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601화 (601/1,826)

§ 나는 될놈이다 601화

“낚시꾼으로 전직만 하면 레벨 100 때까지 드는 장비나 미끼 같은 소모품들은 모두 지원……. 음. 괜찮은 거 같은데.”

“……그건 좀 과한 것 같은데요. 그보다 낚시꾼들만 지원하면 좀…….”

태현이 유 회장을 꼬드기는 이유는 하나였다.

유 회장의 해저 왕국을 잘 키워서 동맹으로 써먹기 위해!

지금 당장 김태산과 아저씨들의 길드만 봐도 그랬다.

성이고 도시고 뭐고 간에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에서 시작했고, 온갖 경쟁자들이 있는데도 길드 동맹이 숫자로 밀고 들어오기 전까지는 오스턴 왕국에서 손꼽히는 영지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힘은 바로……. 현질!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게 바로 현질이었다.

영지?

성벽이고 건물이고 현금을 주고 건축가 플레이어들을 불러 모으면 해결이 됐다.

길드원?

현금으로 골드를 산 다음 골드와 아이템을 지원해 준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그만큼 현질의 힘은 강력했던 것이다.

게다가 유 회장의 상황은 김태산보다 훨씬 더 좋았다.

크기야 좀 작아도 일단 왕국이었고, 바다 밑에 있는 데다가 주변에는 경쟁 세력도 별로 없었다.

즉 유 회장의 현질 투자로 성장할 시간이 충분한 것!

그런데 잘 꼬드기고 있었는데, 유 회장은 뭔가 방향을 이상하게 잡으려고 하고 있었다.

‘낚시꾼들만 지원하면 안 되지!’

이 좋은 곳에 낚시꾼들만 부르는 건 너무 아까웠다.

게다가 낚시꾼 플레이어들은 전체 플레이어들과 비교하면 소수에 불과했다.

영지를 키우려면 다양한 플레이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모으며…….

‘잠깐. 생각해 보니까 슬퍼지는데…….’

생각해 보니 태현의 영지도 저런 균형 잡힌 성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낚시꾼들만 지원하는 게 뭐가 어때서?”

“낚시꾼들만 있으면 영지가 안 돌아가잖습니까. 만약 영지전이라도 벌어지면 어떡하시려고요.”

“여기서 무슨 영지전이 벌어지냐?”

아픈 곳을 찌르는 유 회장의 반격.

확실히 그랬다.

사실 여기는 정말 유 회장 원하는 대로 낚시꾼들만 있어도 크게 문제 될 것 같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태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후. 어르신.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판온 하는 놈들이 영지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오스턴 왕국 보십쇼. 거기서 얼마나 치열하게 싸웁니까? 게다가 방금만 해도 왕궁 공격하려던 놈들이 몰려왔잖습니까.”

“으음…….”

“여기가 대륙이랑 멀리 떨어져 있긴 해도 배 타고 오면 못 올 거리는 아니잖습니까? 위치도 공개되어 있고. 미리 준비를 안 하면 나중에는 큰일 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 맞는 말이군.”

유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은 옳다구나 싶었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전투 직업 플레이어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낚시꾼들도 싸울 수 있게 해줘야겠어.”

“……예?”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전투 직업은 전투 직업. 제작 직업은 제작 직업.

왜 이런 식으로 분류가 되어 있겠는가!

물론 제작 직업도 무기 휘두르고 싸울 수야 있지만 아무래도 불리한 점이 많으니 제작 직업 아니겠는가.

그러나 유 회장은 설명을 해도 납득하지 않았다.

“아니, 힘들다니까요?”

“그렇지만 너는 판온 1에서 대장장이로 랭커들 이기고 다니지 않았느냐?”

“…….”

설마 자기가 했던 일 때문에 발목이 잡힐 줄이야!

태현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 그건 극히 예외인 경우고……. 원래 제작 직업으로 전투 직업 이기는 건 힘든…….”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 열심히 노력하면 되겠지!”

“…….”

쓸데없이 긍정적인 유 회장!

태현은 여기서 설득을 포기했다.

“아……. 예…….”

“그러고 보니 나도 이제 영주라고 할 수 있겠군. 같은 영주끼리 잘 지내자꾸나. 서로 도우면서.”

‘오래 못 갈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태현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어르신.”

“음?”

“파이팅입니다.”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 * *

결심한 유 회장은 금세 정책을 추가했다.

-낚시꾼 직업 전폭적 지원!

-꿈과 희망의 아란티스 왕국으로 와라!

-장비, 소모품 등 전부 지원! 영주님이 미쳤어요!

아란티스 왕국이 화제의 중심이기는 했지만, 게시판에 이런 소식들이 빠르게 퍼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님아원드길어리워워파: 이번에 아란티스 왕국 봤나요? 진짜 대단하더라고요. 낚시꾼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라면 무조건 가야 할 것 같던데요. 주변이 바다라 낚시꾼들이 성장하기는 정말 좋은 데다가, 이번에 국왕 된 플레이어가 낚시꾼이라 그런지 엄청 지원해 주더라고요. 지원해주는 장비 봤어요? 무려 <붉은 고래 낚시꾼> 세트를 지원해 주더라고요.

필사적으로 광고를 해대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아란티스 왕국이 유 회장 손에 들어간 이상, 아란티스 왕국을 띄워야 그들에게도 남는 게 있었다.

이대로 가면 아란티스 왕국은 진짜 낚시만 하는 낚시터가 되어버린다!

어떻게든 최대한 많은 플레이어들을 꼬셔야…….

-음맞구호: 정말요? 그 비싼 세트를요? 세금을 100% 때린다고 해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세만어리워워파: 그 세금은 플레이어들이 너무 많이 올까 봐 그렇게 때린 거라네요.

절묘한 포장 기술!

-님아원드길어리워워파: 맞아요. 영주님도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너무 많이 오면 지원을 못 해주니까……. 영주님 인성 너무 좋은 거 같지 않아요?

-세만어리워워파: 영주님부터 시작해서 영지 관리하는 플레이어들도 다들 친절하다고…….

-님아원드길어리워워파: 그러니까 한번 가보세요! 꼭 낚시꾼들 아니더라도! 아니, 낚시꾼 아니면 더 좋아요!

-음맞구호: 어. 그런데 낚시꾼 아닌 사람들한테는 어떤 게 좋은 거죠?

[님아원드길어리워워파 님이 나가셨습니다.]

[세만어리워워파 님이 나가셨습니다.]

* * *

화제의 중심인 데다가 광고까지 하자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판온의 낚시꾼, 어부 등 뭘 좀 낚는다 싶은 플레이어들은 전부 몰려온 것이다.

덕분에 아란티스 왕국 입구 근처는 온갖 종류의 낚싯배가 득실거렸다.

“헉, 헉헉……. 오는 도중에 침몰해서 죽는 줄 알았다.”

“멀기는 더럽게 머네. 근데 진짜 그 장비들 주는 거 맞아?”

허위 광고나 과장 광고는 판온에서 흔한 일이었다.

당장 파워 워리어……. 아니, 꼭 파워 워리어만 그런 건 아니고 모든 길드들이 ‘우리 길드 오면 장밋빛 미래가 있다!’라고 광고를 하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아란티스 왕국은 광고가 너무 좋았다.

플레이어들도 오면서 ‘진짜 주는 거 맞아?’ 할 정도로.

“자. 받아가세요.”

“혹시 직업이? 아. 낚시꾼이라고요……. 아, 아니. 실망하는 건 아니고요……. 흑흑…….”

그러나 그 의심은 금세 사라졌다.

왕국에 들어가자 정말 곳곳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영지에 귀환 등록만 해놓고 확인하면 아이템을 준다!

아이템을 나눠주는 플레이어들이 왜 다 시무룩한 얼굴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공짜로 지원을 받은 낚시꾼들은 신이 났다.

“소문이 진짜였어!”

“낚시하러 가자! 여기 파티 없나?”

“아, 새로 오셨나요? 저희하고 같이 하실래요?”

“앗, 네! 끼워주신다면 감사하죠!”

“지금 초대할게요. 위로 올라가서 이동할 건데, 준비는 다 하셨나요?”

“준비?”

“그게 뭐지?”

“아. 새로 오셔서 모르는구나. 일단 장비는 받으셨죠?”

“네. 장비는 받았는데요.”

“그다음 저기 아키서스 교단 신전 가서 가입하신 다음 축복받고 오세요.”

“네?”

* * *

어쨌든 일도 다 끝났겠다, 태현은 쿨하게 떠나려고 했다.

성기사들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 올라가서 후고 사제를 갈궈야지!

-여기가 무슨 유배지냐! 어! 그러니까 지도를 확인하고 가져왔어야지. 자, 봐라! 이게 진짜 지도다!

……이런 식으로.

그러나 유 회장은 떠나려던 태현을 붙잡았다.

“뭡니까?”

“가기 전에 신전 좀 설치해 줄 수 있느냐?”

“신전이요? 아키서스 신전?”

유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저야 좋지만 왜 하고많은 신전 중에 아키서스 신전?”

“그건……. 아니, 설치해 줄 거냐 말 거냐!”

유 회장은 대답 대신 화를 냈다. 아키서스 낚시꾼으로 전직한 게 이상하게 사기당한 기분이었던 것이다.

말하면 더 자존심 상하는 것 같은 느낌!

유 회장의 직업 때문인지, 덕분에 영지 건설 창에는 다양한 아키서스 관련 건물들이 보였다.

아키서스의 미끼 보관 창고:

아키서스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미끼를 보관하는 창고입니다. 이 미끼를 사용해서 낚시를 할 경우 특별한 것을 낚을 수 있습니다.

건축 비용: 최소 1,000 골드

아키서스의 낡은 낚싯대 제작소:

아키서스의 이름으로 축복받은 낚싯대를 만드는 곳입니다. 다른 낚싯대로도 아키서스의 이름으로 축복받은 낚싯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건축 비용: 최소 2,000 골드

아키서스의 신전:

(아키서스의 신전은 교단에서 허락을 받고 직접 설치해야 합니다.)

아키서스의 신전은 교단에서 직접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설치해 줄 거냐, 말 거냐?”

“설치야 별일 아닌데…….”

[아란티스 왕국에 아키서스 교단 신전의 설치를 허락합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대륙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장소에까지 교단의 신앙을 퍼뜨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칭호: 신앙의 개척자를 얻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

뜬금없는 레벨 업!

레벨 업 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보상 경험치가 컸던 모양이었다.

‘드디어 레벨 100 달성인가…….’

남들은 개나 소나 100을 찍고, 최상위권 랭커들은 200을 넘기고 있을 때 간신히 100에 도착한 태현!

새삼스럽게 감개가 무량했다.

[레벨 100을 달성한 것으로 아키서스의 특별한 축복이 내립니다.]

[무기 중 하나를 고르십시오. 그 무기를 다루는 스킬에 축복이 내릴 겁니다.]

‘응?’

갑자기 빛과 함께 다양한 무기들의 종류가 앞에 나타났다.

태현이 판온에서 한 번이라도 써본 적 있는 무기들은 전부 다!

무기들이 나타난 거 자체에는 놀라지 않았다. 이 중 하나를 고르라는 걸 보니 관련된 특별한 버프를 주는 거겠지.

태현이 놀란 건 아키서스가 선택지를 준다는 점이었다.

맨날 랜덤으로 골라주는 게 아키서스!

‘음……. 검, 창, 머스킷 중 하나인데.’

태현이 자주 쓰는 건 역시 검이었다.

대만불강검의 성능은 매우 뛰어났고, 앞으로 한동안 이걸 뛰어넘는 무기를 구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태현의 검술 스킬은 이미 고급이었다.

‘검술 스킬은 계속 검을 써서 올릴 수 있는 데다가, 검술 스킬은 딱히 부족한 걸 느낀 적이 없는데. 이거 받는다고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군.’

괜히 골랐다가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그만큼 아쉬운 것도 없었다.

‘그러면 머스킷과 창……. 창이 나으려나?’

태현이 창을 고른 이유는 하나.

카르바노그의 창 때문이었다.

이 아티팩트는 계속해서 쓸 것이고, 앞으로 퀘스트에 따라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 창을 쓸 때를 대비해서 창술 스킬을 올려놓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태현은 창을 골랐다.

[아키서스가 창을 다루는 스킬에 행운을 내립니다.]

[창술 스킬이 고급 창술 스킬로 변합니다.]

[아키서스 창법을 배웁니다.]

[두 가지 무기 스킬을 고급까지 익혔습니다. 칭호: 이중무기 사용자를 얻습니다.]

[검술 스킬과 창술 스킬이 완전히 호환됩니다. 앞으로 검술 스킬과 창술 스킬의 성장이 같아집니다.]

검술 스킬을 올려도 창술 스킬이 같이 오르고, 창술 스킬을 올려도 검술 스킬이 같이 오른다는 것.

소소하지만 엄청나게 좋은 효과였다. 태현처럼 무기를 다양하게 바꿔 쓰는 사람에게는 완벽한 효과!

[아키서스 창법을 갖고 있습니다.]

[아키서스 검법을 배웁니다.]

0