를 펄럭이며 재빠르게 비행하던 흑흑이는 당황해서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그대로 추락!

첨벙-

“넌 비행도 제대로 못 하냐!?”

-흑흑……. 제 잘못이…….

어쨌든 간에 크라켄의 약점이 머리라는 건 확실한 것 같았다.

지금 쓴 스킬을 보니 머리 근처로 가는 걸 막기 위한 스킬셋이 분명!

‘음……. 그냥 타고 올라가야 하나? 가만히 안 있을 것 같은데…….’

“김태현! 김태현!”

“……?”

익숙한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내가 끌어줄게!”

“……넌 왜 또 거기 있냐?”

아까 촉수를 피하고 싸우는 사이, 케인은 또다시 잡혀서 허공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걸 노린 거다! <노예의 쇠사슬>!”

-켁! 왜 저까지?!

흑흑이를 타고 있었던 탓에, 쇠사슬이 흑흑이에게 맞아 그대로 끌려 들어갔다.

타고 있던 태현도 같이 케인 앞으로!

“잘했다, 케인!”

“나 좀 풀어줘…….”

“흑흑아, 쟤 좀 풀어줘라!”

태현은 무시하고 크라켄의 머리 위로 점프했다. 물컹거리는 촉감이 기분 나빴다.

푹푹푹!

[약점을 공격했습니다. 추가 효과가 발동됩니다.]

[<영원히 흘리는 피> 저주가 발동됩니다.]

[약점을 공격했습니다. 추가 효과가 발동됩니다.]

[<부위 절단> 효과가 발동됩니다.]

“앗!”

갑자기 튀어나오는 재료들에 태현은 싸우다 말고 손을 바쁘게 놀렸다.

허공에서 강제로 놀이기구 타듯이 매달려 있던 케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크라켄의 머리 위에서 균형 잡으면서 싸우는 놈이 잡템까지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너무……. 질긴……. 끙끙…….

흑흑이는 발톱으로 촉수를 내려찍다가 주변을 힐끗 둘러보았다.

아무도 안 보지?

화르르륵!

사디크의 화염이 촉수 끝을 그대로 지져버리자, 바로 촉수가 끊어지며 케인을 떨어뜨렸다.

-퀘에에에에엑!

크라켄이 미친듯이 날뛰자 그 위에 타고 있던 태현은 죽을 맛이었다.

‘젠장…….’

발을 디디고 있는 바닥이 펄떡펄떡 대는 상황에서 균형을 잡고 위에서 날아오는 촉수 공격까지 피해야 하는 상황!

푹!

태현은 대만불강검으로 머리를 찍고 버티려고 했다.

[카르바노그가 위험을 경고합니다!]

“응? 뭔…….”

첨벙!

크라켄이 몸을 뒤흔들더니, 그대로 바다에 뛰어들어 잠수해 버렸다.

파이토스 교단의 공격부터 시작해서 태현 일행까지 덤벼들자 일단 피하려고 잠수한 것이다.

덕분에 태현까지 바닷속으로 잠수!

-<수중 호흡>!

태현은 일단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도록 언령 마법을 켜고, 검을 뽑은 뒤 빠져나오려고 했다.

물속에서 크라켄과 싸우는 건 자살행위였으니까.

촤아악!

그러나 사방의 길이 순간 완전히 막혔다.

크라켄이 거대한 촉수를 뻗어 머리 주변을 완전히 감싸버린 것이다.

‘이 자식……. 나부터 잡으려는 속셈이었나?’

몇 대 때렸다고 파이토스 교단이 아니라 태현을 노리다니!

물론 머리 위에 올라가서 급소를 노리고 연타한 태현이 잘못한 것이었지만 태현 입장에서는 억울할 뿐이었다.

‘이대로 끌려가면 진짜 위험하다!’

크라켄과 함께 빠르게 바닷속으로 가고 있는 상황.

태현은 촉수를 공격해 길을 만들려고 했다.

[<해적왕의 영원한 유배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들어가시겠습니까?]

‘……!’

크라켄이 빠르게 잠수하다가 유배지 입구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덕분에 태현에게 뜬 입장 메시지창!

‘일단 들어갔다가 나오면 된다!’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고 바로 입장했다.

-입장!

[<해적왕의 영원한 유배지>에 들어갑니다.]

[처음으로 <해적왕의 영원한 유배지>의 길을 찾아 들어왔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명성 : 21,620

악명 : 21,160

‘앗. 명성이 드디어 악명을 넘겼군!’

계속 명성 스탯보다 악명 스탯이 높은 상태였는데, 최근 들어서 계속 세운 업적 덕분에 드디어 명성이 악명을 추월했다.

다른 플레이어의 몇 배는 가뿐히 넘는 명성과 악명 스탯!

명성 스탯을 주로 키우는 플레이어보다 명성이 높고, 악명 스탯을 노리는 플레이어보다 악명이 높은 건 태현밖에 없었다.

[<해적왕의 영원한 유배지>에 갇힌 사람들을 데리고 나갈 수 있습니다.]

[<해적왕의 영원한 유배지>에 갇힌 영혼들은 아직 풀려날 수 없습니다. 그들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해적왕이 남겨놓고 간 바다의 괴수, <저주받은 거대한 크라켄>을 잡아야 합니다.]

‘윽.’

태현은 얼굴을 찡그렸다.

여기 온 목적은 결국, 유배지에 갇힌 각 교단 NPC들의 영혼을 풀어주는 일이었다.

그냥 단순히 들어가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결국 크라켄까지 잡아야 할 것 같았다.

“김태현……!”

“어? 여기 케인도 따라왔나?”

애절하고 간절한 목소리가 태현을 부르길래, 태현은 순간 케인도 따라온 줄 알았다.

그러나 케인이 아니었다.

“너……. 네가 날 구하러 올 줄이야……!”

앨콧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태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태현은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그, 그래. 내가 널 구하러 왔지.”

“으헝헝헝!”

앨콧은 달려들어서 태현을 와락 껴안았다. 뒤에서 크로포드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저놈을 구해주러 온 놈이 있을 줄이야…….”

“그, 그러게.”

친해진 크로포드와 로이. 둘은 경악한 표정으로 속삭였다.

“김태현이 그렇게 앨콧이랑 친한 사이였나?”

“아니……. 아닐 걸……. 너도 봤잖아.”

“그건 확실히 친한 사이라기보다는…….”

빚진 놈과 빚쟁이.

죄수와 간수.

하여튼 뭔가 좀 이상하고 비틀린 그런 관계!

그런데 길드 동맹의 길드원들은 아란티스 왕국에서 놀고 있는 사이 태현이 구하러 오다니.

“사실 둘이 정말 친했던 건가? 앨콧이 말한 게 사실이었나?”

앨콧한테 ‘야. 너 김태현한테 뭐 빚진 거 있냐? 왜 보면 벌벌 떠냐?’ 할 때마다 앨콧은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아, 아니야! 우리 친해! 우리 친하거든?! 판온 1 때부터 친했어!’

……라고.

“으흑흑흑! 길드 동맹 새끼들 아주 나쁜 새끼들이야! 구해주러 안 오고!”

“…….”

태현은 일단 방금 있었던 일을 녹화했다. 나중에 쓸 수 있을지 모르니까.

그런 줄은 꿈에도 모르는 채 앨콧은 연신 고마워했다.

원래 앨콧이라면 ‘김태현이 날 구하러 오다니 대체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거지’라고 반응했겠지만, 이 유배지에 오랫동안 갇혀 있는 동안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

“어쨌든 고맙다. 김태현.”

“감사합니다. 태현 님! 오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크로포드와 로이도 은근슬쩍 달려와 태현을 껴안으려고 들었다.

그러자 태현은 앨콧을 떼어내고 둘에게 밀었다.

“……?”

“자. 이제 계산을 해야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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