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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02화 (602/1,826)

§ 나는 될놈이다 602화

‘아키서스 검법?’

태현은 살짝 놀랐다.

검법.

여러 개의 검술 스킬들로 이뤄져 있고, 조건을 달성할 때마다 추가 스킬이 나오는 스킬들 모음.

이런 검법을 배우려면 스승 역할을 하는 NPC를 만나거나, 검술서를 얻어야 했다.

사실 태현은 이미 좋은 검법을 갖고 있었다.

가타콰 검법.

초반에 얻었지만 상당히 좋은 검법이었다. 아직 태현이 가타콰 검법 스킬을 다 마스터하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그렇지만 아무래도 직업이 직업인만큼, 직업에 어울리는 검법과 창법이 더 좋을 것이다.

‘레벨 100이 되고 나서야 준다니 너무 늦는 거 아닌가……. 잠깐, 내가 너무 늦게 레벨 업을 한 건 아니겠지.’

원래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은 레벨 100 정도면 금세 찍을 거라고 생각해서 저렇게 설정을 해놓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지금이라도 준다니…….

태현은 기쁜 마음으로 확인했다.

<아키서스 검법>

행운의 신 아키서스의 힘을 빌려 상대를 공격하는 검법입니다. 상대의 약점을 공격할 때마다 추가적인 효과가 발동합니다.

‘아. <아키서스의 마법> 같은 거군.’

비슷한 스킬을 이미 갖고 있는 정수혁 덕분에 이해가 쉬웠다.

물론 <아키서스 검법>은 <아키서스의 마법>보다 사용자를 엿 먹일 확률이 적었다.

정말 온갖 마법이 다 발동되는 <아키서스의 마법>과 달리, <아키서스 검법>은 추가적인 효과 정도였으니까.

그래서인지 상대의 약점을 노려야 효과가 발동된다고 나와 있었다.

<아키서스 검법>

행운의 신 아키서스의 힘을 빌려 상대를 공격하는 검법입니다. 상대의 약점을 공격할 때마다 추가적인 효과가 발동합니다.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

행운 스탯을 소모해 강력한 연속 공격을 퍼붓습니다. 스킬 레벨이 높아질수록 연속 공격의 시간이 길어집니다.

-아키서스의 두 번째 공격

행운 스탯을 소모해 강력한 광역 공격을 퍼붓습니다. 상대를 사망시킬 경우 쿨타임 없이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 스킬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검법 스킬의 레벨이 낮습니다.]

‘가타콰 검법 스킬들 상위호환이잖아?’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은 연속 공격 스킬이라는 점에서 공격의 원 상위호환.

<아키서스의 두 번째 공격>은 광역기라는 점에서 <질주하는 질풍의 원>의 상위호환이었다.

물론 쓸 때마다 행운 스탯을 소모한다는 점이 좀 꺼려지긴 했지만, 태현에게 넘쳐나는 게 행운 스탯이었다.

안 그래도 레벨 업 할 때마다 랜덤으로 올라가는 스탯 중에서 행운이 가장 많이 올라가는 것 같은데…….

‘이렇게 되면 가타콰 검법 스킬들 중에서 쓸 만한 건 <반격의 원> 정도인가. 앞으로는 아키서스 검법만 파야겠군.’

아키서스 창법도 똑같이 적용될 테니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혼자서 중얼거리다니……. 뭐 하는 거냐?”

“아. 레벨 업 해서 스킬 좀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오……. 그래? 맞다. 네 녀석은 레벨이 몇이냐?”

유 회장은 별생각 없이 물었다.

현질과 압도적인 지원으로 빠르게 성장한 유 회장.

게다가 이번에 아란티스 국왕 퀘스트까지 성공해서 또 한 번 폭발적인 레벨 업을 한 터였다.

현재 레벨이 무려 154!

이제 나름 랭커를 노릴 수 있는 고렙 플레이어였던 것이다.

물론 유 회장 본인은 랭킹 경쟁보다는 더 크고 강하고 아름다운 걸 낚길 원했지만, 그래도 태현 같은 최상위권 랭커들이 어떤지 궁금하기는 했다.

“요즘 최상위권 랭커들은 막 200 넘기고 있다던데, 너도?”

“어쨌든 어르신. 신전 설치 허락했으니 설치하시면 됩니다.”

“뭐냐, 비밀이라 이거냐?”

유 회장은 투덜거렸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태현처럼 경쟁자가 많은 플레이어는 정보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낚시꾼들이 아키서스 신전만 있다고 불평할까 봐 걱정되는구나.”

“하하. 어르신. 원래 독점이란 게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꼬우면 다른 신전을 지으라고 하세요.”

졸지에 신전 독점으로 날로 먹게 된 태현은 신이 나서 말했다.

유 회장의 전직 덕분에 날로 먹게 된 상황!

“아. 그러고 보니 너하고 같이 온 다른 교단 NPC들도 있었지?”

“아니. 어르신. 상도덕도 없게 저희 교단에 가입하셔놓고 이러시깁니까?”

“상도덕은 무슨. 왕국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그런 거에 휘둘리면 안 되지!”

[<행운의 신에게 축복받는 낚시꾼>은 아키서스에게 축복받은 낚시꾼입니다. 다른 신의 교단을 믿을 경우 커다란 페널티가 있습니다.]

“…….”

유 회장은 어이가 없어서 멈칫했다.

“내가 다른 걸 믿는다는 게 아니라 그냥 설치만…….”

[영지에 다른 교단의 신전을 설치할 경우 아키서스가 분노할 수 있습니다.]

[<아키서스의 경미한 분노> 저주를 받습니다.]

일단 쿨하게 저주부터 때리고 보는 아키서스!

“아직 안 했다!!”

유 회장은 당황해서 항의했지만 이미 저주는 걸린 상태였다.

<아키서스의 경미한 분노>

6시간 동안 낚시에서 아무것도 낚을 수 없습니다.

“…….”

싸아악-

유 회장은 정말 소름이 돋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심플하지만 유 회장에게는 효과가 정말 커다란 저주!

* * *

덕분에 유 회장은 다른 교단의 신전은 영지에 설치하지도 않게 되었다.

태현 일행이 떠나기 전 다른 교단 NPC들이 슬금슬금 와서 말을 걸려고 했지만…….

-안녕하십니까. 폐하. 저는 야타 교단의…….

-좋은 말씀 전하러 온 파이토스 교단…….

“꺼져라!”

-?!?!

저주 때문에 성질이 날 대로 난 유 회장에게 욕만 먹고 쫓겨났다.

플레이어들도 ‘저 XX 교단 가입한 상태인데 거기 교단 신전도 만들어주시면 안 되나요?’ 같은 제안을 했지만 역시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플레이어들은 선택을 해야 했다.

교단 보너스를 받지 않고 지낼 것인지, 아니면 아키서스 교단이라도 믿어야 할 것인지!

대부분은 다 후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의외의 효과가 나타났다. 아키서스 교단은 낚시꾼과 궁합이 잘 맞았던 것이다.

“아니?! 여기서 희귀붉은눈물뱀이?!”

“이, 이거 봐! 특대 물고기라고!”

[이제까지 낚았던 것 중 가장 큰 물고기를 낚는 데 성공했습니다.]

[칭호: 대물 낚시꾼을 얻었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희박한 확률을 뚫고 희귀한 물고기인 <희귀붉은눈물뱀>을 낚는 데 성공했습니다.]

[…….]

태현의 영지처럼, 아란티스 왕국도 한번 붐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멈출 수 없었다.

왕국에 온 낚시꾼들에게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하는 건 이제 거의 기본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 * *

“모두 준비는 다 됐겠지.”

“네! 형님!”

“길마님.”

“네! 형님!”

김태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잘 가꿔진 영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걸 두고 떠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었다.

‘어울리지 않게 무슨 생각을! 새로 지으면 되지!’

지금도 충분히 잘 굴러가는 영지를 버리고 이동한다는 발표는 충격적이었지만, 의외로 대부분의 길드원들이 김태산을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아저씨들 말고 새로 가입한 길드원들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만큼 김태산의 리더십과 현질 능력이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김태산은 얼굴을 손바닥으로 치며 감정을 추슬렀다. 지금 중요한 건 다른 것이었다.

그건 바로……. 영지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건물을 다 두고 가면, 길드 동맹은 ‘감사합니다!’ 하고 냉큼 챙길 게 분명했다.

이런 꿀과 같은 도시와 성들을 미운 놈들한테 그냥 주고 간다니.

김태산은 절대 그럴 수 없었다.

“건물들은 모조리 부숴! 나오는 잔해들도 다 가방에 넣어서 들고 가자!”

“태현이가 누구 닮았나 했더니…….”

“방금 어떤 놈이야?!”

아저씨 중 한 명이 중얼거리다가 흠칫했다.

뚝딱뚝딱-

철거 작업이 시작된 영지를 보며 김태산은 고민했다.

“으음……. 더 방해하고 싶은데…….”

“형님.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

“저번에 판온을 휩쓴 역병 폭탄 사건 기억하십니까?”

“아. 그거…….”

“그 역병 폭탄을 만든 놈이 태현이 영지에 있다는 소문이 있어요.”

“기계공학 대장장이들? 걔네는 좀…….”

판온 영지마다 보이는, [기계공학 대장장이입니다. 뭐든 맡겨주세요] 같은 간판을 들고 있는 대장장이들.

보통 맡기면 폭발하거나 사고를 일으켰다.

사람들이 괜히 꺼리는 게 아닌 것!

그런 식으로 구박받은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결국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로 가게 되는 것이다.

“뭐 어떻습니까. 어차피 이제 여기는 버릴 곳인데, 사고 쳐도 여기서라면 상관없죠.”

“그렇군!”

“걔네들한테 부탁해서 여기 주변에 역병 폭탄을 쫙 뿌리고 가죠?”

“……너…….”

“앗. 너무 과했습니까?”

“너 천재냐?”

* * *

태현의 영지로 향하면서, 김태산은 좀 걱정했다.

판온에서 멀쩡하고 잘나가는 다른 길을 내버려 두고 기계공학을 고른 대장장이들은 약간 나사가 빠진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런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을 이끄는 가브리엘이란 놈은 얼마나 미친놈일까!

‘만나자마자 폭탄 던지는 건 아니겠지?’

김태산은 은근히 걱정하며 <악마의 대장간>으로 찾아갔다.

가브리엘은 순박하게 생긴 청년이었지만 김태산은 긴장했다.

원래 사고는 저런 놈이 더 무섭게 치는 법 아니겠는가!

“안, 안, 안, 안녕하십니까. 아버님. 저, 저, 저는 가브리엘이라고 합니다!”

“???”

얼굴을 붉히며 극도로 긴장한 채 공손하게 인사하는 가브리엘!

“한, 한국에서는 이렇게 허리 숙이는 거 맞죠?”

“아니……. 맞는데……. 나한테 그럴 것까지는. 그리고 왜 날 아버님이라고 부르냐?”

“그야 김태현 님의 아버지시니까요! 저, 저는 김태현 님의 팬입니다!”

“…….”

김태산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들의 광팬을 만나는 건 생각보다 반응하기 힘든 경험이었던 것이다.

옆에 따라온 아저씨들이 수군거렸다.

“태현이 광팬이라는데?”

“태현이가 뭘 했길래 저런다냐?”

“태현이가 잘하는 건 패는 것밖에 없지 않나? 팼다고 저러는 거야? 저놈 변태인가?”

“형님. 기회입니다. 저쪽에서 우리를 좋게 생각해 주는 거 같은데 이때 부탁을 하죠!”

“어, 어? 그래.”

김태산은 뒤로 물러서다가 아저씨들이 재촉하자 멈칫했다.

“음……. 그러니까…….”

김태산은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저런 상황이 있어서 영지를 파괴하고 있는데, 영지 땅도 워낙 잘 가꿔져 있어서 이것도 망치고 가고 싶다. 너희들이 역병 폭탄을…….

탁!

대뜸 김태산의 손을 잡는 가브리엘!

“??”

“이해했습니다. 아버님.”

“아니, 내가 왜 네 아버님…….”

“영지에 역병 폭탄들을 조합해서 터뜨린 다음, 거기에 역병 지대를 만들고 싶다는 거군요.”

“아니, 그런 소리까지는 안 했……. 그냥 우리가 가꾼 논밭만 다른 놈들이 못 쓰게 해달라고……. 잠깐, 역병 폭탄‘들’? 그거 하나 아니었…….”

“시간은 흐르고 저희는 발전합니다. 역병 폭탄을 터뜨린 게 언제인데 그거 하나만 계속 붙잡고 있었겠습니까.”

말은 진지하고 멋있는데 잘 들어보면 섬뜩한 소리!

가브리엘은 무섭게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저희한테 한번 맡겨주십시오! 오스턴 왕국에 역병 지대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아니 역병 지대는 말하지도 않았는데…….”

“애들아! 가자! 실험장 생겼다!”

“와아아아아!”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신이 나서 주먹을 치켜들고 외쳤다.

김태산은 순간 후회가 됐다.

이놈들을 괜히 부른 거 아닐까?

그러거나 말거나 대장장이들은 신이 나서 잔뜩 짐을 챙기고 있었다.

“……이거 만든 거 터뜨려보고 싶었는데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 잘 됐다. 눈치 보지 말고 터뜨려야…….”

“……터뜨려도 눈치 안 봐도 되니. 이번에 이것도 터뜨리고…….”

드문드문 들려오는 대화가 김태산을 무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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